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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지아 - 아버지의 해방일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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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9-21 11:23:01

추석특집 방송에서 유시민 작가가 재미있게 읽고 있다는 말에 구글 이북의 샘플북을 다운받아 읽어보았습니다, 샘플북 분량도 어지간하지만 좀 읽다보면 더 읽어얄지 말지 가늠이 되기에 불필요한 책을 퇴치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지아 작가는 저 보다 윗 연배고 유시민 작가보다 젊네요. 하지만 세상을 보는 눈은 같은 세대인 것 같습니다.

 

빨치산의 딸의 시각에서 회상하는 골수 사회주의자 아버지의 삶을 바라보는 냉정한 시각 사이사이로 실소를 머금게 하는 장면이나 자신의 마상(마음의 상처)는 애써 부정하고 혹시 자신도 모르게 남에게 주었을 상처를 헤아리기도 하는 장면은 가슴이 서늘해지게 합니다.

 

지나가는 방물장수 여편네를 집에 데려와 재우려는 아버지와 벼룩 옮을까 저어하는 어머니의 싱갱이부터 사회주의자가 모름지기 지켜야 할 민중인 방물장수를 재우고 멕이고 처마에 걸린 마늘 반 접을 도둑맞기까지 하는 와중에 결국 벼룩이 옮아 한 달을 북적북적 긁어대야 했던 딸이 소설 속 화자인데 그 비약이 심한 부모의 대화에 끼어들지 않으면서 까뮈나 니체를 읽고 있었음을 밝혀 부모 세대와 다른 '먹물'을 자처하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유시민 작가나 저나 정지아 작가는 먹물이죠. 사회주의자를 자처하고 백운산과 지리산을 누비며 빨치산 활동을 했던 정 작가의 부모야말로 '민중'인 셈인데, 이 책의 재미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아리(소설 속 딸) 세 식구이지만 먹물이 바라본 민중의 삶을 지근거리에서 마크로 레벨로 들여다보는 느낌입니다.

 

새벽에 깨어 어제 받아두었던 샘플북을 금방 다 읽고 구매 버튼을 눌러 이어 읽고 있습니다. 회상체이기에 기승전결이나 클라이막스를 기대하지 않지만 무심히 빨치산의 먹물 딸이 써내려간 아버지의 기억들이 아버지가 세상을 봤던 시각을 나이 들어 관조하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먹물의 세계관을 통해 정리하고 있기에 유시민 작가도 재밌게 본 연유인 것 같고 저 또한 그리 느낍니다. 

 

새벽에 읽기 좋은 책이네요.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2629320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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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2-09-10 23:50:14

관심을 두고 또한 구해 읽으시는 작업들의 범주가

꽤 넓으신 듯합니다. 이 작가분에 관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는데 단편 하나 정도 접했었네요.

이 책은 빨치산 문학의 궤를 이어가며, 거기에 후일담과

자전적인 시선이 크게 반영된 거 같네요.

올려주신 글과 링크 들어가 보면서 이태 작가의

남부군이 문득 기억에 나더군요.

요즘의 이삼십대가 많지는 않을 수 있겠지만

이 책에 대해 어떤 관심과 느낌을 드러낼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찾아보니 누군가 정작가님 관해 올린 글 속에

작가의 시선이 드러나는 글이 있네요... 

 https://blog.daum.net/poetlsh/6940941

WR
1
2022-09-11 00:21:01

소중한 링크 공유 감사드립니다. 


세상을 향한 목소리를 되도록이면 자제하고 특이하지만 평범한 촌부인 부모의 이야기를 한국의 근현대사를 압축한 문장으로 감정을 배제한 듯 천연덕하게 써내려간 작가의 글이, barthes68님이 링크하신 글 중 작가의 말에 잘 설명되어 있네요. 그 글이 직설이면 소설은 은유이고 내용은 같습니다. 작가의 저 시선을 소설에서는 중립적으로 비판적으로 혹은 회의적으로 감추는 듯 싶지만 

 

완숙해진 작가의 능력은 감정의 지연장치를 마이너스에서 플러스까지 자유자재로 늘였다 줄였다 해서 읽다가 코가 시큰해지거나 갑자기 닥친 소용돌이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동시대의 역사를 관조하는 것이 지식인이든 필부든 사회주의자든 조선일보 애독자이든 '더불어'임을, 더불어라는 단어가 식상해져버린 요즘 한 번도 쓰지 않으면서 절감하게 만듭니다.

 

저도 보통 뒷조사 먼저 하고 책을 집을지 결정하는데요. 어제 폰에 샘플을 담아놨다가 새벽에 눈 뜨자 보게 됐습니다. 선입견 없이 보길 잘했습니다.(유시민 작가의 강추가 있었긴 하지만요)

 

작가가 이데올로기의 예봉을 한껏 누그러뜨렸지만 빨치산과 사회주의라는 전제를 수용하고 읽을 독자가 범위가 넓을 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조반니노 과레스키의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돈 까밀로와 빼뽀네'에서의 시트콤과 이데올로기 배경의 이중주를 어느 한 편의 이해만 가지고는 Full View를 볼 수 없지않나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연하게 집안 배경과 그 속속들이 인생사를 박완서 회상투이면서 역사관이 확실한 책이라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빨간색 알레르기의 시대가 지났고 작가도 완숙에 이른 것 같습니다. 

 

벌써 반 정도 읽었습니다.

2
2022-09-11 15:06:04

유작가께서 '남쪽으로 튀어' 같은 일본 전공투 세대의 시선이

담긴 동시에 무겁지 않은 화법으로 탄탄하게 서사화된 작업을

이 작품과 관련해 언급하시더군요.

이 책이 후일담이면서 경쾌하고 동시에 농익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며, 말씀처럼 완숙에 이르는 작가의

손길을 보여주나 봅니다. 그래서인지 예단을 접어두고

읽으면, 선입견과 이데올로기의 버거움을 넘어서 돌아볼

내용이 많으리란 기대를 품게도 됩니다. 

 

WR
1
Updated at 2022-09-21 00:43:42

다 읽어버려서 대댓글은 감상문으로 대신합니다. 강추드립니다.

https://dprime.kr/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23852731

https://dprime.kr/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23859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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