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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발신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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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01-07 13:23:13


첫날 첫타임으로 보고 왔는데요. 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괜찮다고 소문이 나서인지, 아니면 잘 뽑힌 예고편으로 인한 기대감 때문인지 사람이 꽤 많더라고요. 개봉일에 조조로 영화를 보다 보면 잘 되는 작품들은 바로 그 기세를 예감할 수 있는데, 아마 '발신제한'도 그럴 것 같습니다. 


예고편이나 포스터를 통해 대강의 설정을 보셨을 테니까, 이 영화가 어떤 이야기에 속하는지는 아실 거에요. 아침 출근길의 승용차를 배경으로 한 '폰부스'이지요. 주인공은 회사에 다니는 중년의 가장이고요. 변함없는 일상,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선 그에게 전화가 걸려옵니다. '당신 차 좌석 아래에...' 그리고 숨막히는 협박범과의 사투가 이어지고 어쩌고저쩌고. 헐리우드 영화를 통해 종종 봐 온 그림이긴 하지만 앞부분은 꽤 흥미진진하더라고요. 긴박감 있기도 하고, 주인공에게 닥친 위협이 그렇게 단순하지도 않고요. 특정 유형에 속하는 내용이라고 말은 하지만 이런 발상을 하고 그걸 구현하는 건 쉽지가 않잖아요. 


근데 딱 초반 3~40분 정도만 재밌더라고요. 영화를 보고 후기를 남기는 것도 일단은 생각 정리를 해야 하니까, 항상 소감이 술술 나오는 건 아니거든요? 어떤 작품들은 괜찮은 것 같긴 한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예 감이 안 잡히는 경우도 있어요. 근데 이 영화는 소감이나 리뷰를 남기기가 아주 쉬운 유형이에요. 왜냐면 장단점이 너무 명확하거든요. '발신제한'은 세 단락으로 이야기가 나뉘는데, 첫 단락은 '폰부스'처럼 살떨리게 긴장되고요. 두번째 단락은 긴가민가 하고, 마지막 단락은 무척 실망스러워요. 


그건 이 영화의 스토리가 사건 초반의 진상을 설명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이에요. 물론 그런 식으로 구성된 영화들이 모두 재미없다는건 아니지만(최근에 개봉했던 '캐시 트럭'만 해도 그런 내용이었지만 괜찮았으니까) '발신제한'의 경우는 왠지 그게 무척 손쉬운 길인 것만 같아요. 인물들이 걱정이 돼서 눈도 떼지 못할 정도로 몰입되는 초반 컨셉에 비하면 생각외로 이야기가 감상적이거든요. 그 과정에서 엄청 허술한 전개들이 허용이 되고요. 중후반부는 온몸으로 '스릴러를 보러 왔겠지만 어쨌든 이건 CJ 가족영화라구!' 하고 고래고래 외치고 있어서 마치 다른 장르로 바뀐 것 같았어요. 이런걸 원했던 게 아닌데. 


물론 이게 먹히니까 계속 이런 이야기를 만드는 거겠지요. 우리 메이저 배급사들은 이런 규모있는 영화를 만들 때 신박한 컨셉으로 시선을 끌고 난 뒤에 기승전가족영화 혹은 신파로 마무리하는 쪽이 흥행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왔잖아요. 그런 봉합이 안전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폰부스'나 '셀룰러'같은 장르물인 것처럼 선전해 놓고, 그렇게 풀어버리니까 마치 30분짜리 영화처럼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발동이 확 걸리다가 푸쉬식 식어요. 제작비의 문제는 아닐 거에요. 뒷부분을 그렇게 찍는것도 돈은 많이 들 거니까. 


엔딩 화면을 보다가 'Based on~' 하면서 한줄 크레딧이 후다닥 지나가는 걸 봤는데, 리메이크 영화 같더라고요. (제작사들은 이런걸 알리기 싫어하지요) 검색해보니 'El Desconocido'라는 작품이었는데요. 국내에는 '레트리뷰션:응징의 날'이라는 제목으로 소개가 됐어요. 조금 전에 확인해 봤는데, 거의 일대일로 대응이 가능할 정도로 똑같이 찍은 내용이고 심지어 중요한 순간의 대사들마저도 같아요. 달라진 건 스페인 축구선수가 손흥민으로 바뀐 정도? 거의 번안극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완벽한 타인'과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콜'이나 '도어락'은 판권을 사 왔어도 감독의 창의력이 덧붙여져 완전히 다른 모양새로 완성됐기 때문에 독립된 창작물로 볼 여지가 충분하지만, '발신제한'같은 경우는 개별 작품성을 평가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해요. 단점이 분명한 원작이면 수정해서 좀 더 좋은 모양새로 만들수가 있을텐데, 그것조차 똑같이 만드는게 안전하고 어울린다고 판단했겠지요. 여름철 CJ 가족영화니까요. 


덧붙이자면 원작의 영향 때문에, 정말 어울리지 않는 진상과 결말이 자리하고 있는걸 큰 각색 없이 내보내 버렸는데 다른 회사도 아닌 CJ에서 이런 내용을 집어넣는다는게 정말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대체 업보를 얼마나 쌓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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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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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3 14:27:12

아마도 오래전에 원작을 봤던 기억에

재밌었다는 생각 보다는 좀 답답하게 봤었다는 기억이 있어서

관람은 좀 살짝 고민 중인데...

'완벽한 타인'처럼 흥행은 할 수 있을지...

1
2021-06-23 15:40:53

오 원작 영화 티빙에 있네요 오늘 퇴근 후 시청하러 갑니다 ㅎㅎ

1
2021-06-23 17:01:57

저도 찾아봤는데 이용중인 월정액 VOD에 있네요. 이걸로 만족해야겠네요.

2021-06-23 17:00:21 (115.*.*.20)

롯데 영화 아닌가요?

1
2021-06-23 18:37:56

CJ영화예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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