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알림] 신고 '차단' 평결제의 역설
안녕하세요 디피 운영자 박진홍입니다.
오늘이 신고차단 평결제(이하 평결제)를 도입한지 정확히 한달이 되는 시점입니다. 평결제에 대한 여러분들의 평가와 시각은 다양한데 이쯤에서 새로 도입된 시스템에 대한 본질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신고차단 평결제의 역설
신고차단 평결제는 '차단'이라는 명칭과는 다르게 발제글 보호시스템입니다. 즉 차단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차단시키지 않는 것이 목적입니다. 보편적 매너만 지켰다면 그 어떤 글이든 프차에서 차단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기본 전제입니다. 똑같은 이유로 논리적 반박이 아닌 짧은 몇 줄의 비아냥 댓글로 상대방의 발제를 주저하게 만들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프차에서 대형 이슈가 터지면 막말이 오고가면서 커뮤니티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이런 스트레스는 게시판 분리 요구 - 운영원칙 문제 제기 - 운영자 비난 - 몇몇 회원의 공개 탈퇴 순으로 분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결제 이전까지는 이런 혼탁한 상황이 지속되면 운영자 홀로 모든 일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글을 모두 삭제합니다. 땜방식 조치가 있고나면 게시판이 다시 깨끗해졌다고 안도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게시판에는 갈등이 없어지고 평화가 찾아오며, 저는 다시 자괴감에 빠집니다. 평결제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프차는 독립된 생태계로 존재해야
프차는 사회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어볼 수도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언론사는 아닙니다. 정보가 제한되어 있으므로 어쩔 수 없이 기존 언론사의 보도를 참조하여 추측하고 갑론을박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어느 누구의 주장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토론 시점에서는 정확히 알 수 없고 시간이 지나 진실이 드러나면 그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해당 시점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의 가치관과 입장에 따라 누구든 치열하게 논쟁할 자유가 있습니다. 따라서 진실이 드러난 후 내가 맞았고 너는 틀렸다는 상호 비난은 옳지 않은 것 같습니다.
프차를 독립된 하나의 생태계로 볼 것이냐 아니면 네트워크라는 거대 온라인 생태계의 일부로 볼 것이냐에 따라 프차라는 공간에 어떤 정보와 주장이 존재해야하는지에 대한 당위가 달라집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세상에 있는 뉴스와 가십과 정보가 모두 있어도 될 것이냐, 아니면 주류의 가치관에 따라 특정 뉴스와 정보는 차단되는 것이 마땅한 것이냐는 문제인데, 운영자로서는 프차를 하나의 독립된 생태계로 보는 것이 당연하며, 한 사이트의 운영자라면 당연히 추구해야할 명확한 방향이며, 게시판의 생명력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입니다. 또한 타커뮤니티의 운영 방침은 디피와 무관합니다. 디피는 디피이며 타사이트의 경향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저기는 저런데 여기는 왜그러냐는 질문은 제 입장에서는 뜬금없습니다.
전쟁의 무기
커뮤니티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환경은 특정 정보나 주장을 제한하려는 시도의 일상화입니다. 특히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세상에 널리 퍼져있는 뉴스와 정보를 폭력적인 방법으로 차단하려는 시도를 지극히 경계합니다. 일방적 정보만 있는 게시판은 그렇지 않은 게시판보다 훨씬 더 존재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 평결제를 일종의 게임이나 전쟁으로 보는 시각이 있고 저도 현실적인 차원에서 일정 부분 동의합니다.
비유하자면 지금까지 전쟁의 무기가 막말/욕설/비아냥/조롱/인신공격이었다면 신고차단 평결제 하에서는 논리와 정보가 무기입니다. 이런 차이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평결제 이전의 방식을 무기로 사용하시는 분들은 - 몇 차례의 경고 단계를 거치지만 - 결국 커뮤니티 활동이 정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쟁에 직접 참전하지 않고자 한다면 익명이든 닉네임이든 차단하면 됩니다. (차단은 제 가치관과 완전 배치되는 정책이기 때문에 아주 힘들게 도입을 결정했습니다.)
여전히 여러분들의 분노할 권리는 인정합니다. 여기가 학교도 아니고 운영자의 말과 운영 방침이 절대 진리도 아닌데 굳이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직접 져야합니다. 운영 원칙이나 운영자를 탓하면 안됩니다.
가중치 X 부정 투표 O
신고차단 평결제는 다수결을 기본 바탕으로 하지만 각자의 표가 다른 가중치를 가지고 있다고 여러번 밝혔습니다. 제가 당초 공지에 운영자 '성향'과 일치할수록 가중치가 높아진다고 에둘러 표현했더니 '거수기 뽑냐'고 댓글을 다신 분을 보았습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가중치는 '성향'이 아닌 '부정 투표자'를 가려내기 위한 방법입니다. 운영자는 막말/욕설 신고가 접수되면 사실 관계를 확인하여 투표합니다. 그런데 현재 투표 결과를 보면 진영 논리에 따른 부정 투표 성향이 뚜렷합니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그 보다 훨씬 더 뚜렷합니다. 발제글에 대해서도 트집을 잡아 신고를 하고, 댓글에서는 더 많은 부정 투표가 발생합니다.
운영자는 신고 항목에 일치하는지 따지고 댓글의 경우 누가 먼저 막말을 시작했는도 유심히 봅니다. (평결제 도입 이후에 일하는 시간이 훨씬 더 늘어났습니다. 죽겠습니다. T_T) 부정 투표가 아닌 정확한 투표를 하는 '성향'을 가진, 즉 똑바로 투표하는 회원님들이 높은 가중치를 갖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이미 말씀드린대로 가중치는 투표 결과에 따라 계속 조정할 수 있으며, 신고 항목에 적시된 대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가중치를 더 높이거나 낮추는 작업을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예정입니다. 가중치가 높냐 낮냐가 문제가 아니라 발제는 보호하고 악플은 닫히고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소위 말하는 내 편이라는 이유로 막말/욕설 댓글을 보고도 삭제 반대를 눌러 부정 투표를 반복하는 회원님들은 앞으로도 계속 가중치가 떨어집니다. 또한 존재하는 정보나 의견에 대해서도 계속 삭제찬성을 누르면 가중치가 떨어집니다. 가중치는 투표 행위를 통해 스스로 높여야 하며, 이를 높이려면 사안에 따라 정확하게 투표하면 됩니다. 또한 가중치를 기획득한 회원이 그 가중치를 활용해 부정 투표에 나서면 다시 가중치가 급격하게 줄어듭니다.
단, 운영자도 평범한 사람이고 판단력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30%의 여유를 두고 있습니다. 즉 100%가 아니라 70% 이상의 일치율을 보이면 투표시 가중치를 받습니다. 30% 이하라면 성향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투표를 하지 않는다고 판단합니다.
또한 제대로 된 평결을 위해 최초 신고자가 어떤 신고 항목을 정하느냐도 중요합니다. 예컨대 비아냥 댓글에 대해 불쾌감이 아닌 거짓 뉴스로 신고하거나 모든 항목을 체크해서 신고하면 평결이 뒤바뀔 수 있습니다. 최초 신고자가 얼마나 이성적으로 신고 항목을 선택하느냐도 투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운영자 투표 '성향'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가지는 분들을 위해 다시 한번 명확하게 알려드립니다. 운영자가 본인 기분이나 정치 성향에 따라 함부로 부정 투표를 하면 절대 기준이 흐트러지고, 현재 만들어 나가고 있는 시스템 전체 데이터가 오염됩니다.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시스템을 운영자 스스로 망가뜨리는 재앙을 초래하기 때문에 운영자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훨씬 더 신중하고 확실한 사안에 대해서만 투표한다는 시실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제 판단 능력 밖의 애매한 신고에 대해서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평결제의 불공정성
완벽한 시스템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가 기관의 최종 결정에도 모두가 만족하지는 못합니다. 만약 디피에서 70인으로 구성된 운영판단 위원회를 선거로 뽑아 사안마다 결정하도록 운영하면 불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없어질까요? 판단 기준이 내 생각인 이상 공정성에 대한 시비는 절대 없어지지 않습니다. 소수의 사례를 예로 들어 시스템을 되돌리거나 무력화하기 위한 공격을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반복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행위입니다. 한번은 의견으로 인정하지만 반복되면 시스템을 부정하는 시비로 간주합니다.
전체 시스템의 불공정성이 명확하다면 운영자는 자기 자신이 아닌 디피의 생존을 위해 밤낮없이 노력해야 하겠습니다만 현재는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고, 말씀드린대로 앞으로도 시간을 두고 조금씩 개선해나갈 것입니다.
20년만에 디피 커뮤니티 게시판 문화가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20년 동안 익숙했던 게시판 문화의 변화를 하루 아침에 모든 분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실망하고 있는 분들께는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런 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 역시 많은 갈등과 고통 속에서 현 시스템을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정리하며 -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나마 괜찮은 시스템
저는 가끔 전화나 쪽지로 막말을 듣는데 대부분 좌빨이나 빨갱이입니다. 그런데 게시판에서는 주로 '저쪽편'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도 수양이 아직 부족해 확 때려칠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만, 생각해보면 극단에서 비판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좋은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가치관이 지나치게 확고한 분들을 위한 운영 시스템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제가 판단하기에 이번 평결 시스템은 제가 커뮤니티에 적용할 수 있는 마지막 시스템이 아닌가 합니다. 이런 시스템에도 불만족한다면 제가 더 이상 여러분들께 제시할 수 있는 방법론은 없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내가 보고 싶지 않은 글을 차단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글을 서로 독려할 수 있는 방향으로 프차가 발전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운영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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