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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친척이 피싱에 당했습니다.

울프맨
8
  2485
2020-03-16 23:15:12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가 심각한 목소리로 통화를 하고 계십니다.

ㅁㅁ야 하고 이름을 부르는걸 보니 사촌동생이름입니다.

옷을 갈아입고 씻으며 통화내용을 들어보니 '돈은 있다가도 없는거다' 라는 말씀을 하시는걸보니

좋지 않은 일이 터진건 분명.

 

씻고나서 푸쉬업과 스쿼트를 병행하며 통화내용에 귀를 귀울입니다.

아무래도 내용상 사기쪽에 당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10분 정도 더 이어지던 통화가 끝나고 어머니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저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나이 30이 갓 되는 사촌동생이 있습니다.

회사 다닌지 5년 정도 되었고, 가정환경은 어려운 편이라 열심히 돈을 모으고, 시험도 합격하고 해서

좋은 일만 있을 줄 알았는데 불행히도 그렇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피싱사기단이 작업을 하기 전에 신상명세를 어지간히 파악해둔 것인지, 메신저인지 메일인지를 해킹하여

절친인척 행세하며 여러가지 이야기를 한 모양입니다.

개인간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신세한탄 이야기를 하며, 사촌동생의 직장 상황과 시험이야기까지 들먹이며

좋은 환경을 강조하고 불우한 절친 본인의 이야기를 하면서 최근 사고를 크게 쳐서 교도소에 가게 되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하니 도와달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였고, 사촌동생은 친구를 도와줄 생각에

 

소중하게 모은 돈과 대출까지 끌어모아 2천이 넘는 돈을 보내버리고 말았습니다.

 

사기단은 영악하게도 은행 송금 취소를 할 수 없는 토요일에 일을 벌였고, 보내고 나서야 뭔가 잘못된걸

깨달았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린 뒤였죠.

 

 

예전에 경찰공무원 준비로 공부를 하며 사기수법들을 봐왔고, 이후에도 뉴스에 사기 뉴스가 등장할

때마다 관심있게 지켜보고 주위에 경고도 하고 하였는데 정작 친척중에 이런 일을 당하니 답답할 뿐입니다.

 

평소 왕래가 잦아서 친하게 지냈다면,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줬다면, 그런 연락을 받았을 때 나한테 전화한통이라도 했을 것이고, 그럼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와 안타까움도 듭니다.

 

이제 남은건 운이 따라줘서 사기단이 검거되고 돈도 무사히 찾는 일이겠지만, 이런 피싱 사기단이 보통 국내에 있지 않기 때문에 그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사촌동생이 부디 극단적인 생각과 한방에 복구할 생각에 빠지지 않고 잘 견뎌내길 바랄 뿐입니다.

지금 코로나 상황이 진전되면 찾아가 술이라도 사줘야할 것 같습니다.

 

사기는 사실 아무리 수법을 잘 알아도 당할 상황이 되면 당할 수 밖에 없지요.

그러니 돈 거래는 대면 혹은 검증된 상황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세우고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오니 착잡하네요....

 

 

13
댓글
omegaman
6
Updated at 2020-03-16 14:22:17

 사촌 동생이 큰 실수를 하셨네요. 상대가 사기꾼이 아니라 진짜 친구라도 돈 빌려주는 거 아닙니다. ㅠㅠ

WR
울프맨
2020-03-16 14:22:32

형제처럼 친한 친구도 아니고 형제라 하더라도 큰돈거래는 불화가 생기기 마련이죠... ㅠㅠ

바란
1
2020-03-16 14:22:12

'사촌동생의 직장 상황과 시험이야기까지 들먹이며' > 이 정도면 단순 피싱 사기는 아닌듯 보이네요.

일반적인 피싱 사기는 어쩌다 걸리는 사람이 있겠지 수준인데 이건 타게팅을 제대로 하여 공들인 사기인듯.

WR
울프맨
2020-03-16 14:24:14

그런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거액이 거래되는 것이니 직접 만나서 준다던가, 최소 영상통화를 하거나 하면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저렇게 상세히 알고 있으니 설마 아니겠어 하는 그 '아차'하는 순간을 뚫고 들어오는거죠...

다이안
2020-03-16 14:25:01

나는 친구가 적다 가 이럴때 도움이 됩니다.

그런거 부탁할 사람이 없어요 ;;

WR
울프맨
2020-03-16 14:27:56

사실 돈거래를 아예 안하는게 제일 좋은방법이죠... ㅠ

보람찬
3
2020-03-16 14:36:43

 사촌동생에게 필요한건 따뜻한 위로인거 같습니다. 누구라도 당할수 있는 일 입니다. 순간 혼을 쏙 빼놓거든요..  요즘은 예전처럼 전화번호만 달랑갖고 피싱하는게 아니라 상당부분 정보를 갖고있고 이정보를 베이스로 스토리(?)를 짜는거로 알고 있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어? 이런거까지 알고 있네?  이런 생각이들게 만들어서 의심을 안하게 만드는 거죠.. 

며칠전 저도 검사라고 전화오길래 그냥 끊었습니다 .

WR
울프맨
2020-03-16 14:38:11

네. 일단 어머니와 다른 친척들이 위로를 해주었으니 저는 시간을 두고 따로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겠습니다.

떠돌이별
1
2020-03-16 14:38:04

 사기를 왜 당할까 싶어도  나중에 새각해보면 진짜 말도안되지만

당시에는 마치 귀신에  홀린것처럼 당하게되죠

 

보람찬
2
2020-03-16 14:42:49

몇년전 한때 유행하던 애가 다쳤다는 피싱유행할때 여동생이 전화받았는데 애 비명소리는 난무하고 전화는 못끊게 하면서 사람 혼을 빼놓는 수법을 쓰더군요.. 다행히 피해는 없었습니다.

절대로 전화를 못끊게 합니다. 확인 전화나 다른 사람의 개입을 못하게요... 

자바워크
1
2020-03-16 14:47:07

읽으면서 제발 소액이면 좋겠다 했는데 금액과 사연을 보니 마음이 아프네요. 그래도 당장은 큰 돈이지만 긴 인생으로 보면 결정적인 금액은 아닐겁니다. 잘 위로해주세요.

thirdstone
1
2020-03-16 14:53:46

젊은 분들이 인터넷과 IT 기기 사용에 능해서 오히려 보이스피싱에 많이 당한다는 뉴스를 들은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잘 위로해주시는게 최선이겠네요

규현아빠
1
2020-03-16 15:09:42

물론 좀 더 확인하고 조심하셨으면 좋았겠지만... 제 생각은... 사기꾼들이 작정하고 달려들어 사기치면 당하지 않을 사람 없습니다.. 저도 사기를 당한 경력이 있기에... 마음이 아프네요. 여기서 돈거래하지 말아라 뭐 이런 얘기들은 도움이 안되죠. 그냥 잘 위로해주시는게... 제일 좋은 방법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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