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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미드웨이(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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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5 18: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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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랜드 에머리히의 신작 [미드웨이]는 2019년 개봉관에서 관람한 마지막 영화다. 국내에는 12월 31일 개봉하기도 했지만 일반관에서 볼 영화가 [미드웨이]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본 것도 있다. 2019년 12월 31일에 유일하게 개봉한 신작이 [미드웨이]였다. cgv달력의 12월에 딸려 있는 관람권을 최대한 뽑아쓰려고 버티다가 그만 12월 31일이 될 때까지도 못 썼는데 관람권 사용 기준이 관람일 기준이 아닌 예매일 기준이라서 영혼을 보내서라도 12월 31일에 cgv에서 영화 한편을 봐야만 했다. 차마 영혼을 보낼 순 없었고 딱히 재관람 할만한 작품도 없고 아트관까지 발품 팔기도 힘들고 해서 신작인 [미드웨이]를 봤다. 해매다 cgv달력 관람권 사용 때문에 일정 조절하느라 신경 썼는데 올해는 cgv가 달력을 안 만들어서 고민 하나 덜게 됐다. 아쉽다.

 

롤랜드 에머리히가 졸작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이후 3년만에 내놓은 신작 [미드웨이]는 감독 명성에 걸맞는 규모의 재난물이자 블록버스터 계열의 작품이다. 에머리히가 흥행작이 궁해진 상황이라서 그런가 이전작들과 달리 중소 영화사인 라이온스게이트 배급의 작품을 만들었다. 2009년작 [2012]는 그나마 월드 박스오피스에서 선전해 재난물 전문 감독이란 이름값을 증명했지만 미국 내 흥행작은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4년 [투모로우]가 현재까진 롤랜드 에머리히의 미국 내 마지막 흥행작이었다.

 

[인디펜던스 데이]같은 시대의 흥행작과 블록버스터형 재난 오락물로 상징되는 감독이 롤랜드 에머리히지만 그런 롤랜드 에머리히도 적어도 상업적으론 발군을 보이던 재난물에서 연속으로 망하니 중소 배급사의 1억불짜리 영화를 연출하게 되나 보다. 라이온스게이트 기준에서 1억불은 대규모이지만 2억불짜리 영화 만들던 롤랜드 에머리히 기준에선 소품 규모로 여겨질런지도 모르겠다. [미드웨이]의 국내 배급사가 비수기 틈새시장 노리는 영화들을 많이 배급하는 누리픽쳐스인 것을 보고 롤랜드 에머리히의 헐리우드 위상도 많이 약해졌구나 싶었다. 신작 [미드웨이]도 망했으니 노장의 나이에 접어든 롤랜드 에머리히가 그전처럼 대규모 오락물의 연출 기회를 얻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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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랜드 에머리히의 [미드웨이]는 태평양 전쟁 때의 미드웨이 해전을 소재로 취했다. 전쟁물인만큼 때려부수는 연출에 독보적인 재능이 있는 감독의 장기가 잘 발휘되었고 기본적인 기대치를 충족시켜준다. 많이 붕괴되고 파괴된다. 그동안 미드웨이 해전에 대해 잘 몰랐는데 2차 세계대전에서 태평양 전쟁의 판도를 뒤바꾼 결정적인 전투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그 성취에 비해 많이 알려진 전투는 아니라고 해서 배경 지식에 취약한 내 부족한 상식에 위안이 됐다.

 

영화 개봉 덕분에 태평양 전쟁에 관한 역사 기록 하나는 알게 돼 영화 관람의 가치는 있었다. 1976년작도 있지만 난 그 영화도 안 봤다. 고증에 충실하다고 하니 다큐멘터리적으로는 도움이 됐다. 롤랜드 에머리히의 [미드웨이]는 딱 이 정도 선에서의 의미만 준 작품이었다. 백과사전식 정보 입력을 넘어서 영화적인 매력을 느끼기엔 밟히는게 많았다. 2차 세계대전의 판도를 뒤집은 전투를 롤랜드 에머리히가 연출했다고 하니 비슷한 부류의 감독인 마이클 베이의 야심작인 [진주만]이 떠올랐다.

 

감독이 롤랜드 에머리히라서 드라마적 완성도 면에서 큰 기대는 없었지만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물을 자주 볼 수 있는건 아니어서 시대극의 때깔 면에서 끌리는 요소가 있었다. 헐리우드 고전 영화를 보는 듯한 색감과 시대극의 풍경은 고풍스럽게 묘사된다. [진주만]도 그런 이유로 소장하는 작품인데 [미드웨이]는 예산이 1억불로 블록버스터 계열로는 약해서 그런가 시대극의 정취를 구석구석 세밀하게 표현시키진 못했다.  

 

미드웨이 해전이 미국이 승리한 전투였기 때문에 미국만만세를 외쳐댄 [인디펜던스 데이]를 만든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병이 또 도지겠구나 싶었는데 의외로 [미드웨이]에는 미국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군국주의적 태도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드라마의 상투성이 제거된 편이다. 롤랜드 에머리히 영화치곤 드라마의 전형성을 많이 탈피했다.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의 다양한 모습, 직계가족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광고 이미지처럼 뻔하긴 하지만 감정적으로 자극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이게 예산이 1억불로 맞춰지면서 연출에 비교적 자유가 생겨 이전 연출작들의 느끼한 드라마를 버릴 수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이전작들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의욕적으로 각본에 신경을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덩케르크]의 어정쩡한 아류처럼 보이는 드라마의 절제가 롤랜드 에머리히 세계에선 별로 성공적으로 붙진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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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중심으로 흘러가지 않고 많은 인물들이 나오는 앙상블 극이다. 후반 30여분은 해전에 집중한다. 드라마는 다큐멘터리를 설명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조 장치같다. 실전 중심으로 구성을 엮었다. 서사 중심으로 보자면 굉장히 앙상한 구성인데 애초에 [진주만]같은 끈적끈적한 멜로드라마로 섞을 의도가 없었던 것 같다. [진주만]인 줄 알았는데 [덩케르크]에 가깝고 싶은 전쟁물이었다. 문제는 [덩케르크]처럼 되기엔 전쟁물을 엮는 방식의 내공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차라리 [진주만]처럼 통속극의 재미를 주었다면 극의 집중이 됐을텐데 고증에 충실한 다큐멘터리적 구성에 괜한 욕심을 부리면서 어설픈 아류작의 길을 파고 말았다. 극을 잇는 드라마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한다. 유명 배우들의 연기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다들 영혼이 빠진 것처럼 기계같은 표정으로 주어진 대사를 무기력하게 뱉을 뿐이라 존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후반부 해전 묘사는 근사하지만 절제미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드라마를 간략히 처리한 바람에 공허한 순간이 훨씬 많다. 극을 보는 내내 미국판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을 보는 기분이었다. 반복적인 해전의 묘사도 무료하다.      

 

롤랜드 에머리히라고 해서 [인디펜던스 데이]같은 감정적으로 의존하는 드라마만 만들라는 법은 없지만 상투성을 버리니 최소한의 집중할 요소까지 휘발되었다. 에머리히의 이전작들을 돌이켜보면 [투모로우]의 부자애 묘사나 [화이트 하우스 다운]의 부녀애 묘사 같은 것은 얕잡아 보는 것을 머쓱하게 할 정도로 마음을 울리는 요소가 있었다. [미드웨이]의 밋밋한 호흡과 썰렁한 구성은 무모하게 [덩케르크]를 따라하려다 생긴 패착같다. 장단점이 분명한 감독인데 [미드웨이]에선 장점마저도 단점으로 만들어 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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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1-05 18:38:44

아직 영화는 안봤지만 글을 보니 산호세 해전이 빠진게 큰거 같더군요. 진주만, 둘리틀은 간단하게 표현하고 산호세 해전부터 미국이 수세에 몰리고 있는 장면인데 산호세 해전에서 일본 항전대 한테 발리는 장면으로 위기를 극대화 하고 그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나가고 어떻게 고생해서 승기의 꼬리를 붙잡게 되는지만 표현했어도 괜찮았을거 같은데 말이죠. 실제 미드웨이 해전은 자칫 미국이 쳐발릴수도 있는 해전이었고, 정말 지휘관들이 어떻게든 승리하고자 하는 열망이 만든 해전입니다. 미드웨이 이전에는 미 해군 전력이 일본의 반도 안된다는 평가를 당시 받았을 정도였으니까요.   

2020-01-06 00:02:15 (112.*.*.19)

산호세x
산호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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