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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베를린 리포트(1991) HD리마스터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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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1-17 04:04:18

지난 8월에 우연히 [손톱](1995)과 [그들만의 세상](1996)의 리마스터링 VOD파일이 제휴 서비스로 풀려 있는 것을 확인하고 각각 1,200원씩 지불하고 합법 경로로 내려 받았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movie&wr_id=2351655&sca=&sfl=wr_subject&stx=%EC%86%90%ED%86%B1&sop=and&scrap_mode=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movie&wr_id=2357180&sca=&sfl=wr_subject&stx=%EA%B7%B8%EB%93%A4%EB%A7%8C%EC%9D%98+%EC%84%B8%EC%83%81&sop=and&scrap_mode=

 

두 작품 다 비디오 외에는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는데 VOD로라도 고화질로 복원되어 제공되고 있어서 무척 반가운 마음으로 감상했었다. 이때 복원된 옛 한국영화의 제휴파일 목록에서 박광수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이자 대단한 야심작이었던 1991년작 [베를린 리포트]가 있는 것도 발견했는데 이상하게도 1991년 한국영화 구작임에도 제휴파일 가격이 3,500원이나 해서 너무 부담스러워 받질 못했다. 집에 비디오로도 소장하고 있는 마당에 조금 더 고화질로 보겠다고 3,500원을 지불하고 싶진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인하될거란 예상으로 일단 싸질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가끔씩 VOD가격 상황을 알아본 끝에 지난 10월 15일에 찾아보니 가격이 확 내려가서 제휴 가격으로 1,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1,000원이면 본전 생각 안 하고 내려받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바로 소장용 VOD파일을 내려받았다. [달빛사냥꾼]도 1,000원에 합법 파일로 제공되고 있다. [비오는날 수채화]는 리마스터 파일로 3,500원에 팔고 있는데 1,000원대로 내려가면 이 작품도 받아볼 생각이다.

 

3,500원이던 VOD가 1,000원으로 내려간 덕분에 그동안 비디오로만 봤던 [베를린 리포트]를 처음으로 VOD로 감상했다. HD리마스터링 파일이라 온전한 화면비로도 처음 접했다. 비디오로 사서 봤던 영화였는데 개봉 당시 내려졌던 평대로 드라마 구성으로는 별로 재미가 없는 영화라서 자주 볼 일은 없었다. 배우와 촬영이 좋아서 간직하고 있던 작품이다. 구매하고 한번 보고 거의 안 보다가 3년 전에 갑자기 생각나서 비디오 연결해서 한번 찾아봤다. 리마스터링 파일을 구하게 돼서 이렇게 3년만에 다시 한번 감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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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리포트]는 1980~1990년대 불었던 코리안뉴웨이브의 주역 중 한 사람인 박광수 감독의 영화적 의욕이 총집합된 야심작이었다. 통독 후 독일에서 처음 촬영한 한국영화였으며 전체 분량을 해외에서 찍어왔다. 베를린, 파리를 오가며 4개월간 진행한 영화의 총제작비는 당시 기준에선 기록적인 10억원이었다. 대사 한 마디 없는 실어증 환자 역으로 출연한 강수연은 1990년이 저물 무렵 [베를린 리포트]를 계약하면서 편당 1억원의 출연료 시대를 열었다. 월드스타 강수연이었기에 가능한 금액이었다. 당시 국내배우들의 받은 편당 최고선은 강수연이 종전 작품들에서 받았던 5천만원선이었다. 이 당시는 에로물이 범람했던 때라서 여배우들 출연료가 남자배우들보다 높았다. 보통은 3~4천만 정도가 스타 배우에게 가는 최고 대접이었다.   

 

[베를린 리포트]는 당시로썬 드물었던 100프로 해외로케이션물에 일반 한국영화의 2.5배 정도의 예산이 들어간 한국형 대작이었다. 그전까지 100프로 해외에서 찍은 대표적인 한국영화라곤 [깊고 푸른 밤]과 [아메리카 아메리카]정도였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의 성공 후 불붙은 해외 관광물 기획의 흐름 속에서 [베를린 리포트]는 통독 후 베를린과 프랑스 파리를 오가며 4개월간 찍어 온 작품이었다. 분단의 아픔과 해외입양아 문제, 서독과 동독이 통일이 되면서 전세계에 번졌던 자유민주주의의 급변했던 사회적 흐름 속에서 일어나는 각종 충돌과 갈등 등 감독과 출연진 이름을 받쳐주는 주제의식도 무게감이 있었다.  

 

1990년 설 특선으로 개봉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이후 1년을 쉬고 있었던 강수연이 드디어 정한 차기작에 1억원의 출연료 지급, 대스타가 된 이후 강수연과 안성기가 만나 섹스신까지 촬영한 작품, [칠수와 만수][그들도 우리처럼]의 성과 이후 들어간 박광수 감독의 차기작 등 화제성이 높았고 제작진의 야심과 영화사의 도전정신이 응집된 작품이었지만 화제와 기대와 달리 결과는 용두사미였다. 흥행에서도 실패했다. 1991년 상반기 한국영화 최대 기대작이었지만 지나친 생략과 겉도는 구성으로 내용의 전달방식에 문제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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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리포트]는 등장인물들이 겪는 혼라스러운 감정선의 건너뛰기가 심해서 호흡이 거칠고 인물간에 느끼는 교감이나 전개양상에 있어 생략과 암시가 지나쳐 무책임해 보인다. 무리한 해외촬영의 일정에 쫓기면서 예정에 두었던 촬영분을 다 찍지 못해 과정의 생략이 빈번하게 벌어진게 아닐까 싶다. 야외 촬영은 해외에서, 실내 촬영은 국내에서 찍어 예산과 촬영일정을 효율적으로 분배했어야 했는데 당시에는 해외로케이션 기획물의 선전요소를 만족시키기 위해 실내장면까지도 전부 해외에서 찍는 풍토였다.

 

[베를린 리포트]는 이 당시 유행을 타던 해외로케이션물이 그랬던 것처럼 홍보와 달리 극 자체는 소품인데 촬영장소마다 이동하느라고 시간을 다 썼는지 내용와 이어지는 로케이션 효과도 없고 그러면서도 구성에 집중을 해서 풍경물의 그림마저도 놓쳤다. 기대와 달리 볼거리가 약한데 인물의 행동은 결과 위주로 흐르니 이해를 떠나 집중하기가 어렵고 밍밍하다.  

 

주제를 받쳐내지 못하는 설정이 극 내내 부조화를 이룬다. 설정만 봤을 땐 주제와 소재의 절묘한 연결고리를 기대하게 하지만 막상 영상언어로 옮겨졌을 땐 전개방식에 있어 어리둥절해진다. 설정은 그럴듯하다. 프랑스로 입양갔다가 통일 후 독일에서 사회운동을 하고 있는 마르크시스트 한국계 화가 영철, 프랑스로 입양가 나치의 고문 후유증으로 성불구가 된 프랑스 양부의 성노리개로 불행하게 살다 실어증에 걸린 한국계 입양아 마리엘렌, 한국계 입양아의 프랑스 양부 살해사건 기사를 보고 취재를 하면서 이야기의 해설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주불 특파원 성민.

 

이 셋을 통해 극은 다양한 사회적 주제를 끌어내려 하지만 결국 어느것 하나 뾰족하게 짚어내지 못했다. 활자로 풀어냈을 때 효과적으로 이입시킬 수 있는 설정을 억지로 시각화시키려다 수습을 못하고 있다. 설정 이상을 나아가지 못한다. 삶의 의욕을 잃은 타락한 창녀를 구원함으로써 베트남 참전의 내상을 극복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상징과 은유로 풀어낸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와 같은 영화와 달리 [베를린 리포트]의 은유는 극이 끝날 때까지 드라마의 감정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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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로 입양간 한국인 남매의 비극적인 사연이 통독 후 베를린의 상황에 겹쳐 분단의 아픔를 말하려는 작품인데 대체 왜 프랑스로 입양간 한국인 남매의 양부 살인사건이 통일 후 혼란스러운 베를린까지 가서 펼쳐져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각기 다른 프랑스 가정에 입양간 한국인 남매의 비극적 삶을 한국의 분단문제로 은유하기엔 비약이 지나치다. 한국은 통일도 안 됐는데 통독 후의 베를린으로 도피한 마르크시스트 화가 영철의 사회에 대한 시선으로 한국의 정치상황을 짚어보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한국계 입양아의 양부 살인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실어증에 걸린 영희를 사랑하게 되는 성민의 감정변화도 뜬금없다. 개인의 문제를 사회적 주제로 너무 거창하게 잡았다. 강요된 주제가 상징으로 뭉쳐진 드라마를 풀어내는게 족쇄가 된다.

 

자신을 성적노리개로 삼은 것에 분개하여 양부를 총으로 쏴죽인 후 도망가 거처를 알 수 없는 오빠 영철을 그리워하던 영희가 성민과 오빠의 행적을 쫓다가 실의에 빠져 돌발행동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방법이 다소 황당하다. 오빠에 대한 그리움과 스스로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성민과 격정적으로 섹스를 하고 그 다음 장면에선 가출하여 폭주족과 어울리더니 정신병원까지 간다. 영희의 행동변화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하다보니 성민과 영희의 섹스가 난데없이 느껴진다. 

 

배경의 힘인지 촬영은 인상적이다. 소박하게 잡아낸 베를린과 파리의 겨울풍경이 당시 한국영화로는 드물게 세련된 멋으로 우려졌다. 당시 한국영화에서 잘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구도와 절제된 촬영을 볼 수 있다. 당시 주류 한국영화의 음악을 도맡았던 김수철의 음악은 장면에 따라 신파적으로 흐를 때도 있어서 썩 잘 맞는 편은 아니다.

 

대사 한 마디 없는 강수연의 경직된 연기와 달리 한국어, 영어, 불어, 독일어까지 섞어 쓰는 안성기의 주불특파원 연기는 자연스럽다. 문성근은 이 작품을 촬영하면서 네이티브 스피커를 구사해야 하는 입양아의 언어문제로 고충이 심했다고 털어놓았고 그 바람에 영화의 주제를 전달하는데 있어서도 문제가 많았다고 자평했다. 연기적으로는 무난했고 외국어 소화능력은 평범했다. 출연분량이 많지도 않고 편집이 된건지 대사도 적어서 외국어 연기의 어색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는 못된다. 한국어를 잘 하는 해외입양아 설정인데 문성근이 어색해 했던 외국어 대사보다 한국어 대사가 문성근 입에서 더 많이 나온다. 설정을 보면 강수연과 나이차가 얼마 안 나는 오빠라서 20대인데 도무지 20대 극좌파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대사처리의 미숙함보다 더 흠이다.

 

1991년 상반기의 야심찬 실패작 [베를린 리포트]는 1990년 1월부터 약 넉달간 통독 후 독일과 프랑스를 오가며 촬영되었다. 개봉 당시엔 해외에서 가장 돈을 많이 쓴 한국영화라는 기록을 남겼다. 해외에서 쓰고 온 비용은 약 26만 5천달러였다. 이 기록을 깬것이 해외에서 70만불을 쓴 김지미 주연의 [명자 아끼꼬 쏘냐]이다.

 

[베를린 리포트]는 1991년 6월 8일 개봉하여 서울관객 80,453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이 당시 서울관객수 8만명대면 한국영화 기준에선 중박수준의 성적이지만 10억짜리 대작이었던 [베를린 리포트]기준에선 수익을 맞출 수 없는 결과였다. 대신 작품의 화제성으로 개봉 전 미디아트와 1억 3천만의 비디오 판권 계약을 맞으면서 개봉관에서 건지지 못한 수익을 어느 정도는 맞출 수 있었고 강수연 덕분에 해외수출 계약을 다수 성사시켰다. 

 

주제에 대한 도전의식과 야심으로 [베를린 리포트]는 이듬해 카를로비 바리 국제 영화제에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제28회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의 경쟁부문에서 유일한 동양권 영화였다.

 

 

한국계 입양아가 저지른 의문의 양부 살인사건을 암시하는 총소리를 들려주면서 제목이 뜬다. 당시 한국영화로는 무척 세련되게 디자인된 타이틀. 나치의 모진 고문으로 성불구가 됐고 고문 후유증으로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며 한국계 양녀를 성적노리개로 학대하다 양녀의 오빠에게 총살당한 프랑스 양부의 모순적인 모습을 통해 뭔가를 시사하려 하지만 극 내내 행동 이면의 모습을 파악하는 것에는 실패했다. 차라리 해외입양아가 겪는 고통으로 주제를 좁혔으면 설득력이 있었을텐데 통일, 분단, 급변하는 민주화의 물결 속에서 놓치는 각종 사회문제의 혼란 등을 섞으려다 보니 과부하에 걸리고 말았다.  

 

개봉 당시 사회적인 주제를 시도한 도전의식에 대해서는 대체로 시도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는 평을 받았지만 이는 영화 자체와는 무관한 점수였다. 이야기적으로는 산만한 구성으로 비판을 받았고 관객도 실망스럽다며 외면했다. 유일하게 고른 평가를 받은 부분은 촬영이었다.  

 

 

이현승은 이 작품을 끝내고 연출 입봉작인 [그대안의 블루]에 들어갔다. [베를린 리포트]의 해외 촬영에서 자연스럽게 [그대안의 블루]얘기가 나왔고 강수연의 출연으로 이어졌다. [그대안의 블루]의 여주인공은 이현승이 조감독으로 참여한 [그들도 우리처럼]의 심혜진에게도 제안이 갔었다.

 

1988년 [칠수와 만수], 1990년 [그들도 우리처럼]을 성공시키며 의미있는 사회물로 1990년대까지 코리안뉴웨이브의 중심을 이끌었던 박광수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는 실제 자료화면까지 혼란스러운 현대사의 모습을 빠르게 훑어내는 비디오아트스러운 자료영상을 보여주며 극을 연다.  

 

도입부의 편집된 영상은 주불특파원인 성민이 보고 있던 비디오자료였다.  

 

 

4개 국어에 능통한 성민은 주불특파원으로 파리에 머물면서 프랑스 여자와 가벼운 연애를 한다.    

 

 

 

 

 

 

 

우연히 알게 된 한국계 입양아의 양부 살인사건을 취재하게 된 성민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의 촬영은 이런 식으로 관찰자 시선이 많다.  

 

 

 

1990년 말에 계약한 [베를린 리포트]로 편당 출연료 1억원의 시대를 연 강수연 등장. 스타들도 다작하던 시절에 강수연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이후 1년 5개월만에 [베를린 리포트]로 복귀했다. 너무 고액 출연료를 요구하는게 아니냐는 당시의 비난과 물음에 강수연은 장기적인 해외 촬영에 따른 고충, 오로지 [베를린 리포트]에만 매진해야 하는 단독 출연 조건 등을 고려했을 때 1억의 요구는 합당하다고 답변했다. 강수연은 같은해 개봉한 [경마장 가는 길]로도 1억을 받았다.

 

해외 촬영 등의 이유는 핑계고 스타들도 다 겹치기 하던 시절에 겹치기를 자제하는 월드스타로서 자신의 상품가치에 맞는다고 생각한 출연료로 1억을 불렀다고 보면 될것이다. 강수연은 [베를린 리포트]전에는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들이 줄줄이 흥행한 상태였다. 1987년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강수연의 흥행력이 들쑥날쑥해진건 1991년작인 [베를린 리포트]때부터이다.   

 

 

 

한국 이름은 영희, 프랑스 이름은 마리엘렌인 강수연은 양부 살인사건의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렸다. 98분 길이의 영화에서 강수연의 대사는 "리사르", "오빠" 뿐이다.  

 

강수연의 오빠 역으로 나오는 문성근 등장. 냉소적인 마르크시스트 화가로 나온다. 강수연이 20대 초중반 정도로 나오기 때문에 문성근도 20대 중후반 정도의 설정인 것인데 전혀 20대로 보이지 않는게 흠이다.  

 

 

촬영의 진가가 발휘된 장면 중 하나. 이런 식의 촬영은 당시 국내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었다.  

 

 

 

 

 

 

자신에게 적대감을 보이는 영희의 움직임을 추적하던 중 성민은 한 허름한 건물의 공간에서 예술작업을 하고 있는 나신의 여자를 보게 되는데 헤어누드가 나온다. 비디오에서 이 장면이 나왔는지 기억이 안난다. 비디오 상영시간은 반올림으로 99분, VOD의 정확한 길이는 97분 18초이다.   

 

 

차량 내부의 시선으로 등장인물을 추적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4개월간 파리와 베를린을 오가며 촬영을 해야 하는 고된 일정에서 당시 한국영화 제작 특성상 꼼꼼하게 촬영일정을 짰을 것 같지는 않다. 저작권 개념도 없고 일단 찍고 보던 국내의 고질적인 촬영방식에서 해외 지역의 복잡한 야외촬영 조건을 받아들이기도, 야외촬영 승낙을 얻어내기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베를린과 파리에서 4개월이나 머물면서 찍었음에도 야외촬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건 차안에서 등장인물을 따라가는 시선이다.      

 

 

 

 

 

 

 

 

 

 

 

 

 

 

 

 

 

 

 

 

 

 

 

 

 

 

 

 

 

소품이나 인물을 통한 회상으로 현재의 비극적인 상황을 암시하는데 생략과 건너뛰기 편집이 지나쳐서 의도한 절제미가 발휘되는게 아니라 설명부족으로 읽힌다.  

 

 

 

 

 

 

 

 

 

 

 

강수연의 유일한 대사 "오빠"가 나오는 지점. 대사 한 마디 없는 실어증 환자 역으로 출연하면서 일반 톱스타의 세 배 가까운 금액인 1억원을 받았다 하여 엄청나게 화제를 모았다. 결과적으로 영화가 실패하면서 강수연의 스타성이 거품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던 가운데 다행이 그해 연말에 [경마장 가는 길]의 성공으로 강수연은 [베를린 리포트]의 실패를 어느 정도는 만회할 수 있었다.     

 

 

 

 

 

 

 

 

극이 전개되는동안 영희의 양부에 대한 개인적 기억과 양부와 영희의 관계가 하나씩 드러나는데 성불구자였던 양부의 학대가 설정만큼 괴롭게 그려진 것도 아니고 영희가 양부의 학대로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극에서 묘사하는 방식으로만 봤을 때는 영희는 양부의 성적학대로 고통을 받거나 불행한 삶을 살았다기 보다는 나치의 고문 후유증에 수십년간 시달린 양부를 위로해준 입장이었던 것 같다. 양부와 사격연습을 하는 과거모습을 보면 영희와 양부는 사이가 좋았던 것 같은데 영철 혼자만 착각하고 양부를 쏴죽인게 아닐까 싶다. 아니면 영희가 양부와 합의된 은밀한 관계를 들켰거나. 양부가 총살당한 밤에도 영희와 양부는 무슨 환자와 의사처럼 그들의 행동에 열중하고 있던 상태였는데 갑자기 영철이 찾아오면서 일이 커진 것이다.

 

주제에 대한 욕심과 달리 설정과 구성이 어긋나다 보니 강수연을 실어증에 걸린 것으로 처리한게 아닐까. 그 바람에 영화는 설명부족이 되고 말았다.  

 

 

영희는 성민 부자의 사진을 통해 오빠와 함께 찍었던 어린시절의 사진을 떠올린다. 성민이 프랑스 여자와도 자고 영희와도 자면서 연인관계처럼 발전하는 것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성민이 이혼을 한건지 유부남인 상태로 해외 근무지에서 외도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구성상으로는 영희가 양부의 모진 학대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양부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오빠에 대한 그리움, 살인사건 목격자로 조사받는 과정에서 쌓인 피로와 혼란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영희는 자신에게 호의적인 성민을 꼬셔 섹스로 회개하는 것 같다. 성민과 섹스 뒤 영희는 폭주족 등과 어울리며 타락하다가 정신병원에 갇히는데 이런 일련의 방황이 대체 왜 일어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개봉당시 톱스타 강수연과 안성기의 섹스신이 관례를 깬 것이라고 홍보가 됐는데 무엇이 관례를 깼다는 것인지를 모르겠다.   

 

조감독이었던 여균동이 안성기 후배로 특별출연

 

 

주불특파원으로 취재 활동을 하는 성민. 안성기의 해외특파원 연기가 그럴듯하다.  

 

  

포스터에서 써먹은 모습

 

 

 

 

 

 

의문의 살인사건이라고 하지만 의문일 것도 없다. 영희는 살인사건 목격자로 조사를 받던 중이었고 양부는 살해되었다. 용의자로 영희의 친오빠인 영철이 지목되었다. 영희가 양부에게 학대받은 것에 분노하여 영철이 계획살인을 저지른 것이란걸 주요 등장인물은 다 알고 있다. 이게 왜 한국계 입양아와 관련된 의문의 살인사건으로 설정되어야 할까. 기본설정이 너무 허술하다. 베를린으로 도피한 영철만 잡아서 수사를 진행하면 되는 상황인데 극에선 미스테리를 풀지 못해 수사가 중단된 상태다. 이미 도입부에서 밝혀진 내용을 끝날때까지 반복적으로 묘사하다 보니 지루해진다. 회상 장면에서 사건이 더 나아갈게 없는데도 미스테리가 풀리는 과정처럼 지난 일이 차례차례 회고된다. 밋밋한 반전 속에서 심리묘사는 엉성하게 처리되다 보니 사건은 심심하고 이야기는 답답해진다.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기가 쉽지 않다.  

 

 

 

 

후반부 오빠를 잡으려는 수사관을 막을 때의 영희의 모습을 슬로우모션 처리한 촬영에서 절제미가 느껴진다. 김수철 음악도 이 장면에선 감정전달에 효과적이다. 해외촬영의 이동문제로 장소이동이 제한적임에도 촬영은 전반적으로 훌륭하다.     

 

 

 

 

베를린 거처에 있었던 영철의 그림이 영희의 프랑스 집으로 옮겨진걸 보면 남매가 드디어 함께 살게 됐음을 암시한다.  

 

성민의 글로 마무리가 되는데 전쟁중이던 이라크로 파견근무를 나갔다가 다시 프랑스로 돌아올 것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영희와의 연애는 계속해서 진행중인 것 같다. 그러나 이 역시 너무 설명이 부족하여 절제가 아니라 무책임한 생략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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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리마스터링 결과는 옛날 한국영화임을 감안하고 봐야한다. 깨끗한 편이지만 군데군데 잡티를 말끔하게 제거하진 못했다. 화면비 잘라먹은 비디오 화질에 비하면 대체로 만족스러운 복원이다.  

 

 

 

소장중인 비디오. 1991년 11월 15일 미디아트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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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19-11-17 08:47:01

국도극장이었나? 대한극장이었나? 텅빈 극장에서 봤었는데...

한국 최초로 스테디캠 촬영을 도입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기억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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