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미국생활을 하면서 영어에 관련된 에피소드
오늘 보니 영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올라오네요.
원래 프차에 거의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인데, 지금 도서관에서 애들이 책 보는 동안 무료해서
제가 겪었던 영어에 관한 에피소드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가 미국에 온 건 방문교수로 오게 되었는데, 오자마자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영어란 20년도 훨씬 전에 고등학교까지 배운 것이 전부였고 다만 전공서적이 거의 영어이다 보니 그냥 책으로만 영어를 대하고 논문을 쓰고 한 것이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미국에 오기 전에 다른 사람들이 영어를 배워야 하니 학원에 가라고 하는데도 시간이 없어서 영어학원도 못 가고 그냥 미국에 오게 되었답니다.
처음 강의를 할 때 밤세워 준비를 하였습니다.
발음도 신경을 쓰고 그리고 강의를 시작할 때에는 미리 학생들에게 제 영어 발음이 많이 다르니 양해를 바라며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달라고 미리 말을 하고 시작을 하였습니다.
한 30분 정도 나름 발음에 신경을 쓰면서 강의를 진행을 하는데 제가 너무 어색하고 말이 꼬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학생들도 눈이 반쯤 감기기 시작하고...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강의노트를 덮어 버리고 그냥 나오는대로 발음은
내가 한국에서 그냥 평소에 쓰던 식으로 강의를 진행했답니다.
근데 기적인지 그때부터 모든 학생들의 눈이 반짝반짝하면서 수업이 활기를 띠고 급기야는
질문하지 말아 달라고 했는데 질문이 막 쏟아지는 겁니다.
나도 신이 나고 막 영어가 되더군요.
미국에 온 지 이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아 내 영어가 훌륭하구나 하면서 자부심을 느끼면서 강의를 진행을 하였답니다.
그러나 현실은 ....
막상 슈퍼에 가면 내가 찾는 물건을 질문을 해도 도대체 점원이 못 알아 듣는 겁니다.
특히 커피 발음을 거의 못 알아 듣더군요.(이런 생활에 관련된 영어는 살아 남아야 하기 때문에 한달 정도 지나면 그냥 무리없이 적응되더군요. 그리고 굉장히 한정적인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별로 어렵지도 않더군요.)
근데 강의는 별 무리없이 잘 되더군요.
덕분에 강의를 일년 내내 매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강의부터는 일부러 발음에 대한 강의준비는 하지 않고 오로지 내용만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두 달쯤 지난 후에 친해진 학생과 식사를 하면서 강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학생의 얘기로는..
1. 최근 미국 대학들의 많은 교수들이 미국인이 아니다. 그리고 생물학, 의학 계열 (제 전공분야입니다) 에는 수 많은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교수들이 있다. 그래서 학생들이 학부 과정부터 다양한 발음과 억양을 경험해서 잘 적응이 되어 있다. 그러니 억지로 영어 발음을 흉내안내도 내용만 알면 다 알아 듣는다.
2. 그 학생이 겪은 가장 특이하고 기억에 남는 강의는 어느 중국인 통계학 교수의 얘기였습니다. 강의실에 들어오면 인사를 하고 돌아 서서 칠판을 향해 판서를 시작한답니다. 30분 동안 계속 필기를 하고 나서 칠판을 가리키면서 한 마디 합니다. "This is important." 그리고 그 때부터 30분 동안 또 필기를 한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한 마디 말을 하면서 강의를 마친답니다. "This is very important."
3. 그 학생이 나에게 묻기를 내가 강의를 할 때 집중이 잘 되는 이유는 내가 학생들의 질문을 이해하고 답을 하기 때문이랍니다. 그 때서야 드는 생각이 그래 내가 미국에 와서 미국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별 무리없이 영어를 알아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따로 내가 교육을 받은 적도 없는데 왜 그렇지 하면서 생각하다가 몇 가지 결론을 얻었답니다.
1. 어릴 때부터 저는 '영화'를 많이 좋아해서 TV는 보지 않지만 거의 매일 영화 한편씩 본 거 같네요. 지금도 옛날 DVD들을 하나씩 꺼내 보고 있답니다. 이런 경험이 아마 영어에 대한 적응력을 길러준 것 같네요. -> 영화를 많이 보자.
2. 자기 전공을 열심히 하면 같은 분야의 사람들과는 거의 의사소통에 장애를 느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 -> 영어를 위주로 공부하기 보다는 그냥 자기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자.
3. 우리 애들의 경우를 보면 초등학교 고학년인데, 한국에 있을 때부터 와이프가 매일 스스로 영어책을 하루에 몇 권씩 읽게 교육을 시켰답니다. 따로 영어와 관련된 학원에 간 적은 없습니다. 첫째가 한국에서 3학년까지 다니다가 미국에 와서 4학년 과정에 들어가는데 첫날 인터뷰를 하더군요. 미국에는 영어가 안되는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특별 과정이 따로 있습니다. 근데 우리 애는 테스트를 거치고 나서 그 다음날부터 바로 일반 '미국인'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받았습니다. -> 애들에게 영어 자체를 공부하도록 시키지 말자. 그냥 애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동화책을 몇 년간 읽으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덤으로 아빠가 한번씩 영화관에 같이 데리고 가거나 자주 DVD로 영화를 보는 것이 훠얼씬 좋은 것 같습니다.
제 경험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보편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미국에 온 지 일년된 사람의 영어와 관련된 에피소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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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의 중국어 교수는 꼭 제 중/고등학교 수업을 보는것 같습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