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게] 정성일 씨를 비롯한, 현학적 글쓰기로 존재증명하시는 평론가분들..
정성일씨가 <카페 느와르>를 내놓고 나서 영화 감독들과 릴레이 인터뷰를 한 적이 있죠.
정윤철 감독, 임상수 감독 등이 정성일 씨에게 묻고 답하는 기획이었는데,
그때 임상수 감독의 질문에 대해 정성일 씨가 이렇게 답한 바 있습니다.
정확한 워딩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만.
임상수 : 글을 꼭 그렇게 어렵게 써야만 하나?
정성일 : 그 영화가, 그 세계가 어려운데, 글이 어떻게 쉬워지나.
영화는 온갖 미로를 들이댄다. 글은 거기에 걸맞은 방어를 해야 한다.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만, 정확한 워딩이 아닙니다.
(정확하고 자세한 내용은 원문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기억에 의존한 내용이긴 합니다만, 정성일 씨는 평론가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한 대목이었습니다.
그는 영화를 사랑도 하지만, 방어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창작, 예술이란 세계에 맞서서, 자신의 실존, 밥벌이, 영화적 자아 등등을 지켜내야 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당신은 영화평론가니까, 영화 자체와, 영화 역사만 가지고, 소위 내재적 비평을 해야 합니다"
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글에 언제나 외부 담론이 끼어야만 좋은 글일까요?
예외없이 미로를 탐색하듯 헤매도록 하는 글만이 좋은 글일까요?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에 연재중인 임권택 감독 비평 시리즈에 보면,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독자들이 내 글을 읽으며 미로를 헤매는 기분을 느껴도 상관없다.
내 뇌의 회로, 내 의식의 흐름을 독자들이 따라와 주길 바란다.")
벤야민, 들뢰즈, 보드리야르, 시게이코, 가라타니 고진 등등등 수많은
외부 철학과 교양이 끼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논리학에서는 (어쭙잖이 아는 척해서 죄송합니다만)
정성일 씨 글쓰기는 전형적인 '권위에의 호소'입니다.
그 만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이게 그의 팬들의 방어 논리인 것 같은데요.
그 만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해야만 사랑하는 것도 아닙니다.
누가 사랑을 정의하고 재단합니까.
소위 대한민국 1세대 영화광으로서,
키노, 로드쇼 등등 잡지를 만들거나 참여한 전력이 있다고 해서
영화에 대한 유권해석자인양 구는 그런 태도,
대중이 그의 글을 외면하기 시작한 것은, 딱 그 태도 때문이었다고 봅니다.
이제 소위 씨네필들 빼고 누가 그의 글을 읽습니까?
비평이 죽은 것이 아니라,
일부 고답적인, 유권해석자라도 되는 마냥 구는
영화 꼰대들이 죽어가는 것입니다.
정성일 씨를 비롯한, 현학적 글쓰기로 존재증명하시는 평론가분들..
그분들이 이 글을 읽진 않으시겠지만,
드리고 싶은 글입니다. 명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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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글의 출처를 여쭤봐도 될까요?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