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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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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1-25 03:11:31

작년까지 계속해 왔던 책 읽는 습관을 바꾸게 만든 책입니다. 저는 보통 문장이 다른 형태로 된 책들을 동시에 읽습니다. 두 권을 펴놓고 읽는다는 말이 아니고요.

 

영어독서를 하면서 시간은 없고 짧은 시간에 편중된 문장 형태만 받아들여선 안되겠다는 방어적 본능 때문이었는데요. 한 때는 신문만 열심히 봤었는데 그 또한 편중된 문장형태더라구요. 독해력이 느는지도 모르겠고요.

 

수필부터 논픽션, 소설 등 다양하게 읽으면서 좋은 문장이 어떤 것인지 알게되고 책 마다 결이 있다는 것도 느껴지고 휘리릭 넘기며 문장만 보고 선택 유무를 결정하는 호기도 부려볼 때도 있게 됐습니다.

 

아직도 영시 부분은 넘겨다 볼 엄두를 못내는 형편이기도 합니다. 하여튼 오랜 기간 그런 방법으로 책을 읽었더니 문장 적응력도 꽤나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읽기를 마쳤는데 감회가 다르네요. 사실 40주년판 뒷 부분 노트를 마저 읽어야 합니다. 이건 후기 같은 느낌이라서 책 자체는 마쳤다고 하는 게 맞다고 우겨봅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다른 책을 읽지 못하겠더라구요. 물론 일상적인 CNN이나 디피 둘러보기는 했습니다. 1976년에 나온 책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이 책이 일으켰을 사회적 파문 이런 것은 제 관심 밖이었으니 아무 것도 모릅니다.

 

 점심때 붙든 책을 끝내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밤을 새우고 말았다. 새벽 동이 틀 무렵 책을 덮고 바라본 창 밖의 세상은 어제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나무들은 왜 거기 서 있는지, 새들은 왜 이른 새벽부터 지저귀는지, 나는 왜 사는지 가지런히 설명되기 시작했다. - 최재천 

 

출처 입니다, 클릭 주의^^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2/02/2016020203870.html

 

저는 최재천 교수님처럼 붙들고 밤을 새지는 않았습니다. 모로 누워 눈 앞에 세워둔 킨들을 보다 잠을 들곤 했습니다. 

 

제 나이 보다는 젊은 책이지만 이 책을 이 만큼 나이 먹고 읽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읽는 책들을 일찍 읽었다고 인생이 달라졌을까... 인생의 방향을 가리키는 책을 젊을 때 만난다는 것 또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명인들이 인생을 바꾼 책 운운하는 기사가 많이 있죠.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그런 것인지도 모를 일이고요. 어떤 책은 늦게 읽을 수록 좋은 책이 있는데 이 책이 그런 경우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제가 이제야 읽어서 그런 것 아닙니다.

 

도킨스는 천부적인 이야기꾼입니다. 그의 가설과 추론의 대단함에 앞서 그의 말솜씨에 붙들려 끝까지 읽었다고 밖에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알게 된 것도 얼마 안되고 그 이후로 읽기 전까지 오해했으며 읽으면서부터는 매 챕터 마다 감흥을 느끼며 읽었습니다.

 

바이러스와 유전자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는 마침 코로나 판데믹이라 정말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더군요. 그의 말이 아직도 유효하며 어떻게 코로나가 인류에게 영향을 끼칠지 아무 것도 예고된 것이 없으니까요.

 

유불선 환경을 도킨스 보다는 제가 더 이해하고 있다고 치면 더 흥미롭게 읽힙니다. 도킨스는 과학적 태도로 글을 썼지만 그의 글은 철학적으로 귀결하고 명상의 끝에서 뭔가를 쥐고 눈을 뜬 사람이 할 법한 이야기를 추론으로 써냈기 때문입니다. 저만 그렇게 느꼈다면 이 책이 유명해질 리가 없습니다.

 

이 책을 읽는 방법은 그의 글을 읽으며 독자가 지금까지 읽은 모든 책과 생각과 경험과 상상을 동원해 여러가지 대화를 행간 마다 주고 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즐겁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즐거울 정도로 제가 뭘 좀 느꼈기에 주제 넘어 썼습니다만, 제 일천한 지식으로 내용에 대해서 여기서 뭐라 할 정도는 아닙니다. 이 책은 소장해서 읽혀질 때 읽어야 하는 책인 것은 분명합니다. 단, 그의 말만 읽힌다면 지식은 되겠지만 그의 책을 읽는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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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2-01-25 06:21:14

저도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다시 전자책을 펼쳤습니다. 책은 다시 보는 재미가 남다르죠!!

WR
2022-01-25 06:45:31

기분 같아선 도킨스의 다음 책으로 넘어가고 싶습니다. 이 기분을 간직했다가 적당한 간격으로 읽으려구요.

2022-01-25 07:24:17

도킨스의 다른 책들이 더 좋은데 대부분 무신론 이야기죠.

논쟁을 좋아하고 SNS를 활용해서 항상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WR
2022-01-25 07:26:09

확장된 표현형은 읽어야겠고 다른 것들을 둘러보다가 당혹하는 중입니다. 이기적 유전자 만큼의 gain이 있을지 이기적인 생각을 하게 됩니다.

2022-01-25 07:22:37

저도 어린시절(?)에 흥미롭게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만들어진 신으로 넘어가면서 좀 오만(?)하게 보이더군요^^ 과학으로 이 세계를 전부 해석하고 재단할 수 있다면 무척 편하겠지요;; 우리가 애지중지하는 우리 자신이 결국 유전자의 운반기계일 뿐이라는 게 좋더군요, 우리 눈엔 늘 물질(living in the material world)만 보이지만 결국 중요한 건 비물질, 말하자면 프로그램 같은 것이 아닐까 싶네요. 신학에서의 로고스나 섭리와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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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5 07:32:37

그런 면이 느껴진 것은 meme를 읽으면서였습니다. 무리한다 싶었는데 다시 좀 더 설득력 있어 보이는 확장된 표현형을 이야기하더군요. 비버의 댐이나 거미의 거미줄 이야기를 할 때 저는 인간이 기계에서 로봇으로까지 확장된 표현형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 조차도 그렇지 않은가...하면서 빠져들어갔습니다. 본문에 유불선을 언급했는데 도킨스가 추론을 통해 도달한 곳이 과학적 상식 없이 사유해 나가서 만나는 곳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
2022-01-25 08:40:39

앞에서 섭리의 예를 들었는데 역학에서 말하는 리(理)가 바로 프로그램과 같은 것이겠죠, 이해(理解), 이치(理致), 도리(道理) 등을 보면 우리 동북아 인들의 언어에 역학에서 말하는 리가 여전히 살아있죠. 물론 이 리(理)의 문제를 두고 우리 조상들은 성리(性理)를 사유했으며 이기(理氣)를 두고 다투기도 했었죠^^ 한편, 말씀하신 대로 어떤 길을 선택하든지 언젠가는 같은 곳에서 만나는 것도 같더군요, 물론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설명할 수 없듯이 그 깨달음은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요. 가끔 휠더린이 말한 '대지에서 시적으로 거주한다'를 떠올리곤 합니다, 그게 옛 동북아의 현인들이 말한 천지인(天地人)과 맞닿는 것도 같고요. 편안히 하루 마무리하시면 좋겠습니다!  

WR
1
Updated at 2022-01-25 08:57:29

인용하신 휠더린 감사히 받겠습니다. 작위적으로 보이시겠지만 제 생활론하고 닿는 부분이라서요. 생활이야 구차하지만 정신이라도 ㅎㅎ 늘 감사드립니다.

 

이게 또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으로 연결되는군요. 일단 언젠가는 읽을 어려운 책.^^

2022-01-25 08:27:07

sf영화보면 인간이 만든 인조인간이 자유의지가 생기면서 인간을 극복하듯이

유전자보다 한참 뒤에 나타난 의식이나 자의식이 자유의지를 확보하면 유전자를 극복할수도 있겠죠?

이기적인 유전자에 맹목적으로 충성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WR
2022-01-25 08:39:27

댓글로 미뤄보면 책을 읽지 않으셨거나 너무 일찍 읽으신 것 아닌지 넘겨짚게 쓰셨습니다.

최근에 읽었는지라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 제목과 내용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저도 최근에야 알았거든요.

 

로봇 같은 것도 확장된 표현형이라고 가정하게 되면서 저는 특이점에 대해서 좀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론나지 않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표현형이 주체가 되는 일은 주체가 그것을 허용해줄 때라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데까지만 생각이 갔습니다.

 

2022-01-25 08:48:46

안 읽었어요. 책 읽는 취미 가지신 분들 부럽습니다.

이기적인 유전자라는게 개체의 자유나 행복에는 별 관심없고 유전자 자체의 생존만 관심있는듯이 보여서 이기적인 유전자라는거 아닌가요?

그의 글은 철학적으로 귀결하고 명상의 끝에서 뭔가를 쥐고 눈을 뜬 사람이 할 법한 이야기를 추론으로 써냈다고 하셨는데 이 부분이 궁금하네요.  

WR
2022-01-25 08:53:21

젊었을 때 읽으면 가히 인생의 등불까지는 아니어도 핸드폰 불빛 정도는 될 것 같고 나이 들어 읽으면 확실의 책 읽는 취미를 가진 것에 대한 보상을 주는 좋은 책임이 분명합니다.

 

다분히 제 개인적인 감상이라서 공감하는 분과는 언어가 아닌 것으로도 통하지만 제가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저 정도 뿐입니다. 

 

좋은 책 소개 받으신 셈 치시고 이제 책 읽는 취미만 가지시면 될 것 같습니다.

Updated at 2022-01-25 09:39:04

책 읽고 나서 댓글 달라는 말씀이군요.

책이야 워낙 유명한 책이죠. 제가 게을러서 그렇죠.

개인적인 감상이라도 공감을 끌어내는 시도는 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자신도 발전하는거죠. 자신을 정리할수 있고 초등생에게라도 배울게 있으니까요.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결국 언어를 통할수밖에 없고요.

차한잔이 그럴수 있는 장소인데 달리 생각하시는거 같네요.

Updated at 2022-01-25 17:54:31

말씀하신 내용들이 신다윈주의에 영향받은 심리학자들과 윤리학자, 철학자들의 관심이기도 합니다. 대니얼 데닛이 말씀하신 것과 거의 비슷한 비유를 "Darwin's Dangerous Idea"에서 했고,  로버트 라이트와 조슈아 그린이 각각 자신의 저서에서 공감과 공리주의의 심화를 통해 유전자의 맹목성(보존과 번식)에 저항하여 고통을 경감시키는 것을 윤리의 제1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윤리학의 가능성을 타진했습니다. 무엇보다 도킨스 자신이 바로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전자의 맹목성에 대한 저항의 가능성을 이야기를 했죠. 다만 아래서 그랬군요님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그 조차도 유전자에 의해 이미 한계지어진 행동의 범위안에 있으므로 그것을 진정한 유전자에 대한 반란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남습니다. 이즈음에서 우리는 '이기적 유전자'가 비유라는 것을 자각해야 하겠죠. 유전자는 기계적으로 개체에게 어떤 행동을 유도하고, 그것이 자연선택이라는 과정에 의해 축적되어, 마치 유전자가 살아남고 번식하기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 같은 착시를 보이게 합니다. 그러나 유전자가 본질적으로 이기적인 것은 아니고 지금까지 이기적으로 보이도록 선별된 유전자의 조합들이 '이기적' 경향에 반대하는 행동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기적 유전자'는 지금 시점에 와서 적지 않은 오류가 발견되고 저자 자신의 보주와 서평가들의 지적에 의해 많은 부분들이 지적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원문은 전혀 손대지 않고 초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 이 책이 판을 계속해서 수정해나가야 하는 책이라기 보다 신다윈주의가 비로소 우세를 점하기 시작한 시대적 분위기를 간직한 일종의 기록으로 보이길 원한다는 저자 자신의 의견이 기념판 서문들에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2022-01-25 20:09:54

역시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군요. 

인간은 의식과 자의식에 집착할수밖에 없죠.

아직까지는 착각이나 집착에 가까운거 같지만요.

맹목적인거나 이기적인거나 그리 보이게 된걸로 보이지만 

어쨋든 정말 맹목적인거 뿐이라면 좀 허무하기도 하고요.

누구 말마따나 정말 신비한건 하늘과 별을 의식하는 나가 있다는거 같습니다.

Updated at 2022-01-25 20:29:25

조금 더 첨언드리자면, 인간의 그런 의인화 경향에 왜 생기는가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추측이 있고, 의식이 왜 존재하고 우리가 의식을 통해 이렇게 생생하게 느끼는 감각소여(감각질, 퀄리)가 어떻게 존재하는가, 우리가 그것을 왜 주관적으로 생생하게 경험하는가 하는 신비스러움에 대해서도 심리철학이라는분야에서 철학자들이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 받습니다. 현재로서는 의식이나 자의식이 어떻게 발생하는가에 대한 이론들은 꽤 많이 비슷비슷한 이론들이 나와있지만, 하필 그것을 우리가 이런 방식으로, 주관적인 경험으로  느끼는가에 대해서는 아마도 영원히 그 이유를 알 수 없을 것이고, 그것은 질문 자체가 올바른 방향이 아니기 대문에 중지하고 연구 역량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 위에서 말한 데닛의 주장입니다. 

 

하늘과 별을 생생하게 의식하는 주관적 경험이 있다는 이 현상이 신비롭긴 하지만 그것을 안다고 해서 다른 의문들의 연쇄가 풀리지도 않고, 아마도 우리에게 이 문제를 직관적으로 이해할만한 정신적 도구가 갖춰지지도 않았기 때문에 공을 들여봐야 무익하니 우회해야 한다는 주장이죠. 저는 이 논증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데닛 덕분에 답답했던 마음의 불이 사그라들었죠.

1
Updated at 2022-01-25 20:39:53

원래 지혜로운 분들은 많이들 그러시더군요.

질문해도 답이 안 나오는게 뻔하면 그거 붙잡고 시간과 에너지 뺏기지 말라고요.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고요.

그런데 그래도 계속 질문하는 이유가 있을겁니다.

인간에게는 어느 정도의 신화가 필요한게 아닌가 싶어요.

단 합리적인 추론에 근거한 신화여야겠죠. 

소개글 감사합니다. 

2022-01-25 09:25:08

국내판 번역이 안좋기로 유명하던데

이제는 읽어봐도 될까요?

 

WR
2022-01-25 09:26:56

원서로 봤습니다. 40주년 기념판 읽으신 분들이 답해주시면 좋겠네요.

2022-01-25 09:35:50

아~

1
2022-01-25 16:41:53

이미 2010년 경에 이상임씨가 공역자(라고 쓰고 사실상의 단독 역자라고 읽는다)로 추가된 판은 충분히 좋은 가독성을 가지고 읽도록 개역되었습니다. 지금 나오는 번역판은 충분히 읽을만 합니다. 

2022-01-25 09:35:40

저는 40주년 기념판은 안 봤는데 노트가 추가됐나 보군요.

어떤 내용인가요?

WR
Updated at 2022-01-25 09:44:09

1판의 각 챕터에 대해 주석을 달았는데 그 분량이 40주년판의 절반입니다. 그야말로 초판에 대한 뒷담화입니다^^ 그 이전 판본에도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과장이 좀 심했네요, 참고도서 부분 빼고 384-489페이지를 차지합니다.

 

89년판 372페이지

30주년판 388페이지(킨들용)

40주년판 496(킨들용)

2022-01-25 09:43:36

아... endnote 부분이 뭔가 보강된 모양입니다.

그간 새로 알려지거나 수정된 내용에 대해 업데이트를 한 것 같네요.

저자가 이 책에 굉장히 애정을 품고 있나 봐요. ㅎㅎ 

WR
2022-01-25 09:46:01

지금 읽고 있는데 대개 논란에 대한 논박 같습니다. 책 자체만으로 충분한데 이 분이 이런 걸 좀 즐기는 듯합니다.

1
2022-01-25 15:41:33

한국에도 40주년기념판 번역본이 나오긴 했지만 진짜 40주년 기념판이 아닙니다. 30주년 기념판에 장정만 달리해서 나온 책이죠.(그래서 40주년 기념판에 30주년 기념판 서문까지만 달려있습니다.) 사실 1판이후 나왔던 89년 2판에서 보주와 마지막 장이 대폭 보강되고 30주년 기념판까지는 기념판에 대한 소회 말고는 그다지 변화된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40주년 기념판은 100이지 이상 내용이 늘은 것을 보니 정말 내용이 많이 추가된 모양이네요. 아무래도 굴드 사망이후 수그러들었던 집단선택이론이 에드워드 윌슨과 데이비드 슬론 윌슨 등을 위시해서 다시 재기된 것에 대한 반박이 주를 이룰 것 같습니다. 탈리 샤샤님은 영어에 능통하시니 원서를 읽으시는 편이 좋을 듯 하네요. 

WR
1
2022-01-25 16:03:34

영화로 치면 감독판 코멘터리 같은 건데 너무했네요. 확장된 표현형을 먼저 읽고 나서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라 알아보다가 99년판에 다니엘 데넷의 후기가 있어서 먼저 읽고 있습니다.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나서 데넷의 묘사를 읽으니 말이 나오질 않네요. 도킨스와 데넷은 서로 알아본 느낌입니다. 


1
Updated at 2022-01-25 16:24:32

데닛의 주요한 연구주제 두 가지가 의식과 진화에 관한 것인데, 도킨스에게 상당한 빚을 졌죠. meme이론과 이기적 유전자 이론을 토대로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켰으니까요.  다만 후기 도킨스는 밈 이론을 더 이상 확장시키거나 논쟁의 주제로 삼지 않고 확장된 표현형 이론을 통해 meme 이론을 대체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두 이론이 서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는데 이렇게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밈 이론이 더 사변적이라 그럴 것 같습니다. 

 

사실 '이기적 유전자'가 피셔와 홀데인이 어렴풋하게 짐작했던(주장했으나 구체적으로 아웃라인을 그리지 못했던) 신 다윈주의를, 틴베르헌과 자하비가 발견한 동물행동학에서의 패러독스를 헤밀턴과 트리버스, 조지 윌리엄스, 메이너드 스미스 등의 유전자 중심주의에 입각한 설명으로 꿴, 이미 생물학자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인정된, 친절하고 총명한 가이드북에 가까웠다면, "확장된 표현형"은 이런 신다윈주의적 시각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존재와 인과의 의미에 대해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리처드 도킨스의 독창적인 저작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도킨스 이후 확장된 표현을을 빼고는 존재론과 인식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도킨스는 동물행동학에서 출발해 당시의 진화론과 동물행동 간의 모순을 해결하려는 구체적이고 소박한 의도를 가졌으나, 그러한 사고를 철저하게 진행시켜 아예 생물학을 넘어 인과론, 존재론 인식론을 구체적인 증거들을 가지고 뒤집어버린 철학자로 자리메김하게 되었습니다.

 

별로 심각하지 않지만 꼬집는 농담을 하나 덧붙이자면, 아직도 국내외에 신다윈주의적 시각에 저항하는 소수의 잔당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그들에게 오도된 독자들의 호주머니를 털고 있지만, 앞으로 30년 후에는 모두 비웃게 될 것입니다.ㅎㅎ 

WR
1
2022-01-25 16:40:30

meme에 대해서 급공감과 급실망을 했습니다.(무협지 읽다가 무공구결 나왔을 때 같은? 도킨스가 수습을 못하더군요.) 아마도 아이디어는 있는데 실증적 자료가 부족(말씀하신 사변적과 같은 뜻)해서 멈췄겠다는 생각입니다.

철학용어를 써서 집필했다면 철학서적이 됐겠다고 느꼈기에 동의합니다.

도킨스와 데넷에 대해 제가 무지했던 만큼 알게 될 것이 많다는 점, 매우 긍정적입니다.^^

1
Updated at 2022-01-25 17:00:22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meme 이론이야말로 유전자를 넘어 존속하고 번식하려는 경향을 지닌 모든 종류의 복제자들에 대한 일반이론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도킨스의 주장이 많은 저항을 불러일으켰지만 저는 그 반박이나 저항 중에 정당한 것을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도킨스의 최대 장점 중에 하나가 한 분야의 구체적 실례에서 발견한 논리를 완벽하게 추상화하고 다른 구체적 분야에 적용시킬 줄 아는, 철학자로서의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데닛이 도킨스에 반한 부분도 이것이아니었을까 조심스례 추측해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도킨스가 meme이론에 대한 확장을 멈춘 이유는 두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데닛과 블랙모어, 브로디 등에 의해 이미 자신의 주장을 구체화시켜줄 연구자들이 확보된 상황이라 이 논의를 그들에게 맡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특히 데닛은 이런 논쟁에서 한 번도 저본 적이 없는 사람이니까요.

 

두번째로는 제가 생각하기에도 확장된 표현형 이론이 더 깊이있고 철학적인 부분들이 많습니다. 어쩌면 meme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들을 확장된 표현형의 이론으로 번역하면서 이론의 무결성을 시험해보고 있는지도 모르죠. meme이론으로 설명 가능한 것은 대부분 확장된 표현형으로도 설명 가능합니다.  

 

혹 어떤 점이 부족하다고 느끼셨는지 말씀해주신다면 제가 부족하지만 도킨스의 옹호자로 한번 나서보기로 하죠.^^

WR
1
2022-01-26 02:03:57

제가 도킨스의 부족한 면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제가 보지 못한 도킨스의 어떤 면을 제 상상으로 채워야 하는 점이죠.


하나는 도킨스가 추론하면서 동양적 사고를 했느냐는 의문인데요. 참고도서 일련번호가 197까지 가는데 모두 서양 저자 이름이네요. 그렇다고 사회학, 동물생태학 등이 서양의 과학적 기초 위에 쌓아진 것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최근에 알릴레오북스 때문에 맹자, 신영복 등의 '관계'에 대한 사유를 평행으로 생각하다보니 도킨스가 서양 저술들을 구슬처럼 꿰었지만 '관계'에 대한 동양적 사고와 다분히 맞닿는 점이 있다는 것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유전자간, 성별간, 세대간, 집단간, 이종간, 생태계 속에서의 관계들)

 

본문에 두리뭉실 쓴 부분이 그것이고 윗 분에게 답변하지 않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제가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독자적으로 책을 읽던지 생각하던지 아주 개인적인 정신적 유희에 해당하는 부분이기에 제가 설명하기에 역부족인 질문을 하셨거든요. 그렇다고 윗 문단의 내용을 책을 읽지도 읽을 생각도 없는 분에게 말씀드리기는 뜬금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meme에 대해서는 개념의 최소단위 설명과 확대는 좋았지만 (획장형 표현형이 Gene의 의지에 귀속된 가설, 개념이고 여러 방증을 이 단어로 취합시키는 서술이 가능했는데 반해) meme는 보편적 가설에 가깝다는 점이 다릅니다. meme이 어떤 현상이 관찰되는 주체가 아니라 그 현상이란 말이죠. 만일 도킨스가 동양적인 '관계'에 대한 생각을 어디선가 차용해 온다면 meme를 더 그럴 듯하게 풀어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97까지 나열된 책 제목들 하나하나가 일생의 저작물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들을 모두 읽어볼 수는 없으니 과학적 논쟁의 귀결이 어디를 향하든 도킨스의 저작들은 충분히 읽어야 할 가치를 지닌 책들임을 알게 됐습니다. 다 꺼졌던 제 상상력에 불을 붙여주는 힘, 도킨스가 보여줬습니다.

WR
Updated at 2022-01-26 03:34:21

데넷의 확장된 표현형의 Afterword가 100% Rockid님 말씀하고 일치하네요. 단어나 문장의 품격에 더해 도킨스에 대한 찬사에 -요청받아 쓰는 글의 대부분에서 보이는 낯 간지러운 느낌이 없고 - 모두 동의하는 바입니다.

번역본이 없어서 영문판 캡처를 참고하시라고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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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1-26 11:47:17

바로 보셨습니다. 그 관계성에 대한 사유야말로 유전자중심주의 네오다위니즘의 핵심입니다. 진화의 주체를 유전자로 보고 그 수준에서 관찰하면, 같은 개체의 다른 유전자들 조차 생존과 번식의 경쟁자이자 협력자고, 심지어 '환경'이기도 한 것이죠. 물론 개체 수준에서도 그렇고요. 이 사유를 확장된 표현형에서 끝까지 밀어붙여, 하나의 유전자가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서는 세상 만물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것이 없죠. 이런 사유를 두고 도킨스나 그의 이론에 "기껏 우리가 유전자의 탈것이라는 이야기냐?" "유전자만 중요하냐?다른 것도 중요하다."라고 마치 도킨스가 다은 요인들을 무시한 것 마냥 '나쁜 환원주의' 딱지를 붙이는 것은 온당하지 않죠. 여태껏 굴드를 위시한 반대파들이 해왔던 일이 그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고가 본시 동양의 전유물도 아니고, 서양이 현대에 와서야 비로소 재발견 한 것도 아닙니다. 애초에 자연선택의 창시자인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부터 이런 사유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고, 무엇보다 다윈은 진화론 뿐만 아니라 관계성에 집중한 '생태학'이라는 학문 분야의 창시자이기도 했습니다. 헤겔의 변증법, 라이프니츠도 상대적 관계 없이는 시간이나 공간의 위치를 확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시공의 이론을 전개했고, 그 이전으로 쭉쭉 거슬러올라가도 중세의 아사시의 성 프란치스코, 더 위로 올라가면 헤라클레이토스에 이르기까지 관계성에 기반한 상대주의적 사고의 단초는 차고 넘칩니다. 현대 초입의 에른스트 마흐의 역학이나  데이비드 봄의 고차원을 통해 모든 존재들이 연결되어있다는 양자역학 해석도 그렇고요. 

 

따라서 동북아, 혹은 불교의 세계관이나 사상이 현대과학이 밝히는 관계성을 선취했다는 생각은 사실도 아니고 의미도 없습니다. 그러한 유사성은 인간의 사유가 거기서 거기라는 것을 보여줄 뿐입니다. 단지 사회적 조건에 따라 어떤 관점이 우세할 수는 있어도 말이죠. 사실 성리학의 역사를 파고 들어가다 보면 우리에게서도 절대주의, 이원론, 물질주의라고 하는, 서구 전통에 속한다고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는 사유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현대과학이 발견한 관계성에 대한 증거들이 동북아나 유럽을 막론하고 기존의 사유에서 발견되는 것은 인간의 사유가 그러한 것을 구체적으로 입증할만한 증거 없이 추론하고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입니다. 그것이 동북아나 유럽에서 시기를 두고 반복된 것과 현대과학의 관점에서 유사성이 발견되는 것은 전적으로 우연입니다.  

 

 그래서 도킨스가 유불선에 대한 사유를 모르고도 그러한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신기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공통점을 통해서 동북아나 동양의 사유의 시기적 우월성을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피해야 할 일입니다. 특히 현대 물리학을 교양적 수준에서 알게되는 사람들이 이런 실수를 많이 하고, 전문적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들도 그럽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새로운 발견이 아니라 우리가 그만큼 사양의 사유전통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반증할 뿐입니다. 

 

근대과학의 독창성은 이러한 사유를 구체적 근거를 통해 입증하고 객관성을 확보하는 메커니즘을 마련한 것입니다. 이것이 그 이전의 지적 활동들과 근본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지점이고 서구의 근대가 그 이전의 세계와 전적으로 다른 폭발적 진보의 길을 겪게 된 이유엿습니다. 개별요인을 고립시켜 통제하고 하나하나 실험조건을 달리해서 실증적으로 확인해보는 것. 이것이 동양이 아니라 서구에서 발명되었다고 우리가 열등감을 가질 필요도, 이전의 우리 사유를 되짚으면서 우월성의 근거를 마련할 이유도 없겠죠. 옳은 방법이라면 받아들이고 체화하면 그만입니다. 물론 그랬군요님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단지 도킨스의 저작에 유불선 사유를 접할만한 참고서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다는 이야깁니다.

 

 '

획장형 표현형이 Gene의 의지에 귀속된 가설, 개념이고 여러 방증을 이 단어로 취합시키는 서술이 가능'이라는 뜻이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제 나름대로 일부를 추측하자면 "'이기적 유전자'라는 행위자agent 비유가 만족스럽게 적용되는 가설로 이러한 관점의 확장으로 매끈하게 연결된다 "라는 의미라면 동의합니다. 그러나 meme 가설이 보편적이라 확장된 표현형의 이론과 차이점을 보인다는 말씀은 여전히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확장된 표현형' 개념도 DNA기반 유전자가 환경에 적응하고 선택되는 메커니즘에 대한 일반이론인데요. 오히려 meme(한국에서는 최재천이 제안한 번역어로 모방자 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유전자와 대구가 맞는 좋은 번역어이기도 하고 매번 한영전환 하는 것이 귀찮아서  앞으로는 모방자라는 용어를 주로 쓰겠습니다.^^)이론이 DNA기반 복제자의 한계를 넘어 세상에 존재할 수있는 모든 종류의 복제자에 대한 이론을 전개했다는 것 만으로도 저는 모방자 개념의 창안이 도킨스의 위대한 업적 중 하나라고 봅니다.   

 

모방자라는 개념은 확장된 표현형으로도 설명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 더 정교하게 설명해야 하는 현상을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하신 제임스 웹 망원경이란 현상을 예로 들어보죠. 제임스 웹 망원경은 말씀대로 인간의 지적, 창조적, 활동에 관계하는 유전자조합의 '확장된 표현형' 입니다. 애초에 도킨스는 이 논의를 인간의 문화현상에까지 확장하기 위해 중간다리로 뭔가 자연에 인공적인 조작을 하는 것 같이 보이는 동물들의 사례를 들었고 그 중간다리를 통해 대중들이 인간의 문화현상들에 대해서도 유전자의 긴 팔을 적용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지 않을 수 있게 해줬죠. 그러나 같은 인간의 유전자를 가지고도 중세에는 기껏해야 돋보기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던 인간이 어떻게 우주에서 직접 외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 엄청난 망원경을 만들 수 있게 되었을까? 이 문제에 대해서 확장된 표현형은 그저 물적, 지적 환경이 변해서 유전자의 표현형이 그렇게  발현된 것이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돋보기에서 갈릴레오의 초보적 망원경을 거쳐 허블과 제임스 웹까지 도달하는 진화의 과정을 간명하게 설명하지 못합니다. 인간은 그때나 지금이나, 심지어 크로마뇽인일 대도 유전적으로는 거의 변한 것이 없으니까요. 바로 그 부분이 독자적인 문화이론가들이 문화가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에 종속되어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이고요. 물론 확장된 표현형은 그 진화에 대해서 환경 자체가 진화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었다고 설명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문화 자체의 진화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그러나 모방자 이론은 그 부분을 훌륭하게 설명합니다. 게다가 진보적 관점의 진화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 만큼 어렵다'는 아리송하고 이상한 변화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모방자는 숙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통해서 진보할 수도 있지만, 단지 실수에 의해서도, 혹은 숙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도, 숙주의 정신이라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징발하고 이용할 수 있다면 숙주의 유전자의 안위와는 상관 없이 적응하고 번식할 수 있으니까요. 수 많은 변이들을 낳으면서요. 이런 문화의 진화에 대해 모방자 이론은 확실히 확장된 표현형보다 설명의 우위가 있습니다. 물론 저는 하나의 현상이 두 가지 이론으로 모두 무리 없이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에 더욱 매혹되고 재미를 느낍니다. 

 

 여튼 이런 모방자 개념의 특징 때문에, 모방자 이론은 주로 전염병 같은, 바이러스에 의해 벌어지는 자연현상에 주로 비견됩니다. 그리고 밈 개념의 이런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도킨스가 생각하는 문화적 사례가 바로 '종교'입니다. 종교는 전염병처럼  그것이 인간의 정신에 매혹적이고 그래서 인간의 정신을 손쉽게 징발할 수 있기만 하면 인간 유전자의 안위와 상관없이  퍼져나갑니다. 자폭테러, 소신공양등의 순교, 자기학대에 가까운 고행등을 그 내용물로 하고요. 이러한 현상들의 설명에 대해서도 확실히 확장된 표현형보다는 모방자 개념이 더 직관적이고 효율적입니다.  

 

제가 20여년 전 처음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만난 것은 제 인생에 큰 전환점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 이전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정신분석이나 근거 없는 포스트모던에 대한 관심을 잃었고, "의심하고 확인하라"는 강령이 그 부정적 느낌을 넘어 인간의 지성에 가장 중요한 부분임을 정말 온 몸으로 체험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죠. 그랬군요님도 좋은 도킨스 탐구가 좋은 여정이되시길 바랍니다.

 

* 위에 올려주신 서문은 제가 원서와 번역서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확장된 표현형의 번역은 매우 훌륭하지만 그 안에 인용된 굴드의 문장들은 아주 난삽합니다. 그래서 번역자가 반대로 의미를 번역했고 그것이 바로 눈에 띄더군요. 그래서 원서를 구해 확인해보았습니다. 사실 도킨스의 저작들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원서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저도 도킨스에 매혹당한 것이죠.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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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6 14:31:59

This was mind candy of the highest quality. 

오늘 읽은 데닛의 도킨스에 대한 표현 중 마음에 들었던 부분인데요.

rockid님 댓글에 제가 그대로 말씀 드리고 싶네요.

 

도킨스의 이 책은 도킨스를 포함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바꿀 저력이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도킨스식 사고는 또 하나의 확장된 표현형일 수 있고 이기적유전자 같은 글쓰기는 하나의 모방자가 될 수도 있겠죠.(출간된 지 오래됐으니 그 증거가 널려있겠죠)

 

아, 원서로 읽어서 답답한 부분이 많은데 이 글 보니 후련합니다, 이 말 먼저 했어야 했는데요^^

 

모방자 부분은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제가 잘못 읽었다면 번역이 잘 된 것이고 제가 제대로 읽었다해도 역시 번역을 '잘'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확 잡히는 게 없었어요.)

 

확장형 유전자든 모방자든 최소 단위부터 인류의 과학 문명 이기까지 아우르는 진화의 생태를 관조한 도킨스에 힘입어  빅 히스토리를 조망하는 뿌리가 되었겠다는 생각까지 이르렀습니다.

 

이 책을 이기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제 인생에 편입시킬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이 책은 보이지 않는 긴 팔입니다.

 

짧게 댓글 달아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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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1-26 16:26:16

저야 말로 너무 긴 댓글로 침을 튀기며 이야기하는 바람에 죄송했습니다.ㅋㅋ

 

빅히스토리를 조망하는 기초로 도킨스의 이론들을 활용하시겠다는 말씀은 훌륭합니다. 저는 약 10여년 전에 데이비드 크리스천의 얇은 책을 읽고 거대사관점이라는 것이 웬 쓸데 없는 짓인가 하는 터무니 없는 오해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제 식견이 짧아 그런 광각 시야가 각각의 역사적 사실들의 해석에 달리 영향을 미칠 여지가 별로 없어보였죠. 나중에 거대사에 관한 책들이 계속 출간되는 것을 보면서 거대사라는 방법론이 인간의 역사가 하필 이러한 방식으로 흘러온 아주 다양한 원인들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더욱 합리적인 탐구방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전의 역사가들은 어떻게든 한 사건의 원인을 몇 가지 선행하는 사건들로 국한지어 설명하려고 했었죠.  지금은 자연과학자들과 인문학자들이 서로의 관점들을 부합시켜 더욱 정교하고 설득력있게 사건을 해석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역사적 사건을 해석할때 필수적으로 체용해야 하는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쏟아져나오는 다양한 거대사 담론들은 아직 평균으로 수렴하지 않은 다양한 관점들의 박화만발하는 형국이라 봅니다. 빌 게이츠가 거대사 보급운동에 왜 그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했는지 알겠더라고요. 

 

도킨스의 관점은 이 외에도 데닛이나 핑커 그리고 그 밖의 수 많은 인지과학자들이나 관련 철학자들의 연구에 접근하는데도 필수불가결한 핵심입니다. 

 

다른 책들도 중요하지만 초기 3부작인 이기적 유전자, 확장된 표현형, 눈먼 시계공은 꼭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이기적 유전자가 자연선택과 멘델의 관점을 통합시킨 현대적 종합을 설명한 것이라면, 확장된 표현형은 거기서 파생된 유전자와 개체 그리고 집단이라는 존재에 관한 존재론이고 인식론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책이고요. 눈 먼 시계공은 자연선택의 메커니즘에 대한 여러 오해들을 불식시킨 가장 대중적인 저작이라고 할만 합니다.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가장 유명한 주장인  "지구를 포함한,  우주에 어떤 복잡한 생명체가 살고 있더라도, 그 생명은 필연적으로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했을 수 밖에 없다."라는 것을 보면 이 책이 그랬군요님의 거대사 비전에 필수적임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나머지 책들도 읽고 후회할만한 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도킨스의 에세이들은 명석한 수다쟁이의 진면모를 보여주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실용적이고 명료한 문체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가장 훌륭한 모범례하 생각합니다. 특히 도킨스의 비유법은 정평이 나 있죠. 가장 논란이 많았던 만들어진 신 조차 저는 훌륭한 과학철학 입문서로 생각합니다.저는 아동을 대상으로한 것 이외의 도킨스의 저작을 모두 여러 번 읽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책 말고도 훌륭한 책들을 몇 권 더 꼽으려 했지만 잠시 생각해 보고 포기합니다. 조상이야기, 에덴 밖의 강, 지상 최대의 쇼 등등 뺄 것이 없습니다.)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도킨스를 거치지 않고 핑커나 데닛으로 올라가는 것은 막연할 것입니다.    말이 또 너무 길어졌네요 이만 줄이고 즐거운 독서되시길 기원합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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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1-27 03:05:51

데닛의 글에서 밈에 대한 명료한 이미지(아래 형광색 친 부분)를 봤습니다. 

침팬치의 예시도 잘 이해됩니다. Balkin’s Cultural Software (1998)하고 자신의 Breaking the Spell를 추천하는군요. 아울러 튜링과 쿤의 책과 함께 이기적 유전자를 철학도들의  필수적인 Thinking Tool로 권하면서  글을 마무리합니다. 

 

생각의 도구 - 이게 제가 도킨스에서 발견했던 기쁨의 원천인데 데닛이 말해주니 반갑더군요.

 

https://www.goodreads.com/book/show/1526631.Cultural_Software?ac=1&from_search=true&qid=V8wIf0YQwO&rank=1

http://www.yes24.com/Product/Goods/3842675

https://www.goodreads.com/book/show/2067.Breaking_the_Spell?ac=1&from_search=true&qid=KqiXdFQvyA&rank=1


대니얼 데닛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글(PDF)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https://ase.tufts.edu/cogstud/dennett/recent.html 

 

그 중에 2006년도에 쓴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철학적 에세이로 고찰한 글입니다.

"The Selfish Gene as a Philosophical Essay," to be published in Spring, 2006, a collection of essays on Richard Dawkins, OUP.

https://ase.tufts.edu/cogstud/dennett/papers/selfishgene.pdf

 


8페이지 분량의 짧은 에세이입니다.

형광색 표시한 곳이 밈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쓴 부분입니다.

 

(전략)

 8/10페이지

The concept of a meme, a replicating unit of cultural evolution that can move from brain to brain, redesigning the brain a little to make it a better outpost for itself and other memes, opens up ways of thinking about psychological phenomena–both cognitive and emotional–that were inaccessible to earlier theorists puzzling about the problems of consciousness. Now that we have the idea, it even seems obvious, in retrospect, that most of the huge difference between our minds and the

minds of chimpanzees is not due directly to the genetically controlled differences in neuroanatomy but to the vast differences in virtual architecture made possible by those minor differences in the underlying neural hardware. By becoming adapted to the transmission and rehearsal (internal replication) of a cornucopia of pre-designed cultural thinking tools, our brains became open-minded in a way that is apparently unavailable to chimpanzee brains no matter how intensively their cultural environment is enriched.


 At this time, the contributions of the concept of a meme are still largely conceptual–or philosophical. The search for testable hypotheses of memetics is still in its infancy, but there are more than a few applications of the underlying insights to theoretical problems in philosophy, cognitive science, and more recently, the nature of ethics and religion. For instance, I

recommend Balkin’s Cultural Software (1998), and my own forthcoming book on religion as a natural phenomenon, Breaking the Spell.

 

(중략)

 

I put Dawkins’ book alongside classics by such non-philosophers as Turing (1950) and Kuhn (1962) as essential thinking tools for any student of philosophy. In addition to everything else they will learn from it, they will discover that it is actually possible to write arguments that are both rigorous and a joy to read. That discovery, if enough philosophers took it to heart, could transform our discip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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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7 12:51:35

....opens up ways of thinking about psychological phenomena–both cognitive and emotional–that were inaccessible to earlier theorists puzzling about the problems of consciousness.  


나중에 데닛이 이 부분의 논리를 전개해나가시는 광경을 보면 정말 놀라실 겁니다. 

 

쿤을 어째서 비 철학자라고 했는지는 좀 의아하네요. 튜링의 50년 논문은 무슨 내용인지도 알고 가지고 있지만 아직 읽어보질 못했는데 조만간 읽게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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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5 16:34:14

rockid님 오랜만입니다. ^^

40주년 기념판이 100페이지 넘게 늘어났다니 새로 사볼 가치가 충분히 있겠군요.

감사합니다.

2022-01-25 09:45:26

아주 흥미로운 내용이지요. 저도 종종 비슷한 관점에서 생각해보곤 합니다.

 

가령, 내 존재가 불멸이고 젊음이 쇠퇴하지도 않지만, 지금과 같은 형태로 자가복제해서 새로운 생명을 창조해낼 수는 있다고 했을때, 과연 인류는 지금처럼 번식(표현이 좀 그렇지만 전지적 관점에서 봤을때...) 행위를 지속해나갈 것인가? 

 

여기에는, 현재의 번식 행위가 유전자의 유한한 생명과 패턴을 보다 다양화시키며, 영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한 절대적 필요 과정이라는 전제가 바탕이 됩니다.  그런데 유전자가 이미 영속성을 가진 개체로서 존재한다면, 번식이라는 과정이 가지는 목적 그 자체가 쇠퇴하게 되는 것이지요.

성행위에서 쾌락적 요소가 부여된 것 조차도, 어쩌면 번식이란 과정에서 가지는 고통조차도 능가하는 생체적 즐거움을 줌으로서 적극적(!)으로 번식을 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유전자적인 측면에서 디자인 되었을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요. 

 

그렇다면, 영속성을 가진 상태에서는, 애시당초 성행위에서 쾌감을 얻을 수 있는 유전자적 디자인 자체도 결여되어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겠지요.

번식은 가능하지만, 그 근본적인(현생 생명체적인 측면에서는...) 목적이 결여된 상태에서, 쾌락도 부여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과연 그 상태일때 우리는 아이를 낳는 행위를 할 것인가? 아니 애시당초 파트너를 선택해 가정이란 집단을 이루며 살아갈 것인가? 이성(=상호간의 유전자를 결합시켜, 새로운 패턴으로 지속성을 부여하게 되는 매개체)에게 이끌림을 느낄 것인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면, 상당히 골치가 아프면서도 섬찟하게 느껴집니다. 마치 뇌가 전기 신호로 이루어져있다는 가정하에, 그 신호를 그대로 로봇의 바디로 이식할 수 있다고 쳐도, 매개체가 되는 것 자체가 전환이 이루어졌을때 그 신호(!)는 인간의 육체에서 행하던 방식 그대로의 사고와 판단, 행동을 할까? 란 의문처럼 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윈터 솔져에서, 컴퓨터로 이식되었음에도 인간 시절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유지한 닥터 졸라는 엄청난 과학자였던 것 같습니다. ^^;;)

WR
2022-01-25 09:54:45

무성생식과 유성생식의 차이가 있는 점이 유성생식을 통해서 표현형이 다양화되면서 진화의 토대가 된다고 읽었는데요. 유전자의 농간으로 대가리를 뜯기면서도 사마귀 숫놈이 더 희열을 느끼고 교접에 임한다고 이해했습니다.  모계유전에 대한 설명이 좀 어려웠어서 헤맨 부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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