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미국 회사 초보 - 70 (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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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9 15:27:40
미국회사초보
어느듯 70번째 회사 이야기를 쓰게 되네요.
오늘은 학력을 중심으로 한 개인 정보에 대해서 써 보겠습니다.
예전에 블라인드 채용을 주제로 글을 쓰면서 잠시 언급한 적이 있는데 오늘은 좀 더 구체적으로 글을 남겨봅니다.
제가 한국에서 대기업에 다닐때는 제가 속한 그룹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물론이고,
저와 함께 일하는 다른 그룹에 속한 동료들의 최종 학력을 다 알고 있었습니다.
출신 학교가 어디고, 2년제인지 4년제인지, 학사/석사/박사인지도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때만해도 개인 정보에 해당하는 출신 대학/전공, 종교, 나이, 결혼 유무, 가족 관계는 물론 심지어 정치 성향까지도 편하게 물어보고 대답하고, 다른 동료들의 출신 대학을 알려주는데 주저함이 없는 분위기였죠.
그러다보니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출신 대학을 포함한 다양한 개인 정보를 알게 되었던것 같습니다. 회식을 자주 하다보니 주량과 술버릇까지 알게 되었구요 ^^
팀이나 그룹의 명단을 관리하는 엑셀 파일에도 출신 대학을 적어 놓았던 기억도 나고, 회사내에서 학교 동문회도 주기적으로 했었구요.
반면에 어느듯 14년째 다니고 있는 미국 회사에서는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아는 동료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자기 스스로 개인 정보를 이야기 하기전에 물어보는 경우가 거의 없고 내부 파일이나 회사 시스템에서도 찾을수가 없구요.
동문회는 당연히 없구요.
출신 학교를 아는 동료들도, 자동차에 붙여 놓은 학교 스티커를 통해서 (은근히 출신 학교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많은게 미국입니다) 혹은 미식 축구나 농구를 잘하는 학교 출신들의 경우 스포츠 이야기 하다가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본인에게 직접 듣지 않고 다른 동료들을 통해서 들은 경우는 거의 없는데요. 기억을 더듬어 보니 학부, 대학원 모두 하버드를 나온 동료가 있는데, 그 친구의 좋은 기억력을 이야기 하다가 듣게 된게 유일한것 같네요.
개인 정보를 물어보는 경우가 드문 미국 문화에 기인할걸로 보입니다.
인터뷰를 할때 종교, 나이, 결혼 유뮤등의 개인 정보를 물어보는건 나중에 소송거리가 될수 있기 때문에 물어보지 말라고 교육을 받은 기억도 납니다.
오히려 반려 동물, 좋아하는 스포츠팀, 여행등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때보다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싶네요.
아무래도 이런 주제를 가지고, 소위 말하는 스몰톡에서 자주 이야기를 해서 그런것 같네요.
흥미로운건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출신 학교는 알수가 없지만,
반면에 CEO를 비롯해서 직급에 영어로 Chief이 들어가는 탑 매니지먼트의 출신학교는 쉽게 찾을수가 있습니다.
대부분 미국의 회사들의 회사 웹페이지에 가면, 여기 표현으로 Leadship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데, 출신 대학와 전공을 대부분 기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싶어서 제가 다니는 회사와 Apple, Google, Amazon, Tesla, Meta등 다들 아실만한 회사들을 검색을 해보니 제 예상이 맞네요.
글을 쓰다가 한국회사들은 어떨까 궁금해져서 삼성과 엘지를 찾아보았는데, 출신 학교 정보는 없네요.
구글에서 회사이름 Leadership으로 검색을 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한국 회사들은 아주 간략하게 현재 직책만 적어 두거나 혹은 과거에 역임한 직책을 열거만 해둔 반면에, 미국 회사들은 서술형으로 풀어서 설명하고 있네요.
사내에서 새로운 임원이 지명되었을때도 받는 이메일도 비슷합니다.
적어도 제가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때 새로운 임원이 임명되면 아주 간단하게 소개가 되었던걸로 기억하는 반면에,
미국 회사에서는 그 사람이 어느 학교에서 무슨 전공을 했고 어떤 커리어를 걸어왔는지 그리고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간단하게 엿볼수 있을 정도의 자세한 내용이 소개되는게 일반적입니다.
또 하나의 큰 차이는 한국의 대기업들의 임원들은 대부분 소위 명문대 출신들이 많은 반면에 미국 회사들의 경우에는 아이비 리그 대학교를 포함한 탑 20에 해당하는 명문대를 나온 임원들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흔하게 볼수가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의 경우에도 9명의 리더쉽중에 3명 정도만 누구나 알만한 랭킹 20위 안쪽에 있는 대학교를 나왔고 나머지 6명은 평범한(?) 학교 출신입니다.
특히 CEO의 경우에는 올해 기준으로 93등에 해당하는 학교를 졸업했었는데, 아마 한국에 사시는 분들 대부분은 처음 들어보는 대학교가 아닐까 싶네요.
회사를 이끌만한 리더쉽이 있다면 학교의 랭킹 혹은 명성은 크게 고려를 하지 않아서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스티브 잡스이죠. 오레곤주에 있는 리드 칼리지란 곳에서 1년을 다닌걸로 기억합니다. 여기서는 리버럴 아트 칼리지라고 부르는 학부 중심의 학교중 한곳인데요. 유명한 리버럴 아트 컬리지는 입학이 쉽지 않지만, 스티브 잡스가 1년을 다녔던 곳은 유명한 학교는 아닌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 명문대를 졸업하면 좀 더 우호적인 시선을 받고, 입사, 진급시 확실하게 유리하게 작용하던 때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를 포함한 명문대 출신들이 세상을 이롭게 하기 보다 해악을 끼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다보니 예전 같은 부러움의 시선 혹은 장점이 될수는 없지만 입시에 모든걸 거는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한것 같습니다.
미래에는 출신 학교보다는 실질적인 능력이 더 평가받는 분위기가 되고, 대학교가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드는 세상이 되었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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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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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대학을 두번을 옮기고 세번째 에서야 2년제를 졸업해서
그리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데요, 다행히 자격증으로 갈음이 되어 팀장이 되기는 했지만
사홉들이, 이홉들이로 불리는 학력 차별은 조금씩 겪으며 지낼수 밖에 없었네요
SKY 및 제가 다녔던 충청도 회사의 경우 충북, 충남대 등의
대놓고 은근한 성골 계급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거기에다가 저사람은 누구누구 임원님 라인이네 아니네
인간의 본성인지 한국사람의 종특인지
사람 구분짓고 위로는 때 되면 인사하고 ...
그런데에 초연하며 살았다고 자부 해 왔는데
저의 직원들 진급 심사 시기가 되니 어쩔수 없이 챙기고 인사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기도 하더군요,
아무튼 아예 그길로 가지 않을거면 몰라도 공부는 열심히 해두고 볼 일이라는
자각을 얻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미 버스는 떠난 시점이네요, 차라리 속 편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