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어느 고양이의 죽음.
고양이에게서는 날 것의 냄새가 났다. 뻔뻔하게 다가오는 녀석은 지릿한 암모니아 냄새와 단백질이 썩어가는 불쾌한 냄새를 머금고 있었다. 고양이 특유의 아름다움, 커다란 눈과 흐느적거리는 움직임에 감탄하는 이에게야 느껴지지 않겠지마는, 뚱한 이방인인 나에게는 육식동물에서 날만한 냄새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고양이 특유의 뻔뻔함으로 우린 낯을 트고 한동안 살갑게 지낼 수 있었다.
서로가 호감을 느낄 이유도 살짝은 있었다. 길에서 태어나 하루하루 고단한 생활을 한 삶의 느낌. 내일 걱정은 끝도 없으니 오늘 하루 버틸 것만 생각하는 막막한 삶. 그런 것을 서로가 공유했던 것이다. 고양이나 인간이나. 생존 앞에 서면 초라해지고, 한 편으론 거룩해진다. 생존 과목이라면야 도둑 고양이에게 누가 당할 것인가. 세계 일주 중인 배낭여행객 같은 당당함과 무신경함이 애티튜드로 깊게 배어 있었고 번번히 골탕을 먹었다.
도둑 고양이를 올바르지 않은 표현이라 길고양이라 한다는데 별로 공감이 안가는 소리다. 도둑놈이란 욕을 못들어본 것도 오래되었다. 많이 훔칠 수록 존경받는 것이 사회 아니던가. 고양이 입장에선 '길'이란 단어는 마뜩치 않을 것이다. 인간의 길은 고양이에게 너무 가혹하기 때문이다. 내장을 간수하지 못한 채 드러누워 뙤약볕에 말라가는 것이 길이다. 고양이는 마지못해 인간의 길을 지날 뿐이다.
여튼 나와 인연이 있던 그 고양이 정도의 배포라면 도둑이라는 말에 더 흡족해 할 것이 틀림없다. 깡패라는 자기 이름의 뜻을 알았어도 심드렁 흘려 버렸을 것이다. 하루하루 인간들의 친절을 당당하게 요구하며 살아갔으니, 소유 개념을 초탈한 그에겐 도둑 고양이가 어울렸다.
서울 생활에 다시 편입되어 바삐 보내던 하루. 고양이가 뜬금없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문득 그 녀석의 체취가 떠올랐다. 삶의 냄새를 코 끝에 갖다 대주었던 그 고양이. 장렬하게 자기 생을 온전히 살아갔던 한 생명에게 경외감을 느낀다. 명복을 빈다. 배울 것이 많았던 고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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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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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7 05:19:55
ㅜㅜ 안녕 고양아....그동안 고생했다 죽음 뒤에는 어떠한 세계가 존재하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무지개 다리를 건너 지금보다는 더 행복하게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길위의 고양이로 태어나 배고프고 아프고 힘들었던거 다 잊어버리고 좋은 추억만 가지고 가져가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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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좋은 곳에서 다시 태어나길... 생명에게 너무 가혹한 이 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