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괜찮았습니다만...(스포쬐금)
어제 퇴근 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봤습니다.
저녁 7시 30분 좀 넘으면 집에 도착하는지라 집 앞에 있는 CGV 7시 40분 예매했는데 버스가 너무 막히는 겁니다. 정류장에 도착하니 7시 46분. 비도 오는데 미친 듯이 뛰어 7시 50분에 입장하니 영화가 이제 막 시작하더군요. 사실은 화장실도 가고 싶었는데 꾹 참고 봤습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괜찮았습니다. 제가 재미있다는 표현보다 괜찮다는 이야기를 한 것은 기대했던 것보다는 좀 결과물이 별로였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기대를 엄청 한 것은 아닙니다. 아저씨와 이 영화가 좀 비교되는 것 같은데 아저씨 정도를 기대한 것은 절대 아닌데요.
그럼 좋은 점부터 열거해 보겠습니다.
1. 일단 영화의 색감이 참 좋네요. 영화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방콕에서 대부분 사건이 전개되는데 이 방콕의 색감이 참 좋네요. 영화 끝나고 엔딩크레딧 확인해보니 홍경표 촬영감독이네요. 역시~ 스크린에 엄지척 한번 해 주고 나왔습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주인공 황정민이 처한 이 답답한 상황이 현지의 무더운 열기와 합쳐 그대로 생생하게 전달된다는 느낌이었어요.
2. 한국 액션 영화에 본격적으로 총기들이 등장하면서 총기음이나 총알이 사물을 파괴시키는 이런 특수효과들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느낌입니다. 대부분 동감하시겠지만 총기액션의 정점은 영화완성도와는 별개로 이정범 감독의 우는 남자였죠. 방콕이라는 도시가 치안이 우리나라다 도쿄보다는 안전하지 못 하다는 것은 딱 봐도 알수 있겠는데 그래도 거리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데 경찰은 손놓고 있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운 좋게 아무도 없거나 이러면 몰입감이 떨어질 텐데 총격전 당시 상황연출등은 잘 묘사됐다고 봅니다. (물론 이 와중에 주인공들은 총알을 안 맞는다는 클리셰는 피해가지 못 합니다만...) 뿐만 아니라 존윅에서 흔히 볼수 있는 근접총격전도 많지는 않지만 황정민이 잘 소화해낸 것 같아서 괜찮았습니다.
3. 음악도 좋았어요. 음악은 올드보이나 장화홍련처럼 기억에 남는 스코어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주인공들이 등장할 때 깔리는 배경음악으로서 영화에 단단히 한몫을 한다고 느꼈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이 영화 음악은 모그가 맡은 것 같다고 했는데 엔딩 크레딧 보니 역시 그 분의 음악이었습니다. 혹시나 영화를 재감상하시거나 이번에 처음 보실 분들은 음악도 충분히 즐길 구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사 자체가 많은 영화도 아니고 나오는 대사들이 어렵지도 않고 자막도 많으니 대사에 집중하는 노력이 그다지 크지 않을테니 음악에 귀를 기울여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그러면 단점들을 이야기해 볼게요.
1. 가장 큰 문제는 굳이 이걸 15세 등급으로 맞추려고 했다는 겁니다.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이나 캐릭터를 보여주려면 좀 강한 장면도 등장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굳이 이걸 흥행을 위해서 등급을 낮춰야 했었나 하는 아쉬움이 심합니다. 아니 애초에 이 영화는 제작당시부터 성인관객을 목표로 만들었어야 해요. 잔인한 장면을 떠나 이런 소재의 이야기 자체가 굳이 15세용으로 풀어낼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전 단순히 잔인하고 선정적인 걸 떠나서 소재나 그걸 풀어내는 방식도 등급에서 영향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신세계에서 잔인한 장면 줄이고 이걸 15세 관람가로 개봉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2. 그리고 상영시간 자체는 105분 정도라 액션영화 자체로는 적당한 편인데, 문제는 이 영화의 이야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는 짧게 느껴집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이정재가 맡은 레이 캐릭터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투탑 주인공인데 레이에 대한 묘사가 부족하다는 거죠. 그래서인지 이정재 스스로 자신이 어떤 인물이라고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대면서 풀어내고 있는데 이것보다 조금 더 이정재에 관한 장면이 5~10분 정도라도 묘사됐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3. 앞서 총격장면은 비교적 괜찮았지만 맨몸액션은 솔직히 아쉬움이 듭니다. 대역을 최대한 안 쓰는 것은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 할 일이겠지만 대역을 적절하게 씀으로서 더 액션에 박진감이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두 주인공들이 많은 부분을 직접 소화하느라 일부 장면에서는 카메라 각도로 속이고 있다는 부분도 눈에 잠깐 띄어서 살짝 몰입이 깨지기도 했습니다. 제이슨 본 시리즈랑 비교를 하는 건 무리일 수도 있지만 제이슨 본 시리즈는 맨몸액션을 할 때는 슬로우모션이 거의 없죠. 마지막 결정타를 날리는 것도 그냥 똑같은 속도로 가고 그 결정타가 엄청 강력한 한방도 아니고요. 근데 가끔 나오는 슬로우모션이 주인공 배우들이 직접 연기했다는 것을 강조해서 보여주려고 한 것 같아서 좀 아쉬었어요. 그렇다고 잭 스나이더 영화만큼 많은 슬로우모션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 바랍니다.
4. 박정민이 그런 캐릭터로 등장할 줄은 사전 정보 없이 봐서 좀 웃겼습니다. 그런데 박정민이 마지막에 에필로그에서까지 한 축을 담당하는 것에는 공감이 되질 않더군요. 어떻게 보면 이것도 러닝타임 문제죠. 박정민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 않았으니 박정민 캐릭터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 시간이 적었다고 할까요.
결론을 말하자면 약간의 아쉬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긴장하고 즐길 수 있는 액션 스릴러물입니다. 비슷한 장르와 비교하자면 아저씨90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80점 우는 남자 75점이네요.
사족- 이 영화를 아저씨의 이정범 감독이 맡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나쁜 형사는 이정범 감독의 재능을 살리지 못하는 각본이라고 느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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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 2번과 4번이 공감 많이되네요.
2. 레이의 서사가 너무 없습니다.
형과의 에피소드를 몇분이라도 넣었어야 이야기가 더 촘촘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4. 박정민과 아이의 마지막 결말도 이게 맞는건가 싶었네요. 아이에게는 쌩판 모르는 성전환을 원하는 캐릭터에게 남겨지는거라서요.
박정민이 좋은 사람이라는건 살짝 나오지만, 그것만으로 아이가 박정민에게 남겨지는게 최선의 결말인지는 의문입니다. 박정민이 아이를 맡아야 하는 암시성의 서사(박정민의 스토리)가 나왔어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