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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2021년 노벨 물리학상 - 1. 지구 온난화의 예측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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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0 14:41:37

주말에 피치를 올립니다. ^^ 

이제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의 절반 중 두번쨰, 기후 온난화로 마나베 박사와 함꼐 상을 받은 하셀만 교수의 업적을 살펴보겠습니다.

 

 200년 전 유럽에서는 뉴튼 역학이 성공적으로 수많은 자연현상들을 설명해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한 기계론적인 세계관이 대세였던 것 같습니다. 라플라스가 한마디 해서 흔히들 라플라스적 세계관이라고 불리우는, “모든 물체의 초기 위치와 현재 속도, 그리고 서로 상호작용하는 힘을 알고 있다면, 미래는 완벽하게 예측 가능하다”는, 온 우주를 하나의 정교한 기계장치로 만들어버리는 이 주장에 그 당시 사람들은 딱히 반론을 하지도 못했지만 한편으로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가장 중요한 건, “그럼 사람은? 내 생각이나 행동도 예측 가능한가?”였겠죠. 이에 대한 탈출구를 20세기 물리학은 두가지로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하나가 양자역학이고 (모든 건 확률일 뿐!) 다른 하나는 바로 로렌쯔로부터 시작된 혼돈이론이죠. 두가지 다 근본적으로는 자유의지를 설명하는 데에 도움이 안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만…


아무튼, 기상현상처럼 복잡한 시스템의 미래를 예측하는 건 기술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불과 2~3일 앞의 날씨조차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우리는 매일 실감하고 있죠. 그런데 기후변화는 수십~수백년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뭔가 노이즈가 가득한 정보에서 시그널만 뽑아내는 테크닉 같은 게 없을까요? 이 일을 해낸 게 독일의 하셀만 박사입니다. 1980년경에 그는 매일매일 달라지는 날씨를 잡음이 가득한 신호로 보고, 이로부터 긴 시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나는 기후변화의 신호를 추출해내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거기에 외부인자로 ‘인류의 영향’을 추가합니다. 제어이론 공부하신 분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이네요. ^^


하셀만 박사는 1950년대에 독일 함부르크에서 유체역학을 공부하고 괴팅겐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습니다. 1961년부터는 미국 UCSD의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교수로 활동하게 되는데, 이때 찰스 킬링(Charles David keeling) 박사 등을 만나게 됩니다. 노벨상 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두 사람은 같이 합창단에서 활동했었다는 군요. 킬링 박사는 이후 1958년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는 연구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 데이터는 “킬링 커브”으로 알려져 있으며(죽이는 곡선이지요!),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이산화탄소 측정 데이터이고 지금도 계속 측정되고 있습니다. 이 데이터는 나중에 하셀만 박사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킬링 커브. 킬링 박사가 하와이에서 측정을 시작했습니다만 지금은 전세계에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뚜렷한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셀만 박사가 개발한 방법은, 아인시타인(그 재야물리학자 ^^)도 연구했던 브라운 운동 이론과 맥이 닿아 있는데, 무작위 운동을 확률변수로 하여 수학적으로 다루는 방법이 있습니다. 영어로 stochastic differential equation(SDE)이라고 하는 방정식에서, 일부 변수들은 확률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됩니다. 하셀만은 매일 빠르게 변하는 날씨의 변화를 확률 변수로 하여, 천천히 변하는 기후의 변화를 예측하는 모델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이 모델(확률적 기후 모델, stochastic climate model)을 가지고 관측된 기상 데이터들을 설명할 수 있는지를 연구합니다. 이 연구는 197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말까지 주로 이루어졌는데, 여기서 그는 매일매일 변화무쌍하게 달라지는 기상 데이터에서, “자연적인 변동이 아닌” 신호를 분리해내는 작업을 시도합니다. 그는 이를 “지문 최적화” 방법이라고 불렀는데, 왠지 범죄현장에서 지문을 찾아내는 데에서 이름을 딴 것 같지 않습니까? 마나베의 GCM모델이 주로 현재의 상황을 가정해서 미래를 예측한다고 하면, 하셀만의 분석은 주로 현재 기후변화가 정말로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원인이 인위적인 것인지 자연적인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노벨상 위원회 참고자료에서 설명한 그의 '지문채취' 방법은 “다변량 회귀분석의 시간-공간 일반화를 기후 변화에 적용하여 그 변화를 외력에 의한 기후 신호로 할당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별거 아니네 그까이거! 

 

여기서 기술적인 내용을 깊이 있게 다루는 건 제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고, 그의 연구결과만 요약하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인류가 지구를 덥게 하고 있다는 과학적 분석결과입니다.

 

"지문분석" 결과. 파란색은 자연적인 지구 온도 변화 예측 결과, 빨간색은 인간의 영향력을 고려한 모델 예측 결과, 검은색은 관측 결과입니다.

 

마지막으로 2019년에 “네이쳐 기후변화”라는 잡지에 실린 “기후 변화 과학에 있어 기념비적인 3가지 사건을 기념하며”라는 짧은 기사내용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글에서 저자들은 두번째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하셀만의 1979년 논문 “대기 반응 연구에서의 신호-잡음 문제에 대하여”의 발표를 꼽았습니다. (첫번째는 역시 79년에 발표된 “챠니 리포트”인데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 온난화에 대한 최초의 경고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번째는 1978년 처음 시작되어 40년 이상 진행된 극궤도위성의 마이크로파 측정 데이터입니다)


“…거대한 건초더미에서 바늘 하나를 찾기 위해 작은 구석부터 순서대로 찾아가는 대신, 그는 건초더미 전체에서 동시에 바늘을 찾는 방법을 선호했다…. 이론과 모델, 그리고 관측 데이터로부터 기후변화 신호에 대한 특징 (혹은 “지문”)을 알아내고, 이 고유의 지문을 이용하여 그는 기후변화의 신호를 잡음으로부터 구분해 낼 수 있음을 보였다…. 그의 연구 이후 대기 관측 위성을 통한 수십년의 기후변화 신호 검출 노력이 시작되었으며, 그의 논문은 이후의 수백개의 기후 변화 연구의 로드맵이 되었다…. 또한 2013년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도달한 “20세기 중반 이후로 관찰되고 있는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은 인류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에  대한 강력한 과학적 뒷받침을 제공했다.

 

이상으로 마나베 박사와 하셀만 박사의 업적을 각각 정리하였습니다. 과학적 방법론을 개발하여 인류에게 닥친 크나큰 위협에 대한 정량적 정보들을 제공한 것이 이번 수상의 가장 큰 이유로 판단됩니다.


님의 서명
Busy, busy, busy,

is what we Bokononists whisper whenever we think of how complicated and unpredictable the machinery of life really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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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21-11-20 15:12:29

ppm 단위의 기체가 인류 운명을 바꾸고 있네요.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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