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무작정 비발디의 '사계' 음반으로만 하루 종일 감상해 봤습니다.
지난 주 아내님이 집을 비우셨던 휴일이었습니다.
[1] 처음에는 얼마전 구매(2만원대의 염가에다 워너 딱지가 생소해서) 해놓고 겉비닐도 뜯지 않은 새러 장의 '사계' LP와 십 수년전 EMI시절에 나왔던 같은 녹음의 CD와 비교만 하려고 했습니다.
미천한 제가 듣기에는 이상하게 EMI 딱지를 달고 나온 고전음악 분야의 음반들, 특히 디지털 녹음은 뭔가 답답한 느낌이 듭니다.
좋게 말하면 조그마한 잡음조차 하용하지 않는 단단한 금고같고, 무식한 표현이지만 마치 미세먼지 마스크를 착용하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기분입니다.
새러 장의 CD도 EMI 디지털 녹음 특유의 '꽉막힌 클린룸' 소리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많이 듣지 않았는데 LP는 얼마나 다른 소리를 들려줄까 궁금했습니다.
사실 더 나은 소리를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LP라면 '아나로그'스러운 소리가 조금이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처음부터 들어본 저의 느낌은 이 LP는 '충실하게 CD를 담아낸 그릇'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약간 아쉬운 기분이 들어서 새러 장의 음반처럼 먼저 CD로 발매되고 나중에 LP로 발매됐던 정경화 할머님의 '사계' 들어 봤습니다.
전 악장을 다 듣는 것은 시간상 무리인지라 듣고 싶은 부분만 골라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상 어디 내놔도 밀리지 않는 정경화 할머님의 요즘 녹음(비발디 할아버님의 '사계'나 바흐 할아버님의 '무반주' 등)을 듣다 보면 전성기때 이 곡들을 녹음을 하셨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얕은 귀로는 원숙미니 하는 그런 깊은 맛까지는 구별을 못하겠지만 제가 처음 정경화 할머님을 들었던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전율과 비록 일부만이지만 예전 바흐의 '무반주'와 같은 힘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워낙에 뛰어난 연주자인데다 협연한 실내악단의 무게를 생각하면 기대가 컸으나 적어도 엄지손가락을 꼽는 연주는 아닌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리고 이 녹음도 EMI의 기술진이 녹음을 했다는 티를 내는지 참으로 깨끗한 소리인 것은 맞지만 특유의 답답함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제가 편견을 가지고 있나 싶어 같은 EMI딱지를 달고 나온 무터 누나와 케네디 형님의 '사계'까지 다시 들어 봤습니다.
제가 내일 결론은 "저의 귀가 좋은 것을 구별 못하는 막귀에다 EMI와는 안맞는 취향을 가지고 있다" 입니다.
[3] 이왕 시작했으니 집에 있는 모든 '사계'음반을 꺼내놓고 갈데까지 가보고 싶었으나 귀중한 휴일의 몇 시간이 흘러 버려 몇 장만 더 듣고 마무리 했습니다.
- 먼저 제가 좋아하는 크레머 삼촌과 아바도 어르신의 DG음반으로 입가심을 했습니다.
고전음악만큼은 저는 DG가 가장 좋습니다.
소리를 키우지 않아도 마치 스튜디오 안에 들어와있는 듯한 넉넉한 공간감이 느껴집니다.
- 우리나라에서 '사계'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무지치와 야요 할아버님의 음반은 CD로, 이무지치와 카르미넬리는 LP로 들어봤습니다.
음악 좀 듣는 분들은 카르미넬리의 녹음을 많이 싫어하시는데 저는 청개구리처럼 독주 바이올린의 강력한 튐이 색다르게 들렸습니다.
'사계'의 원조 맛집인 야요와는 달라도 많이 다르지만 말입니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어본 '사계'는 핫한 연주라고 하는 카르미뇰라 어르신의 음반입니다.
1951년생이시니 70대 할아버님이시나 제가 듣기에는 요즘 젊은 연주자 못지 않게 힘이 느껴졌습니다.
고전음악의 문외한인 제가 듣기에도 고음악(정격연주)가 굉장히 낯설기는 하지만 잘 다듬어진 대편성 관현악단의 연주와는 너무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금 결이 다르나 러브데이/마리너 할아버님의 성 마틴 아카데미실내합주단의 연주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오랫 만에 몇 시간에 걸쳐 같은 곡, 다른 연주의 비교감상을 해봤습니다.
몇 장 되지는 않지만 바닥에 깔려 있는 음반들을 보니 뿌듯하기는 했는데 역시 얕고 미달인 저의 귀만 실감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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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집에 아무도 없으면, 집에서 듣기 힘든,
시끄러운 음악을 듣곤합니다....
생각해보니, 비발디의 사계도. 집에서 마냥 볼륨을 높이기는 쉽지 않겠다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