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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최근에 구매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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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66
2022-08-13 00:40:18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었거나 제작 예정인 작품들이 많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피터 메이를 2021 CWA 대거상 수상작가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설명이 약간 필요할 것 같네요

대거상에는 종류가 여럿 있습니다.

일종의 대상이라 할 수 있는 골드대거,

최고의 스릴러에 수여하는 이언 플레밍 스틸 대거,

데뷔작에 수여하는 뉴 블러드 대거,

역사 미스터리에 수여하는 히스토리컬 대거 등이 있습니다.

피터 메이가 2021에 수상한 대거상은 "The CWA Dagger in the Library"로

정확한 표현이 아닐수도 있지만

도서관 직원이 뽑는 인기상 비슷한 거라 할 수 있습니다.

(위키에는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The CWA Dagger in the Library: This Dagger is awarded to "the author of crime fiction whose work is currently giving the greatest enjoyment to readers"; authors are nominated by UK libraries and judged by a panel of librarians.") 


공포의 패러다임을 재창조한 스코틀랜드 스릴러의 정수!

굴뚝 없는 블랙하우스에서는 무엇도 쉬이 빠져나갈 수 없다.
매캐한 연기가 고여 벽을 까맣게 태우고
지독한 진실이 모여 영원한 비밀을 만든다.


2021년 CWA 대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스릴러 작가로 자리매김한 피터 메이의 대표작 《블랙하우스》가 마침내 한국 독자를 만난다. ‘루이스 섬’ 3부작의 포문을 여는 《블랙하우스》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18년 만에 고향에 돌아간 한 형사가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며 섬의 깊은 비밀과 직면하는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 소설. 스코틀랜드 특유의 자연과 문화가 외딴 공간에서 비롯되는 근원적 공포와 어우러지면서 새로운 차원의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차가운 동시에 불같은 강렬함을 품은 걸작”이라는 극찬과 함께 2009년 프랑스에서 먼저 출간되었으며, 영국과 노르웨이에서도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2011년 프랑스 세잠문학상, 2013년 배리상 범죄소설부문을 수상하고, 2013년 매커비티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평단의 격찬도 이어졌다. 이후 《루이스맨The Lewis Man》 《체스맨The Chessmen》으로 이어지는 ‘루이스 섬’ 3부작은 30여 개국에서 600만 부 이상 판매되는 글로벌 대작 반열에 오르며 작가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18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간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냥이 시작되었다.”


루이스 섬의 낡은 보트 창고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시신이 발견된다.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낸 뒤 시신을 천장에 매달아둔 끔찍한 수법은 몇 달 전 발생한 살인사건과 유사하다. 연쇄살인의 시작일까, 우발적인 모방범죄일까. 루이스 섬 살인사건은 18년 전 고향 섬에서 도망치듯 떠난 형사 ‘핀 매클라우드’를 섬으로 불러들인다. 다섯 살배기 아들의 죽음, 끝장난 결혼, 매일 밤의 되풀이되는 악몽까지…… 그의 삶이 처참히 무너진 최악의 순간에.

그는 거센 빗줄기 너머로 보이던 그날의 광경을 생생히 기억했다.
오순절교회와 은행 건물 사이의 나무에 벌거벗은 시신이 매달려 있었다. (중략)
블랙이 말했다. “또 한 건이 발생했네. 동일한 수법으로.
_본문에서

“폭풍우 몰아치는 스코틀랜드의 차가운 바다가 이 한 권에 들어 있다.” _데일리레코드

서늘한 스코틀랜드 스릴러가 선보이는 새로운 서스펜스


스코틀랜드 아우터 헤브리스 제도 최북단에 위치한 루이스 섬. 《블랙하우스》는 이 낯선 섬을 스코틀랜드 스릴러의 정수를 보여줄 최고의 장소로 채택한다. 사시사철 폭풍우가 몰아치고, 본토와의 거리 탓에 생활양식마저 유폐된 루이스 섬은 지리적‧기후적‧심리적 고립감을 자아내며 폐쇄된 공간 특유의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섬의 독특한 문화는 작품의 서스펜스를 더욱 배가한다. 새끼 새를 대량 학살하는 잔혹한 연례 행사나, 사용자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낯선 ‘게일어’, 섬에 얽힌 전설 등은 신비감과 더불어 스산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고조시키며 스릴감을 완성한다.
《블랙하우스》는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서술하는 방식을 통해 한층 정교하고 다층적인 서사를 펼쳐놓는다. 현재 형사 핀이 살인사건의 전말을 추적하며 시간을 거꾸로 되짚어가는 한편, 과거 소년 핀이 벌인 일들이 커지는 균열 속에서 조금씩 실체를 드러낸다. 현재의 살인사건과 은폐된 과거의 사건이 마침내 한 점에서 만나 경악스러운 진실이 폭발하듯 드러나는 순간, 작가의 치밀한 설계와 구성에 탄복하게 될 것이다. 더하여 생생한 묘사와 속도감 있는 전개는 웰메이드 스릴러 소설다운 서사적 재미를 보장하는데, 바다 한복판에 세찬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장면은 작품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히며 현장감을 선사한다.

“이토록 강렬한 스릴러를 쓰는 작가가 또 있을까.” _뉴욕저널오브북스

CWA 대거상 수상작가 피터 메이의 정점!


“내가 경험한 섬을 생생하게 담고 싶었다.
휘몰아치는 바람, 예측할 수 없는 날씨, 깎아지른 절벽과 매서운 파도…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섬사람들의 가혹한 삶까지도.”
_피터 메이, 출간 인터뷰에서

오랜 시간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한 피터 메이는 루이스 섬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제작할 무렵 《블랙하우스》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섬의 폐쇄성과 독특한 문화, 그곳에 얽힌 오랜 이야기가 그의 창작욕을 자극한 것이다. 강렬한 공간 설정으로 대체 불가능한 매력을 자랑하는 《블랙하우스》는 피터 메이를 단숨에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스릴러 작가 반열에 올려놓았다. 영국, 프랑스, 노르웨이에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대중에게 사랑받은 것은 물론, 세잠문학상, 배리상 범죄소설부문을 수상하고 매커비티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문학성까지 인정받았다. 프랑스 일간지 〈뤼마니테〉는 이 소설에 “차가운 동시에 불같은 강렬함을 품은 걸작”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블랙하우스》는 《루이스 맨The Lewis Man》으로 이어진다. 루이스 섬의 늪지에서 발견된 미라화化된 시신을 둘러싸고 또 한 번 숨 막히는 스릴러가 펼쳐질 예정이다.  

 

   여성 뱀파이어를 주인공으로 한 <카밀라>(카르밀라)로 유명한 르 파누의 장편입니다. 아마도 국내 초역.

빅토리아 시기 ‘유령 이야기’의 대가 조셉 셰리던 르 파누의 대표작이다. 르 파누는 앤 래드클리프풍의 고딕 소설 양식을 따르면서도 인물의 전형성을 탈피해 래드클리프의 인물보다 훨씬 생생하고 개성 넘치는 인물을 만들어냈다. 또한 고딕의 초자연적인 판타지에서 벗어나 인물의 내면에 천착해 미묘한 심리 변화를 묘사하고 그에 상응하는 고딕적 배경을 세밀하고 빈틈없이 그림으로써 공포와 서스펜스를 극대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작품은 고딕 소설과 센세이션 소설적 구조와 플롯에 전래 동화적 요소를 가미해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빨간 모자』, 『헨젤과 그레텔』, 『미녀와 야수』, 『푸른 수염』 등의 전래 동화를 이용해 마녀와 늑대, 감금, 비밀의 열쇠, 미녀를 겁박하는 야수 모티프를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그러면서도 전래 동화의 전형성을 탈피하고 유일무이하고 개성 넘치는 인물을 창조했다. 그리하여 악당이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사일러스와 사악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마담 드 라 루지에르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존재감을 뿜어낸다.

그 외에도 『엉클 사일러스』는 19세기 후반에 윌키 콜린스나 아서 코난 도일 등의 작가에 의해 본격적으로 대두된 범죄소설, 또는 추리소설의 플롯을 이용한다. 물론 형사나 탐정이 나오지는 않지만 사일러스라는 인물이 지닌 미스터리를 밝히는 일 자체가 일관적인 플롯이 되고 그 사이에 잘못된 단서들, [닫힌 방] 살인사건, 등 추리소설의 요소를 적극 활용해 탄탄한 구조의 스릴러로서 서스펜스를 끝까지 유지한다.

작품은 또한 초기 고딕 소설에서 진일보한 면모, 독특한 면모를 보인다. 래드클리프 유파의 고딕 로맨스에서는 악당으로부터 주인공을 구하는 데 젊은 남성이 큰 역할을 하는 반면에,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의 연인은 연인의 탈출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대신 오직 주인공이 변화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여성들의 힘에 의해서 주인공은 죽음의 성에서 벗어난다.

◆ 특징

1. 고딕 소설과 센세이션 소설, 전래 동화, 추리 소설 등 여러 장르가 결합하여 긴장감 넘치는 심리 스릴러가 되었다.

2. 플롯이 쉼 없이 클라이맥스를 향해 나아가고 각 에피소드는 전체 그림에 딱 들어맞는 퍼즐을 구성한다.
3. 여성 주인공의 1인칭 시점의 서술이 독자의 몰입도를 높이며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데 독자의 적극적인 추리를 유도한다.

4. 작품은 레이디 놀리스의 신랄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언어, 사일러스의 품위 넘치면서도 차갑고 싸늘한 언어, 밀리센트의 상스럽지만 코믹한 언어, 마담 드 라 루지에르의 저속하지만 우스꽝스러운 언어 등 읽는 행위 자체를 즐겁게 만드는 텍스트다.

5. 작품은 탐욕스럽고 억압적인 가부장제의 가스라이팅에 맞서 여자들의 힘으로만 이루어낸 탈출의 드라마다.  

 네번째 출간되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책입니다.

세번째 출간되었던 <라스트 울프>는 건너뛰었는데 이번 단편집은 구매했습니다.

페이지수가 좀 되고 양장본이라서 가격이 다소 높습니다.(정가 : 27,000원)

만 개의 쉼표와 백 개의 마침표로 세운예술에게 바치는 거대한 성전聖殿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무한히 확장하는
예술과 인간 그리고 신에 대한 이야기

2019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수상, 2015 맨부커 인터내셔널 수상
노벨문학상 후보로 손꼽히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단편집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는 우리에게 숨겨진 의미의 프리즘 아래에서 빛나는 작품을 선사한다. 우리의 임무는 점들을 연결하고, 문장의 신비함을 느끼고, 찾아온 혼란을 인내와 포용으로 받아들이며, 극도로 의미심장한 순간과의 조우를 준비하는 것이다.”
_《밀리언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문장은 비타협적인 미학으로, 독서에 몰입한 독자는 보상을 얻지만 산만함을 보인다면 자비 없이 처벌한다. 하지만 이런 문장이 때로는 우리를 흥분시키고 심지어 행복하다고까지 느끼게 한다.”
_《가디언》


오직 알마 출판사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헝가리 현대 문학의 거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새로운 작품이 출간되었다. 2015년 맨부커 인터내셔널과 2019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에서 수상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매해 노벨문학상 후보에 빠짐없이 거론되는 문호다. 국내에서는 벨라 타르의 영화 <사탄 탱고>의 원작 소설 작가로 이름이 알려진 이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문체와 필력으로 굳건한 마니아 층을 형성해왔다.
《서왕모의 강림》은 꾸준히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을 따라온 독자들이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중요한 작품이다. 혹은 크러스너호르커이와 가까워지고 싶었으나 선뜻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던 독자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총 1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서왕모의 강림》은 비교적 우리에게 친숙한 장소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다수 실려 있다. 현대 일본의 교토나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같은 곳이 그 예다. 한번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면 다시 집중하기 어려운 장편과는 다르게 한 편, 한 편의 끝맺음이 있다는 것 역시 진입 장벽을 낮추는 주요한 요인이다.
동시에 《서왕모의 강림》은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문학적 정수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일찍이 크러스너호르커이가 “마침표는 인간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신에게 속한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그의 작품을 처음 읽은 사람이라면 아무리 페이지를 넘겨도 끝나지 않는 문장, 끊임없이 등장하는 쉼표에 당혹스러워질 수 있다. 《서왕모의 강림》 역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스타일이 여실히 살아 있다. 그러나 차분히 활자를 따라 읽어가다 보면 마치 롱테이크로 찍은 영화를 보는 듯 눈앞에서 생생히 펼쳐지는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문장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문학적 순간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서왕모의 강림》에 실린 17편의 작품은 저마다 다른 주제를 선보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꼽아보자면 넓은 의미에서의 ‘예술’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각각의 작품에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예술 작품이 등장한다. 그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회화 작품이거나, 불상,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이기도 하고, 일본의 전통 가면극이거나 혹은 제례 의식 그 자체일 수 있다. 《서왕모의 강림》은 인간이 아닌 예술 그 자체가 주인공인 작품집이며, 그렇기 때문에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들 속에서 특별한 위치에 자리한다.

* 수록작 소개 *

<가모가와의 사냥꾼>
교토 가모가와강에 백로 한 마리가 앉아 물고기를 사냥하고 있다. 백로는 숭고한 존재이나 그의 숭고한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사람은 화자뿐이다. 강둑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누구도 가모가와강에서 사냥하는 새 한 마리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추방당한 왕후>
바사(페르시아)의 왕후 와스디가 아하수에로왕의 명령을 거역하여 추방당했다는 짧은 일화를 르네상스 화가 필리피노 리피의 작품과 접목하여 비극적 아름다움을 탐구한다.

<불상의 보전>
일본 아이치현 이나자와시에 있는 젠겐지에서 아미타여래좌상을 복원하는 과정 전반에 대한 이야기이다. 불상을 옮겨 복원청으로 가져가고 복원을 완료하며 개안식(복원된 불상을 돌려받아 모시고 눈을 그리는 의식)을 묘사한다.

<크리스토 모르토>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방문한 주인공은 11년 전 단체 관광객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을 때 신비스럽게 조우한 그림을 다시 보려고 산 로코 미술관을 찾는다.

<아크로폴리스에 올라가서>
평생 꿈꿔온 아크로폴리스 관람을 위해 아테네를 찾은 관광객 주인공은 공항의 혼잡과 택시 기사의 바가지에 시달리고 나서 친절한 청년들과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다 그들의 만류에도 아크로폴리스를 향해 출발한다.

<그는 새벽에 일어난다>
노멘(일본 전통 연극 노의 가면)을 제작하는 장인이 가면 하나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꼼꼼히 묘사한다. 금욕적으로 생활하며 오직 귀신 가면 만들기에 열중하던 장인이 마지막 손길을 더했을 때, 그 가면에서 귀신이 태어난다.

<살인자의 탄생>
평범한 생활에 신물이 나 무작정 무일푼으로 고국을 떠나온 남자는 카사 밀라라는 건물에 우연히 들어갔다가 러시아 성화 전시회를 보게 된다. 그는 그곳을 지키던 경비원에게서 일방적으로 성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노우에 가즈유키 명인의 삶과 일>
일본 전통 연극인 노 <서왕모>의 주인공을 연기하는 이노우에 가즈유키 명인의 기구한 내력과 독특한 정신 세계를 묘사한다.

<일 리토르노 인 페루자>
피에트로 페루지노(이하 ‘마에스트로’)는 페루자 출신의 화가로, 공방 제자들과 함께 이탈리아 전역을 떠돌다 피렌체에 정착했으나 무슨 연유에서인지 다시 짐을 꾸려 페루자로 돌아간다. 제자 네 명은 수레에 짐을 싣고 따로 출발하는데, 포도주에 취해 곯아떨어지는 등 온갖 우여곡절을 겪는다.

<아득한 명령>
알람브라 궁전은 진짜 이름이 무엇인지, 언제 건축되었는지, 누가 건축을 의뢰했는지, 무엇을 위한 건축물인지 등등 무엇 하나 명쾌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무언가 밖에서 불타고 있다>
루마니아 스픈타 아나 호수의 캠프장에 예술가 열두 명이 모여든다. 그들이 자연을 체험하고 명상하면서 각자 예술 활동을 하는 동안 부쿠레슈티에서 온 남자만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남들을 구경하기만 한다. 그는 일정 시간 동안 종적을 감추는데, 몇 사람이 새벽에 일어나 그의 뒤를 밟는다.

<당신이 바라보고 있을 곳>
루브르 박물관에서 32년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세바뉴의 유일한 낙은 자신이 맡은 전시실에 놓인 밀로의 비너스를 바라보는 것이다.

<사적인 열정>
도시에서 온 건축가는 도서관 강연회에 모여서 바로크 음악에 대해 열정적인 사변을 늘어놓는다. 바로크는 고통의 예술이요 죽음의 예술이며 모든 것은 바로크와 함께 끝났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건축가는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청중착오적이기도 해서 강연회에 참석한 노인들은 그의 말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한다.

<푸르름 속 메마른 띠 하나뿐>
풍경화가 킨츨은 연인 오귀스틴이 죽은 뒤 제네바에서 로잔으로 가는 열차 승차권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그는 자신을 훔쳐보는 사람들과 발권에 늑장을 부리는 역무원에게 분노를 느낀다. 그는 얼마 전 제네바 호수를 묘사한 풍경화를 완성했으나 제목을 붙이지 못했는데, 매표구 앞에 도달해서야 올바른 제목이 떠오른다.

<이세신궁 식년천궁>
이세신궁은 태양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와 의식주의 신 도요우케노 오미카미를 모시는 신사로, 일본 미에현 이세시에 있다. 이 이야기는 이곳의 신사 건물을 20년마다 새로 짓는 식년천궁 의식을 소재로 한다. 서양인 관광객과 일본인 친구는 제62회 이세신궁 식년천궁에 참관하기 위해 여러 우여곡절을 겪는다.

<제아미는 떠난다>
제아미는 노를 하나의 예술 장르로 정착시킨 인물이다. 이 이야기는 제아미가 권력의 눈밖에 나 사도섬에서 귀양살이를 하다 죽기까지의 기간을 다루는데, 이곳에서 제아미는 마지막 작품 《긴토쇼》를 남긴다.

<땅밑에서 들려오는 비명>

상 왕조 사람들은 불가침의 무덤을 짓고자 했으나, 현재의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그들이 상상한 시간의 척도를 훌쩍 뛰어넘기에 이제는 모든 것이 사라지고 무덤을 지키던 짐승들의 비명만이 남아 있다.  

 

 

 아시다시피 봉준호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화의 원작소설입니다.

<살인의 추억>, <설국열차>에 이은 세번째 각색물이 되겠네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차기 SF 영화의 원작!
복제인간으로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한 사내를 주인공으로,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과 계급간의 모순을 파고든 SF 장편소설.

"『미키7』은 모험 소설을 가장한 세련된 철학적 풍자다. 경박하고 우울한 유머와 교묘한 전제로 독자를 유인한 뒤 견딜 수 없는 진실을 억압하는 인간의 재능에 대한 파괴적인 통찰로 허를 찌른다." -《뉴욕 저널 오브 북스》

"끝내주는 설정은 물론 사회적 비평, 우울한 유머, 그리고 깜짝 놀랄 공포가 골고루 버무려져 있어서 「기생충」 의 봉준호 감독이 영화화하기에 딱이다." -《더 필름 스테이지》



봉준호 감독의 차기 영화의 원작으로 주목받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SF 장편소설 『미키7』이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죽더라도 끊임없이 전임자의 기억을 갖고 복제인간으로 되살아나게 되는 미키의 일곱 번째 삶을 소재로 SF의 재미와 철학적 주제를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먼 미래, 끊임없이 전 우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던 인류가 새로운 행성 '니플하임'을 개척하려 하지만, 공격적인 성향의 토착 생명체인 크리퍼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 개척단에서 가장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익스펜더블(소모인력)인 미키7이 탐사 도중 발을 헛디뎌 얼음 구덩이 아래로 추락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상처를 입긴 했지만, 아직 살아있던 미키는 죽어도 복제인간으로 되살릴 수 있다는 이유로 구조되지 않고, 결국 가까스로 기지로 생환하지만 이미 자신의 예전 기억을 갖고 되살아난 미키8을 만나고만다. 가뜩이나 상류층과 엘리트로 구성된 개척단에서 하층민 출신인 미키를 밥벌레 정도로 여기던 사령관에게 이 사실이 알려지면 둘 다 죽임당할 게 뻔한 상황. 둘 중 하나가 죽든가, 아니면 모두의 눈을 속이고 살아남아야만 한다. 우스꽝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작가는 수많은 SF에서 흥미롭게 다뤄왔던 여러 철학적 주제들을 이야기에 녹여내는 한편, 인류사를 바탕으로 창안한 우주 개척사와 상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미래 설정, 그리고 긴장감과 유머를 적절히 혼합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출간 직후 많은 언론에 주목을 받았으며, 화제에 힘입어『미키7』의 후속작이 2023년 발표될 예정이다.

"SF이자 스릴러이자 러브스토리. 봉준호 감독이 영화화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미키7』을 읽었다. 기억을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신체를 복제하는 방식으로, 죽은 뒤에도 기억을 모두 갖고 다시 깨어날 수 있다면 그것은 축복일까. 위험한 작업 현장에서 죽음을 무릅쓰고(실제로 죽는다) 일하기 위해 ‘익스펜더블’이 된 미키는 죽어도 살 수 있게 되고, 여섯 번의 죽음을 반복해 미키7이 된다. 문제는 “내 생에 가장 멍청한 죽음”을 맞은 뒤 소멸하지 않은 채 미키8이 생성되고 만다. 미키가 고단한 노동자로서의 자의식을 갖고 있다는 면에서 봉준호 감독과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결국 이 이야기가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긴장하며 보게 된다. 종종 터지는 유머도 『미키7』을 인상적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이다혜(작가, 《씨네21》 기자)

"스펙터클과 서스펜스를 갖춘 불안하고 매력적인 이야기. 저자는 테세우스의 배처럼 '몸이 변해도 동일한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SF다운 최신의 방식으로 깔아놓았다. 미키와 그의 복제인 미키7, 미키8이 동일한 사람이냐는 질문에는 해답이 없다. 다만 주인공 미키7은 사색하느라 독자를 지루하게 만드는 대신 행동하고 저항하며 계속하여 장면을 전환한다. 미키7과 미키8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 다시 말해 그가 중복해서 복제되었다는 사실은 비밀이어야 한다. 돔에서 같이 생활하는 다른 승무원들은 그를 영혼 없는 괴물이거나 영생을 누리는 인간이라고 여긴다. 얼음으로 뒤덮인 바깥에서는 끔찍하게 생긴 토착생명체인 크리퍼 무리가 인간을 습격한다. 미키7은 사람들과 공존하는 동시에 다른 종족과 공존해야 한다. 여기에는 물론 싸움, 거짓말, 배신이 있으며, 협상, 이해, 충분한 시간도 존재한다. 새로운 행성 니플하임에서 펼쳐지는 미키의 이야기를 눈으로 보여줄 영화가 기다려진다."

-심완선(SF평론가)

미키1부터 미키7까지, 끊임없는 죽음과 재생, 그리고 '테세우스의 배'

'테세우스의 배'는 『미키7』에서 소모품으로 죽음을 수차례 받아들인 미키의 핵심적인 질문이다. 이 개념은 테세우스의 배를 보존하려는 이들이, 세월에 따라 썩거나 떨어져나간 배의 구성품을 계속 새로운 것으로 교체할 경우, 어느 시점에 이르러 원래의 부분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면, 그것을 테세우스의 배라 부를 수 있느냐는 역설을 담고 있다. 미키 역시 끊임없이 죽고 복제인간으로 재생되지만, 과연 이전의 죽은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동일인인가, 그리고 현재 자신과 함께 생존한 미키8이 자신과 동일인인가 하는 모순적 질문에 계속 시달린다. 타인은 그의 재생이 연속성이 있고, 심지어 불사라고 여기지만, 정작 본인과 동일한 재생본인 미키8의 모습은 전혀 다른 생각과 판단을 하는데다, 죽은 전임자 여섯에 대한 감정도 다르지 않다. 저자인 에드워드 애슈턴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1970년대 유명했던 TV 시리즈인「스타트렉」의 전송기(대원을 목적지로 보내거나 데려오는 기계)를 통해 이동된 사람이 과연 전송 전과 동일인물인가에 대한 의문이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였다고 밝혔는데, 『미키7』을 통해 오랫동안 많은 SF소설에서 다뤄왔던 주제인 본질의 정체성에 관하여 흥미롭게 독자에게 전달하려 노력한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아프긴 하지만."

"만약 여러분이 여러분의 기억, 사랑과 미움, 희망과 꿈을 완벽하게 복제하고, 여러분의 육체까지 완벽하게 복제하여 담아낸다면, 그 사람은 정말 여러분일까요?"

-에드워드 애슈턴(《너드 데일리》 인터뷰 중)

인류사를 기반으로 풀어낸 우주 개척의 이야기

미키는 작중 '역사가'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가 살던 미드가르드에선 역사가는 돈 한푼 안 되는 천대받는 직업이었고, 때문에 순식간에 빚쟁이로 몰락하고 결국 소모 인력으로 개척단에 지원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저자는 온라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주인공의 직업을 역사가로 한 이유는, 1인칭 시점인 『미키7』에서 화자를 통해 인류가 우주 개척을 하며 겪은 수많은 역사를 흥미롭게 전달함으로써, 주인공 미키의 '익스펜더블'이라는 직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고 설명하였다. 미키의 직업이 역사가인 덕분에, 자신의 복제인간으로 군대를 양성하여 개척 행성을 점령하려 한 미친 자본가, 개척지의 토종 바이러스로 인해 결국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 개척단, 내전으로 엉망이 된 행성을 떠나 다른 행성으로 찾아온 우주 난민들, 잘못된 항로 계산으로 개척 목적 행성에 도달 못 한 채 우주에서 자살을 택한 탐사대, 탐사선의 경작 실패로 결국 식인에까지 이른 사연 등, 우주 개척의 다양한 역사가 서술된다. 이는 인류의 역사적 기록 위에 우주 개척이라는 SF적 요소를 가미한 것으로, 이를 통해 저자는 자원 부족으로 허덕이는 개척민들의 모습, 척박한 개척 환경 등을 드러냄으로써 극중 '익스펜더블'이라는 극한의 직업이 존재하는 세계관을 독자에게 자세히 전달하고자 한다.

봉준호 감독에 의해 완성될 기대작, 해외가 더 주목하다

『미키7』에 대한 해외 언론과 평론은 무엇보다 영상화를 봉준호 감독이 연출하는 데 주목한다. 여러 매체에서 『미키7』의 세계관이 미래 우주 사회의 모습이지만, 실상 노동의 기계화, 대량 생산의 효울성, 생산성, 기계가 미래의 가치를 아우르던 19세기의 산업화에 비유되고, 주인공인 복제인간 미키의 모습도 소모품으로 취급받던 산업화 시대의 하층 노동자로 비친다는 점을 들어 그간 자본주의에 내재된 비인간화와 계급간 모순을 영상으로 잘 표현해왔던 봉준호 감독이 영상화에 최적의 감독이라고 분석한다. SF와 판타지 전문 온라인 매체인 Tor.com은 『미키7』이 영상화를 통해 원래의 의도보다 더 재미있고 무서우며, 친숙하면서도 어두운 이야기로 완성될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으며, 《더 필름 스테이지》는 끝내주는 설정은 물론 사회적 비평, 우울한 유머, 그리고 깜짝 놀랄 공포가 골고루 버무려져 있어서 「기생충」 의 봉준호 감독이 영화화하기에 딱이라고 전했다. 『미키7』의 저자인 에드워드 애슈턴 역시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의 모든 작품을 다 이미 보았다며, 그는 천재이고 『미키7』 역시 훌륭히 영화로 완성해 낼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봉준호 감독은 올 8월부터, 제작자인 브래드 피트와 워너 브러더스의 지원을 받아, 로버트 패틴슨, 마크 러팔로, 스티븐 연, 토니 콜렛, 틸다 스윈튼, 나오미 애키 등 할리우드 인기 배우들,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 미술감독 피오나 크롬비 등과 함께 영화 촬영에 들어간다. 영화 개봉은 2023년 말이나 2024년 초 예정으로 되어 있다. 

 <저주토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분 최종후보에 오른 정보라의 신작 소설집입니다.

아작에서 나왔던 또 다른 소설집 <그녀를 만나다>는 아직 구매 못했는데 이 책부터 구매하게 되었네요. 

 

전통적 상상의 중심이동, 화끈한 여자들의 권력투쟁!
정보라 작가의 여성주의 소설집
“정보라는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요소를 활용해
현대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참혹한 공포와 잔혹함을 이야기한다”
― 부커 라이브러리

2022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 정보라 신작 소설집!
“치열한 여자들의 환상적인 이야기들”


2022년 세계 3대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국내는 물론 전 세계 독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정보라 작가의 신작 소설집. 호러 작품이 위주였던 《저주토끼》와 SF 작품을 모은 《그녀를 만나다》에 이어 이번 소설집 《여자들의 왕》은 작가가 그간 천착해 온 여성주의 판타지 작품들을 골라 엮었다.

“여자들도 상상의 주인공이자 중심이 될 권리가 있다”는 정보라 작가는 “주로 남성을 주인공으로 해서 틀에 박힌 형태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의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꿨다”면서, 전통적인 상상의 중심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옮겨 특유의 쓸쓸하고도 담백한 문체로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수록작 중 ‘공주, 기사, 용’ 3부작은 《그녀를 만나다》 수록작들과 함께 콜롬비아에서 스페인어 출간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정보라(지은이)의 말
 

치열한 여자들의 환상적인 이야기들

《여자들의 왕》은 주로 남성을 주인공으로 해서 틀에 박힌 형태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의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꾼 작품들을 모은 책이다. 책을 여는 작품으로 수록된 일명 “공주, 기사, 용” 3부작은 “공주, 기사, 용”이라는 단어들에서 알 수 있듯이 전형적인 서양 판타지의 초점을 공주와 용으로 바꾸었다. 원래는 그냥 단순하게, 칼 들고 건들건들하며 “죽을래?” 같은 말을 내뱉는 공주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쓰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쓰다 보니까 왕비와 기사와 왕자도 각자 다 사연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계속 썼더니 3부작이 되었다.

서양 영웅담에 나오는 악한 용의 기원은 고대 인도에서 찾을 수 있다. 본래 인도에는 커다란 뱀 혹은 도마뱀이 신화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그래서 러시아어나 폴란드어에서 “용”이라는 단어는 (커다랗고 신화적인) “뱀”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다 인도에서 원시불교가 발생하면서 당시 불교와 경쟁했던 조로아스터교에 용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조로아스터교는 불을 숭배하는 종교였기 때문에, ‘불을 뿜는 악한 용’이라는 형상이 생겨났다. 원시불교의 여러 설화에 따르면 이 불을 뿜는 악한 용이 석가모니의 말씀을 받아들여 불교에 귀의하면 불법을 지키고 석가모니를 보호하는 선한 호법용(護法龍)으로 변하기도 한다.
서양 영웅담에서는 용이 종교에 귀의하는 부분이 빠지고 용감한 기사가 불을 뿜는 이교도의 악한 용을 물리치는 부분만 남아 있다. 용이 저지르는 나쁜 짓 목록에는 민간인을 학살하거나 공주를 납치하는 상황이 반드시 포함되고, 특히 서유럽 영웅담에서는 그래서 용감하고 기독교를 수호하는 선한 기사가 연약한 공주를 용에게서 구출한다. 용도 사실은 다 자기 나름대로 생각이 있고 사연이 있고, 공주도 사람이니까 평생 마냥 저렇게 연약하지만은 않을 것 같아서 천편일률적인 구도를 좀 뒤집어보고 싶었다.

〈사막의 빛〉은 우즈베키스탄을 여행한 뒤에 쓴 이야기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종교와 문화의 충돌은 여러 가지 갈등을 낳고 있으며 이슬람교는 무조건 악하고 폭력적인 종교로 매도되고 있다. 내가 가서 직접 본 중앙아시아는 그렇지 않았다. 나중에 공부하면서 확실히 알게 된바, 중앙아시아는 이슬람교 문화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실크로드의 후예들답게 특유의 융통성 있고 조금은 유머감각 있는 사고방식과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건강하고도 풍성한 상인문화를 일으킨 지역이다. 그래서 이 지역을 배경으로 전혀 다른 종교와 문화를 가진 주인공이 신비로운 여행을 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고, 내가 한국인이니까 고려의 용도 하나쯤 넣어주고 싶었다. 위에서 말한 서양의 불 뿜는 용과 반대로 동양의 용은 물을 다스리는데 이런 정반대의 특징은 중국을 통해 불교가 한국과 일본에 전해지면서 생겨났다고 한다. 한국, 중국, 일본 모두 쌀농사를 중심으로 하는 농경민족이라 날씨, 특히 비가 얼마나 오느냐가 국가 경제에 아주 중요한 사안이었고 그러므로 농민들은 비를 지배하는 토착신을 이전부터 믿고 있었는데, 중국에서 불교가 전해지면서 이 비를 지배하는 신에 선한 호법용의 형상이 합쳐져서 물을 지배하는 용신으로 정착되었다는 것이다. 용 얘기는 다 재미있는데 동서양의 정반대되는 형상 부분이 특히 재미있다.

표제작 〈여자들의 왕〉은 아주 농염하고 화끈한 여자들의 관능적 권력투쟁을 써보고 싶어서 시도했는데 생각보다 결과가 괜찮아서 만족한 이야기이다. 성경에 나오는 사울의 아들 요나단과 다윗 이야기는 사실 나는 잘 모르는데 옛날에 트위터에서 누군가 언급했던 걸 본 적이 있다. 사울, 요나단, 다윗 전부 남자들이라서, 마찬가지로 주인공을 전부 여자로 바꾸기로 했다. 이야기를 쓰다 보니까 요나단과 다윗보다는 살로메와 세례자 요한에 더 가까운 줄거리가 되었다. 처음에는 화자인 “나”만 생각하고 쓰기 시작했는데 다 쓰고 보니까 “누이”가 대단히 위험하고 음험하고 그러면서도 예쁘고 그래서 더 위험한, 일종의 ‘여자 낚는 팜므파탈’로 묘사되어 만족스럽다.

〈어두운 입맞춤〉은 흡혈귀 이야기인데,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와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내 멋대로 적당히 섞어서 만들었다. 〈벙어리 삼룡이〉에서 주인공 삼룡이는 남성, 삼룡이가 사랑하는 안방마님은 여성, 《드라큘라》에서도 흡혈귀는 남성이고 흡혈귀의 사랑의 대상은 여성인데 이런 구도를 뒤집고 싶었다. 그런데 〈벙어리 삼룡이〉의 구도 속에서 삼룡이는 신분과 외모로 인해 권력이 없는 취약한 인물이고 안방마님은 가부장제 하에서 남편에게 학대당해도 저항할 수 없는 성별권력적으로 취약한 인물이라서 이 두 인물의 취약성을 바꾸거나 없애서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들 자신은 없었다. 그래서 구도는 그대로 두고 여성주인공을 인간이 아니도록 바꾸어서 권력을 주었다. 여성이 귀신이나 괴물이 되어야만 권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슬프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에서 두 번째에 수록된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는 대학원에서 배운 동슬라브 원초연대기와 외할머니 장례식장에서 보고 들은 집안의 역사를 바탕으로 썼다. 동슬라브 원초연대기에는 유일한 여성 군사령관 올가 공주가 등장한다. 남편 이고리 왕자가 외적에게 살해당하고 올가 공주 본인은 어린 아들과 둘만 남은 상태에서 적군의 지배자에게 강제로 시집갈 위험에 처한다. 그러자 올가 공주는 여러 가지 꾀를 써서 적들의 군대를 생매장하기도 하고 태워죽이기도 하고 나중에는 적들의 본진으로 쳐들어가서 완전히 섬멸시킨다. 그러나 올가 공주가 유일하고도 처음이자 마지막 여성 군사 지휘관이며 이후 동슬라브 중세 역사에 이런 진취적인 여성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게 슬퍼서 내 상상 속에서라도 올가 공주의 대를 이어주고 싶었다.

이 책은 나오기도 전부터 “남자 죽이는 여자들 이야기”라는 오해를 받게 되었는데, 치열하게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로 읽어주시면 좋겠다. 여자들도 상상의 주인공이자 중심이 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전통적인 상상의 중심을 여성으로 옮기면 이야기가 훨씬 더 재미있어진다. 독자 여러분께도 재미있는 경험이었으면 좋겠다.

- 2022년 여름, 정보라

 

 

  오랫동안 기다렸던 카를라 3부작의 두 번짹 작품입니다.

이 책이 안나와서 <스마일리의  사람들>을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조만간에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다시 읽는 것 부터 시작해서 끝을 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스마일리의  사람들>를 찾으려면 고생 좀 하게 될 것 같네요. T.T

<사상 최고의 첩보 시리즈>라 불리는
카를라 3부작의 두 번째 작품


스파이 소설의 대가이자 영국 문학계의 거인 존 르카레의 『오너러블 스쿨보이』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오너러블 스쿨보이』는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인물인 스마일리와 러시아의 스파이 마스터 카를라의 대결을 그린 시리즈 <카를라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으로, 전작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직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야기는 영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전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데 소설 집필을 위해 전쟁 지역을 직접 취재한 르카레의 생생한 묘사는 이 소설을 르포르타주와 같이 읽히게도 만든다. 작가의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이 소설에서 작가는 집단의 부조리한 논리에 희생당하는 인물들을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 낸다.

두 명의 주인공, 스마일리와 웨스터비
이들을 이끄는 공통의 신념


영국 정보부 내 스파이를 색출한 후 스마일리는 카를라가 남긴 흔적을 쫓아 홍콩에서 벌어지는 돈세탁이 러시아 정보부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에 임시 공작원이자 아시아 전문 기자인 제리 웨스터비가 홍콩으로 파견된다. 웨스터비는 러시아 자금이 홍콩의 유력 인사인 드레이크 코에게 모여드는 것을 확인하고 코가 남긴 흔적을 뒤쫓아 전쟁이 한창인 태국, 라오스, 베트남 등을 누빈다.
소설은 런던에서 작전을 지휘하는 스마일리와 아시아 곳곳에서 발로 뛰는 웨스터비의 이중주로 이루어진다. 스마일리가 책상 앞에 앉아 문서 속 비밀을 파헤치면 웨스터비는 그 문서가 가리키는 인물들을 취조하고 회유한다. 스마일리가 런던에서 드레이크 코의 과거 이미지를 간직한 인물들을 만날 때, 웨스터비는 홍콩에서 (또 베트남, 라오스, 태국에서) 살아 있는 코와 그의 주변 인물들을 추적한다.
이야기가 결말로 치닫기 전까지 이들이 보여 주는 완벽한 하모니는 두 인물이 가진 공통의 신념에서 비롯된다. 정보부 일이 <조국에 갚을 기회를 주었기 때문에 항상 고맙게 생각>(305면, 2권)한다는 스마일리의 말은 그 신념이 무엇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또한 웨스터비는 덩치에 맞지 않는 유순한 성격 때문에 <스쿨보이>라고 불리는데, 그 앞에 붙은 <오너러블Honourable>이라는 호칭은 그가 귀족 출신임을 드러내는 동시에 사회에 대한 자신의 의무를 다하려는 그의 고결한 정신을 드러내는 이중적 의미를 가진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이데올로기 갈등에 희생되는 인간을 연민 어린 시선으로 그려 온 르카레는 이 작품에서도 국가 간 치열한 싸움 속에서 개별 인간들이 장기짝으로 이용되고 버려지는 모습들을 치밀하게 그려 낸다. 그 싸움 한복판에 놓인 스마일리와 웨스터비, 두 인물을 이끄는 원동력 역시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라기보다는 조국이 이들에게 행한 것에 대한 부채 의식에서 비롯된다. 20세기 후반, 이미 쇠퇴해 가는 조국 영국을 바라보며 세계의 모든 비합리성이 자신들에게서 비롯되었다는 부채 의식, 아시아 전역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참상을 바라보며 그것을 다름 아닌 무능력하고 무기력한 서양인들이 야기했다는 인식이 이들 나름의 치열한 싸움을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전쟁 지역을 직접 취재하여
부조리한 세계의 참상을 더욱 세밀하게 그리다


전형적인 스파이 소설의 형식을 띠는 『오너러블 스쿨보이』는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의 참상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르포르타주의 성격을 지니기도 한다(이 소설을 쓰기 위해 르카레는 아시아의 전쟁 지역을 직접 취재하였다). 직접 목격한 것을 토대로 작가가 그린 전쟁의 참상은 끔찍하다 못해 비현실적으로까지 느껴진다. 훔친 석유를 가득 채운 포도주병을 포탄이 떨어지는 마을 한복판에서 지키고 있는 아이들, 기관총과 포탄 소리 속에서 히스테릭한 웃음을 터뜨리며 기이한 만찬을 즐기는 서양인들, 아이를 볼모 삼아 거리를 누비는 태국인 대령……. 이 참혹하고 기이한 전쟁의 풍경 속에서 대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살아 있음을 느끼기 위해, (헤밍웨이처럼) 스스로를 알기 위해, 하다못해 <남자다움>을 증명하기 위해 수차례 위험을 무릅썼던 웨스터비 역시 극에 치달은 전쟁의 부조리함 속에서 자신이 행동하는 목적을 점점 잃어 간다. 타깃인 드레이크 코에게 접근하려던 웨스터비는 점차 부조리한 전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들게 되고, 첩보 행위는 전쟁의 참상과 뒤섞인다. 이 모든 것은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일까? 웨스터비는 점차 회의감에 빠져든다.

문제는, 빚을 갚는 건 사실 우리가 아니라 다른 불쌍한 녀석들이라는 거야. (380면, 2권)

독특하고 강렬한 사연을 가진 수많은 인물의 향연

『오너러블 스쿨보이』를 매력적인 소설로 만드는 또 다른 요소는 생생히 살아 있는 인물들에 있다. 웨스터비나 스마일리, 드레이크 코 등과 같이 주요한 인물뿐만 아니라 배경 설명을 위해 등장하는 인물들도 각자의 사연을 간직한, 입체적인 모습으로 묘사된다. 웨스터비가 이탈리아에서 만난 <고아> 여자, 무례하고 거친 미국 마약 단속국 요원, 과거 속에 살아가고 있는 은퇴한 선교사와 그의 딸, 버림받은 남자의 전형과 같은 영국 교사, 그리고 가장 매력적인 인물일 늙은 아시아 전문 기자 크로까지, 이들은 마치 첩보 요원이 자신의 삶을 추적하고 캐물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처럼 자신의 삶과 개성을 짧은 시간 안에 쏟아 낸다.
한편 이 소설의 주인공 제리 웨스터비 역시 전작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서는 스쳐 지나가는 주변 인물로 나왔던 바 있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특정한 이야기를 한 인물에 부과하기보다는(즉,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위해 인물을 만들어 내고 이용하기보다는), 그 인물이 가진 가능성을 따라가면서 그에게서 이야기를 이끌어 낸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역할이 적은 인물이라 할지라도 그에게 언제나 흥미로운 세부 사항을 설정하여 나중에 필요하다면 그의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도록 한다고 말한다. (『뉴욕 타임스』, 1977.9.25.) 그렇다면 이 소설에 나온 개성 넘치는 인물들도 모두 독립적인 소설의 주인공이 될 잠재력을 가진 존재들이지 않을까? 작가 자신이 그 잠재성을 실제 소설로 현실화하지 않았더라도, 독자로서는 그들의 쓰이지 않은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이 소설을 읽는 것도 하나의 흥미로운 독서법이 될 것이다.

왜 그리고 무엇을 읽어 낼 것인가

『오너러블 스쿨보이』는 1977년에 쓰인 스파이 소설이다. 그사이 50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났고, 소련은 오래전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홍콩은 이제 다른 방식의 위협 속에 놓여 있으며, 세계의 지형 역시 현기증이 나는 속도로 뒤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이미 사라진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지금 우리는 무슨 이유로 읽는 것일까? (흥미롭게도 출간 후 12년이 지난 1989년에 쓴 서문에서 작가 역시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르카레는 작품을 통해 언제나 어떤 이념이나 체제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세계를 살아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어 왔다. 그의 소설이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읽힌다면 그것은 아마 그의 이야기가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너러블 스쿨보이』 역시 작가의 다른 작품과 같이 보편적인 인간 군상의 모습을 담고 있다. 작가 자신은 이 책을 다시 집어 드는 이유가 <기억 속의 슬픈 미소>와도 같은 것이라고 서문에서 말하고 있지만, 지나간 시대에 바쳐진 이 책을 드는 까닭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존 르카레가 펼쳐 보이는 배신과 음모, 비정함과 권태의 세계가 여전히, 너무나 생생하게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창간 7주년 기념호랍니다.

장르문학 전문 잡지로 7년을 버틴 것에 박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 잡지가 처음 나오고 내 나이가 7살이나 더 먹었다는 사실에 서글퍼 지네요.

 

소설
이번에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되는 중화권 작가 슈린의 단편 「아홉 번째 결말」 속 등장인물은 단 네 명이다. 폭력적인 충동에 시달리는 ‘검은 악마’ 형사와 참혹한 죽음을 맞는 피해자, 그리고 상반된 성격의 용의자 두 명. 작가는 이 네 명이 돌아가며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살인 사건에 얽힌 아홉 가지 가능성을 하나하나 논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결말을 제시한다. 추리 과정이 다소 거칠게 진행되지만, ‘열린 결말’로 향해 질주하는 박력이 인상적이다. 전건우 작가의 신작 「한밤중, 빨간 방, 괴담」은 호러와 미스터리의 매끄러운 결합을 보여준다.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빨간 방’에 대한 수상한 소문과 단기기억상실에 빠진 남자의 불안이 함께 중첩되면서 서서히 공포가 차오르게 만든다.

기획 기사
《미스테리아》 42호는 창간 7주년 기념호다. 매번 창간 기념호마다 진행되는 ‘현대사+대중문화’ 특집도 1990년대까지 넘어왔다. 1990년대는 최근 몇 년 동안 방송가와 영화계에서 가장 각광받으며 되풀이 소환되는 시간대이기도 하다. 아마도 현재 시점에서 가장 활발하게 작업하는 창작 주체들이 1990년대를 가장 빛나는 청춘의 즐거움을 누린 시대로 기억하기 때문이거나, 혹은 바로 지금의 한국 대중문화의 시발점이 이때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무언가의 1세대’라는 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점점 더 강해지는 아우라를 띠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미스터리/스릴러 장르를 다루는 잡지《미스테리아》가 1990년대의 흥망성쇠의 과정에서 관심 있게 들여다볼 만한 지점들은 무엇이었을까.
먼저 판타지, SF, 미스터리, 호러, 무협 등 ‘장르 소설’이라고 일컬어지는 작품들이 수많은 독자들에게 즉각적으로 가닿을 수 있었던 최초의 플랫폼인 PC통신의 창작 게시판을 꼽을 수 있다. 베른협약 가입을 통해 해외 저작물들을 빠르게 정식 수입할 수 있게 되면서 최신 스릴러/미스터리 소설들을 즐길 수 있게 되었지만, 동시에 도서 대여점이라는 공간의 대대적인 확산을 통해 미스터리/스릴러 소설들의 판매량에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했음도 지적해야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초창기 형태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것과는 다소 다른 방향의 에너지를 취하고 있었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어떤 면에서 1990년대는《그것이 알고 싶다》와 드라마《X파일》사이의 어딘가쯤에 위치했다고 볼 수 있다. 김진명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라는 두 편의 ‘폭탄’ 같은 소설들이 미친 영향력은 지금에 와서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드라마《모래시계》는 ‘잡범의 시대’에서 ‘큰 죄의 시대’로 넘어오는 시기를 정확하게 포착했고, 영화《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은 거리를 뛰어다니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갈 곳을 잃고 주변의 구멍들을 멍하게 응시하게 된 순간을 끄집어냈다. 안성기와 박중훈이 등장한 두 편의 영화《투캅스》와《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한국영화가 경찰에 대한 시각을 어떻게 바꾸기 시작했는지를 보여주는 명징한 예다. 1990년대에 벌어졌던 가슴 아픈 사건사고들 중에서는 가장 최근까지도 새로운 추측과 해석을 낳고 있는 ‘개구리소년’ 실종 및 암매장 사건에 대해, 그리고 ‘세기말’을 앞두고 수많은 이들을 휩쓸었던 공포와 불안을 이용했던 ‘휴거’ 소동에 대해, 선정성과 개인적 해석을 최대한 배제한 채 정리하여 기록으로 남기고자 했다.

연재 기획 기사 코너에서 정은지 작가는 2021년 에드거상 수상작인 디파 아나파라의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을 통해 인도의 풍성한 길거리 음식의 맛과 향을 소개한다. 이 맛과 향이 거리의 아이들이 경험하는 참혹한 현실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CULINARY’) 유성호 법의학자는 ‘가장 가벼운 맹독’이라 칭할 수 있을 일산화탄소의 위험성을 강조한다.(‘NONFICTION’) 주목할 만한 미스터리 신간 서평 코너에선 크레이그 라이스의 『3시에 멈춘 8개의 시계』, 박하루의 『시체가 너무 많다』, 후지와라 이오리의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후지사키 쇼의 『살의의 대담』 등을 다뤘다. 

 

 

이중의 정체성으로 시대를 돌파한 천재
버넌 리의 국내 첫 단행본


헨리 제임스가 “지적인 만큼이나 위험하고 섬뜩하게 낯설다”라고 평가한 영국 작가 버넌 리의 대표 공포소설 세 편을 담았다. 세 작품 모두 작가의 단행본으로서는 국내에 처음 출간되는 것. 버넌 리의 소설은 인문학적 지식과 파괴적 매력을 두루 갖춘 남다른 캐릭터로 특징지을 수 있는데, 표제작인 단편 〈사악한 목소리〉 역시 바그너만을 추종하며 인간의 육성이 만들어낸 음악을 음란하고 불순한 것으로 치부했던 한 작곡가의 광기를 다룬 작품이다. 버넌 리의 인물들은 모두 아는 만큼 두려워지고, 두려운 만큼 새로워지는 환각과 환영의 세계를 경험한다. 나아가 “왜 꼭 현재가 옳고 과거가 틀려야 하는가?”라고 의심하며 예술과 역사를 축으로 삼아 어떠한 시공간도 단숨에 뛰어넘어버린다. 이는 오직 한쪽 방향으로밖에 시간을 체험하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동시에 이율배반의 세계나 세월의 흐름, 고정된 젠더의 구분까지 경계 없이 허물어뜨리는 버넌 리 소설만의 다층적이고 독자적인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집착과 광기,
여성에 대한 관습적인 제약에 맞서는 낯선 활력


《사악한 목소리》에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들은 ‘확신’한다. 나만은 그녀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고, 나만이 그녀의 진정한 사랑을 얻을 만하다고, 내가 알아보는 가치만이 진짜 의미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 반대 지점에 있는 것들은 어리석고 무의미하다고 치부하며 선을 긋고 배척한다. 버넌 리는 바로 이런 근거 없는 확신을 무너뜨리고 불필요하게 인물들을 구속하는 경계를 지우는 것에서 소설을 시작한다. 버넌 리는 평생 유동적인 삶을 살았다. 본명인 ‘바이얼릿 패짓’과 필명인 ‘버넌 리’라는 이중의 정체성 사이를 경계 없이 오갔고, 영국 작가 에이미 레비를 비롯한 몇 명의 여성과 오랜 세월 내밀한 관계로 지냈음에도 레즈비언으로 고정되고 규정되기를 거부했다. 젊은 남자처럼 차려입은 채 유럽 전역을 거침없이 여행하기도 했던 버넌 리에게 성 정체성이나 국가에 대한 소속감 따위는 자신의 현재를 침습하는 거치적거리는 장애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관습적인 제약이 남아 있던 시대에 눈치 보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했던 버넌 리의 모습은, 어쩐지 그의 작품 속 여성 캐릭터들과도 닮아 있다.

여행의 즐거움, 각 지역의 친절한 수호 정령들을 찾아 나선 모험은 아마도 내 인생 최고의 축복이었다.(〈마법의 숲〉, 232∼233쪽)

편집증과 의처증에 사로잡힌 ‘오크 씨’와 권태에 빠진 그의 아내 ‘오크 부인’ 사이에서 정신을 놓지 않고 오크 부인의 초상화를 그려내야 하는 어느 화가의 진술로 진행되는 단편 〈유령 연인〉은 버넌 리 소설의 특장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오크 부인은 자신의 선조인 ‘앨리스 오크’를 자신과 동일시하며 흠모하고, 급기야 앨리스와 연인 관계였던 시인 ‘크리스토퍼 러브록’을 사랑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여기에 오크 부인의 비현실적인 이미지에 미학적으로 집착하게 된 화가마저 섬뜩하고 기이한 존재로 변해가면서 소설은 기기묘묘 대혼란의 의식구조 속으로 빠져든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언뜻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보이던 남성 캐릭터들이 하나둘 망상에 걸려들어 초라하고 피폐해져가는 와중에 여성 캐릭터들만큼은 괴이할지언정 남다른 활력을 유지한다는 사실이다. 지독한 권태에 침잠해 있던 오크 부인은 앨리스와 러브록의 피 튀기는 치정과 로맨스에 동참하면서 비로소 ‘팜 파탈’로서의 매력을 드러내고, 단편 〈끈질긴 사랑〉에는 낡은 역사책에서 튀어나온 르네상스 시대의 여인 ‘메데아 다 카르피’가 한 폴란드인 학자를 종횡무진 사로잡아 끝내 참혹한 파국에까지 이르게 한다. 메데아는 자신의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은 채 자신에게 사로잡힌 남자들끼리 싸우고 살인하다 힘없이 주저앉도록 만든다.

“당신은 지나가면 안 된다고! 당신은 그녀를 가질 수 없어! 그녀는 내 거야. 나만의 여자야!”(〈끈질긴 사랑〉, 171쪽)

통제의 주체라고 자신했던 남성 화자들은 자기 자신조차 통제하지 못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대상을 향해 허우적거릴 뿐이다. 손에 쥐고 뜻대로 휘둘러야 하는데 잡히지조차 않으니 어찌할 바를 모른다. 결국 집착은 광기로 변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집착과 광기에 ‘끈질긴 사랑’이라는 으스스한 이름을 가져다 붙인다. 버넌 리는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대상을 소유하고 장악하려는 남성 인물들의 욕망을 극단까지 밀어붙이면서 독자로 하여금 그들에게서 한 걸음 물러서도록 만든다. 안전거리를 두었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그들의 실체 없고 후줄근한 민낯에 오싹해 하고 몸서리치도록 만든다. 역설적이지만 이는 우아하고 정확한 문장으로 수많은 소설을 번역해온 전문 번역가인 김선형의 번역으로 더욱 명백하게 드러난다. 수록작을 세심하게 고르고 유려하게 번역한 김선형 번역자의 작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괴물로 변해가는 자신을 지켜보아야 하는
섬찟한 절망과 공포


버넌 리가 그리는 불안과 공포는 일상적이다. 확실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 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충격,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것이 변했을 때의 낯섦, 옳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 전복될 때의 섬뜩함, 자신을 둘러싼 거의 모든 것이 불분명하다는 데서 오는 두려움……. 버넌 리의 소설에 등장하는 유령이 무서운 이유는 그것이 실질적인 위협을 가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그저 우리 눈앞에 희미하게 나타날 뿐이다. 선명하고 분명한 것, 단언하고 확언하는 일에 익숙한 우리는 눈앞에 나타난 희미한 형체를 가만둘 수 없다. 선명히 칠하려 해보지만 가능할 리 없다. 대상을 향한 덧없는 시도는 마침내 몸을 틀어 자기 자신을 향한다. 선명하고 분명했던 ‘나’가 서서히 지워지고, 단언하고 확언했던 혀는 마비된다. ‘나’라는 존재 자체를 의심해야 하는 일만큼 두려운 것이 있을까. 괴물로 변해가는 자신을 어쩔 도리 없이 지켜보아야 하는 인물들의 절망과 공포가 섬찟하다. 

 

 펭귄클래색에서 출간된 Gothic Tales by Elizabeth Gaskel 에서 세 작품을 골라 번역한 책입니다.

 은행나무에서 출간된 <고딕 이야기>도 같은 책을 번역했는데, 이 책에  수록된 <마녀 로이스>와 <회색여인>을 제외하고 일곱 작품이 수록되어있습니다. <늙은 보모 이야기>는 두 책에 동시 수록.

그리고 고딕서가에서 출간된 <공포, 집, 여성>에도 개스켈의 <회색여인>이 수록되어있습니다.

 

억눌린 여성의 운명과 욕망이
불 꺼진 집 안을 벗어났을 때 생겨나는 서스펜스


찰스 디킨스에게 엄청난 찬사를 받았던 작가이자 인도주의자라 불리며 인간에 대한 선의와 신뢰를 잃지 않았던 작가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대표 공포소설 세 편을 담았다. 세 작품 모두 작가의 단행본으로서는 국내에 처음 출간되는 것. 표제작이자 대표작인 단편 〈회색 여인〉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주변의 권유와 쉽게 거스르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된 여성이 잔혹한 살인마라는 남편의 정체를 눈치채고 그를 피해 달아나는 과정을 그린 숨 막히는 고딕 스릴러다. 개스켈은 억눌린 여성의 운명이나 욕망이 불 꺼진 집 안을 벗어났을 때 생겨나는 서스펜스를 촘촘하고 폭발력 있게 그린 다수의 단편을 남겼는데, 이는 사회적 약자의 박탈된 희망을 대변하는 고딕소설의 장르적 특성과 맞물려 고딕소설사에 개스켈만의 공고한 영역을 만들어주었다.

살인마 남편과 맥락 없는 폭력에 맞서는 여성들의 불안을
촘촘하고 폭발력 있게 그린 고딕 스릴러


여행을 즐기며 유럽의 수많은 도시를 방문했던 엘리자베스 개스켈은 작품 속 인물들도 끊임없이 낯선 공간으로 이동시킨다. 1692년 ‘세일럼 마녀재판’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뼈아프게 추적하는 중편 〈마녀 로이스〉의 ‘로이스’는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 고향인 영국을 떠나 미국의 세일럼으로 이주한다. 유일한 혈육인 외삼촌이 살고 있던 세일럼은, 그러나 외삼촌의 죽음 이후 점점 더 로이스를 유폐한다. 이방인과 여성을 배척하는 근거 없는 시각이 마법의 존재를 두려워하는 사회적 광증에 올라타 급기야 로이스를 마녀로 몰아세운다. 하지만 로이스의 이주는 자신의 의사가 아닌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단편 〈늙은 보모 이야기〉의 ‘로저먼드 아가씨’ 역시 부모의 죽음 이후 늙은 보모와 함께 으스스한 친척 집에 맡겨지며 한 자매의 음울한 비밀 속으로 얽혀 들어간다. 한 남자를 두고 벌어진 자매의 질투와 암투는 죄 없는 아이까지 죽음에 이르게 하고, 그 집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는 이유만으로 로저먼드 아가씨 또한 아이의 원혼에 시달린다. 단지 계속 살아가기 위해 이동하거나 불합리한 현실에 대항해 떠나는 여성들에게는 더 나은 선택지가 없었지만, 그들은 끊임없이 위협과 위험에 놓인다.

“갈 테면 가라지. 어딜 가든 내가 따라갈 거니까.”(〈회색 여인〉, 51쪽)

살인마 남편을 피해 하녀인 ‘아망테’와 함께 필사의 탈주를 하는 〈회색 여인〉 속 ‘아나’도 마찬가지이지만, 눈여겨볼 점은 아나를 보호하는 아망테의 존재처럼 세 작품 모두 여성의 불가결한 이동을 돕는 또 다른 여성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아망테는 남장을 한 채 아나의 탈출을 주도하는데, 이것은 얼핏 ‘대리 남편’이나 ‘유사 남편’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즉 죽을힘을 다해 달아나는 여정 속에서도 미묘하고 섬세하게 감정을 교환하는 두 여성의 모습은, 폭력적인 ‘진짜 남편’의 모습에 포개져 이상적인 결혼상에 대한 제시나 고정된 성 역할에 대한 비판으로 읽을 수 있다. 덧붙여 시종 긴박감 넘치는 장면전환과 속도감 넘치는 묘사로 소설을 시각화하는 〈회색 여인〉은, 한 편의 인상적인 ‘버디 무비’나 ‘로드 무비’를 연상케 한다.

“우리 프랑크푸르트로 가요. 사람이 많이 사는 큰 마을에 가서 한동안 우리의 본모습을 잊고 살아봐요. 마님이 그랬잖아요. 프랑크푸르트는 엄청 큰 도시라고. 우린 계속 남편과 아내로 지내는 거예요. 작은 집을 하나 사서 마님은 집안일을 하며 안에 있고, 전 더 씩씩하고 용감하니 우리 아버지가 하던 일을 이어받아 맞춤 양복점에 일자리를 찾아볼게요.”(〈회색 여인〉, 83쪽)

〈마녀 로이스〉에서는 엉뚱하게 마녀를 양산해내는 집단적인 광기에 힘을 보태는 여성들도 등장한다. 외삼촌이 세상을 떠나고 로이스의 보호자가 되어야 마땅한 외숙모는 끝내 로이스를 내친다. 그러나 또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점은 외숙모가 로이스를 마녀라 지목하지 않으면 자신의 딸들과 아들이 위험에 처한다는 사실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남성 인물들은 이러한 이분법적 선택에 놓이지 않기 때문에 남성 편향의 사회구조에서 무력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여성의 입장을 에둘러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로 마녀라 몰린 하녀 ‘네이티’의 평화로운 죽음을 도움으로써 로이스 역시 비로소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늙은 보모 이야기〉에서도 동정하지 않을 수 없는 아이의 망령에 집착하는 로저먼드 아가씨를 지켜내는 것은 여성인 보모의 몫이다.

불합리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틀림없는 탈출구이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모종의 연대감”


엘리자베스 개스켈은 지금까지 주로 사회문제와 대중의 생활상을 세밀하게 포착한 사회소설이나 산업소설로 더 알려졌지만, 그의 작가적 생애에서 공포소설의 역할이나 비중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 개스켈은 오랜 시간 ‘미시즈(Mrs.) 개스켈’이라 불렸는데, 이는 작가로서의 그를 인정하지 않은 채 가정에서의 그의 역할만 기대하고 규정하는 차별적인 뉘앙스의 호칭이었다. 이러한 개스켈에게 공포나 불안, 유령을 다룬 소설을 쓰는 일은 불합리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틀림없는 탈출구이자 돌보지 않고 마음껏 부릴 수 있는 ‘또 다른 가정’이 되기도 했다. 개스켈의 인물들은 자신의 존재를 까닭 없이 부정당하거나 심지어 억울하게 목숨을 잃기도 하지만, 소설이 쓰인 지 200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은 “비참함보다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모종의 연대감을 느끼게 한다”(소설가 천희란 추천사). 나아가 이것이 오랜 세월을 뚫고 살아남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라고 해도 지나친 비약은 아닐 것이다. 

 

 The Ghost Stories of Edith Wharton 중 네 작품을 선정해서 번역한 책입니다.

레이보우퍼블릭북스에서 같은 책을 번역한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가 있습니다.

두 책 사이에 제목이 매치가 안되어 수록 작품 비교가 어렵네요.

위, <사악한 목소리>, <회색여인>, <석류의 씨> 모두 같은 같은 출판사의 책인데,

수록 작품들의 원제를 표기하지 않아 다른 책들과 중복 되는 작품 비교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단편집을 출간할 때는 수록 작품들의 원제를 표기해 주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순수의 시대》의 작가 이디스 워튼이 초대하는
위험하지만 매혹적인 진홍빛 공포의 세계


이디스 워튼은 《순수의 시대》, 《기쁨의 집》, 《이선 프롬》 등의 작품으로 세계문학사에 분명한 이정표를 새긴 작가이자 국내에도 수많은 고정 독자를 가진 작가이지만, 그가 꾸준히 고딕소설을 써오며 고딕소설사에도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국내에 처음 번역되는 워튼의 고딕소설 세 편과 대표작 한 편을 담은 이 책은, 위선적인 미국 상류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했던 다른 작품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미스터리와 그를 추적해나가는 과정을 긴장감 넘치고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그려낸다. 표제작인 단편 〈석류의 씨〉는 결혼과 함께 집 안이 유일한 활동 영역이 되어버린 여성이 의문의 편지에 담긴 비밀을 밝혀나가며 여성에 대한 금기와 혐오, 불안과 대면하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이디스 워튼이 일상과 가정이라는 안락하지만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시공간 위에 열어놓는 공포의 세계는, 위험하지만 매혹적이다.

결혼이라는 감옥에 갇힌 여성의 불안과 공포를 담아내는
섬세하고 설득력 있는 문장


《석류의 씨》의 인물들은 모두 불편한 진실과 마주한다. 이 진실이란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알면서도 애써 외면해온 것, 마지막 몇 조각이 맞춰지며 그림이 완성되는 퍼즐에 가깝다. 단편 〈편지〉의 주인공 ‘리지’는 이해심 많은 아내, 현명한 엄마로서 헌신과 희생이 사랑의 본질이라 여기며 살아가지만, 결혼 전 자신이 남편에게 보냈던 연모의 편지가 뜯기지도 않은 상태로 외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남편에게 느끼는 실망감이나 혐오감보다 최악인 것은 “갑자기 드러난 사실에 그녀가 정말로 놀라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리지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짐작하고 있었지만,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라는 역할에서 벗어난 자신은 상상해본 적 없었다. 남성이 없는 여성의 삶은 미완이라 여겨지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리지는 기만에 가까운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된 뒤에도 선뜻 남편을 떠나지 못한다. 애초에 ‘누구의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한 탓이다. 리지의 조력자인 또 다른 여성 ‘앤도라’가 “우리 여자들 마음을 믿지요?”라며 리지를 이해해보려 하지만, 누구의 무엇이 아닌 채 살아도 괜찮다는 자명한 사실만큼은 앤도라 역시 깨닫지 못한다.

이렇게 삶의 범위가 확장되었음에도 결국은 그 너머 개인적 삶의 공허한 여백만을 더 절실히 의식하게 되었다. 새로운 생활이 준 여유를 갖고 나서야 비로소 무엇이 사라져버렸는지 깊이 깨닫게 된 것이다. 이런 공허함 때문에 그녀는 이를 순간적인 감정들로 채우려 애썼다. 그녀는 되는대로 넣은 가구가 있고, ‘일단 보고 마음에 들면’ 사기로 한 장식품들이 끝없이 들어오는 정리가 덜 끝난 집의 소유자 같았다.(〈편지〉, 39쪽)

〈석류의 씨〉의 ‘샬럿’ 또한 얼핏 남편인 ‘케네스’의 사랑을 받으며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듯 보인다. 그러나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날부터 날아든 의문의 회색 편지는 점차 일상에 균열을 일으키고, 샬럿의 위태로운 삶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낸다. 샬럿은 회색 편지를 받을 때마다 남편의 태도가 차갑게 바뀐다는 사실을 눈치채고도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것이 행복을 지탱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회색 편지는 점점 더 샬럿의 행복을 잠식하고 편지의 발송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듯한 시어머니마저 이에 대해 함구하면서, 샬럿은 “비겁한 인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진실”(소설가 최은영 추천사)이며 “‘거짓말 위에 세워진’ 행복은 언제나” 무너진다는 씁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삶의 진실에 다다른다.

그녀가 여태껏 읽은 모든 소설의 법칙에 따르면, 그녀를 이미 한 번 속인 적이 있는 디어링 씨는 반드시 계속해서 그녀를 속일 것이다.(〈편지〉, 67쪽)

이디스 워튼은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즐겼지만 그의 어머니는 딸이 작가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워튼의 남편 역시 문학적 관심사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면서 워튼은 훗날 자신의 결혼에 대해 “감옥의 자물쇠가 잠기는 소리를 들었다”라고 회고한다. 역설적이지만 불행한 결혼 생활은 여성의 삶에서 결혼이 영원한 족쇄가 되는 공포를 그린 인상적인 고딕소설을 탄생시켰다. 나아가 워튼은 작가로서의 인기와 명예를 누리게 된 이후에도 여성에게 관습적 역할을 강요하는 가부장제 사회의 압력을 견뎌야 했지만, 여성의 불안과 공포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고딕소설의 장르적 특성과 형식을 효과적으로 차용했다. “고딕소설의 정신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는 그의 말은, 여성 작가로서 고딕소설의 잠재력과 폭발력을 얼마나 적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디스 워튼이 현대의 여성들에게 전하는
여전히 유효한 삶의 진실


이디스 워튼의 단편은 다소 뒤틀리거나 독자의 예상을 거스르는 결말이 특징적인데, 《석류의 씨》에 실린 고딕소설은 특히 더 무한히 열려 있다. 삶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남자 ‘그래니스’가 과거에 저지른 살인을 고백한 뒤 자신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과정을 그린 단편 〈빗장 지른 문〉에서도 그래니스의 유죄 여부는 명백히 드러나지 않는다. 끊임없는 실패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그래니스에게 살인은 유일한 성공의 기억이지만, 그마저도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며 부정당한다. 워튼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받고자 하는 그래니스의 간절한 욕망을 확실하게 이루어주지 않으면서 소설을 끝맺음하지만, 아이러니한 그의 분투를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풀어내며 독자로 하여금 어느새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어떤 진실은 ‘말할 수 없는 것’이 되어 끝내 감추어져야 한다는 삶의 비의와 모순을 마법처럼 드러내는 이러한 작가적 재능은 결코 흔한 것이 아니다. 워튼의 가장 잘 알려진 고딕 단편이기도 한 〈하녀의 종〉 또한 유령 이야기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소설의 중핵에는 사랑 없는 결혼 생활과 폭력적인 남편에게 갇힌 여성의 처지가 담겨 있다. ‘브림프턴 부인’은 남편의 친구이자 이웃인 ‘랜퍼드 씨’와 교류하는 것을 유일한 기쁨으로 삼아 살아가지만, 이마저도 남편에 의해 좌절된 채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는다. 〈하녀의 종〉은 작가가 숨겨둔 복선을 단서로 삼아 양가적이고 알쏭달쏭한 마지막 장면을 복기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워튼의 인물들이 끝내 어느 방향으로 걸어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어떤 삶은 감추려 했을 때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100여 년 전을 살았던 한 여성 작가가 현재의 여성들에게 전하는 여전히 유효한 삶의 진실이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다고 알려진 드라마의 원작입니다.

<리틀 드러머 걸>에 이은 두번째 스파이물이 되겠네요.

2016년 퓰리처상 수상작!

앤드루 카네기 메달, 펜 포크너 상, 데이턴 문학 평화상, 에드거 어워드 첫 소설상, 아시아/태평양 미국 문학상, 캘리포니아 첫 소설상, 메디치 북클럽상, 국제 더블린 문학상 등 9개 문학상 수상!

<뉴욕 타임스> <가디언> <월 스트리트 저널> <슬레이트> <워싱턴 포스트> ‘올해의 책’

▶ 주목해야 할 첫 소설. 작가는 전쟁과 그 참상을 남다른 관점으로 제시한다. 그의 소설은 문학에 빠져 있던 부분을 채우고, 목소리를 가지지 못했던 것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한다. _뉴욕 타임스 북 리뷰

▶ 특별하다. 전쟁 소설의 새로운 고전. 작가는 우리 시대의 실존적 고뇌를 담은 이야기를 지적인 스릴러로 포장했다. 조지 오웰의 『1984』 이후로 이런 책은 처음이다._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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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로 2016년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하여 미국 언론과 문단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수상작이자 놀라운 완성도와 작품성을 지닌 장편소설 『동조자』(1,2)가 한국에 출간되었다. 『동조자』는 퓰리처상 외에도 앤드루 카네기 메달, 펜 포크너 상 등 미국 주요 문학상 9개 부문을 수상하고, <뉴욕 타임스> <가디언> 등 8개 주요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히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과연 어떤 작품이기에 이 같은 화제를 낳았을까. 『동조자』는 베트남전 직후 베트남과 미국 사회의 이면을 이중간첩인 주인공의 눈을 통해 들여다보며 날카롭고 유머러스하며 풍자적인 문장과 고도의 실험적인 문학 장치를 능숙하게 구사한 작품으로, 다인종 다문화 작가들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2천 년대 이후 미국 문학의 흐름을 대변하고 있는 통찰력 넘치는 장편소설이다.

■ “나는 스파이, 고정간첩, CIA 비밀 요원,
두 얼굴의 남자입니다.”


이야기는 베트콩 재교육 수용소에 갇힌 ‘나’의 자백으로 시작된다. 1975년 4월, 남베트남 특수부 소속 육군 대위인 나는 수도 사이공이 함락 당하기 직전 상관인 ‘장군’ 가족과 함께 CIA가 제공한 수송기를 타고 괌으로 탈출할 준비를 한다. 원래 북베트남 출신인 나는 어린 시절 전쟁을 피해 남쪽으로 피난을 가다가 CIA 공작원 ‘클로드’에게 발탁되어 정보 요원 일을 시작했다. 이후 클로드 덕분에 미국에서 대학원까지 졸업한 나는 고국으로 돌아와 엘리트 정보 장교가 되고, 장군과 함께 경찰에 파견되어 방첩 임무를 맡는다.

그러나 나는 사실 북베트남이 남쪽에 심은 고정 간첩이었다. 프랑스인 가톨릭 신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나는 혼혈이라는 이유로 어릴 적부터 주변인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나는 역시 혼혈이라는 이유로 동급생들에게 폭행을 당하다가 ‘만’과 ‘본’이라는 두 친구에게 도움을 받는다. 이 일로 가까워진 세 사람은 피를 섞는 의식을 통해 의형제가 되고, 나는 공산주의에 심취한 만에게 이끌려 함께 북베트남의 정보원이 된다. 이후 세 사람은 모두 군인이 되어 만과 나는 정체를 숨긴 채 북측 정보 장교로 활동하고, 본은 두 친구가 스파이인 것을 모른 채 남측 공수부대의 정예 하사관이 된다.

사이공 함락 직전, 나는 만에게서 장군과 함께 탈출하여 미국으로 건너가라는 지령을 받는다. 남베트남 군대의 잔당이 미국에서 미 정부의 지원을 받아 베트남 탈환을 시도할 것이므로 현지에서 그들의 동태를 파악하고 보고하라는 것이었다. 지령에 따라 장군 가족과 함께 미군 수송기를 타고 사이공을 떠나려던 나는 이륙 직후 북베트남군의 로켓 공격에 죽을 고비를 넘기며 간신히 미국령 괌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하지만, 이 과정에서 친구 본은 아내와 아들을 모두 잃고 만다.

이제, 태어나면서부터 ‘이중성’을 지닌 ‘나’는 미국으로 건너가 이민자이자 이중간첩으로 살아가게 된다. 겉으로 보기엔 베트남 대위이지만, 알고 보면 CIA 비밀요원이고, 마지막 꺼풀을 벗기면 베트콩 고정간첩인 ‘나’는 같은 이민자 출신인 베트남인들을 감시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나라를 잃었으면서도 여전히 탐욕스럽고 고국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는 베트남 군인들, 시혜적이며 오리엔탈리즘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구출자’ 미국인들, 미국 문화와 물질문명에 흠뻑 빠져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 그사이에서 영원히 두 얼굴의 남자로 살아가 ‘나’, 그리고 남베트남과 북베트남을 상징하는 두 친구에 관한 우정과 첨예한 이데올로기, 고도의 정치· 사회 풍자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 이제, 당신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미국 문단을 뒤흔든 가장 놀라운 첫 소설!


베트남전. 이는 2차 대전 이후로 고도의 경제 성장 속에서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전 세계에서 승승장구하던 미국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겨준 역사적 사건이자, 1960년대의 ‘플라워 컬처’와 맞물려 미국과 전 세계 대학가에 가장 치열한 반전 운동을 불러일으킨 이데올로기적 모멘텀이며, 그리고 베트남인 입장에서는 국가가 남북으로 나뉘어 15년간 싸우는 동안 헤아릴 수 없는 사상자과 보트 피플이라 불리는 난민을 낳았던 가슴 아픈 역사적 상처이다.

베트남전 이야기는 이미 수많은 소설과 영화로 다루어졌고, 종전 후 40년 이상이 흐른 이제는 누구도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는 소재가 되었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 정도가 우리의 기억에 남은 베트남전 관련 서사일 것이다. 이제 미국에서는 전쟁을 피부로 겪은 1세대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났고, 그 일을 기록으로부터 접한 2세대들이 등장했다.

작가이자 민족학 교수인 베트남계 이민 2세대 비엣 타인 응우옌은 그 전형과도 같은 인물이다. 그는 베트남에서 태어났으나 가족 전체가 미국으로 이주하여 네 살부터 거기서 자랐고, 영문학과 민족학을 전공하며 미국과 베트남이라는 두 세계 사이의 낙차를 끊임없이 인식하며 살아왔다. 미국 내 소수 민족으로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연구와 집필로 이어졌고, 그 첫 성과물인 『동조자』는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문학에 빠져 있던 부분을 채우고, 목소리를 가지지 못했던 것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한다’는 평을 얻었다.

응우옌은 베트남계 미국인으로서 자신이 겪었던 이중성을 소설의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이자 전달 장치로 구성한다. 주인공인 ‘나’는 미국 이전에 베트남을 오랜 기간 식민화한 프랑스인들 중 한 사람인 프랑스인 신부와 가난한 베트남 소녀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거기서 하나의 이중성이 시작되고, 그가 성장하여 두 친구로 대변되는 두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이중간첩이 되는 데서 또 하나의 이중성이 부여된다. 그는 CIA 비밀요원이자 베트콩 간첩인 두 얼굴의 남자다. 숨길 수 없는 그의 이중적 외모는 오히려 그를 두 세계 사이에 흔적 없이 스며드는 강점이 된다. 두 세계 사이를 오가는 이 두 얼굴의 남자는 그 어느 곳에도 완전히 뿌리 내리지 못하는 영원한 국외자의 시선으로 안과 밖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며 우리에게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는 통찰을 제공한다.

■ “우리의 베트남 전쟁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2천 년대 이후 영국과 미국의 문학을 대변하는 목소리는 이민자 작가들, 다인종 작가들에게 넘어갔다. 1세계 백인 남성으로 대변되는 대문자 문학의 시대는 이제 저물어가고, 부커상, 퓰리처상을 휩쓸거나 주요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작가들, 뚜렷한 새로운 문학적 성취를 이뤄낸 대부분의 젊은 작가들이 이민 2세대의 소수 민족 작가들이다. 비엣 타인 응우옌은 그 흐름을 대변하는 작가로 가장 최근 합류하여 미국이, 자신과 베트남을 이야기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었다. 이제 미국은 더 이상 베트남전을 영웅주의로 치장된 비극적 서사로 말할 수 없고, 사실상 그 누구도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 있다고 주장할 수 없음을 그는 역설한다.

두 얼굴의 남자인 ‘나’는 자기 고백적인 서술과 회상을 통해 자기 반성적인 동시에 모든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로 발화함으로써, 베트남전을 말할 때 흔히 동원되어 온 ‘저항과 동화同化’라는 이분법적 관념과 수사를 넘어선다. 특히 두 냉전 이데올로기가 의미를 완전히 상실하고, 그 안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그 자체를 무無의 영역으로 환원시키는 소설의 마지막 대목은 진정 압권이다. 응우옌은 실험적 문체를 통해 혼령처럼 떠도는 다자들의 목소리와 예리한 이념의 대립과 갈등의 울부짖음을 백열의 공간 속에서 하얗게 불태워 버린다.

대립하고 갈등하는 두 세계를 무로 환원한 뒤, ‘나’는 새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설사 혁명이 그에게 실망을 안겨준다 해도, 그는 수많은 실패한 투쟁가들이 그러하듯이 전향을 선택하여 반대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개인으로 살아가는 편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거대한 전쟁, 거대한 혁명의 실패보다, ‘아무것도 아닌’ 개인의 중요함, 개인으로서 여전히 혁명적으로 행동하고 연대의식을 실천하는 것의 중요함을 작가는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냉전의 이분법적 시대가 지난 후, 많고도 세세하며 동시에 전 지구적으로 전개되는 사회문화적 이슈 앞에서 갈등하는 개인으로서 우리에게 이 작품이 의미를 지니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며, 이는 아직도, 혹은 이제부터 유효하다. 

 

지금 베트남에서 가장 주목받는 도빅투이 작가의 대표작, 한국 최초 번역!
베트남 산악지대 소수민족인 몬족의 악랄한 영주, 그 아래 자유와 평등을 꿈꾸는 여성들…
몬족의 문화와 관습, 역사를 섬세하게 그려낸 매혹적인 명작!

지난해 국내 최초로 동남아시아 근현대문학 출판 사업을 시작한 한세예스24문화재단이 ‘동남아시아문학총서’ 시리즈를 발간한다. 동남아시아문학총서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호평받은 근현대문학 명작을 선별해 우리말로 번역한 도서로, 동남아시아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 그리고 공통의 정서를 담고 있다.

동남아시아문학총서 시리즈의 첫 번째 도서로 출간된 베트남 소설 《영주》(원제 Chúa Đất, 2015)는 베트남의 최북단인 하장성 옌민현 드엉트엉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몬족의 영주(領主) ‘숭쭈어다’에 대한 전설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약 200년 전 인물인 몬족의 포악한 우두머리 숭쭈어다는 여성을 소유물로 삼고, 가난하고 힘없는 민중을 돌기둥에 매달아 공개 처형을 일삼는 등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흉악한 영주였다. 그의 삶은 사형을 집행하는 돌기둥에 얽힌 사적과 깊은 관련이 있다. 소설 《영주》는 숭쭈어다가 파국에 이르는 과정을 중심으로, 그에 매어 살면서 자유와 평등을 갈구한 여성들의 삶,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민중의 봉기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쉴 틈 없이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 속에서 몬족의 문화와 관습, 역사와 함께 ‘파멸을 부르는 인간의 탐욕’과 ‘여성의 자유와 평등’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제인 캠피언 감독의 <파워 오브 도그>의 원작입니다.

처음에 아무 정보없이 영화 제목만 보고 돈 윈슬로의 <개의 힘>이 영화화 된줄 알았습니다.


12월 1일 넷플릭스 방영 예정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 수상작
제인 캠피언 감독 '파워 오브 도그' 원작


토머스 새비지의 최고 걸작. 한 편의 심리 연구이자, 혐오라는 형태로 분출되는 억압된 동성애를 다룬 비범한 작품이다. 새비지는 거장의 솜씨로 미국 문학사에서 가장 강렬하고 사악한 인물을 창조했다. _애니 프루, 『브로크백 마운틴』의 저자

그를 알아본 독자가 그토록 적다니, 안타깝다 못해 화가 날 지경이다. _워싱턴 포스트 북 월드

미국의 작가 토머스 새비지의 장편소설로 2021년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수상한 동명 영화의 원작이 된 『파워 오브 도그』가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이 소설은 1967년 초판 출간 당시 평론가들과 언론의 상찬을 받았으나 1천 부도 판매되지 않으면서 오랜 세월 잊혔다가, 2001년 『브로크백 마운틴』의 저자 애니 프루의 탁월한 해설이 실린 판본으로 다시 출간되면서 재발견되었다. 제목 ‘파워 오브 도그(The Power of the Dog)’는 구약 시편 22장 20절 “칼에 맞아 죽지 않게 이 목숨 건져 주시고 하나밖에 없는 목숨, 개 입에서 빼내 주소서.”에서 따온 것으로, ‘악의 세력’을 뜻하면서 동시에 소설에 등장하는 중요 모티프인 개의 형상을 한 풍광을 가리키는 이중의 의도를 지녔다.

20세기 초 미 서부 몬태나주에서 목장을 경영하는 독신의 두 형제에게 한 여자가 아들을 데리고 나타난 후 벌어지는 서늘한 복수극을 그린 『파워 오브 도그』는 한 편의 뛰어난 심리 연구이자 출간 당시에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던, 혐오라는 형태로 표출되는 동성애 억압이라는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비범한 작품이다. 또한 자연이라는 절대적 힘을 지닌 외부 환경에 의해 삶이 조건 지어지는 인물들을 그린 윌리엄 포크너, 윌라 캐더, 존 스타인벡,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작품들, 이른바 ‘장소성’이 깊이 밴 소설들과 맥을 함께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영화감독 제인 캠피언은 뒤늦게 재발견된 이 걸작을 읽고 영화화를 결정했고, 그 결과 광막하고 황량한 서부를 배경으로 한 뛰어난 심리 서스펜스 영화를 탄생시켰다. 자연 풍광의 묘사를 통해 인물의 정념을 드러내는 뛰어난 수법과 섬세한 캐릭터 구축이 빛나는 원작을 잘 살려낸 영화 '파워 오브 도그'는 압도적 영상미와 베네딕트 컴버배치, 커스틴 던스트, 코디 스밋 맥피 등 배우들의 호연과 조화를 이루어 남성의 장르인 서부극을 전혀 새로운 경지로 끌어 올렸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기도 한 영화 '파워 오브 도그'는 부산 국제 영화제, 토론토 국제 영화제, 런던 국제 영화제, 뉴욕 영화제 등에 공식 초청되었으며, 11월 중에 극장 개봉 후 12월 1일 넷플릭스에 공개될 예정이다.

20세기 초 광막한 서부. 완벽한 두 형제의 세계에
한 여자가 들어온다, 그녀의 아들과 함께…


1920년대 중반의 미국 몬태나주 서남부. 필과 조지는 인근에서 가장 유력한 형제 목장주이다. 각각 마흔, 서른여덟인 두 형제는 외모도 성향도 성격도 정반대이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외모가 준수한 필은 지능이 뛰어나고 다방면에 재주가 있다. 그는 엄청난 독서가이자 손재주가 뛰어나고 음악에도 천재적이며, 목장의 실질적인 운영을 도맡고 있다. 게다가 그에겐 남의 화를 돋우고 잔인하게 상처를 주는 신랄한 말솜씨가 있다. 그는 한여름에도 딱 한 번 비밀 장소에 있는 물웅덩이에서 목욕하고 이발도 거의 하지 않으며, 거친 목장 일을 할 때도 장갑을 끼지 않는다는 철칙이 있다. 그는 20년 전 사고로 사망한 전설의 카우보이 ‘브롱코 헨리’를 우상으로 삼으며 카우보이만이 이상적인 남성상이라고 믿는다. 반면 동생 조지는 뚱뚱한 몸집에 차분하고 수더분한 성격에 머리 회전은 느려도 기억력이 비상하며, 남을 비난하는 법이 없으며 과묵하고 상냥하다. 이들 형제는 카인과 아벨처럼 상극으로 보이지만, 영혼의 짝처럼 목장을 운영하며 중년이 다 되도록 함께 침실을 쓰는 기묘한 사이이다.
취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해 거의 술을 마시지 않는 필은 알코올에 의존하는 이를 나약하다고 여기며 경멸한다. 그런 그가 술집에서 만난 의사 조니 고든을 모욕하고 폭행하는 일이 벌어진다. 의사로 성공할 꿈을 품고 아름다운 아내 로즈와 함께 몬태나주로 이주해 온 고든은 본성은 선하지만 심약하고 허황한 구석이 있다. 그는 술집에서 지식을 뽐내다가 필에게 비웃음을 당하고 얻어맞기까지 한 후 큰 충격에 빠져 일 년간 폐인처럼 지낸 후 결국 자기 집에서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스스로 목을 매어 죽은 그를 아들 피터가 발견한다. 어려서부터 조숙하여 속을 알 수 없고 허약한 피터는 로즈를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이름으로 부르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야생 식물과 약학을 홀로 공부하며 종이꽃을 접는 재주가 뛰어나다.
로즈는 남편 사망 후 식당을 겸하는 여관을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 나가던 중 버뱅크 목장 일꾼들을 손님으로 받아 필과 조지 형제를 만난다. 아들 피터가 계집아이 같다는 필의 조롱 때문에 상심에 빠진 로즈를 위로하던 조지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얼마 후 둘은 결혼식을 올린다. 그 후 피터는 시내에서 하숙을 하며 학교를 다니고, 로즈는 남편을 따라 버뱅크 목장의 저택으로 이사를 한다. 필은 완벽했던 자신의 세계를 무너뜨린 로즈에게 앙심을 품고 갖은 방식으로 그녀를 괴롭히고, 로즈는 자신을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필 때문에 심리적으로 커다란 압박을 받으며 알코올에 의존하게 된다. 그리고, 여름이 되어 버뱅크 목장으로 방학을 지내러 피터가 오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비틀리고 억눌린 욕망이 불러일으킨 심판과 복수의 드라마
서서히 끓어오르다 폭발하는 진실, 그리고 반전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드물게 언급되기만 할 뿐 제대로 묘사되지 않는 한 명의 인물이 중요하다. 바로 필의 우상 ‘브롱코 헨리’이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독자는 스치듯 언급되는 그의 존재가 실은 필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필이 그를 사랑했으며 그가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음을 된다. 그러나 필이 사악한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이 된 것은 그 때문은 아니다. 필의 내면에 깃든 복잡함을 이해하기 위한 단서는 그가 브롱코 헨리를 사랑하면서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리라는 점이다. 그의 동성애 성향은 그를 둘러싼 환경, 즉 남성성이 지배하는 카우보이의 세계에서는 엄청난 약점으로 작용하는데, 필은 그 사실을 깨닫고 남자 중의 남자, 동성애를 혐오하는 목장주로 스스로를 재창조한 것이다. 그런 배경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는 계집아이 같은 피터에게 경멸을 느끼는 동시에 피터의 명석함과 냉혹함에 가까운 담대함에 매혹을 느낀다. 조지와 로즈의 결혼을 계기로 극에 달한 필의 자기혐오는 피터와 유대 어린 관계를 맺으면서 그 진실을 드러내고, 그는 그간의 악행에 대한 심판과도 같은 반전을 맞이하게 된다.

타고난 이야기꾼의 솜씨로 쌓아 올린 걸작 소설
소설가만이 행할 수 있는 ‘문학적 복수’와도 같은 작품


토머스 새비지의 다른 몇몇 소설들처럼 『파워 오브 도그』 역시 작가의 가족사라는 모티프에서 출발한다. 새비지는 어린 시절 이혼한 어머니가 부유한 목장주와 재혼하면서 어머니를 따라가 함께 살았는데, 소설 속의 조지는 그의 새아버지가 모델이며 필은 새아버지의 둘째 형 에드가 모델이다. 작가의 큰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재혼한 동생의 부인을 교묘하게 모욕하고 괴롭힘으로써 새비지의 어린 날에 큰 상처를 남겼다. 교양이 풍부하고 호리호리한 몸매에 악담을 퍼붓는 소설 속의 필은 에드와 거의 완벽하게 똑같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새비지는 이 같은 가족사의 편린들로 흡인력과 긴장감 넘치는 걸작 소설을 쌓아 올렸으며, 미국 문학사에서 가장 강렬하고 사악한 인물을 창조함으로써 에드에게 ‘문학적 복수’를 행했다. 독자 한 명 한 명이 책을 펼칠 때마다 다시금 행해질, 새비지에게는 더없이 확실하고도 통쾌할 그 복수가 무엇인지 독자 여러분이 직접 확인해 보시기를. 

 

 

 넷플릭스 <퀀스 갬빗>의 원작 입니다.

 원작자인 월터 테비스는 영화 <허슬러>와 그 속편인 <컬러 오브 머니>의 원작자입니다.

 영상화된 대부분의 작품이 평가가 좋은 것 같네요.

 다른 작품들도 번역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4주 만에 6200만 시청자수 기록!
넷플릭스 최고의 화제작 <퀸스 갬빗>의 원작 소설

부모를 잃은 고아에서 세계 최고의 체스 스타가 되기까지!


부모를 잃고 혼자 남겨진 여덟 살 소녀 엘리자베스 하먼. 보육원에서 지급하는 신경안정제를 먹으며 긴장되고 두려운 나날을 버티던 어느 날 베스는 경비 아저씨 샤이벌에게 체스를 배우며 경이로운 체스 재능에 눈뜨고 체스를 향해 피어오르는 열망을 느끼기 시작한다. 열두 살, 한 가정에 입양된 베스는 자신이 유일하게 의지하는 친구 졸린과 샤이벌 아저씨를 떠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입양된 후 베스는 켄터키주 챔피언십 우승을 시작으로 양어머니 휘틀리 부인의 지지 아래 수많은 체스 대회에 참가하며 자신의 재능을 펼친다. 세계적인 그랜드 마스터를 꿈꾸며 넓은 무대로 나간 베스는 러시아 체스 챔피언 보르고프를 보고 두려움을 느끼며 경기에서 맥없이 패하고 예상치 못한 휘틀리 부인의 죽음을 맞이한다. 상실과 패배의 아픔에 빠진 그녀에게 찾아온 벨틱과 체스를 두며 아픔을 달래지만 그녀는 다시 혼자 남겨진다. 이후 열린 US 챔피언십에 출전하고,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상대 중 하나인 베니 와츠를 다시 만난다. 베스는 지난 패배를 딛고 정상에 오른다. 경기가 모두 끝난 후 베니는 베스에게 러시아 선수가 4명이나 출전하는 모스크바 경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스크바 경기 전, 파리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다시 만나게 될 보르고프를 이기기 위해 베니와 최선을 다해 준비하지만 또다시 패하고 만다. 완벽한 준비에도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주는 절망에 그녀가 의지할 곳은 술과 약뿐. 그렇게 스스로를 구렁텅이에 내몰던 중 주 챔피언십에 참가해 최악의 경기를 치른다. 더 이상 스스로의 재능을 망치는 자신을 두고 볼 수 없던 베스는 옛 친구 졸린을 만나며 스스로를 구해 낼 방법을 찾아낸다. 점점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베스에게 다가온 모스크바 경기. 그곳에서 어떤 나약함도 보이지 않는 상대를 이번에는 이길 수 있을까?

전 세계를 열광시킨 체스 천재의 성장 스토리
격자무늬 체스판에 담겨 있는 삶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불우한 소녀가 체스를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의 중심에는 뛰어난 체스 재능을 가진 한 소녀가 서 있다. 그녀는 남성들이 지배하는 체스계를 누비며 파란을 일으키고, 결국엔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선다. 차별이 가득한 세상이 세운 틀을 깨부수며 위대함을 향해 나아가는 한 인간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벅찬 설렘을 선물한다.

‘퀸스 갬빗’의 갬빗(Gambit)은 경기 초반에 상대에게 폰을 하나 내어주고 다른 이점을 취하는 체스 전략이다. 여행과 항해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갬비토(Gambetto)에서 유래한 이 전략은 폰을 희생하는 것인 만큼 모험적이고 위험도가 높다.(성진수, 유튜브채널 체스인사이드 운영자)

제목뿐 아니라 이 작품에 나오는 체스 경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체스판 위에 비치는 베스의 인생을 만날 수 있다. ‘초반에 승기를 잡다가도 한순간에 구석으로 몰려 체스판 위를 방황하며 고심 끝에 올바른 길을 찾아가거나 또는 빗나가는 모습 속에서.’(옮긴이의 말) 그리고 우리는 체스판 위에서 그녀의 인생과 더불어 자신의 인생을 만날 수 있다.

눈부신 성장 스토리에 그치지 않는 이 작품은 재능만큼이나 커다란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천재의 고통과 혼란, 외로움과 두려움을 강렬하고도 섬세한 심리 묘사와 긴장감 넘치는 체스 경기들을 통해 그려 냄으로써 주인공의 성장통에 공감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자신의 성장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그 성장통을 이겨 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한 인간의 모습에서 성장하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작가의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느낄 수 있다. 

 

 이것도 영화화 된다고 하는데 아직 소식이 없네요. 

 

“사냥에 실패하는 순간, 사냥꾼은 사냥감이 된다!”
독재자를 사냥하려다 사냥감이 된 남자의 숨 막히는 추적 스릴러
베네딕트 컴버배치 제작·주연 영화화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유럽에서 외교적 갈등이 고조되고 나치즘이 광폭하게 세력을 넓히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 정치 스릴러의 고전 『로그 메일』이 아르테에서 출간됐다. 전 세계에 전쟁의 그림자를 몰고 온 독재자를 노리던 주인공은 안타깝게 실패한 암살 시도와 그 후의 목숨을 건 탈출, 그리고 도피에 대해 자신의 정체를 끝내 밝히지 않은 채 회고록의 형식을 빌려 풀어놓는다. 실패한 암살자의 탈출과 그를 향한 독재자의 집요한 추적이라는 단순한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생생한 도피 과정 묘사와 숨을 죄어오는 서스펜스에 ‘고전의 반열에 오른 스릴러’, ‘추적 스릴러의 원형’ ‘환상적 플롯과 예리한 심리 묘사’ ‘최고의 오프닝 페이지’라는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멘스저널」에서 선정한 역대 최고의 스릴러 15선 중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독재자를 암살하려다 실패한 남자. 죽음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도망친 뒤 독재자의 충성스러운 사냥개에게 끈질기게 쫓기게 된 그의 정체는 무엇이며, 목숨을 걸고 독재자를 죽이려 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탈출극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정치 액션 스릴러의 고전
반드시 읽어야 할, 모험 서스펜스의 클래식


『로그 메일』은 1939년 초판본이 출간된 직후 독일 프란츠 랑 감독의 영화 <인간 사냥Man Hunt>으로, 1970년대에는 BBC드라마로 제작되는 등 국가와 시대를 뛰어넘어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2016년,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주연으로 새롭게 영화화가 발표되었으며, 제작에도 직접 참여하는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이 작품을 향해 “가장 가치 있는 영국 소설”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작가 제프리 하우스홀드는 동유럽, 미국, 중동, 남미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은행가, 세일즈맨, 백과사전 집필가로 일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는 영국 정보부에서 근무한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작가는 그 경험을 십분 활용해 당시 나치즘을 둘러싼 유럽의 국제 정세와 미묘한 외교적 분쟁, 그 속에서 양심과 명예를 지키면서도 모국인 영국에 짐이 되지 않으려는 주인공의 고뇌를 빼어나게 묘사했다. 제프리 하우스홀드는 이외에도 『발송 The Sending』『불량 정의 Rogue Justice』『그림자 속 감시자 Watcher in the Shadows』등의 스릴러 작품들을 남겼다.

독재자를 암살하려던 남자의 치열한 생존 게임
사냥꾼과 사냥개의 목숨을 건 싸움이 시작된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사냥하며 유럽을 떠돌던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독재자의 저택으로 이끌리게 된다. 마치 사냥하기 어려운 사냥감을 노리는 흥분감과 함께 남자는 주도면밀하게 암살을 시도하지만, 결국 발각되어 모진 고문을 당하고 반 불구가 된 채 탈출한다. 사냥에 실패한 후 한순간에 사냥감으로 전락한 남자는 국가에 외교적 짐을 지우지 않기 위해 암살 시도를 혼자 책임지기로 한다. 현상수배자로 지목된 뒤 경찰들을 따돌리고 배의 물탱크에 몸을 숨긴 채 바다를 건너 인적 드문 숲에 숨어들지만, 단 한 사람, 독재자의 끔찍하게 충성스럽고 잔인한 하수인만은 추적을 포기하지 않는다. 오롯이 혼자 견뎌야 하는 고독과 굴복하고픈 유혹에 맞서며 ‘오직 살아남기 위해’ 고투하는 남자를 독재자의 하수인은 세상의 끝, 땅속까지 끈질기게 따라붙는데…….

세상이 알아주지 않은 위대한 암살범에 대한 헌사이자
탈출과 추적 서스펜스의 원형과도 같은 작품


『로그 메일』은 소설임에도 ‘나’의 진솔한 1인칭 시점 서술 덕에 읽다 보면 마치 실존 인물의 회고록처럼 느껴지는 작품이다. 영국에서 꽤 이름 있는 명망가인 ‘나’는 개인적으로 실행에 옮긴 암살 시도가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작품 내내 자신의 이름과 암살하려 했던 사람의 이름을 끝내 밝히지 않지만, 탈출과 추적의 과정을 풀어놓는 고백록과도 같은 형식을 통해 독자들은 시대를 뛰어넘어 충분한 이입감을 느낄 수 있다. 덕분에 독자들은 주인공이 암살하려 시도했던 인물이 누구인지를 충분히 유추해볼 수 있는데, 전 세계를 파시즘으로 몰아넣었던 공포의 대상을 ‘사냥’하고, 또 그로부터 ‘사냥당하는’ 듯한, 압도적 서스펜스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역시 기여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의 원작입니다.

원작부터 읽고 영화를 보려고 지금까지 참고 있었습니다. 

 

출간 75년 만에 다시금 주목받는 위대한 미국 소설

영국 《가디언》지가 뽑은
‘세상에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열 권의 소설책’ 선정

“도스토옙스키를 연상시키는 날것 그대로의 힘.
이 책은 왜 카뮈의 『이방인』 같은 필독도서로 손꼽히지 않는가?”_《워싱턴 포스트》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선택한 매혹의 클래식 대작!


휘몰아치는 내러티브, 위험하고 독특한 서정으로, 1946년 첫 출간 당시 세련된 당대 비평가들을 충격에 빠뜨린 미국 작가 윌리엄 린지 그레셤의 매혹의 하드보일드 클래식 『나이트메어 앨리』가 국내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1940년대 카니발 유랑극단의 어둡고 비밀스럽고도 활기 넘치는 세계에 발을 들인 주인공이 독심술로 큰 무대에 오르고 또 몰락해가는 과정을 그린 이 대서사시와도 같은 작품은, 2010년에 ‘뉴욕 리뷰 북스 클래식’으로 재출간되어 ‘세월에 묻혀 있던 고전’으로 주목받았고 최근에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브래들리 쿠퍼·케이트 블란쳇 주연 영화로 제작되면서 출간 75년 만에 다시 화제에 올랐다.
1909년 볼티모어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성장하여 포크가수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던 그레셤이 이 소설을 쓰게 된 것은 스물아홉 살 때 참전한 스페인 내전에서 만난 전직 순회공연단 직원에게서, 술을 얻기 위해 닭과 뱀의 대가리를 물어뜯었다는 알코올중독자 이야기를 듣고서였다. 『나이트메어 앨리』는 그레셤이 스스로 내면의 고통과 방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파고들었던 정신분석학, 마르크시즘, 종교, 심령술 등 온갖 미로에 대한 경험이 작품 전체에 대담하고도 정교하게 직조되어 있다. 그러나 『나이트메어 앨리』의 주인공 스탠턴 칼라일처럼 그레셤 역시 자신만의 ‘악몽의 막다른 골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작품은 출간 후 큰 파장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얻어 1947년 타이론 파워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고 미국 클래식 누아르로 자리 잡아 그레셤에게 돈과 명성을 안겨주었으나 나중에 그는 모든 것을 잃었다. 그는 알코올중독과 신경쇠약을 극복하지 못했고 두 번째 소설과 논픽션들은 주목받지 못했다. 1946년 첫 작품을 출판 당시 이 작품을 아내(그의 세 명의 아내 중 두 번째 아내)인 시인 조이 데이빗먼에게 헌정했지만, 1942년에 결혼하여 두 아들을 두었던 그들은 1953년 이혼했다. (결혼 당시 그레셤과 마찬가지로 무신론자였던 데이빗먼은 남편의 정신적 추락에 절망하여 종교에서 해법을 찾고자 했고 결국 아이들을 데리고 영국으로 떠났다. 이후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 C. S. 루이스를 만나 1960년 병사할 때까지의 이야기는 1993년 영화 <섀도우랜드>를 통해 알려져 있다.) 1962년, 이미 눈이 멀기 시작했고 설암 진단까지 받은 그레셤은 십여 년 전 『나이트메어 앨리』 집필 당시 드나들던 타임스퀘어의 호텔 방에서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자살했다. 뉴욕의 가을, 53세로 생을 마감한 그의 소식에 주목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시신으로 발견된 그의 옷 주머니에는 이렇게 적힌 명함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주소 없음, 전화 없음, 일 없음, 돈 없음, 은퇴.’
2010년 재출간된 이래 『나이트메어 앨리』는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판의 미로>로 전 세계를 마법에 빠뜨렸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차기작으로 선택되어 또 한 번의 아카데미 감독상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브래들리 쿠퍼·케이트 블란쳇·루니 마라·토니 콜렛·윌렘 대포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하여 전 세계 개봉을 앞둔 <나이트메어 앨리>의 각본을―전작들과 마찬가지로―직접 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원작의 어두운 부분은 영화로 가져오지 않고 남겨두었다’고 말한 바 있다.
『나이트메어 앨리』 재판의 서문을 쓴 작가 닉 토시즈는 날카로운 심리적 통찰이 돋보이는 ‘이 책에서 언어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레셤의 차고 푸르스름한 강철 같은 산문과 대화체에 사용된 속어, 내면의 독백은 완전하다. 가식이 없고, 언제나 자연스러우며 효과적이다.’ 그레셤은 ‘Geek(기인)’, ‘Cold reading(마음 읽기)’, ‘Spook racket(유령 사기극)’ 등의 속어들을 이 작품을 통해 최초로 책에 쓴 작가였다. 『나이트메어 앨리』의 언어는 ‘별을 탐구하는 시궁창의 문장, 때로 시궁창을 탐구하는 천상의 문장이다.’ 닉 토시즈는 또한 그레셤이 이 작품을 집필하는 동안, 정신분석에서 잠시 관심을 돌려 타로(Tarot)에 매료되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레셤은 타로를 이용해서 작품의 얼개를 엮어 첫 번째 카드인 ‘바보’로 작품을 시작했고, ‘매달린 남자’로 끝을 맺었다. ‘즐거움과 마술과 수수께끼와 헛소리의 전령사’인 주인공 ‘위대한 스탠턴’이, 그 자신이 비웃던 인간 본성인 두려움의 덫에 스스로 걸려들어 파멸의 길로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반영웅 서사는 이렇게 귀결된다.
《워싱턴 포스트》는 『나이트메어 앨리』를 가리켜 ‘도스토옙스키를 연상시키는 날것 그대로의 힘’, ‘단순한 클래식 누아르를 넘어서 인간 조건의 한 기록’, ‘오싹하고 끔찍한 명작’이라고 찬사를 보냈고, 《가디언》지는 ‘세상에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열 권의 소설책’에 이 작품을 포함시켰다. 『나이트메어 앨리』는 작가가 마음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전전한 모든 미로의 골목이 주인공 스탠에게 고스란히 투영된 자전적 소설이자,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도 희망을 놓지 못하는 인간 본성을 사실적이고도 심오하게 파헤친 매혹의 대작이다.

그레셤의 소설은 많은 것들의 이야기다. 신앙의 어리석음과 이를 이용하는 교활함. 알코올중독과 진전섬망의 파괴적인 공포. 아무런 까닭 없이 필멸의 종착점을 할당하는 운명의 카드. 이 책은 범죄와 처벌, 죄와 응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을 그렇게 읽는 것은 오독이다. 이 골목에는 우리가 범죄와 죄악이라고 간주하는 것들이 만연하지만, 벌과 응징은 여기서 차라리 인생 자체의 대가인 듯하다. _닉 토시즈의 서문 중에서

떠돌이 카니발 한 귀퉁이에서 취한 채 허우적거리며 깜깜한 골목을 달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시대의 맥락 속에서 읽으려고 시도할 때, 이 책은 미국 역사의 두꺼운 단면이자 다채로운 인간의 초상화로서 한결 깊이와 흥미를 더한다. 사회의 변두리, 바닥 중의 바닥으로 떨어진 사람들 속에서 보편적인 인간과 사회의 모습을 포착하고 나와 우리에 대한 이해를 더할 책으로 일독을 권한다. _옮긴이의 말 중에서

“공포는 인간의 본성으로 이어지는 열쇠다.
상대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면 누구든 조종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마술이 이거야.
뭐 어때. 기분 좋게 해주고, 약속과 희망을 주는 거야.”

“인간은 꿈꾸고 또 두려워하기에 앞으로 나아간다…”


카니발 유랑극단 ‘열 가지 쇼’에서 마술 무대를 담당하는, 영리하고 잘생기고 야심 찬 청년 스탠턴 칼라일. 대중의 이글대는 시선 앞에서 살아 있는 닭을 씹어 삼키는 쇼를 벌이는 기인을 바라보며 그는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한지 의문을 갖는다. 열 가지 쇼의 주인이자 변사인 클렘, 덩치와 힘을 자랑하는 브루노, 사나운 난쟁이 모기 소령, 성장이 멈춘 다리를 묶어둔 채 손으로 온갖 묘기를 펼치는 조, 온몸의 문신을 전시하는 선원 마틴, 전기가 통해도 죽지 않는 소녀 몰리 등과 함께 이 지역 저 지역을 돌아다니던 그는, 알코올중독자 남편 피트와 속임수를 동원하여 독심술을 하는 ‘모든 것을 아는 여자’ 지나와 내연관계를 맺고 그녀에게서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요령을 배운다.

“미스디렉션이 전부야. 대단한 속임수 상자나 비밀의 문, 속임수 테이블, 다 필요 없어. 미스디렉션을 배우는 데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주머니에서 뭘 꺼내서 모자 안에 넣었다가 다시 꺼내도 구경꾼들은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없어서 눈을 커다랗게 뜰 거야.”
“마술도 한 적 있어?” 스탠이 물었다.
지나가 웃었다. “그럴 리가. 여자들은 마술을 거의 안 해. 이유가 있어. 여자는 자기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법을 익히는 데 평생을 보내지. 한데 마술을 배우려면 그걸 다 잊어버리고 관객이 다른 곳을 보게 하는 법을 배워야 하잖아. 너무 힘들어. […] 난 언제나 독심술만 했어. 아무도 다치지 않고, 어디에 가든 친구를 많이 만들 수 있지. 운세를 봐준다고 하면 다들 좋아하거든. 뭐 어때. 기분 좋게 해주고, 꿈과 희망을 주는 거야. […] 다들 최선을 바라고, 최악을 두려워하지. 대체로 실제 벌어지는 일은 최악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최선의 희망을 버리지는 않아. 더 이상 희망하지 않을 때, 그때가 최악이지.” (p.66)

지나는 인간을 안다. 인간은 다 비슷비슷하다. 열 명 중 아홉 명에게 똑같은 대답이 적절한 것이다. 다섯 중 하나는 무슨 말을 하든 곧이곧대로 믿고, 맞는지 물으면 맞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남부의 목화밭에서 일하는 흑인 청년이라면…….

이건 뻔했다. 다들 북쪽을 원한다, 스탠은 생각했다. 다시금 어두운 골목이었다. 그 끝에 환한 빛이 비치는. 어린 시절부터 스탠은 계속 같은 꿈을 꾸었다. 그는 어두운 골목을 달리고 있고, 길 양쪽의 텅 빈 건물들은 컴컴하고 위협적이다. 저 멀리 길 끝에 빛이 있었다. 그러나 뭔가 등 뒤에 바짝 붙어 점점 다가와, 결국 그는 빛에 도달하지 못한 채 부들부들 떨며 잠에서 깨곤 했다. 그들도 같은 꿈을 갖고 있었다. 악몽의 골목. 북쪽은 끝이 아니다. 빛은 그저 계속 앞으로 전진할 뿐이다. 공포가 바짝 뒤따라온다. 백인이든, 흑인이든, 마찬가지였다. 알코올중독자 기인도 쫓아오는 존재의 손아귀에서 간신히 도망치고 있을 뿐이다. (p.107)

세상에는 무료한 사람들, 재미있는 일을 찾아다니는 순진한 사람들이 넘쳐나며,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하여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면서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간파해낸 스탠은 전기 소녀 몰리와 함께 카니발을 떠나 독심술 쇼로 보다 큰 무대에 오른다. 그는 이윽고 영매를 통해 죽은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는 심령주의 교회를 만들어 두려움과 죄책감을 가진 부자들을 갈취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돈 빼앗는 일에 중독되다시피 하여 점차 심신이 무너져가고, 걷잡을 수 없는 수면장애와 불안이 폭발할 지경에 이른 순간, 여성 심리학자 릴리스 리터 박사의 정신과를 방문하는데……. 그는 그녀를 통해, 끝없는 ‘악몽의 골목’으로부터 과연 구제될 것인가?

그녀는 짐승일까? 이 모든 수수께끼는 그저 그 때문일까? 실컷 놀고 혼자 있고 싶으면 발톱을 드러내는 날렵한 금색 고양이라서? […] 혹, 초월적인 동물, 새로운 종, 몇 세기 지나야 지구에 나타나게 될 그런 존재는 아닐까? 혹시 자연이 과거에서 촉수를 뻗어 앞으로 천년 뒤에 출현할 인류는 어떤 존재인지 현재를 더듬더듬 감지하고 있는 걸까? 

 여러 SF 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장편은 아니고 노벨라 부분 수상, 

2020년 전 세계 SF상을 휩쓴 화제의 소설
휴고상, 로커스상, 네뷸러상, BSFA상, 오로라상 수상

"매혹과 미혹, 광채와 광기, 암시와 암호로 가득한 이야기. 영리한 구조와 문장, 빛나는 아이디어와 캐릭터, 어느 쪽을 먼저 칭찬해야 할지 망설여질 따름이다."

― 켄 리우(『종이 동물원』의 저자)


2020년에 가장 주목받은 SF 장편소설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적대적인 두 집단의 엘리트가 시간을 오가는 전쟁 속에서 비밀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내용의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상상을 초월하는 미래의 이야기를 '편지'라는 아날로그적 도구에 담아내는 독특한 설정과 상상도 못 한 반전 등 흥미로운 전개로 화제를 불러모은 작품이다. SF 팬 모임에서 만난 인연으로 손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쌓던 아말 엘모흐타르와 맥스 글래드스턴은, 손편지가 오가는 방식을 SF 소설의 전개 방식으로 적용해도 재미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그리하여 두 작가는 '레드'와 '블루'라는 소설 속 각기의 주인공을 맡아 서신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써내려간 후, 두 이야기를 하나로 합쳐 소설을 완성해냈다. 이렇게 출간된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전미 베스트셀러에 등극함은 물론, 휴고상 및 네뷸러상, 로커스상 등의 권위의 SF상을 휩쓸고 영국 SF협회에서 주는 BSFA상, 캐나다 SF협회에서 주는 오로라상을 수상하는 등 2020년 한해 가장 주목받는 SF 장편소설로 떠올랐다.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현란한 필담을 기반으로 SF적 상상력과 인류사뿐 아니라 현대의 대중문화까지 폭 넓게 녹여내고 있어 번역의 중요성이 각별히 요구되는 작품이다. 때문에 『종이 동물원』으로 제13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한 장성주 역자가 1년여에 이르는 긴 번역 작업을 거쳐 출판에 이를 수 있었다. 현재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할리우드에서 TV 드라마로 준비 중이다.

"영어권 독자들을 염두하고 쓴 글을 한국어로 옮길 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설명’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는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해치지 말 것’을 원칙으로 삼고 각 장 끄트머리에 되도록 짤막하게 주석을 달아 두었습니다." -옮긴이의 편지 중

시간을 오가며 역사의 현장에서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서신을 교환하다!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모든 시간선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두 세력이 전쟁을 벌이는 까마득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생태학적인 조직으로 구성된 '가든'과 기계적인 조직으로 구성된 '에이전시'는 '시간의 가닥'을 오가며 역사를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무대가 되는 곳은 유럽을 침략한 칭기즈칸의 기마 군단, 고대 로마의 카이사르 암살 현장, 런던 대화재 직전의 영국, 에스파냐가 침략하기 직전의 남아메리카 등 역사의 주요 현장들이다. 또한 서신 속 문장은 밥 딜런의 노래 가사에서 따오거나 루이스 캐럴, 존 키츠, 찰스 디킨스 등 현대 대중문화에서부터 고전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인용한다. 작중 서신을 비밀리에 교환하는 방식 또한 이채로운데, 용암의 이글거리는 붉은 빛이 편지의 글귀가 되기도 하고, 수십 년 동안 차곡차곡 그려진 나무의 나이테가 글줄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바다표범의 가죽 무늬나 찻잔 속의 찻잎이 서신의 전달자 역할을 하는가 하면 물 분자의 운동을 숫자로 변환한 MRI 측정 값이 서신이 되는 등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두 스파이의 환상적인 비밀 임무가 사랑 편지의 문장으로 변신하는 기상천외한 이야기. 끝까지 읽고 나면 첫 페이지를 다시 펼치고 싶어진다."
― 북리스트  

 

시대를 초월한 젊은이들의 방황과 꿈, 그리고 사랑을 그린
100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명작의 향기!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을 사실적으로 그리면서도
세심한 심리 묘사와 통속적이지 않은 전개로 감동을 자아낸

조지 기싱 최초의 로맨스 소설!

어느 낭만주의자의 진정한 자유

조지 기싱은 찰스 램과 더불어 영국의 가장 대표적인 수필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쓴 수필집 《기싱의 고백The Private Papers of Henry Ryecroft》은 빅토리아 시대 영국인의 삶을 명상하고 성찰하는 주옥같은 산문집이라는 평을 받는다. 또한 기싱은 무려 23권이나 되는 소설을 발표한 유명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동물농장》, 《1984년》으로 유명한 조지 오웰은 기싱을 영문학사상 최고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치켜세웠고, 비평가들은 그가 토마스 하디, 조지 메러디스와 함께 빅토리아 말기 주요 작가 중의 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불과 서너 권의 책만이 번역돼 있을 정도로 덜 알려져 있다.
그런 기싱의 작품 중, 《투명인간》, 《우주전쟁》 등의 걸작을 쓴 영국 소설가 H. G. 웰스가 ‘기싱 최고 걸작이며 그 가치가 가장 덜 알려진 작품’이라 평가한 바 있는 《이브의 몸값Eve's Ransom》이 문학사상을 통해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인간의 고결함을 유지해주는 것은 자유롭고 낭만적인 꿈임을,
그 실체가 없는 꿈을 통해 우리는 돈과 물질에 얽매이지 않는

진정한 자유와 삶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불후의 명작! 

 

시대를 초월한 젊은이들의 방황과 꿈, 그리고 사랑을 그린
100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명작의 향기!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을 사실적으로 그리면서도
세심한 심리 묘사와 통속적이지 않은 전개로 감동을 자아낸

조지 기싱 최초의 로맨스 소설!

어느 낭만주의자의 진정한 자유

조지 기싱은 찰스 램과 더불어 영국의 가장 대표적인 수필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쓴 수필집 《기싱의 고백The Private Papers of Henry Ryecroft》은 빅토리아 시대 영국인의 삶을 명상하고 성찰하는 주옥같은 산문집이라는 평을 받는다. 또한 기싱은 무려 23권이나 되는 소설을 발표한 유명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동물농장》, 《1984년》으로 유명한 조지 오웰은 기싱을 영문학사상 최고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치켜세웠고, 비평가들은 그가 토마스 하디, 조지 메러디스와 함께 빅토리아 말기 주요 작가 중의 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불과 서너 권의 책만이 번역돼 있을 정도로 덜 알려져 있다.
그런 기싱의 작품 중, 《투명인간》, 《우주전쟁》 등의 걸작을 쓴 영국 소설가 H. G. 웰스가 ‘기싱 최고 걸작이며 그 가치가 가장 덜 알려진 작품’이라 평가한 바 있는 《이브의 몸값Eve's Ransom》이 문학사상을 통해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인간의 고결함을 유지해주는 것은 자유롭고 낭만적인 꿈임을,
그 실체가 없는 꿈을 통해 우리는 돈과 물질에 얽매이지 않는
진정한 자유와 삶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불후의 명작!

 상자안의 글들은 인터넷 서점에서 퍼온 글들입니다.

 

 

 

6
Comments
2022-08-13 00:50:55

좋은 책 많이 알아갑니다!

WR
2022-08-13 17:42:23

즐독하십다. ^^

2022-08-13 08:34:45

 흥미로운 책들이 굉장히 많네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새로 번역된 작품을 보니 정말 반갑습니다. 소개해주신 덕분에 저도 곧 구매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조지 기싱은 뉴 그럽 스트리트가 진짜 재미있죠. 필력이 대단한 작가라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은데 언제 기회가 될지.ㅎㅎ 비엣타인 응우웬의 작품도, 버넌 리,의 작품도 너무 궁금하네요. 너무 보고 싶은데 언제나 저 작품들을 다 읽어볼 수 있을지. ^^;

WR
2022-08-13 17:43:05

조지 기싱 책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

2022-08-13 10:27:04

좋은 책들 많네요. 소개 감사드립니다. 제가 읽어 본건 <동조자>밖에 없네요. ㅎ

WR
2022-08-13 17:43:54

<동조자>는 드라마 때문에 구매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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