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극장판 귀멸의 칼날 - 탈선(脫線)의 장단점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을 단어 하나로 표현하자면, '과장-과잉'입니다.
요소 하나가 아니고, 정말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부분이 다 과합니다.
캐릭터-스토리-액션-대사-연기-음악.. 등등의 모두가.
이따금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이성의 제동장치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고, 이 탈선(脫線)의 재미에 기꺼이 마음을 맡긴다면, 이건 '멋'으로 보일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실소가 새어나오는 '유치함'이 될 것입니다.
물론, 이건 이 자체가 문제거리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게 바로 이 '작품'인 것이고, 그 고유의 색깔일테니까요.
감상자에게 있어, 그 호오가 나뉠 뿐이겠죠.
우선 저는 음악과 액션씬은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액션씬은 작화 애니메이션이 표현할 수 있는 정점에 서있었고, 씬마다 진격!을 고조시키는 음악은 이번 일본아카데미서 수상을 충분히 예감케하는 수준입니다.
다만 말그대로 정말 만화같은 과잉미의 극단이라, 탈선(脫線)의 열차에 기꺼이 몸을 맡기지 못한다면.. 쉽게 지루함에 지칠 수 있습니다.
한국영화의 몸싸움-개싸움이 (그 아픔까지 느껴질만큼) 유독 생생한 이유, 그 리얼함에 있는 것임을.
중간에 못참고 나가는 이들이.. 제가 본 상영관에서 몇사람이 되더군요.
저는 이 영화의 액션이 아닌 스토리 진행에 대한 연출에선.. 어떤 한계점이 느껴졌습니다.
이건 일영-일드가 한영-한드에 비해 재미가 없게 느껴지는 핵심 포인트입니다.
바로 장면의 연출을 통해 자연스레 그 의미를 전달치 못하고, 캐릭터의 행동부터 심리상태-변화, 심지어 액션씬의 간단한 칼부림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설명한다'는 것..
과장이 아니라, 프레임에 일단 캐릭터가 존재하면 잠시도 말이 쉬지 않습니다.
광광대는 음악과 함께-그 수다스러움에 적응치 못하면, 계속 시계를 확인케 됩니다.
그리고 캐릭터들마다 다들 감정이 너무 과잉되어 있습니다. (마치 오늘 하루만 살 것처럼 격렬하게~) 이게 열혈물이라는 건가요.. ㅎㅎ
저도 이제 나이가 든 탓인지-아님 영화에 너무 길이 들었는지.. 쉽사리 몰입은 잘 안되더군요.
그리고 이 모든 과장의 끝판으로, 그야말로 선을 넘는, 신파의 노도(怒濤)가 있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신파요소는 다 건드리고 있으며, 여기에 비하면 신과함께 1편의 신파는.. 그냥 애교로 보아도 좋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도 반도의 슬로모션보다 배 이상 더 깁니다.. ㄷㄷ
일본인들은 원래 감정표현을 자제하고, 그 경향은 연출에서도 지향되는 것이라 알고 있었는데.. 귀멸의 캐릭터들은 한드의 남자배우들보다 더 자주-격렬히 웁니다. ^^;
이런 코드가 이제 먹힌다는 건, 일본시장-감상층도 변하고 있다는 증거일까요..? ㅎ
암튼, 이 작품의 감상을 마친 제가 느낀 장단점은 이와 같습니다.
일본애니를 극장에서 본 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후론 처음입니다.
그런 면에서, 작품에 대한 호기심보단 어느 의미 학구적인 궁금증 차원에서 보게 된 이유가 더 큰 것 같습니다.
덕분에 일본-문화에 대해 좀더 이해할 수 있게된 측면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일본의 그 유명한 '정신승리'의 자세 같은 것.
제가 봤을 때, (접할 수 있는 대중문화의 구성 중) 얘들은 만화를 너무 많이 봤어요.. ㅎ
분명 그것도 한 요인을 구성하고 있을 겁니다.
안되는 건, 안되는 것도 있음을.
여기의 일은,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근데 대부분 일본만화에서의 인간(닌겐)은 (인간은 할수 없는 걸 해내는) 죄다 초인들 뿐.
항상 또 걔네들이 교훈을 설파합니다!
그건 실사-리얼이 아님을, 가르쳐줘야함.
최소한 영화의 힘으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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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까말까 고민했는데 극장에서는 패스해야겠네요. TV판도 시작했다가 말이 너무 많아서 낙오했거든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