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네온 속으로 노을지다>를 보고(스포)
이현승 감독이 연출한 1995년작 <네온 속으로 노을지다>는 당대의 슈퍼스타였던 채시라의 스크린 진출작이자 현재까진 마지막 작품입니다.
사회 초년생인 상민(채시라)는 존경하고 사랑하는 선배 원(김의성)과 함께 출판업을 하며 지내지만 원의 신작은 잘 팔리지 않고 현실을 부정하며 다른 나라로 떠나버립니다. 홀로 남은 상민은 광고회사에 취직하게 되고 그곳에서 여성으로서 자신의 자리 공고히 하고 있는 지원(양금석)을 상사로 만나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며 승승장구하게 됩니다. 그리고 까탈스러운 광고감독인 규환(문성근)을 만나 티격태격하지만 어느새 둘은 각자의 결핍을 보완해주는 서로에게 조금씩 끌리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당시에 포스트모더니즘이 유행을 선도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광고 감독의 집 내부 인테리어도 그러하고 당시에 선망 직업 중 하나였던 카피라이터를 전면에 내세우기도 합니다. 그런 반면 규환의 과거 직업이 후반부에 밝혀지면서 그가 왜 광고감독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은 가슴이 아프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영화 자체보다도 아마 당대의 여배우였던 채시라의 영화 데뷔작이라는데 포커스가 맞춰진 작품이었습니다. 티비에선 더 이상 이룰게 없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던 채시라의 첫 영화는 온전히 자신의 캐릭터를 다 보여줄 수 있는 원톱주연의 작품이긴 했지만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당시에 김희애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오랫동안 영화를 찍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김희애 배우는 최근 몇 년 동안 좋은 작품에 출연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요.
음악은 <그대 안의 블루>에 이어 이현승 감독 작품에 김현철이 참가했는데 딱 영화 정서에 맞는 시티팝을 기반에 둔 영화음악을 만들었습니다. 서울 도심 특히 사무실이 주요 배경이 되는 작품에서 이 음악은 영화의 정서를 더 풍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당시 포스트모더니즘 병이라고 불릴 만큼 지식인 계층에서 이를 지향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영화도 너무 앞서간 혹은 부정적으로 보자면 너무 있는체하는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특히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규환의 캐릭터에서 그런 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민의 캐릭터는 당시를 생각해보자면 시대를 앞선 여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캐릭터는 현재 우리에겐 당연하고 어쩌면 평범해 보이기까지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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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T는 <그대안의 블루> 이상으로 좋아죠.
https://www.youtube.com/watch?v=TbPf4F8XXuY
https://www.youtube.com/watch?v=dbfX96e0edw
https://www.youtube.com/watch?v=4gU-vD0Bp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