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난공불락이었던 시라쿠사 함락을 가져온 단 한 명의 배신
역사에는 만일이 없지만 역사책을 읽을 때에는 '만일'을 생각하기 위해 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역사로부터 배운다는 말은 그 '만일'에 대한 숙고와 탐색에 어느 정도 기인하겠지요.
알려진 사실들을 어떻게 서술하느냐에 따라 역사책 저자의 공정한 시각에 대한 신뢰를 저울질하는 독자의 날카로운 눈 밖에 나지 않게 되느냐 혹은 어설픈 독자의 마음을 휘어잡느냐의 차이가 있겠지만 노먼 데이비스의 책을 읽으며 느끼는 것은 4K 디테일의 화면에 데이빗 아텐보르의 목소리로 설명해주는 듯한 환상에 젖어 읽고 있다는 것입니다. 잘 모르니 각 잡고 빨아들이듯 읽어서 그렇기도 합니다.
카르타고의 멸망에 대한 부분을 읽다가 푹 빠진 부분을 공유합니다.
"발생했던 어떤 사건이 지금까지도 그 결과가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그런 일들이 있다. 그런 일이 없었다 할 수 없는 사건이. 만일 모에리스쿠스가 성문을 열지 않았다면, 만일 시라쿠사인들이 한 때 아테네에게 저항했던 것처럼 로마에게 저항했다면, 만일 로마가 카르타고를 정복하기 전에 한니발이 로마를 정벌하는데 성공했었다면 결과적으로 그리스는 유대인의 카르타고와 종국에 융합되었을 것이고 역사는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요점은 모에리스쿠스가 성문을 열었다는 것이다." - Europe: A History by 노먼 데이비스
수 많은 모에리스쿠스, 한니발, 마르켈루스가 현대에는 공존합니다. 우리는 역사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탐내지 말고 속이지 말며, 갈망하지 말고 남의 덕을 가리지도 말며, 혼탁과 미혹을 버리고 , 세상의 온갖 애착에서 벗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가라."
- 숫타니파타 3. 무소의 뿔 52
붓다의 가르침과 모에리스쿠스의 행위에는 어마어마한 갭이 있으며 모에리스쿠스가 입은(힌) 카르마가 현생의 모두에게 미친다고 할 때 붓다의 가르침의 의미를 음미하는 시각을 여러가지로 확장할 수 있겠습니다.
단순한 도덕율이 아니고 좁게는 '행동 추진의 원칙'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고 넓게는 나비 같은 내 인생의 날갯짓이 이후의 역사에 해일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광의의 해석 또한 가능합니다. 2016년 10월부터 벌어진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도 한 번 목격했었지요.
마르쿠스 클라우디우스 마르켈루스 집정관이 이끄는 로마군은 기원전 214년에 시라쿠사를 포위했다. 시라쿠사는 3년 간을 버텼으나, 기원전 212년에 항복하고 만다.
모에리스쿠스 (Moeriscus)라는 이름의 이베리아인 지휘관이 아레투사 분수 인근에 있던 로마군을 들여보냈다고 전해진다.
https://ko.wikipedia.org/wiki/%EC%8B%9C%EB%9D%BC%EC%BF%A0%EC%82%AC#%EA%B7%B8%EB%A6%AC%EC%8A%A4_%EC%8B%9C%EB%8C%80
https://www.goodreads.com/book/show/40631.Europe?from_search=true&from_srp=true&qid=fwHMeg4rKv&rank=1
- Krishnamurti
2022-04-06 14:04:47
죄송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댓글을 달았네요 ㅠㅠ
2022-04-05 18:02:27
소개해 주신 책 국내 번역본이 있나 봤더니 작년 2월에 나오자마자 절판되었네요. 초판 1쇄만 찍은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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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군요. [유레카]라는 만화가 그때를 배경으로 하는데 재밌게 봤었습니다.
역시나 만화는 판타지였군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