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자동
ID/PW 찾기 회원가입

[차한잔]  2021년 노벨 물리학상 - 1. 지구 온난화의 예측 (1)

 
10
  1789
2021-11-19 20:55:29

이제 본격적으로 수상 업적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두구둥~~~

 

지금이야 온실가스니 지구 온난화니 하는 말들이 너무나도 상식적인 이야기가 되었습니다만, 이 효과에 대한 최초의 연구는 약 200년 전 프랑스의 ‘조셉 푸리에(Joseph Fourier)’가 했다고 합니다. 이름이 익숙하신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 그는 1822년에 ‘열해석 이론’이라는 제목으로 열전달 이론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열전도 현상을 미분 방정식으로 기술하는 방법을 처음 제안했다고 하네요. 여담입니다만, 이 연구논문에서 그는 ‘불연속 함수’를 포함해서 모든 임의의 (주기)함수를, 정수배의 주기를 가지는 사인 함수들의 합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고했는데요, 이것이 그 유명한 푸리에 시리즈(Fourier Series)이고, 오늘날 거의 어느 분야에나 존재하는 푸리에 해석의 탄생을 알리는 발표였습니다. (말하자면 이공대생들의 공공의 적?) 자, 그런데…

 

그가 자신의 이론을 바탕으로 태양에 의해서 지구만한 물체가 태양과 지구사이의 거리만큼 떨어져 있다고 가정하고 열 흐름을 따져 본 결과, 지구가 이렇게 따뜻한 것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추가 열원을 찾기 위해 다른 천체로부터의 복사열(?)이나 지구 내부의 열 등 여러 요소들을 연구했습니다. 그러다가 ‘지구 대기가 일종의 열차단재 역할을 해서 열을 우주로 빼앗기는 것을 막아주는 메커니즘’도 검토하게 되는데, 그는 대기층을 통과한 태양빛이 지표면에서 ‘어두운 열(chaleur rayonnante obscure)’로 바뀌고, 이것이 대기와 상호작용하면서 지구를 따뜻하게 한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의 이러한 연구가 최초의 ‘온실효과 연구’로 인정받고 있다고 하네요. 그가 이야기한 "어두운 열"이라는 것이 결국 오늘날의 적외선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푸리에의 연구? 주장? 이후로 과학자들은 대기의 보온효과에 대해 좀 더 깊은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아일랜드의 존 틴덜이라는 물리학자는 1860년대에 최초로 기체의 적외선 흡수 및 방출을 실험실에서 측정하였는데, 이 결과로부터 대기성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질소나 산소는 이런 보온효과와 관계가 없고, 주로 수증기와 소량의 이산화탄소, 탄화수소 등이 기여한다는 것을 밝혀냅니다. 그의 친구이기도 했던 스웨덴의 저명한 물리학자…이자 화학자…이면서 물리화학이란 분야를 개척한 스벤 아레니우스는 1896년에 계산을 통해 보다 정량적인 결과를 얻어냈고, 이로부터 대기중의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를 일으켜 대기 온도를 상승시킬 수 있으며, 사람이 화석연료를 태워서 생기는 이산화탄소 양이 이런 효과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양이라는 것을 최초로 발표합니다. 아레니우스의 연구결과는 오늘날의 기상학을 이루는 중요한 토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재밌는 것은, 그의 연구결과에서 이산화탄소에 의한 지구온난화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 것이 아니라, 앞으로 도래할 지도 모르는 빙하기를 막을 수 있는 방안으로서 이해되었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아레니우스라는 이름 역시 이과인(축구선수 말고!)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유명한 이름인데, 이 저명한 과학자는 노벨상과도 복잡한 인연이 있습니다. 언제 시간되면 이 이야기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틴덜이 수행한 실험을 바탕으로 오스트리아의 스테판은 물체의 온도의 4제곱에 비례해서 물체가 복사열을 내뿜는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후 루드비히 볼쯔만(통계물리학의 아버지!)이 이론적으로 증명합니다. 이로부터 지구가 복사를 통해 잃게 되는 열을 구할 수 있는데, 만약 대기에 의한 열의 흡수가 없다고 가정하면, 지구 평균 온도는 섭씨 영하 18도가 되어야 한다고 하네요!

 

다행히 대기에는 수증기도 있고 이산화탄소나 메탄 같은 기체들도 소량 있는데, 모두 적외선을 흡수하여 지구대기의 온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죠. 그런데 이 중에서 수증기는 전체 양이 거의 변하지 않고 계속 순환하고 있어서 제어 가능한 변수는 아닌 것으로 보고, 이산화탄소 대비 다른 기체들의 양은 훨씬 적죠. (소들이 뿜어내는 방구 때문에 메탄가스 농도가 증가해서 온실효과를 일으킨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반면 이산화탄소는 자연의 생명체 뿐만 아니라 인류가 현대 문명을 통해 무지막지한 양을 생산해 내고 있죠. 아레니우스는, 만약 이산화탄소 양이 절반으로 줄면 지구가 빙하기에 접어들 수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때 지구 평균 온도는 얼마나 변할까요? 과학자들에 의하면, 빙하기의 지구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불과 5~6도 낮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지구가 얼마나 온도를 잘 조절하고 있는지, 그리고 평균적으로는 얼마 안되는 온도변화가 전 지구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숫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자, 그러면 이산화탄소 양이 지금의 2배가 되면 어떨까요? 아레니우스는 (위에서 예상되었듯이) 기온이 5~6도 올라간다고 예측했습니다. 오늘날의 보다 정교한 예측은 약 2.5~4도라고 하니까, 100년도 더 전에 부족한 데이터와 이론으로 놀랍도록 정확한 결과를 얻어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온실효과’란 단어는 스웨덴의 닐스 에크홀름이라는 기상학자가 1901년에 처음 사용했다고 합니다. 아레니우스의 오랜 친구로서 그 역시 이산화탄소의 생산 및 소비를 통해 지구의 기후를 조절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빙하기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레니우스가 사용했던 모델은 일종의 ‘에너지 균형 모델’(EBM, Energy Balance Model)로서, 태양으로부터 오는 에너지와 지구에서 방출되는 에너지, 그리고 단순화된 대기층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이후로도 ‘에너지 균형 모델’은 과거에 왜 빙하기가 발생했는지, 혹은 핵전쟁으로 인해 핵겨울이 닥칠 수 있는지 등 여러 관심사에 답하기 위해 계속 연구되어 왔지만, 본격적으로 발전이 시작된 것은 역시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수치 해석적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부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때부터 에너지 균형모델(EBM)은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는데, 바로 ‘지구 기후 모델’ (GCM, global climate model)입니다. 그동안 EBM이 0차원 모델이었다면, GCM으로 오면서는 1차원~3차원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지표면의 면적이나 대기의 두께에 따라 격자를 나누고 위치에 따른 여러 파라메터의 변화를 계산하게 된 거죠. 해류나 대기의 순환을 다룬다는 의미에서 GCM을 일반순환모델(General Circulation Model)의 약자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수십~수백년에 걸친 기후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최초의 GCM 모델은 프린스턴 대학의 “지구물리학 유체역학 연구소” (GFDL)에서 1969년에 발표되었는데, 이 논문의 저자 2명 중 한명이 마나베 박사였습니다. 바로 이 글의 주인공이지요~!

 

미국 해양대기청 (NOAA)에서 작성한 GCM 모델 개념도입니다. 

 

마나베 박사는 1931년생으로, 토쿄대학에서 기상학으로 1959년에 학위를 받습니다. 이후 같은 해에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 대학의 GFDL 연구소에 합류하여 1997년까지 연구를 이어갑니다. 참고로 마나베를 초청한 프린스턴의 조셉 스마고린스키라는 과학자는 유명한 폰 노이만의 제자로, 아시는 것처럼 폰 노이만은 수학과 물리학은 물론 컴퓨터 및 경제학, 국가간 역학관계까지 방대한 영역에서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지요. (그런데 노벨상은 못 받았습니다. ) 우리가 아는 컴퓨터를 노이만형 컴퓨터라고도 부르는 것처럼, 그는 오늘날의 프로그램 내장 방식 컴퓨터 개념을 – 최초의 컴퓨터인 ENIAC의 개발자 에커트, 모클리와 함께 - 최초로 만든 인물입니다. 또한 그는 컴퓨터를 사용하기에 적합한 연구과제로 기상 예측을 생각하고, 미해군의 지원을 받아 프린스턴에 기상학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최초의 기상학 모델을 만들고 ENIAC을 이용한 날씨 예측을 하였다고 합니다. 천재라고 불리우는 위인들이 많지만 폰 노이만이야 말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천재’의 전형적인 이미지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일 것 같습니다.

 

약 40여년을 프린스턴에서 기상학 연구에 몰두하던 마나베 박사는 1997년 일본으로 귀국해서 “지구 프론티어 연구 시스템”이라는 프로그램의 “지구 온난화 예측 연구”의 책임자가 됩니다…만, 4년 후인 2001년에 미국으로 돌아갑니다. 일본의 관료주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서 떠났다고 전해지는데요, 노벨상을 받은 후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던가, “일본에서는 상대방을 지나치게 배려하는 문화로 인해 자유로운 연구가 방해 받는다.” 등의 발언을 해서, 노벨상 수상으로 한껏 올라간 일본인들의 자존심을 살짝 구기기도 하죠.  

 

아무튼, 프린스턴에서 연구하던 마나베 박사는 1960년대에 처음 1차원 GCM 모델을 개발합니다. 초기 EBM에서는 대기의 온도나 열흡수 등이 한 개의 변수로 되어 있었지만 그의 모델은 지표면에서 수직으로 40km까지 고도에 따라 서로 다른 값을 가지게 되어 좀더 정교하게 기상 변화를 시뮬레이션하게 됩니다. 오늘날이라면 가정용 PC나 심지어는 핸드폰으로도 계산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모델일 거라 예상됩니다만, 60년대에는 최첨단 컴퓨터로도 수백시간이 걸리는 복잡한 계산이었습니다. 계산결과 그는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가 되면 지표면의 온도는 약 2.4도 상승하고, 반대로 절반이 되면 약 2.3도 떨어진다는 결과를 얻습니다. 재밌는 것은 이제 고도에 따른 온도 분포를 구할 수 있는데, 지표면 온도가 올라갈 때 고도 20km 이상의 대기온도는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지표면에서 방출되는 열량이 이산화탄소에 의해 감소하기 때문이지요. 

 

이 모델을 기반으로 연구개발을 계속해서, 마침내 1975년에 마나베 박사는 3차원 모델을 발표합니다. 컴퓨터 기술도 발전해서 이 당시 마나베 박사팀이 사용한 컴퓨터는 메모리가 무려!!! 0.5MB였다고 하네요. 참고로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연 1977년의 애플II 컴퓨터는 최대 메모리가 48kB였고, 출시당시 가격은 오늘날로 환산하면 천만원이 넘었다고 합니다. 제가 사용한 최초의 컴퓨터도 애플II를 복제한 국산 제품이었는데 16kB의 확장 메모리가 추가된 제품이었지요. 가격은 훨씬 저렴했습니다만 ^^;; 지금은 제 핸드폰 RAM만 해도 12GB나 되는 세상이니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아무튼 이 연구를 통해 마나베 박사는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가 300ppm에서 600ppm으로 증가하면 기온이 2.93도 올라간다고 예측하였습니다. 10여년 전의 1차원 모델에 비해 약 0.5도 더 높아지는 결과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최근 연구결과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로 증가할 경우 기온이 2.5도에서 4도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된다고 하네요.

 

마나베 박사는 지구 전체의 기상현상을 모델링하고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는 데에 있어서 선구적인 역할을 했고, 이를 통해 온실기체에 의한 지구 온난화 효과를 정량적으로 예측하여, 다음 글에서 설명할 하셀만 박사와 함께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대응을 유도하는 데에 강력한 이론적 뒷받침을 제공하였다고 합니다.

 

 잠시 또 쉬겠습니다. 일단 하셀만 박사까지는 빨리 작성하려고 합니다. ^^

님의 서명
Busy, busy, busy,

is what we Bokononists whisper whenever we think of how complicated and unpredictable the machinery of life really is.
11
Comments
2021-11-19 21:08:43

흥미진진

WR
2021-11-20 09:09:47

제 글의 애독자시군요
감사합니다.

2021-11-19 21:18:04

 열전달 전공하는 입장에서 푸리에나 볼츠만이나(스테판-볼츠만 상수...ㅎㅎ) 반가운 이름들이 많이 나오네요. 어려운 이야기를 쉽고 흥미롭게 글로 풀어주시는 능력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WR
2021-11-20 09:11:18

아이쿠. 감사합니다.
좋은 말씀에 힘이 납니다.

1
2021-11-19 21:26:50

이 그래프 보니 무서워요

WR
2021-11-20 09:12:35

와우... 일단 무서운 길이의 그림이군요
직관적이고 흥미로운 그림 감사합니다.

2021-11-19 21:32:15

푸리에 횽아가 왜 여기서 나와

WR
2021-11-20 09:14:12

리뷰를 하다보면 우리가 이름을 들어본 사람들이 참 다양한 일들을 했더라구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2021-11-20 09:45:53

FFT기법만 봐도 음향관련 종사자들의 마음을 모아 상 드릴만 하죠

WR
Updated at 2021-11-20 12:09:12

아하. 음향 관련 일을 하시는군요!
FFT는 정말 기가막힌 알고리즘인데, 단순히 데이터 재배열만 하면 시계열 데이터가 주파수 데이터가 되는 마법이
근데 이 알고리즘의 개발자는 따로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합니다. 60년대에 알고리즘을 처음 발표한 사람에게 크레딧을 준다고 하는데, 사실 그당시 이 알고리듬을 알고 있던 사람들은 여럿 있었다는 소문이 ^^

2021-11-20 16:20:47

저에게 음향은 그냥 취미일 뿐입니다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