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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무작정 비발디의 '사계' 음반으로만 하루 종일 감상해 봤습니다.

The BEAT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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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8 13:27:56

 

지난 주 아내님이 집을 비우셨던 휴일이었습니다.


[1] 처음에는 얼마전 구매(2만원대의 염가에다 워너 딱지가 생소해서) 해놓고 겉비닐도 뜯지 않은 새러 장의 '사계' LP와 십 수년전 EMI시절에 나왔던 같은 녹음의 CD와 비교만 하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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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천한 제가 듣기에는 이상하게 EMI 딱지를 달고 나온 고전음악 분야의 음반들, 특히 디지털 녹음은 뭔가 답답한 느낌이 듭니다.

좋게 말하면 조그마한 잡음조차 하용하지 않는 단단한 금고같고, 무식한 표현이지만 마치 미세먼지 마스크를 착용하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기분입니다.




새러 장의 CD도 EMI 디지털 녹음 특유의 '꽉막힌 클린룸' 소리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많이 듣지 않았는데 LP는 얼마나 다른 소리를 들려줄까 궁금했습니다.

사실 더 나은 소리를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LP라면 '아나로그'스러운 소리가 조금이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처음부터 들어본 저의 느낌은 이 LP는 '충실하게 CD를 담아낸 그릇'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약간 아쉬운 기분이 들어서 새러 장의 음반처럼 먼저 CD로 발매되고 나중에 LP로 발매됐던 정경화 할머님의 '사계' 들어 봤습니다.

전 악장을 다 듣는 것은 시간상 무리인지라 듣고 싶은 부분만 골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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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상 어디 내놔도 밀리지 않는 정경화 할머님의 요즘 녹음(비발디 할아버님의 '사계'나 바흐 할아버님의 '무반주' 등)을 듣다 보면 전성기때 이 곡들을 녹음을 하셨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얕은 귀로는 원숙미니 하는 그런 깊은 맛까지는 구별을 못하겠지만 제가 처음 정경화 할머님을 들었던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전율과 비록 일부만이지만 예전 바흐의 '무반주'와 같은 힘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워낙에 뛰어난 연주자인데다 협연한 실내악단의 무게를 생각하면 기대가 컸으나 적어도 엄지손가락을 꼽는 연주는 아닌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리고 이 녹음도 EMI의 기술진이 녹음을 했다는 티를 내는지 참으로 깨끗한 소리인 것은 맞지만 특유의 답답함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제가 편견을 가지고 있나 싶어 같은 EMI딱지를 달고 나온 무터 누나와 케네디 형님의 '사계'까지 다시 들어 봤습니다.

제가 내일 결론은 "저의 귀가 좋은 것을 구별 못하는 막귀에다 EMI와는 안맞는 취향을 가지고 있다" 입니다.



[3] 이왕 시작했으니 집에 있는 모든 '사계'음반을 꺼내놓고 갈데까지 가보고 싶었으나 귀중한 휴일의 몇 시간이 흘러 버려 몇 장만 더 듣고 마무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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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제가 좋아하는 크레머 삼촌과 아바도 어르신의 DG음반으로 입가심을 했습니다.

고전음악만큼은 저는 DG가 가장 좋습니다.

소리를 키우지 않아도 마치 스튜디오 안에 들어와있는 듯한 넉넉한 공간감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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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사계'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무지치와 야요 할아버님의 음반은 CD로, 이무지치와 카르미넬리는 LP로 들어봤습니다.

음악 좀 듣는 분들은 카르미넬리의 녹음을 많이 싫어하시는데 저는 청개구리처럼 독주 바이올린의 강력한 튐이 색다르게 들렸습니다.

'사계'의 원조 맛집인 야요와는 달라도 많이 다르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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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어본 '사계'는 핫한 연주라고 하는 카르미뇰라 어르신의 음반입니다.

1951년생이시니 70대 할아버님이시나 제가 듣기에는 요즘 젊은 연주자 못지 않게 힘이 느껴졌습니다.

고전음악의 문외한인 제가 듣기에도 고음악(정격연주)가 굉장히 낯설기는 하지만 잘 다듬어진 대편성 관현악단의 연주와는 너무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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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결이 다르나 러브데이/마리너 할아버님의 성 마틴 아카데미실내합주단의 연주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오랫 만에 몇 시간에 걸쳐 같은 곡, 다른 연주의 비교감상을 해봤습니다.

몇 장 되지는 않지만 바닥에 깔려 있는 음반들을 보니 뿌듯하기는 했는데 역시 얕고 미달인 저의 귀만 실감해습니다.



 

 

 

13
댓글
T-rex
1
2023-12-19 00:33:32

저는 집에 아무도 없으면, 집에서 듣기 힘든,

시끄러운 음악을 듣곤합니다.... 

생각해보니, 비발디의 사계도. 집에서 마냥 볼륨을 높이기는 쉽지 않겠다 싶군요.  

WR
The BEATLES
2023-12-20 02:25:17

사는 곳이 아파트라 시끄러운 음악이 아니어도 조금만 소리를 높여도 바로 티가 납니다.
고전음악인 경우에는 그나마 나은데 디스토션 걸린 기타소리는...
크게 음악을 듣고 싶으면 헤드폰을 장착(?)하는데 이게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와는 차이가 큰데다 같은 시간을 들어도 피곤하고 귀가 자극이 되어 피하게 됩니다.
 
 
코난장인
1
2023-12-19 02:07:45

사계 많이 가지고 계시네요 무작정 비발디의 '사계' 음반으로만 하루 종일 감상해 봤습니다.

저는 카르미넬리, 케네디, 카르미뇰라만 음반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

카르미넬리반은 저희집에 전축 처음 생겼다고 청계천 나가서 젤 처음 구입한 성음 LP였네요.

특히 클래식은 첫 감상이 중요한데 그래서인지 아직 제 사계의 한 기준이기는 합니다.

카르미뇰라는 예전 신나라에서 클래식 파트 직원분 (지금은 아울로스미디어 대표가 되신)께 

신보로 추천 받아 구입한 건데 세월이 ㅠㅠ  

아요 녹음은 의외로 늦게 접했는데 비욘디 듣다가 들으면 너무 구식 느낌이 나요 ㅎㅎ 

저는 한국(계?) 연주자들의 바로크는 손이 잘 안가더군요 ^^;

WR
The BEATLES
1
2023-12-20 02:26:13

다들 '사계'음반은 저만큼은 가지고 계시지 않나요?
농담입니다.

제가 특별히 '사계'를 좋아하거나 음반을 수집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하나하나 쌓였네요.
생각해 보니 하나만 꼽을 수 있는 정도의 맘에 드는 연주를 만나지 못한 듯 합니다.
그래도 하나만 고르라면 이무지치/야요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저도 제가 처음 선택한 음반이 '레퍼런스'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처음 들어본 '사계'가 바로 이무지치/야요의 성음 라이센스였습니다.

이무지치/야요 음반은 말씀하신대로 정말 구식입니다.
제가 아는 게 사실이라면 1950년대 녹음이니 아무리 요즘 리마스터링 기술이 좋아도 요즘과 같은 소리가 나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70년 전의 연주이니 다를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동네형
1
2023-12-20 03:59:26

저는 20여종 가지고 있는 거 같은데 이무지치와 미켈루찌의 연주(필립스), 뮌힝거와 바르헤트의 연주(데카), 뮌힝거와 크로찡거의 연주(데카), 비욘디의 연주(opus?) 등을 자주 듣는 거 같습니다.  데카에서 나온 옛날 연주들이 좋더라구요.  예당에서 나왔던 트레챠코프도 좋구요.  올려주신 카르미넬리여사와 까르미뇰라의 연주도 좋아합니다.  DG에서는 사이먼 스탠디지도 좋구요.  

WR
The BEATLES
1
2023-12-21 01:52:14

소위 Major 음반사에서 나온 '사계' 중에서 이름 좀 날린 음반만 해도 수 백 장이 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소규모 음반사에서 나온 음반에서 엄청난 연주가 담겨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그 보물을 찾는다는 게 정말 보물 찾는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앞으로 어떤 '사계'연주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지금 가지고 있는 음반으로 만족하려고 합니다.

처음 만난 이무지치/야요를 가장 부담 없이 듣기는 하지만 어쩔 때는 비엔나 필하모닉(카라얀)/무터가 듣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동네형
1
Updated at 2023-12-21 05:04:57

저도 사계음반을 구입하지 않은지 좀 됩니다.  호기심에 보이는 대로 구입하다가는 끝이 없겠더라구요.  요즘은 궁금한 연주자는 일단 너튜브에 있는 거 들어보는 걸로 만족하고 있어요.  한때 베토벤 에로이카교향곡의 1악장 도입부와 4악장 종지부의 연주와 소리차이에 빠져 너무 많은 종류의 음반을 구매했다가 와이프한테 어이없다는 소리를 듣고나서부터 제가 음악을 즐기는 건지 좋아하는 소리를 즐기는 건지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WR
The BEATLES
Updated at 2023-12-22 02:33:37
답변주신 선생님의 글을 보니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하였나 싶네요.
제가 모차르트의 교향곡 제25번 제1악장(영화 '아마데우스'와 맞는지 모르겠으나 이상아가 모델로 나왔던 롯데 파이오니아 광고에서도 삽입됐었던) 그 마력의 싱커페이션에 빠져 마음에 들때까지 찾아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고전음악을 국민학교 5학년 겨울방학(1982년)때 KBS-FM라디오로 배우기 시작한 그 시절부터 여러 음반을 모았는데 결국 네빌 마리너 할아버님의 성 마틴 아카데미실내합주단의 Decca 발매반으로 정착했습니다.
최고의 모차르트 전문가 칼 뵘 할아버님의 베를린 필하모닉은 너무 느려터져 답답했었고 다른 지휘자들의 연주도 그 거친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정명훈 아저씨의 초기 노던 심포니아의 연주는 의외로 괜찮았는데 저의 짧고 얕은 음악실력으로 내린 결론은 제 '마음에 들면 그게 최고 연주'라고 만족하자 였습니다.

essen
2023-12-24 10:51:38

음악과 소리가 분리된게 아니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 파트의 차이점만 집중 감상하는건 훌륭한 접근법이라 생각합니다

essen
1
2023-12-24 10:50:14

Lp게시판이라 어울리지 않지만, 제가 적은 tidal리스트 입니다. 10번트랙 Nils-Erik Sparf 가 최근엔 맘에 드네요. https://tidal.com/playlist/67f7da1a-9337-4518-8548-1a2a2f11b3a1 Cd링크는 이렇습니다 https://m.yes24.com/Goods/Detail/101885761 사시라는건 아니고(저는 스밍만 듣습니다) 너도나도 사계 한장은 추천하는 분위기라... https://cafe.naver.com/audiodudu/608184?tc=shared_link 짧은 감상이구요

WR
The BEATLES
2023-12-27 02:25:04
성탄절 잘 보내셨는지요?
올려주신 곡들 중에서 Europa Galante/Fabio Biondi는 상당히 재미있네요.
이건 구입예정 목록에 저장해 두었습니다.


essen
1
2023-12-27 03:31:49

네네 비욘디가 보통 첫 번째 추천작입니다 첫 번째가 좋아요.

WR
The BEATLES
2023-12-28 02:13:45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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