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일본침몰 2020] - 상태가 뭔가 묘하게 안 좋네요;;;
- 일단 까기 전에 이 작품이 가진 장점들을 먼저 이야기 해 봐야겠죠. 아주 나쁜 점만 있지는 않으니깐요.
- [일본침몰 2020]은 재난 영화라기 보다는 로드 무비에 가깝습니다. 더 자세히 풀어보자면 재난 영화에 로드 무비를 끼얹은게 아니라, 로드 무비에 재난 상황을 가볍게 첨가한 거라 볼 수 있겠네요. [더 로드] 같은 부류라 생각 하시면 됩니다. 그러고 보니 [더 로드]도 [일본침몰 2020]도 원작이 존재하네요. 물론 [더 로드]의 원작은 상당히 잘 만든 편 이지만 [일본침몰 2020]의 원작이 되는 만화책은 정말이지 처참한 수준입니다. 이거 보시고 [일본침몰 2020]을 보신다면 이따위 말같잖은 걸 그나마 말 비슷하게 각색한게 신기할 정도에요;
- 의외로 자잘한 밑밥을 안 깔고 화끈하게 사람을 보내는 편 입니다. 괜히 구구절절한 사연 같은 거 안 늘어놓는지라 보기에는 편하더라구요. 무엇보다 재난 상황이니 사람 죽는 거야 한치 앞을 모르니 [데스티네이션]시리즈 처럼 다채로운 방식으로 사람을 보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 마냥 일본 만세 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당장 주인공 무토 가족만 하더라도 아빠는 일본 사람에 엄마는 필리핀 사람, 그리고 당연히 남매는 혼혈이죠. 거기다 일본 순혈주의 멍청이들이 탄 초거대 바지선을 작품 내에서 말 그대로 폭파 시켜 버립니다. 아마 일본 극우 애들이 보면 팩트 폭행에 몸을 제대로 못 가누지 않을까 싶네요.
- 일본 정치계와 언론계에 대한 불신을 넘어 무시에 가까운 표현은 옵션처럼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치인이라고 한번 정도 언급 되는데 걔는 뭐 하는 애인지 애당초 관심조차 없습니다. 그리고 언론 보다 주인공 가족 일원인 아들 고 무토의 게임 친구 이야기를 더 신뢰할 정도죠. 어차피 일본인들도 본인 나라에 있는 것들이 유사 정치인 유사 언론인 걸 잘 알고 있어 보입니다.
- 자, 이쯤 했으면 충분히 장점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이제 단점에 대해 말해보죠.
- 작화가 정말이지……너무 심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작화 나쁘다고 이러쿵 저러쿵 잘 안 따지는 편 인데 [일본침몰 2020]은 그 선을 넘었어요.
- 단순히 못 그린 거로 뭐라 하는게 아니라 20여분 남짓한 1회차분 내에서 같은 사람의 얼굴이 심할때는 너댓번씩 바뀝니다.
- 색감도 심각합니다. 위의 스크린샷은 순서대로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데빌맨 : 크라이 베이비],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인데 셋다 [일본침몰 2020]과 거의 비슷한 제작진이 참여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좋고 싫음을 떠나서 각 작품만의 색을 부여하여 이를 잘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굳이 알록달록한 원색을 안 써도 충분히 색 배합으로 조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겠네요.
- 개인적으로 저 세작품 다 정말 좋아합니다. 특히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제가 제일 싫어하는 소재들만 모아서 순수하게 재밌게 만들었다는 점 때문에 2018년 그 해 본 영화/애니메이션 중 두개를 꼽자면 무조건 그 안에 들어갑니다.
- 근데 [일본침몰 2020]에서 그 작품을 나타내는 색감같은게 존재하던가요? 아마 못 찾으셨을 겁니다. 왜냐면 실제로 아예 존재하지가 않았거든요.
- 단순히 작화가 들쑥날쑥한 걸 떠나서 프레임도 엉망에 가깝습니다. 다른 장면보다 절반밖에 프레임을 안 쓴 장면이 있는가 하면, 아예 앞에 프레임과 뒤에 프레임이 섞인 장면도 있습니다. 이 정도면 어지간히 둔한 사람도 보다가 정신이 산만해질 정도입니다.
- 앞에서 로드무비에 가깝다 했는데 중간에 로드무비도 아닌 오컬트 장르로 뜬금 없이 빠집니다. 물론 이 오컬트 집단에 대한 묘사는 매우 섬세하고 현실적이며 설득력마저 있습니다. 헌데 이 작품 보신 다른 분들은 이런 생각이 안 들던가요?
"대체 이거랑 일본침몰 하는 거랑 뭔 상관이야."
라는 생각 말이죠. 이 사족과도 같은 오컬트 에피소드만으로 3회차 가까이를 잡아먹습니다. 대체 뭐하자는 걸까요.
- 저는 국뽕이라고 하면 치를 떱니다. 그냥 싫어요. 제가 반골체질이라 그런지 어릴때부터 싫었습니다. 나이먹고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적어도 향후 20년간은 한결같이 국뽕을 싫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근데 이작품 마지막화에 국뽕이……국뽕이 나옵니다. 일본 극우 애들이 하는 이상한 국뽕이랑은 결이 다르긴 한데 그래도 맛을 보면 국뽕이에요.
- "세상에 내 나라에서 하는 국뽕에도 치를 떠는데 남에 나라 국뽕까지 맛봐야 하는 건가" 싶었습니다. 물론 앞에서 말했듯이 주인공인 무토가족이 혼혈가족이라 긴가민가 하긴 한데 오랫동안 대한민국이란 국가 정체성 덕분에 국뽕 감별을 강제로 해본 입장에서 말씀 드리면 이건 일본 국뽕이 맞습니다. 하느님 맙소사 혼혈을 내세운 일본 국뽕이라니 이게 무슨 끔직한 혼종이란 말인가요.
- 큰틀에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시간과 예산이 부족했는지는 몰라도 사건과 사건을 연결하며 가져야할 쉬는 구간이 없어요.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보는 사람들이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다음 사건이 불쑥 튀어 나옵니다.
- 이러면 당연히도 보는 사람이 피곤해지고 짜증이 납니다. 충분히 재난상황인게 눈에 보이는데 굳이 보는 시청자들까지 재난과도 같은 고통으로 밀어넣을 이유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 다시 한 번 놀랍니다. 이게 그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데빌맨 : 크라이 베이비],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만든 사람들이 만든 거라고? 라며 말이죠.
[총평]
- 그래도 [일본침몰 2020]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발목지뢰 같은 작품들인 [세븐시즈], [울트라맨], [세인트 세이야]보다는 낫습니다.
- 하.지.만. 굳이 이걸 찾아 볼 이유도 없습니다. 특히나 위에서 스크린샷을 남기면서 까지 언급한 세 작품을 좋아하신다면 무조건 피하세요. 좋아하는 만큼 충격이 클 겁니다.
- 물론 감동적인 장면도 있고 건질만한 장면들 또한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때는 여러모로 허술한게 사실입니다.
- 그나마 위안이라면 가연성 쓰레기에 가까웠던 원작 만화책을 이 정도까지 소생시켰다는 점이겠네요. 물론 가장 좋은 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거 였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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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특수에 맞춰 제작된거 아니냐는 의혹이 있던데 막판의 국뽕이 그 영향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