[여행] 여행과 지역이야기(22) 부산 범일동 둘러보기, 누나의 길과 영화 <친구> 촬영지
이번에 부산을 찾은 김에 둘려보고 싶었단 곳이 범일동입니다. 범일동은 부산 동구 소속으로 부산진구와의 경계를 이루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범일동으로 알고 있는 동네가 사실은 부산진구인 경우가 많다죠.
우리 DP에서 부산경남지역의 좋은 사진을 자주 올려주시는 안디마노님이 작년에 올려주신 사진들을 보고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범일동은 과거 호랑이가 출몰하던 것에서 유래한 지명입니다. 범이 순 우리말이다보니 한자는 다르게 쓰네요. 범일동의 가볼만한 곳들을 걷기코스로 연결한 호랭이어슬렁길도 운영중입니다.
누나의 길은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 수출과 경제발전의 일등공신이자 세계적인 생산량을 기록했던 부산 신발제조산업과 그 종사자분들을 기리는 골목입니다. 많은 신발공장 여공들이 이 골목을 걸어내려가 경부선 기찻길을 건너 부산진의 신발공장과 고무공장에 출근해 일을 했고 퇴근후 지친 몸을 이끌고 이 골목을 거슬러 올라가 작은 쪽방에 몸을 뉘었다고 합니다. 출퇴근 시간에는 이들의 구두소리, 발걸음 소리가 이 골목에 가득했다죠.
골목은 짧습니다만..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감성충만의 코스였습니다. 바로 이들이 이 나라 경제발전의 주역이었죠. 이들은 이렇게 번 돈으로 시골의 가족을 책임지고 동생들을 공부시켰겠죠. 그리고 이제는 장년과 노년이 되어있을겁니다.
영화 <친구>에서 "Bad case of loving you"의 노래를 배경으로 네명의 주인공들이 교복을 입고 신나게 건너가던 육교가 바로 범일동 입구인 범곡사거리에 있습니다. 이 육교는 범일동 골목길과 시장에서 경부선 철길을 건너 지하철 범일역, 현대백화점과 자유시장, 조방로, 귀금속거리 등으로 가는 길이군요.
이제 20년도 넘은 추억의 영화를 곱씹으며 육교를 건넙니다. 주연배우였던 유오성씨, 장동건씨도 이제 제법 나이가 들었겠죠.
영화에서 장동건씨가 최후를 맞이하며 유명한 명대사를 읊조리던 전신주를 찾아나섭니다. 범일역에서 부산진으로 내려가다가 유흥가 안쪽의 만물슈퍼라는 작은 가게 앞에 있는 전신주입니다.
그러나..한때 안내판까지 있었다는 이 전신주는 도로를 정비하고 확장하면서 없어졌네요. 전신주를 전부 철거했나봅니다. 대신 영화촬영지라는 표시는 가게에도 근처 화단에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잔혹한 장면이다보니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은 아쉬움은 있네요.
만물슈퍼도 이제는 테이크 아웃 커피집으로 바뀌었고 옛 간판만 한쪽구석에 쓸쓸히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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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행 신입행원 연수받을 때 실습을 범일동 지점으로 나갔습니다.
조방앞 나이트가 유명했었던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