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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기]  크라이테리언 천국의 나날들 Days of Heaven 1978 4K UHD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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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2-29 12:14:00

 

 

Terrence Frederick Malick은 일리노이 주 오타와에서 레바논 계 지질학자인 아버지와 아일랜드 계 주부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19431130일 태어났다.

 

멜릭은 고등학교 때부터 독립해서, 사립학교 -> 하바드 철학전공으로 졸업하였다. 로즈 장학금으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원에서 철학을 연구하였으나, 담당교수와의 견해 차이로 석사학위를 취득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 후 멜릭은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일하면서 MIT에 철학 강의를 나갔다.(굉장히 지루해서 학생들이 기피했다는 소문)

 

 

68년 음악가였던 막내동생이 자살한 후, “멜릭은 심경에 변화를 일으켜, 철학을 버리고 69년 그 당시 신설된 AFI(미국 영화 연구소)의 부설 영화학교에 들어가 석사로 수료한다. 그의 졸업작품은 워렌 오츠해리 딘 스탠튼주연의 단편 코미디영화 [Lanton Mills]였다. 그곳에서 영화계 인맥을 넓혀, [더티 해리]의 초안, 정식 메이저영화 작가 데뷔는 [포켓 머니(1972)]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다. (포켓 머니는 리 마빈과 폴 뉴먼 주연이라던데 꽤나 재미가 없엇던지 비디오로도 본 적이 없던 것 같다.)  후에 영화계의 시인, 철학자로 불렸던 걸 떠나서 초기 필모는 대부분 코미디 영화가 주를 이루었다. (감독은 좋아하는 영화로 [쥬랜더(2001)을 뽑은 적이 있다.)

 

그가 쓴 [데드헤드 마일즈]의 각본이 스튜디오(파라마운트)에 의해 난도질 당하자, 그는 직접 쓴 대본으로 자신이 감독하기로 마음먹는다.



 

지금까지의 모든 작품이 크던 작던 코미디적인 요소가 있었다면, “멜릭은 더 이상의 코미디를 거부하고 진지한 드라마에 도전할 생각을 한다. 그가 각본을 쓰기 시작한 것은 실제 연쇄살인범과 그의 여자친구의 이야기를 접했을 때였다.



황무지(1973)

 

이 영화는 58년 실제로 있었던 찰스 스타크웨더커플의 연쇄 살인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멜릭의 영화학교 교수 중 한 명이었던, “아서 펜[우리에겐 내일은 없다(1967)] 역시 실존 인물 보니와 클라이드를 으로 했으며, 도주 중 연쇄살인, 연방 법 집행자들의 추적 등 공통점이 많고 감독이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하는 작품이지만, 그와 별개로 멜릭은 아주 특이한 영화를 만들었다.  

 

 

비슷한 인물, 배경을 가진 유명한 작품들 ([우리에겐 내일은 없다], [전설적인 은행강도 딜린저 소재로 한 액션물들], [내일을 향해 쏴라], [델마와 루이스], [퍼펙트 월드], 후에 이 영화에 영감을 받아 타란티노가 각본을 쓴 2작품 [트루 로맨스], [올리버 스톤의 킬러]) 과는 완전히 다르다.  (특히 [트루 로맨스]는 이 영화의 OST한스 짐머가 리메이크로 다시 재현할 정도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액션성이 강조된 것만 빼면 진정한 리메이크라고 봐도 될 정도로)


 

이 영화가 특이한 점은 여러 건의 살인이 나오지만, 그것이 액션의 쾌감이나 공포로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동물들 끼리 사냥하는 것을 보는 듯하게 아주 관조적으로 찍혔다는 점이다. 특히 여주인공 홀리의 자신의 눈앞에 벌어지는 그 살인들이 자신과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말하는 3인칭 적인 관조적인 나레이션은 감독의 시선을 그대로 반영한다. (사실 홀리의 감정들은 관객으로는 알기 쉽지 않은데, 같이 다니는 키트역시 몰랐을 거라고 확신한다.)


 

마틴 쉰이 맡은 키트는 전형적인 반사회적 인간이나, 그것은 현대사회의 사이코패스적인 욕망에 가득찬 연쇄살인마의 정의에는 부합하지 않으며, 마치 동물에 가까운 야생성으로 인한 사회부적응자에 가깝다.

 

결말 역시 이런 류의 영화들의 엔딩들과 매우 판이한데, 실제 사건 그대로 옮겼을지는 모르겠으나, 그 당시 영화들의 극적인 요소와 영화적인 엔딩을 기대했다면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의 결말은 개인적으로 아주 인상적이었다.  

 

등장인물들의 주고받는 시선과 다 내려놓은 듯이 주절대는 키트의 의미없는 대사들.

반면 끝나기 15분 전부터 엔딩까지 아무 극중 대사없이 입을 꾹 다물고 있는 홀리의 침묵 대신 그녀의 내면의 목소리인, 여전히(?) 아무 감정없는 나레이션을 통해 이 영화의 실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 흔하디 흔한 도망자 영화들의 와장창(?) 엔딩보다, 이 영화의 결말은 오히려 더 특별해 졌는데, 그 만큼 여운이 남는 엔딩이다.

 

 

연쇄살인 커플에 대한 이야기지만 동시에 시적이고 서정적이다. 이 영화는 뉴 아메리카 시네마의 대표작 중 하나이며, 미국 중남부를 가로지르며 배경으로 나오는 미국의 자연과 지평선(멜릭의 초기영화에 나오는 주요한 미장센) 속으로  커플의 여정과 인간들의 운명(삶과 죽음)을 관찰자 시점으로 보여주고 있다.

 

 

추상적이고, 시적이며, 기괴하지만 동시에 몽환적인 이 영화는 그 후 수많은 추종자를 낳았다.  (이 영화를 21세기에 다시 되살린 건 다름아닌 구스 반 산트[엘리펀트(2003)]라고 개인적으론 생각한다.)

 

 

워너는 소규모, 독립영화였던 이 영화를 높은 가격에 구매했으며 (그래봐야 영화 한편 제작비보다는 훨씬 쌌다),  메이저들이 앞 다투어 멜릭에게 관심을 보이는 계기가 되었다.




 

 

그 중 그에게 관심을 보였던 제작자는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대표적인 프로듀서 중 한 명이었던, “버트 슈나이더”([이지 라이더], [라스트 픽쳐쇼] 제작)였다.  (그가 75년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상 수상시 베트남 해방 발언 및 반전 발언을 하자, “시나트라가 정치적인 발언은 아카데미와 상관없다라고 변명(?)을 했고, 맨 마지막에 최우수 작품상을 주러 나온 워렌 비티시나트라를 늙다리 공화당원이라고 욕했다.)


 

슈나이더멜릭75년 쿠바를 여행하며 신작 제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듬해, 프로듀서와 파라마운트는 멜릭의 신작에 대한 계약(제작비 300만 달러)을 체결한다. “멜릭의 실제 머리 속엔 변변한 각본(초기엔 가짜로 라도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각본대로 찍은 영화가 아니다)도 없이 시놉시스랑 계획서가 다였지만, 유명 독립 프로듀서의 입김이 들어가 투자금을 무난히 이끌어 냈다. ( 그 결과, 초과 제작비는 온전히 제작자 슈나이더의 몫이었고, 이후 그 덕분에 개고생을 하게 된다.)

이 작품에 대해선 뒤에 다시 얘기하고자 한다.

 



 

78년작 이후 “Q”라는 프로젝트(후에 [트리 오브 라이프]에 영향을 주었다.)를 준비하였으나, 모든 것에 염증을 느껴 파리로 이사한 후 은둔자의 삶을 살았다. (사실 그 전이나 그 이후에도 멜릭은 홍보활동이나 제대로 된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  그 은둔의 와중에서도 각본 작업(89년에 이미 [씬 레드 라인] 초안이 나왔다)이나 다른 영화 준비는 꾸준히 하였다. 그 동안 수백만 달러를 투자한 투자자의 성화에 못 이겨, 마침내 1997[씬 레드 라인]의 초 호화  캐스트(?)를 데리고 감독으로 복귀하였다.

 



 

1995멜릭의 신작 소문이 나자마자 단 2편의 영화로 전설이 된 감독을 헐리우드의 대부분의 배우들과 제작자, [소니](중간에 취소)[20세기 폭스] 두 메이저가 환영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특히 배우들 쪽에서 먼저 제작사에 앞 다투어 금액과 역할에 상관없이 써 달라고 난리를 피웠다. (그 당시 헐리우드 유명 배우들 거의 모두가 이 전설적인 감독의 신작에 열렬히 참여하고 싶어했다.)


 

잘 알려진 얘기지만 수많은 주인공급 배우들은 겨우 촬영에 참여하였다고 하여도 대사 몇 줄 나오는 까메오로 만족해야만 했고, 엄청난 촬영 분이 삭제되어 비중이 줄어들거나 아예 편집 상에서 사라진 캐릭터도 허다하였다.


 

촬영 후 편집실에서 영화를 다시 만드는 멜릭이 편집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는 그 당시 무명 중에 무명인 짐 카비젤이 맡은 위트 일병이었다. 그 덕분에 별나기로 유명한 짐 카비젤의 경력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 영화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론 굳이 따지면 [황무지]의 정서에 더 가까운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표면적으론 80, 90년대 전쟁영화의 얼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멜릭다운 분위기는 여전히 유지한다.

 

 

특히 이 영화가 특이한 점이라면 격렬한 전투 중에도 일본군이 자세히 묘사되지 않는다. 저 멀리 몇 안되는 실루엣으로 보일 뿐이며, 전투 중에 포탄 맞고 쓰러지는 것이 묘사되는 건 오직 미군 뿐이다. 결국 멜릭의 전투는 내면의 자기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듯 보인다.  

그나마 고지 점령 후에는 일본군이 잠깐 본격적으로 등장하긴 하는데 포로들과 야전병원의 묘사 뿐이며, 전쟁영화의 적군이라기 보다는 같이 죽어가는 인간들의 배경의 역할에 충실한다. 막바지 부분에 나오는 일본군들의 장면도 전투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이다. (사냥과 그 대상물이 더 적합한 표현이다.). 처음부터 멜릭은 적군에 대한 묘사를 제대로 할 생각이 거의 없었다고 보여지며, 그래서 일본군이 아니라 그냥 원주민으로 대체해도 이 영화의 주제는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의 적군은 일본군이 아니라,

인간 군상들이 맞이하는 죽음에 대한 감정이다.

 

 

또 차별화되는 점이 하나 있다면, “크리스토퍼 놀란이 크게 영향받았다고 얘기했던 플래시백의 사용인데, 병사 중 한 명(누군지는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유명 배우는 아니였다.)이 머리 위 총알이 날아오고 포탄이 옆에 떨어지는 데 자꾸 딴 생각(고향에 두고 온 마누라)을 하는 씬들이다. 지옥 같은 전쟁터와 대비되는 감성적인 화면이긴 한데 딱히 특별한 느낌이 든다고는 개인적으론 안 들었다.

 

 

전체적으로 개인적인 감상은 영화 자체가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이 들락거림으로 인해 산만한 느낌이 나며(아예 무명 배우들이라면 모를까 주연급들이 나왔다 없어지니 거기에 신경쓰여 집중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비중은 짐 카비젤숀 펜이 제일 크긴 하지만 엄밀히 말해 주인공이라고는 말하기 힘들다. (사실 이 영화엔 주인공이 없다. 그냥 전쟁 속의 인간들의 고뇌가 주인공이라면 주인공이랄까) 그의 장기인 아름다운 화면 미장센도 그다지 보이지 않음으로 약간 실망스러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필자는 멜릭70년대 작품들을 좋아하지 그 이후, 지금까지 나오고 있는 영화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별 관심이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놓은 그의 작품들 중에 최고 걸작이라고 생각되는  영화의 4K UHD 블루레이를 지금부터 얘기해보고자 한다.

 

 

 

 

 

 

 

 

 

DIRECTOR-APPROVED 4K UHD + BLU-RAY SPECIAL EDITION FEATURES

•  New 4K digital restoration, supervised and approved by director Terrence Malick, camera operator John Bailey, and editor Billy Weber, with 5.1 surround DTS-HD Master Audio soundtrack

•  One 4K UHD disc of the film presented in Dolby Vision HDR and one Blu-ray with the film and special features

•  Audio commentary featuring Weber, art director Jack Fisk, costume designer Patricia Norris, and casting director Dianne Crittenden

•  Audio interview with actor Richard Gere

•  Interviews with Bailey, cinematographer Haskell Wexler, and actor Sam Shepard

•  English subtitles for the deaf and hard of hearing

•  PLUS: An essay by critic Adrian Martin and a chapter from director of photography Nestor Almendros’s autobiography

 

 

 

 

 

 

비디오

 

Codec: HEVC / H.265
Resolution: Native 4K (2160p)
HDR: Dolby Vision, HDR10
Aspect ratio: 1.85:1
Original aspect ratio: 1.85:1

 

 

 

먼저 2010, 크라이테리언에서 처음 블루레이가 출시되고, 절판 되면서 최근까지도 이 블루레이는 중고나 신품이 고가에 거래되던 전설적인 타이틀 중의 한 편이었다. 21년 파라마운트에서 같은 소스(같은 스캔본이지만 핸들링이 약간 다르다)로 출시된 블루레이가 나왔지만 크라이테리언 독점 부가영상이나 코멘터리 때문에 여전히 크라이테리언이 선호되었다. (가격이 10배 차이)

 

 

개인적으론 이 영화를 대학교 자료실 비짜 테이프로 처음 접했는데,  겁나 지루해서 중간에 그만두었다. 아무리 어린 놈이 예술영화 많이 본 척 하려해도 이걸 1시간 반 동안 볼 수는 없었다.  몇 년 후 오프라인에서 리차드 기어 영화 7천원짜리 싼 맛에 DVD를 집어 들었는데 (물론 예전에 팽개친 작품이란 걸 기억하진 못했다.) 불면증에 특효약이었는데, 사실 단적인 줄거리만 보면 [사랑과 전쟁] 수준의 막장인데 왜 그랬는지는 의문   그리고 10년 전쯤에 EBS에서 본 기억이 난다.

그러니까 처음으로 제대로 집중하면서 본 건 EBS HD 화면이었을 텐데, 이 영화는 영상미가 아름다운 작품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그래서 앞서 말하자면 이 영화는 반드시 좋은 화질 보아야 한다.

 

 

2312월 크라이테리언에서 새롭게 4K 스캔, 리마스터링해서 새롭게 UHD 블루레이를 출시하였다. 동봉된 2K 블루레이는 4K 리마스터링이 아닌 2010년 블루레이 그대로 수록하였다.(화질과 메뉴로 봐선 그렇다고 생각된다 확신이 없는 것은 10년판 블루레이가 비싸서 못 샀) 그런 이유로 2K(1.78:1)4K(1.85:1)는 화면비가 약간 다르다.

 

 

 

지금까지 2K로 봐왔던 이 영화는 75인치 이상 대형화면이라면 전체적으로 2K4K의 분위기가 상당히 다른, 마치 처음 보는 영화처럼 새롭게 보이는 편으로, 4K UHD 화면으로 보다 다채로워지고 좀 더 황홀한 경험을 제공한다.

전반적으로 2K 보다 어두워지고 고급스러워진 분위기에, 해상도나 윤곽, 그레인 모든 면에서 2K를 능가하는 화면이다.


 

어차피 70년대 촬영자체가 최신 영화처럼 클리어하고 명확한 해상도를 구현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해상도 측면에서는 눈에 띄게 발전하진 않았지만, 발전된 색감과 그라디에이션이 채로운 명암, 다소 들뜬 2K 블루레이 SDR의 실내장면보다 보다 개선된 암부, 이 영화는 HDR이나 돌비비전으로 볼 때 아주 특별한 경험을 안겨주는데, 특히 야간 장면의 대형 화재 장면에서 그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 된다.

 

 

시종일관 배경 중 하늘부분에서 알싸한 필름그레인이 보여지지만, 전체적으로 거부감있는 부분은 없으며, 이 아름다운 촬영을 만끽할 수 있게 인위적인 DI가 배제된 이 물리매체의 화면은 감독과 촬영감독의 의도를 그대로 살린 크라이테리언의 또 하나의 홈런이다.


 

개인적으론 이 영화의 팬이라면 이 UHD 블루레이를 적극 추천한다. 게다가 영화 내내 대사도 별로 없고, 있어도 중학(요샌 초딩) 영어 수준이라 쉽게 따라갈만 하다.

 

 


 

 

오디오

 

English: DTS-HD Master Audio 5.1 (48kHz, 24-bit)




 

2010년 블루레이와 같은 오디오 품질로 보인다. (비트레이트를 측정했을 때 거의 같은 비트레이트를 보인다.)

 

오리지널 음향은 돌비 스테레오지만 블로우 업 된 70mm 프린트를 통해 5.1을 획득했다.  타사의 블루레이나 DVD에서는 2채널을 제공하는 판본도 존재한다.

 

대부분의 런닝타임에서 조용한 OST가 흐르고, 5.1채널로 표기되어 있지만 가상사운드를 지원하는 리시버라면 특정장면(비행기씬)에서는 애트모스 천정 스피커도 울려주기도 하는 편이다. 프론트 채널 뿐만이 아니라   몇몇 씬과 대형화재 시퀀스에서는 우퍼와 리어 채널도 생각보다는 바삐 일을 한다. 따라서 음질에 관해서는 특별히 불평이 나올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

 

 

이 영화의 OST는 거장 엔리오 모리꼬네가 맡았다.

그 당시의 모리꼬네의 행적은 이미 이탈리아와 프랑스영화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던 신진 작곡가였다.

헐리우드 데뷔작은 [죠스1975]의 인기에 힘입어 나온 [올카(1977)](사실 파라마운트 배급, 제작지원이지만, 유럽의 전설적인 제작자 디노 드 로렌티스작품이라 아직까진 유럽영화라고 봐야 할지도 그렇게 따지면 60년대의 스파게티 웨스턴까지 거슬러 올라가긴 하는데 정식 영화 제목이 영어로 된 걸로 부터 따지겠다.)였지만, 실질적인 미국영화 데뷔작은 이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실제로 본격적으로 미국 작품에 참가한 것은 80년대 이후이다.

 

 

 

어쨌든 이 영화의 모리꼬네의 음악은 그 만의 개성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작품이다. 오프닝은 해리포터(당연히 그의 생전에 거의 300여편(재사용 제외)의 작품의 작곡에 참여했다. 자신도 기억못하는 작품이 있을 것이다..)상당히 비슷하고.

그러나 그의 감미롭고도 신비로운 선율 자체는 이 영화와 가장 부합되며 어울리는 음악이며, 이 역대급의 영상미와 잘 어울린다.

 

 

 

 

 

 

 

영화

 

 

 

극 중 검은 모자와 검은 옷을 입은 특이한 주민들은 그 당시 촬영지(캐나다)에 실제 거주하던 소수종파인 후터라이트 종파 사람들이다. 다른 북미의 소수종파처럼 문명을 거부하고 공동체적인 경제 생활을 한다. 촬영지에서 보이는 공동 경작의 밀밭, 증기 구동식 트랙터, 콤바인은 그 들의 것이었다.

 

 

그래서 일까, 이 영화에서도 다소 별난(?)” 촬영감독이 낙점되었는데

 

 

 

Nestor Almendros


 

1930년 스페인에서 출생했지만, 그의 나이 18세때, “프랑코정권에 반기를 든 아버지가 망명한 쿠바로 온 가족이 이주하였다.   그 후 이탈리아에서 영화촬영을 공부하고, 쿠바와 뉴욕을 오가며 다큐멘터리나 단편을 연출하였다.

 

 

59년 쿠바 혁명 이후, 정권에 비판적인 다큐멘터리가 상영 금지되자, 그는 거주지를 파리로 옮기고, 64년부터 에릭 로메르의 작품들을 촬영 하였다. (우연히 로메르의 단편 촬영장에서 알바 중이었는데, 마침 촬영감독이 때려쳤을 때 대타로 투입되었다.) “로메르의 여섯 편의 도덕 연작 중 네 편([모드집에서의 하룻밤] 포함)을 포함한 누벨바그작가들의 작품에 참여했다.

 

그가 촬영감독을 맡은 트뤼포의 실화 바탕 영화 [야성의 아이(1970)]의 팬이었던 테렌스 멜릭의 초대로 드디어 미국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이 영화의 광팬인 또 다른 미국 감독은 자기 영화(1977)트뤼포를 출연시키기도 하였다.)

 

 

[천국의 나날들]의 역대 급의 촬영으로 성공적인 헐리우드 안착을 한, “알멘드로스는 그 후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소피의 선택], [블루 라군](촬영감독의 최고작을 따지자면 [천국의 나날] 따위, 촬영 기술과 상관없이 브룩 쉴즈의 몸매가 최고의 미장센이다. 등 작가주의 감독들의 영화를 촬영하여 명성을 드높혔다.


 

[천국의 나날들]로 아카데미 촬영상 수상, 그 후에도 3번이나 노미네이트 되었다.


 

80년대 중반부터 쿠바의 정권 비판에 나서 몇몇 다큐를 감독했다. 특히 동성애자의 탄압과 차별철폐 운동에 나섰으며, 한번도 대놓고 커밍아웃을 한 적은  없었지만, 추후에 에이즈로 인한 림프종 암으로 9234일 사망하였다.







알멘드로스는 기본적으로 화면을 단순화하는 것을 모토로 삼았다. 인공적인 연출(조명, 필터, 특수효과) 거부하고 무성영화 시대의 순수한 자연광 촬영을 선호하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미장센이 기본적으로 네덜란드의 화가 요한 베르메르의 화풍에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그의 대표작이자 헐리우드 데뷔작 주제에 아카데미 촬영상을 챙겨간 [천국의 나날들]의 화면은 더 특별하다.

 


 

먼저 멜릭이 수집한 1910년대 사진들(오프닝에 쓰였다.)을 바탕으로 그 당시 시대적인 질감, 즉 의상과 소품, 건물의 컨셉을 확정하고 그에 맞는 촬영 방법에 대해 고민했는데, 이 작품에서 최대한 인공적인 조명을 배제하고, 극중 중반에 배치된 농장 씬들의 상당 부분을 매직 아워 (일출 직전, 일몰 직후 각 20분씩)에만 촬영했다. 노가다처럼 날씨가 좋지 않으면 그날 공치는 거

 

 

신인이나 다름없는 감독에, 유럽에서 데려온 촬영감독의 말도 안되는(아직 파격적인 미장센이 낯선 그 당시 메이저 영화사 스탭입장에선) 설정이나 촬영방식은 현장에서 마찰을 유도하였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 촬영 감독은 기존의 스탭들이 설치해 놓은 조명이나 반사판들을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제거할 지경이었다. (거의 조명 팀이 필요가 없는 상황이니 노조원들 입장에선 밥줄이 달렸을지도.)



 

그 덕분에 배우들의 얼굴이 영화 내에서는 음영이 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서, 표정연기를 알아보기가 좀 힘든 면이 있다고 개인적으론 생각한다. (그 당시 70년대 대부분의 메이저 상업영화들의 경우엔 이럴 경우 촬영 *같이 하네 라는 호통과 함께  해고될 듯.)

 





 

 

북미 중부지방 특유(배경은 텍사스 주지만 실제로는 캐나다 앨버타 주에서 촬영)의 두꺼운 구름층이 거의 없는 쨍한 태양 빛은 반사판이나 조명 설치를 하지 않으면 인물의 그림자나 음영 때문에 대비가 심해, 극단적으로 말하면 배우의 얼굴이 역광에 가리거나,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데 (실제로 다른 시간 대에 같은 씬을 연속해서 찍을 때, 교묘히 배경과 인물 방향을 180도로 돌려서 찍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어차피 주변은 허허벌판이었으니),

회화 같은 미장센 (이 영화에서 미국 화가들 Andrew Wyeth, Edward Hopper의 회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서술한 바 있다.)의 구현을 위해 롱 숏이나 익스트림 롱 숏, 망원 렌즈 사용이 빈번하게 쓰이는 이 작품에선 배우와 가까운 조명 설치는 불가능했으며 의미가 없었다.

 

 

영화와 Andrew Wyeth 비교

 

 

 

영화와 Edward Hopper 비교

 

 

 

 

따라서 멜릭과 촬영감독은 실외 촬영에도 감도가 높은 필름 + 과다 노출로 전체적으로 진한 색감의 느낌이 아닌, 파스텔톤 화면을 기본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온 종일 내내 놀다가 매직 아워에만 촬영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었다. (반면에 전편 [황무지]는 눈부시게 파란 하늘과 싱그러운 초록색을 자랑한다.)

 

 

 

그 상황을 뚝심있게 지지한 사람은 감독인 멜릭이었다. 그는 점점 더 실내나 야외촬영에서도 최소한의 조명이나 반사판 없이 촬영하기를 강행했다. 이 특별한 영상을 미리 알아보고 동참한 몇몇 크루들을 빼고는 일종의 사보타지가 횡횡하였고, 덕분에 촬영은 더 늘어졌다.

 



 

물론 몇 년 전에 이미 큐브릭75년 작에  전설의 짜이즈 특수 렌즈 50mm f/0.7을 사용해서 촛불로만 18세기의 야간 실내 씬을 필름으로 구현한 바 있고, 이 영화에는 매직아워 시간엔 55mm T1.1 렌즈, 그 외 실외 T1.4 ~ 2의 광량으로 촬영되었다. 테스트 촬영 후 현상시 밝기를 올렸지만,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되자, 최소 조명 촬영이 강행되었다.

 

 

카메라 테스트 중 밝기가 한계에 다다르자, 셔터 스피드를 줄여서 초당 12프레임, 8프레임까지 내려서, 배우들이 자체 슬로우(?) 모션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도성]을 생각하는 분이 계시다면 정답입나다.)

나중에 24프레임으로 돌리면 정상속도처럼 보이는 원리이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의 배우들을 제외한 촬영, 조명팀은 겨우 6~7명으로 줄어들고, 호텔에서 현장(편도 1시간)까지 가는 밴 1대 안에서 그날의 즉흥적인 연출에 대한 회의를 하곤 했다.

 

 

 

메뚜기 떼 장면은 헬기에서 검정으로 색칠한 땅콩껍질을 떨어뜨리고, 배경인물들은 뒷걸음이나 반대로 움직이게 연출했다. 그 후 촬영분을 거꾸로 리와인딩해서 메뚜기 떼가 날아오르는 듯한 고전적인 사기(?)를 쳤다.





 

 

대규모 화재 장면은 약 2주간 촬영되었으며, 매일 밤 위치를 옮겨서 불을 신나게 질렀고, 상당히 위험한 촬영이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지만 운이 좋아서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트랙터가 불길을 뚫고 달리는 위험한 장면은 감독이 운전했다.)

 

 

 

이 모든 상황에 약 50일로 예정되었던 알멘드로스의 촬영 스케줄은 끝나버리고, 그는 다음 스케줄, 미리 계약된 트뤼포작품을 위해 중도에 떠나야 했다. 그 당시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로 명성을 올리던 헤스켈 웩슬러가 나머지 촬영(추가촬영을 제외한 19일간)을 맡았다. 그는 1주일 전에 촬영지에 미리 와서, 촬영현장을 보면서 감독 및 알멘과 함께 향후 촬영방식을 조율했고, 미리 찍어 놓은 장면들의 톤을 유지하기로 결론을 지었다.

 

 

 

전반적인 촬영은 작은 스텝이라도 기본적으로 여러 대의 카메라와 파나글라이드(파나비전 버전의 스테디캠, ”웩슬러는 이미 전작 [영광의 뒤안길(Bound for Glory]에서 가렛 브라운의 초기 스테디캠을 잘 사용해서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하였다.), 트래킹 샷 등은 꼼꼼히 썼으며, 클라이막스 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 메뚜기 떼 씬과 대 화재 씬은 의외로 현장감있게 찍혔다. (배우들이 위험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물론 제대로 된 조명이나 장치가 없어 그 씬들은 주인공들도 화면 상에선 식별이 거의 불가능하다.)

 



 

민감한 관객이라면  두 촬영감독의 구분이 가능할 정도로 색감이나 조명 사용 방법이 약간 다르다. (웩슬러가 오자 이제 시간에 쫓긴다는 것을 알게 된 프로듀서 덕분에 매직아워 이외에도 촬영했다.) 유명한 일화지만 웩슬러로저 에버트에게 보낸 편지에서 런닝타임의 반 이상이 자신이 촬영한 부분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사실 기간으로만 따지면 웩슬러의 촬영기간은 알멘드로스의 절반 이하이다.)

 

오프닝 크레딧, 아카데미상은 알멘드로스가 독차지 하고, “웩슬러은 엔딩 크레딧에 추가 촬영자로만 올라가 있다. 구별하는 방법은 농장 씬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촬영이 웩슬러촬영이다. (당연히 겨울 풍경씬을 포함한  일부 농장씬도 웩슬러촬영 분이 섞여있다.)

 

 

 

웩슬러가 억울한 면이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이 영화의 모든 죽여주는(?) 씬들이 알멘드로스촬영(70년대의 헐리우드는 카메라 오퍼레이터를 별도로 두는 게 노조와의 협약이라, 실제로 그가 카메라를 잡은 건 아니였지고, 그 당시 이미 HIV 보균자로서 그 때부터 의심되는 시력 감퇴로 카메라 테스트를 카메라 뷰파인더가 아닌 폴라로이드 사진을 촬영하여 돋보기로 봐야할 지경이었지만,)인 것은 부정할 수 없으니, 이 영화의 영광은 그에게 돌아가는 게 맞는 거 같다. 

(“알멘드로스가 사망한 후 웩슬러도 이 영화가 그의 작품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웩슬러는 후에 인터뷰에서 그는 전적으로 기존 촬영분의 톤을 따랐을 뿐이며, “알멘이 죽기 전이라도 상을 탄 것에 대해 안도감을 느낀다고 하였다.)

 

 

 

그 덕분에 촬영 기간은 계획과 다르게 늘어났으며(사실 실제 촬영은 총 70~80일 이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면 40년대 헐리우드 같았으면 3주 분량이다. 그만큼 다양하게 찍은 게 별로 없다. 

대부분의 매체에서 이 영화가 1년의 촬영기간이 걸렸다고 소개하는 데, “알멘드로스에 따르면 53(알멘) + 19(웩슬러)이다. 따라서 넉넉하게 잡아도 80일이다.  (그나마  앨버타 주 산골에선 11월 초 부터 눈이 와서 겨울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다.)

 

 

 

 

대신 편집기간(1년 훨씬 넘게 걸린) 중에 감독은 예전 촬영지도 아닌 LA로 배우들을 따로 불러다가 몇 장면씩 추가 촬영을 해야만 했다. (정식 촬영당시 대본이나 콘티가 따로 없었던지라 추가 촬영이 필수적이었다.  역시 알아볼 수 있는 포인트는 롱 샷이 아닌 표준렌즈 의 일반적인 인물 프레임사이즈나 클로즈 업 장면 중에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아무리 맬릭이라 하더라도 애초에 풍광이 다른 LA에서 추가 촬영이라 넓은 배경을 쓸 수는 없었다.)   그 덕분에 3백만 달러의 예산은 애저녁에 초과해서 제작자는 딸라 빚”(집 담보대출, 미국이니 달러 빚 )을 내서 충당했다.

 

 

 

 

[천국의 나날들]의 제작 방식은 감독의 처녀작이었던 [황무지]와는 달랐다. 소위 고다르식 즉흥연출을 도입한 이 작품은 대사와 화면연출로 줄거리를 설명하는 방식 대신 극중 등장인물이자 어린이의 시선에서 린다의 나레이션(아마도 나이든 후에 회상하는 방식이다.)이 이 영화의 대부분의 정보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이런 연출방식이 드물게 종종 몇몇 감독들에게 시도되다가, 누벨바그 -> 90년대 홍콩 구정(?) 영화들(대사와 설정이 당일 전달된다)을 거쳐 왕가위에게서 꽃 피웠다.)



 

 

따라서 이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극중 전개 과정이나 갈등을 보여주는 씬들은 매우 부족(?)할 정도로 무성의하게 연출된 반면 (달리 말해 미사여구를 쓴다면 은유적이고 간결한 , 생략된 시적인 영상언어로 포장 가능하다.)  런닝타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활한 텍사스 주(다시 말하지만 실제로는 캐나다 앨버타 주)의 풍광과 거기에 프레임에 들어갔다 빠져 나오는 등장 인물들과 배경 군중들, 황량하지만 아이코닉한 건축물들이 마치 19~ 20세기 회화를 보는 느낌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감독은 편집실에서 노골적으로 줄거리를 설명하는 장면이나 필요한 대사가 나오는 장면을 상당부분 폐기했고 나레이션으로 대체하였다. 반면 다른 감독들이 찍었다면 자투리로, 예비로 찍었을 법한 촬영 장면들을 영화에 집어 넣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는데, 특별한 대사도 없이 등장인물들 끼리 노는(?) 것을 찍은 게 많은 듯 보인다.  이는 상당부분이 감독이 기본 설정만 주고, 아예 배우들 자신의 애드립을 허용한 채, 자세한 디렉팅 없이 현장의 분위기를 포착하는 데 노력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래서 인지 이 영화는 수많은 칭송과 지지를 받는 작품이지만, 각본이나 이야기 구조 및 주제에 포커스가 맞추어진 작품은 아니였다. 주로 호평을 받는 부분은 촬영과 연기.

그러나 사실 개인적으론 전체적으로 이 작품의 배우들의 연기가 썩 좋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앞서 얘기했듯이 촬영환경 때문에 테이크를 여러 차례 갈 수 있는 형편이 아예 아니였다. 

하지만 단 한명 눈길을 끄는 배우는 농부 or 지주, aka 퐁퐁남 역할을 맡은 샘 셰퍼드”.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베테랑 연기자이다.)

 

[필사의 도전]


[블랙 호크 다운]

 


다른 배우들의 표정연기는 개인적으론 어색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데 (극 중 계속 거짓말을 해야하는 캐릭터들의 불안한 심정까지 감안한 거라면 좋은 연기임을 인정한다.), 마치 현재의 로버트 패틴슨의 미묘한 광기와 닯은 젊은 샘 셰퍼드의 유약하면서도 신경질적인 눈빛과 질투에 사로잡힌 연기는 캐스트 들 중 충분히 손에 꼽을 만 하다.

 

 

 

앞서 기술한 수많은 이유들로 인해 이 영화는 편집에만 약 1년이 훨씬 넘게 걸렸다. (이 영화의 닯은 꼴인 왕가위[동사서독] 역시 서독의 나레이션으로 줄거리를 해결했고, 시력을 잃어가는 양조위알멘드로스의 오마쥬(?)로 의심된다. [동사서독]은 즉흥대사, 즉흥연출, 촬영으로 인해 왕가위 판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에 맞먹는 작품이다. 대사와 설정 들은 상당부분 다른 유명 영화에서 빌려왔다.)

 

 

 

이 영화는 대중을 상대로 한 상업영화라는 측면에서 당연히(?) 흥행에는 실패하였다. (솔직히 필자 역시 온갖 자극적인 영화들이 넘쳐나는 70년대라면 이 영화를 보러 갈 마음이 없었을 듯.)  하지만 이 영화의 진가는 드러나는 법이라서 멜릭2번째 영화로 79년 깐느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리고, 파라마운트의 모 회사인 걸프 + 웨스턴 회장은 이 영화의 팬이라 다음 영화에도 투자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하지만 다들 잘 알다시피 감독은 그 후 20년 동안 후속작이 없었다)

 

 

 

 

 

20세기 초반의 대공황을 배경으로 처음의 의도는 계급구도를 통한 갈등이었겠지만, 촬영이 진행 될수록 (확하게 말하면 편집이 진행될 수록) 인간들의 애정관계에 따른 갈등으로 극을 이끌어 간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것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데 그 목적이 있지 않다. 삼각관계의 애정관계는 딱히 세심하고 자세히 묘사 된다고 생각되지 않고, 은유적으로 관객들의 유추와 상상력으로 이해되도록 하도록 하고자 노력한다는 인상이다.


 

 

넓게 펼쳐진 자연 풍광, 매직 아워에 찍혀진 노을, 관조적인 카메라의 시점은 등장인물들의 모든 것을 관찰하며 1시간 34분 동안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그것이 시청각을 동원하는 영화관람이라기 보다는, 미국의 현대 미술관에서 보내는 시간이나 20세기 초 미국소설을 읽는 감상과 딱히 다르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들지는 모르겠으나 이 영화의 특별함은 어느 시점, 본인이 이해할 수 있는 시점이 되었을 때 비로소 시청자의 마음 속에 들어온다는 생각이 영화를 보면서 느껴지는 감성이다.

 

 

 

20세기 초의 미국의 공기를 담아내면서도 등장인물들의 관계  오히려 배경처럼 보이는, 동시에 진정한 주인공에 가까운 자연 그대로에 가까운 깡촌 시골의 풍광..

 

결국 남는 것은 인간의 허무한 욕망과 애증은 이 영화의 표면일 뿐이다.   거대하고 압도적인 자연 배경 아래, 자본가와 프롤레탈리아의 대결은 표면적인  흔하디 흔한 치정 사건으로 대체되고,

행복이 끝나버려 의심이 가득 채운, 온통 넓은 밀밭 가득 펼쳐진 대지 위에 아주 작은 저택의 공기는 타버린 밀밭의 연기처럼 숨쉬기가 거북하다.





 

그래서 마치 그 자욱한 연기를 헤치고 그들의 운명적인, 그리고 반드시 필연적인 파국이 다가오자 그들의 “Days of Heaven”은 그 끝이 난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는 에덴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로 인해 멜릭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위대한 작가적 지위를 획득함과 동시에 더 나아가, 영화 뿐만이 아닌 20세기 초반 미국의 현대 문학사조에서 기꺼이 이 영화를 주요한 자리에 위치 시킨다.  “멜릭의 영화 중 가장 특별한 이 영화는 매직 아워 중에 찍힌 찰나의 그 지점, 찰나 같은 영화적 영감과 기적으로 완성된 의도치 않은 걸작 중의 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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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4-02-29 13:01:01

짝짝짝~~~ 

이런 글에 뭔 말로 토를 달겠습니까?     찬사의 박수말고... 

두고두고 읽어보겠습니다. 

WR
2024-02-29 15:36:50

언제나 처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MKGD님의 추천글도 구매의 이유가 되었으니, 글 쓰는 데 많은 도움 감사드립니다. 

Updated at 2024-02-29 14:49:46

화질관련 먼저 읽고 후 정독...ㅎㅎ

블루레이, 4K의 스샷비교만 봤을 때는 그렇게 큰 차이는 안 보였는데 HDR의 영향력이 큰가 보군요.

역시 4K는 실제 화면을 보고 평가하는 게 진리같습니다.

천국의 나날들은 아직 미감상인데 장바구니에 추가해야겠습니다.

이 작품 감독이 씬 레드 라인 감독이었군요.

극장에서 아무 정보없이 봤던 작품인데 종군기자가 따라가는 듯한 촬영영상이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WR
2024-02-29 15:39:46

그동안 양놈(?) 리뷰어들에게 많이 속았으나, 이 타이틀은 걔들의 추천이 잘 맞았던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크라이테리언이랑 상성이 잘 맞는 듯) 

감독의 감성이 잘 맞으신다면 좋은 감상되실 겁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02-29 15:10:15

 저도 좋아하는 영화 입니다 자세한 리뷰 잘 봐습니다

WR
2024-02-29 15:42:35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Updated at 2024-03-01 11:52:56

개인적으로도 젊을 때는 보다 던진 영화였는데, 가면 갈 수록 조금씩 계속 앉아 있다가 지금은 별 말 없이 끝까지 보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4K UltraHD Blu-ray도 요즘 시대 들어 와선 별로 특출난 면을 보여주지 못하는 크라이테리온치고, 굉장히 선전한 디스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문에도 언급하신대로 꽤 잘 된 하이 다이내믹 그레이딩은 멀홀랜드 드라이브 비슷한 데 포인트를 두고 작업했다 보이는데, 이 영화의 영상 자체가 훨씬 강렬한 데가 많아서 빛을 본 케이스이기도 하겠고요. 사운드도 연식 문제로 S/N이 좀 갈린 것 빼고는 장르 감안하면 수준급이었으니, 여러모로 좋았다 봅니다.

 

이런 걸 보면 미국 애들은 대개의 영화를, 시간이 지나도 최대한 그 시기에 우수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겠다 싶어서 샘이 나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미래는 불분명해도, 얘들의 미래는 일단 농지는 보이는 듯.

WR
2024-03-01 11:41:59

30대까지만 해도 다시 볼 일 없는 작품인데 나이 먹어 가니 확실히 달라지는 게 있긴 합니다.

처음 4K로 볼 땐 머 그럭저럭 선방했네 하다가 2K와 비교를 위해 보다가 눈 버렸네할 정도의 차이점이었습니다.

예상치도 않게 비행기 소리가 위에서 날 땐 솔직히 놀랬습니다. 로렌스 때도 놀랬지만 그래도 그건 애트모스 타이틀이었으니.

한국 물리매체의 Days of Heaven (사실 미국,일본에 비해 천국도 아니였지만)이 끝나가는 게 보이는 황혼이 안타깝긴 합니다.
조지마님은 그래도 끝까지 열일해 주시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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