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작년까지 계속해 왔던 책 읽는 습관을 바꾸게 만든 책입니다. 저는 보통 문장이 다른 형태로 된 책들을 동시에 읽습니다. 두 권을 펴놓고 읽는다는 말이 아니고요.
영어독서를 하면서 시간은 없고 짧은 시간에 편중된 문장 형태만 받아들여선 안되겠다는 방어적 본능 때문이었는데요. 한 때는 신문만 열심히 봤었는데 그 또한 편중된 문장형태더라구요. 독해력이 느는지도 모르겠고요.
수필부터 논픽션, 소설 등 다양하게 읽으면서 좋은 문장이 어떤 것인지 알게되고 책 마다 결이 있다는 것도 느껴지고 휘리릭 넘기며 문장만 보고 선택 유무를 결정하는 호기도 부려볼 때도 있게 됐습니다.
아직도 영시 부분은 넘겨다 볼 엄두를 못내는 형편이기도 합니다. 하여튼 오랜 기간 그런 방법으로 책을 읽었더니 문장 적응력도 꽤나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읽기를 마쳤는데 감회가 다르네요. 사실 40주년판 뒷 부분 노트를 마저 읽어야 합니다. 이건 후기 같은 느낌이라서 책 자체는 마쳤다고 하는 게 맞다고 우겨봅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다른 책을 읽지 못하겠더라구요. 물론 일상적인 CNN이나 디피 둘러보기는 했습니다. 1976년에 나온 책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이 책이 일으켰을 사회적 파문 이런 것은 제 관심 밖이었으니 아무 것도 모릅니다.
점심때 붙든 책을 끝내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밤을 새우고 말았다. 새벽 동이 틀 무렵 책을 덮고 바라본 창 밖의 세상은 어제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나무들은 왜 거기 서 있는지, 새들은 왜 이른 새벽부터 지저귀는지, 나는 왜 사는지 가지런히 설명되기 시작했다. - 최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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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2/02/2016020203870.html
저는 최재천 교수님처럼 붙들고 밤을 새지는 않았습니다. 모로 누워 눈 앞에 세워둔 킨들을 보다 잠을 들곤 했습니다.
제 나이 보다는 젊은 책이지만 이 책을 이 만큼 나이 먹고 읽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읽는 책들을 일찍 읽었다고 인생이 달라졌을까... 인생의 방향을 가리키는 책을 젊을 때 만난다는 것 또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명인들이 인생을 바꾼 책 운운하는 기사가 많이 있죠.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그런 것인지도 모를 일이고요. 어떤 책은 늦게 읽을 수록 좋은 책이 있는데 이 책이 그런 경우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제가 이제야 읽어서 그런 것 아닙니다.
도킨스는 천부적인 이야기꾼입니다. 그의 가설과 추론의 대단함에 앞서 그의 말솜씨에 붙들려 끝까지 읽었다고 밖에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알게 된 것도 얼마 안되고 그 이후로 읽기 전까지 오해했으며 읽으면서부터는 매 챕터 마다 감흥을 느끼며 읽었습니다.
바이러스와 유전자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는 마침 코로나 판데믹이라 정말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더군요. 그의 말이 아직도 유효하며 어떻게 코로나가 인류에게 영향을 끼칠지 아무 것도 예고된 것이 없으니까요.
유불선 환경을 도킨스 보다는 제가 더 이해하고 있다고 치면 더 흥미롭게 읽힙니다. 도킨스는 과학적 태도로 글을 썼지만 그의 글은 철학적으로 귀결하고 명상의 끝에서 뭔가를 쥐고 눈을 뜬 사람이 할 법한 이야기를 추론으로 써냈기 때문입니다. 저만 그렇게 느꼈다면 이 책이 유명해질 리가 없습니다.
이 책을 읽는 방법은 그의 글을 읽으며 독자가 지금까지 읽은 모든 책과 생각과 경험과 상상을 동원해 여러가지 대화를 행간 마다 주고 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즐겁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즐거울 정도로 제가 뭘 좀 느꼈기에 주제 넘어 썼습니다만, 제 일천한 지식으로 내용에 대해서 여기서 뭐라 할 정도는 아닙니다. 이 책은 소장해서 읽혀질 때 읽어야 하는 책인 것은 분명합니다. 단, 그의 말만 읽힌다면 지식은 되겠지만 그의 책을 읽는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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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다시 전자책을 펼쳤습니다. 책은 다시 보는 재미가 남다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