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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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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8-01-10 01:23:35

조금 전 한 친구에게서 문자가 한통 왔습니다.

"목요일에 택근이 면회가자."

문자를 보낸 친구는 십 몇년 전 제가 IT 업계에 있을 때 함께 일했던 동갑내기 옛 동료이고, 문자 메시지에 있는 택근이라는 친구는 그 당시 만나서 친하게 지냈던 몇살 아래의 동생입니다. 

 

택근이는 사업을 하던 친구여서, 옛 동료가  "면회"를 가자고 하길래 전 이 친구가 뭔가 사고를 쳤거나 해서 무슨 경제사범이 되었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문자를 보낸 친구에게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택근이 면회를 가자고? 걔 지금 어디 있는데...?"

"인천 XX 병원..."

 

이 무식한 인간이 문병을 가자는 걸 '면회'를 가자고 한 것이죠.

 

"택근이가 왜 병원에 있어? 어디 아픈데...?"

"걔 간암 있었잖아. 그래서 수술 했는데 암이 폐하고 뼈까지 전이돼서 병원에서 손 놨대."

 

전 그 업계를 떠났던 2002년 이후 택근이와 한번도 만나지를 못했고, 아주 가끔 소식만 전해 들었었는데 그나마 몇년 동안은 전혀 소식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소식을 전해온 친구는 아직 그 업계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종종 얼굴을 봤던 모양입니다.

 

택근이는 아주 바른 청년 스타일은 아니었고 약간의 허풍과 뭔가 허당스러운 구석도 있는 친구였지만,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지를 못해 늘 뒷감당에 허덕거렸던 친구였고 그러면서도 항상 떠들썩하고 정말 재미있는 친구였습니다.

얼굴도 남자답게 잘 생겼고 야구도 좋아해서 바쁜 와중에도 사회인 야구팀에서 시합도 하던 친구입니다.

누구보다도 건강해 보이던 그 친구가 그런 상태가 되었다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 주 지나면 의식이 없을 수도 있대. 그래서 목요일날 가려고 하는데 너는 어떠냐?"

"......"

 

결국 이번주 목요일에 그 친구에게 가 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병문안이라는 게 입원했다가 퇴원할 사람을 보러 가는 거라면 음료수 몇병 사들고 가서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몇시간이나마 떠들다 오겠지만, 병원에서도 손을 놓았다고 할 만큼 암이 퍼져 있다는, 아마도 그 건강하고 잘 생긴 얼굴은 온데간데 없이 피골이 상접해 있을지도 모르는, 저보다 '어린' 이 친구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할 지, 만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정말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군요.

 

아... 정말 모르겠습니다...

 

 


 

님의 서명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서명 안만들랍니다.
8
Comments
2014-12-09 23:55:04

아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셔야할겁니다. 진짜 만감이 교차합니다. 정말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다가 나와서 눈물이 납니다. 제 외가 큰형님이 올해 위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보고와서 얼마나 마음아프게 슬펐는지 모릅니다. 얼마전까지 제카톡 그형님에게 남긴 글은 여전히 1이었습니다.

2014-12-09 23:56:14

담배피시는 분이면 나와서 절로 담배 생각이 나실겁니다

2014-12-10 00:01:45

그냥 웃어주세요.... 마지막 모습....서로 웃는 모습을 기억하고 가야죠.......

2014-12-10 00:07:39

간이 전기 안마기 사주세요. 가족에게 끊임없이 잠못자고 계속 주물러 달라고 하실겁니다. 몸이 계속 꾸물거리는 것 느끼실거거든요. 코드로 연결해서 쓰는 가벼운걸로요. 가족들이 좀 편할 수 있을겁니다.

2014-12-10 00:20:39

요즘은 주위에서 그런일이 많다보니...남의일 같지 않습니다...어휴.....

2014-12-10 00:31:35

가장 좋은 선물, 위로가 될수 있는건 예전에 있었던 추억들을 많이 얘기나누는게 아닌가 생각 합니다. 간암이면 간성혼수가 왔다 갔다 할겁니다.

2014-12-10 10:57:48

병원에 있는 사람, 특별히 희망을 잃은사람에게 다른사람의 방문만큼 소중한 선물이 어디있을까요.

2014-12-10 15:30:35

..마음이 참 짠해지고 착잡해지기도 합니다..저 또한 세월이 지나며 가이버님의 사연과 비슷한 상황을 접한 사례들이 있습니다..응당하라 1994 속의 성동일 감독이 절친을 만나러 가던 상황들이 떠오르기도 하고..힘드시겠지만 얼굴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과 방문 자체가 의미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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