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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퍼옴)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님의 글입니다.

시네마토그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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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9-08 10:54:34

이번에 서울대와 고대 학생들의 촛불집회에 관한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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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들이 조국교수의 일로 촛불을 들었다는 보도를 접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저 촛불을 광주의 전남대생들이나 나주의 동신대생들이 같이 들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었다. 만약 같이 들 수 있다면, 그것은 새아침을 부르는 촛불일 것이다. 아니라면? 그것은 공동묘지 도깨비불일 것이다. 왜냐하면 모두를 위한, 모두에 의한, 모두의 좋음만이 참된 공공선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소수를 위한, 소수에 의한, 소수의 좋음은, 타도해야 할 특권일 뿐이다. 촛불 아니라 횃불이라도, 우리 모두가 같이 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불장난일 뿐이다. 그러므로 먼저 촛불을 드는 사람 역시, 그것이 정녕 모두를 위한 것이라면 자기가 든 촛불을 남들도 같이 들자 불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내 물음은 필요 없는 물음이었다. 주최 측에서 학생증을 검사하고 서울대생들만 집회에 참석하는 것을 허락한다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고려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는데, 이유를 물으니, 외부의 정치 세력의 개입을 우려해서라 한다. 하지만 그 촛불이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면, 내부와 외부를 나눌 까닭이 무엇이며, 처음부터 정치적인 촛불집회에 누가 오든, 같이 동참하겠다는데 마다할 까닭은 또 무엇인가?
답은 없고, 무심히 불구경을 하다, 다시 보니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 대다수가 서울대출신이었다. 주연배우, 조국 서울법대, 조연, 나경원, 윤석열, 원희룡 서울 법대, 유시민, 이진경, 서울대 사회대.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이번엔 도대체 이 드라마의 끝이 어디일까 하는 궁금증을 억누를 수 없었다. 만약 아베 정부가 수출 규제로 못 이룬 문재인 정부의 붕괴를 엉뚱하게도 조국 사태가 이루어 주면, 그 뒤에 황교안이 대통령이 되어 나경원을 법무장관으로 지명하고, 이번에는 그 가족이 운영하는 학교에 압수수색이 들어가고 딸의 대학입학을 빌미로 다시 서울대생들이 정의의 촛불을 들면, 서울대 학생증도 졸업증명서도 없는 나는 관악산 공동묘지에 어른거리는 좀비들의 불장난을 무심히 바라보며, 술잔이나 비우고 있을 것인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조국 교수가 젊은 시절 몸담았던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은 의장이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백태웅이었지만, 학생증 검사 따위는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금 서울대생들의 촛불보다 훨씬 나았다. 그래서 그 시절, 낮엔 노동자로 일하고 밤에는 선린상고 야간을 마친 박노해 시인도 사노맹 중앙위원으로서 백태웅, 은수미와 함께 선언문을 기초했던 것이다. 박노해가 7년이나 옥살이를 할 때, 비슷하게 6년이나 옥살이를 하고 고문 후유증으로 끝내 불임이 되어버린 그 은수미 성남시장도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이었는데, 건강한 젊은 여성을 불임이 되도록 만들려면 어떻게 고문해야 되는지, 그리고 그런 상처는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러야 아무는지, 나는 아무 것도 상상이 되지 않는다. 어쨌거나 그 모두 야간 상고 출신 노동자와 서울법대 출신의 신출내기 교수가 출신학교를 묻지 않고 세상의 악과 같이 싸울 수 있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세월은 흐르고, 시간의 맷돌은 한 때 사랑과 우정 속에 하나였던 조직을 가루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분리되어, 원자로 돌아간 개인은 엠페도클레스의 네 가지 원소처럼 가벼운 불은 위로 올라가고 무거운 흙은 아래로 가라앉게 된다. 같이 고문 받고 같이 옥살이를 했어도, 서울대 나온 사람들은 강남 좌파가 되어 청와대나 국회로 올라갔고, 야간 상고를 나온 사람은 시인이 되어 카메라를 들고 지상에서 가장 낮은 땅, 팔레스타인으로 내려갔다.
생각하면 운명의 여신은 얼마나 비정한가? 오이디푸스가 파멸에 이른 것은 그가 특별히 사악한 사람이었기 때문이 절대 아니다. 그의 잘못은 단지 그가 코린토스가 아니라 테바이를 향해 갔기 때문이다. 그 길 위에서 우연히 부딪힌 사람을 제 아비인 줄 모르고 살해한 것은 누구라도 그럴 법한 정당방위였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할아비의 피 값을 손자에게 받아내기도 하고, 딸이 받은 특혜의 청구서를 아비에게 내밀기도 한다. 저주도 축복도 개인이 아니라 집안에 내린다. 그것이 역사고, 그것이 우리 존재의 서로주체성이다. 나는 오직 너와의 만남 속에서만 내가 되니까.
조국교수가 당하는 봉변도 그가 우리보다 특별히 더 사악하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그가 개인으로서 단정하게, 공인으로서 헌신적으로 삶을 살아온 것을 존경한다. 그런데도 그가 지금 같은 봉변을 당하는 까닭은 그가 이른바 강남좌파이기 때문이다. 오이디푸스가 그 길로 가지 말았어야 했던 것처럼, 그도 ‘스카이 캐슬’의 저주를 피하려면 강남 길로 가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강남 길로 갔고 더불어 그의 딸도 본의 아니게 강남 길을 따라 걸었다. 걸으라고 열려 있는 길이었으니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다들 그렇게 그 길을 걸어 서울대도 가고 고대도 갔으니까.
그러나 열린 길이라고, 모두가 걸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카이 캐슬의 자식들이 대학에서 인턴도 하고, 무슨 논문도 쓰고, 장관이나 총장의 상도 받고 하던 무렵, 너릿재 너머 화순의 학생들 가운데 거칠게 말해 1/3은 집에서 할머니를 돌보고, 1/3은 읍내에서 5만 원 짜리 단과반을 듣고, 1/3은 고개 넘어 광주에서 20만 원 짜리 종합반을 들었다. 강남 길이 열려 있다 한들, 그 아이들이 그 길을 같이 걸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우리가 무너뜨려야 할 것은 조국도, 그의 딸도 아니고, 강남 길이며, 그 길의 처음과 끝에 버티고 선 스카이 캐슬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바로 그 강남 길을 걸어 서울대도 가고 고대도 간 학생들이 촛불을 든 것은 무슨 희극인가? 똑같이 인턴도 하고, 상장도 모으고, 돈 들여 스펙 쌓아 거기 들어간 것이 드러날까 봐, 알리바이를 만들려는 것인가? 자기들은 정당한 방법으로 강남 길을 걸어 스카이 캐슬에 들어왔으나, 그의 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인가? 그러나 입시가 아무리 공정하게 관리되더라도 너릿재 너머 아이들이 강남 길을 걸을 수는 없다. 스카이 캐슬 사람들이 대학입시와 선발제도를 끊임없이 더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이해하려면 입시 설명회가 필요하고 그 길에서 앞서려면 입시 컨설턴트도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스카이 캐슬에 살지 않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입시 자체가 불평등의 재생산장치가 되어 버린 지가 너무 오래 되었다. 서울대 촛불은 그것을 은폐하기 위한 연막이다.
그러니, 학생증 검사가 없더라도, 광주나 나주의 대학생들이 그 촛불을 같이 들 일은 없을 것이다. 건투를 빈다! 열심히 촛불을 들어라. 닥쳐올 분노의 심판 날에 그 불장난이 그대들의 성채를 잿더미로 태워버릴 때까지! 전봉준과 유관순과 전태일과 윤상원이 물려준 이 나라는 별장에서 살뜰하게 접대 받으면서 살 너희들만의 것이 아니라, 또한 너릿재 너머에 사는 대지의 아이들 것이기도 하므로.


시네마토그라프 님의 서명
베어스의 일곱번째 우승을 기원하며.
12
댓글
주먹들어가는입
2019-09-08 01:57:39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20572104&page=2 좋은 글인데 아쉽게도 조기 아래에 있네요..

WR
시네마토그라프
2019-09-08 01:59:32

뒷북이었군요^^

쎄자르
1
2019-09-08 01:58:32

역시 철학과!

LEE HOPE
5
2019-09-08 02:00:30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아!!! 죠

사실 지들이 당한 불이익도 없는데(장학금 박탈충 4~5퍼 애들은 쫌 당했을런지도 모릅니다만 그조차도 조국과 무슨 상관? 그렇게 불이익을 준 교수를 욕해야 차라리 맞지)

담담하게...
Updated at 2019-09-08 02:04:51

     인민의  이해와 요구로서 ...            퍼옴)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님의 글입니다.  

aJin
2019-09-08 02:05:47

좋은 글 입니다. 

주먹들어가는입
2019-09-08 02:11:37

엉..뭔 분노에 찬 댓글이 하나 달려 댓글 달랬더니 사라져버렸네요..

0타바타0
3
Updated at 2019-09-08 02:59:20

이번 사건에 꽤 여러분이 굳이 참전해서 자폭하시네요. 학생증 검사는 외부정치세력 간섭 막기위한 자구책인데 이걸 무슨 학교간 신분차별, 엘리트의식의 표출이라는 식으로 왜곡하네요. 보수팟캐가 근처에서 방송만해도 난리치던 사람들 많은데 아무 제한없이 집회했으면 난장판됐겠죠. 퍽이나 아주들 칭찬했겠네요. 좀 솔직해졌으면 합니다. 교육제도문제가 아니라 교육제도 하에서 행한 편불법이 문제인데 명문대생이 시위하니 갑자기 동일교육제도 수혜자는 닥치라고 허수아비치기 물타기 하죠. 편불법 의혹이 있는 건 조국 딸인데 왜 엄한 수많은 서울대 고대생들이 비판을 받아야하나요? 논문 전수조사 다 해서 처벌됐고(조양은 이번에야 걸렸습니다만) 인턴 다 전수조사해서 처벌하면 됩니다. 그렇게 처벌당한 자들이 적반하장으로 나와서 시위하면 그 때나 이런 글을 쓸 수 있는거지 멀쩡한 학생들이 표현의 자유 시위의 자유를 통해 의견 내는 행위 자체가 비판받고 그것이 법무장관후보 비호를 위해서라는건 참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아마 고대생이 동양대 표창장이 왜 필요하냐 이런 마인드 분들이면 소위 명문대 아닌데 시위한다? 학력으로, 니네가 수시랑 뭔 상관이냐 등으로 다양하고 저렴하게 조롱당할 겁니다. 조국따님이 느네보다 뛰어난거 질투하냐 열폭이다 텝스 900은 맞고 시위해라 같은 말이나 하겠죠. 서울대 고대생이 시위하니까 최소한 이런 얼치기 프로이트 같은 관심법 헛소리는 못하는거죠. 그래도 하고 싶으면 전남대나 상지대나 스스로 하면 되는데 뭐가 문젠지 모르겠네요. 그러더니 말미에 같이 할 일이 없을거라고요? 이제는 학생들의 대변자가 되시네요. 같이 할일이 없으면 애초에 왜 말을 꺼냅니까? 같이 하려다 저들의 엘리트 의식에 의해 거절당한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자신의 생각 뿐이네요. 정권의 유력인사이자 자산가인 조국교수와 그 딸 의혹을 비판하는 학생들을 무슨 미래에 별장에서 접대받을 사람들로 규정하는데서는 논리가 안드로메다로 가네요. 쭉 가시길.

완행거북
1
2019-09-08 04:56:19

글 내용을 너무 지엽적으로 보신듯 합니다.  전체적인 맥락은 서울대 학생들의 시위는 전반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 시위이며  앞으로 입시나 사회적으로 불합리한 부분은 타파해야 한다는 내용 같은데 말이죠...

그랑프리
2019-09-08 03:23:06

 아니 저 양반은 서울대, 고대생들이 다 조국과 같은 "강남 길"을 걸어 서울대, 고려대를 갔다고 다 싸잡아 비판하네요. 그리고 신분증 확인한거는 조국 옹호 세력들이 시위대 속에 일베가 있느니, 태극기부대가 있느니 하면서 비판해서 자체 검열하게 된 것 아닌가요? 이래도 욕하고 저래도 욕하는 것을 보니 그냥 시위하는 것 자체가 싫은 모양인데, 그럼 시위에 반대한다고 말하지 저런 식으로 꼬투리 잡는게 한심하네요.

해왕성
2019-09-08 03:30:06

백태웅시절에 학생증 검사를 안해??? 그때는 학생증검사해서 없으면 조리돌림까지 했는데....

그랑프리
2019-09-08 04:31:02

프락치로 몰려 맞아돌아가신 분들이 하늘나라에서 저 글을 보며 기가 차서 허허 웃고 계실 듯 싶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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