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보고...
1. 1, 2화는 가족 중에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좀 있어서 무척 가슴 아프게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 열광한다는 다른 한국 시청자나 해외 시청자들도 그럴까요? 결국 돈 문제가 인생의 고난의 핵심이라는 건 세계 어딜가나 비슷한 것일까 싶습니다. 나라가 다르고 인종이 달라도 빚을 지고 돈에 쪼들리는 모습에 공감하고 가슴 아파하는 건 다 비슷한가요.
2. 두 번째 설탕뽑기 게임은 정말 의외였습니다. 첫 번째 게임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줄다리기는 예고편을 통해 봤기 때문에 예측할 수 있었지만 설탕 뽑기는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제 기억으론 아무리 돌이켜 봐도 옛날에 본 데스게임 류 드라마나 영화에서 전혀 나온 적이 없는 정말 기발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그라미, 세모, 별, 우산 마크가 그려져 있는 방에 들어갔을 때부터 전혀 예측이 안되더니 공개된 게임을 보고 시나리오 작가(감독)에게 감탄에 감탄을 했습니다. 이런 천재가 있나!
3. 비슷한 게임을 다룬 다른 드라마, 영화 등과 다른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참가자들이 전부 자신의 의지로 이 게임에 들어왔다는 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참가자들은 게임 속에서 끊임없이 선택을 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의 결과는 의도와 관계없이 운에 너무나 많이 좌우되더군요.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의지와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긴 하는데 그 결과가 맘에 드는 것일지는 컨트롤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드라마에는 의지와 선택이란 것에 대한 어떤 철학적 성찰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설탕뽑기 게임을 하기 전에 자신이 어떤 모양을 가질지 선택해야 하는데 "어릴 때 우산 잃어버리고 다녔다"며 우산을 선택한 이정재는 게임 내용이 공개되자 큰 어려움에 처합니다. 그게 가장 어려운 모양이었거든요. 줄다리기와 야밤의 살인 매치에서는 강한자들, 혹은 믿을만한 자들과 팀을 이뤄 연대하면 이길 수 있었고, 그래서 참가자들은 다음 매치에서도 그런자들과 팀을 이뤄 승리하려 합니다. 그런데 다음 게임인 구슬치기는 팀을 이뤘던 바로 그 사람들 중 하나와 데스매치를 하는 거라서 완전히 기대를 배반해 버렸죠. 약한 자, 혹은 생사가 자신과 관계없는 타인과 팀을 이뤄야만 하는 거잖아요. 그 다음 게임인 징검다리도 처음에 선택한 번호가 그런 의미가 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삶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위해 깊은 고민을 한 후 그 선택에 의해 나타나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황했던 사람들에게 이 드라마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느낌이 듭니다. 무척 고심해서 선택을 했고, 그것으로부터 논리적으로 귀결되는 어떤 결과가 나왔지만, 그 결과가 자신의 선호와는 전혀 관계가 없을 때 느껴지는 허탈감과 좌절감을 드라마는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왜 인생은 이렇게 예측불가능한지...
4. 알리의 죽음을 보고 예전 (요즘도 그렇긴 하지만) 헐리우드 영화에서 동양계는 늘 중간에 일찍 죽어 퇴장한다는 클리셰가 떠올라서 씁쓸했습니다. 미국 플랫폼을 통해 만들어진 한국 드라마라서 결국 인종만 다르지 소수자에 대해서는 비슷한 클리셰를 받아들인건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입니다.
5. 다른 많은 분들처럼 6화의 지영을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지영과 새벽의 대화가 "불행 배틀"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데 각본 작가는 이 둘의 대화에 시청자들이 몰입을 하도록 대사의 흐름을 대단히 잘 구성한 듯 하더군요. 마찬가지로 9화에서 갑자기 등장한 꽃파는 아줌마가 하는 대사도 그랬습니다. "지금 안사주시면 다 시들어요." 그 말을 듣고 왜 이렇게 슬프던지. 물론 이 분은 그냥 꽃장사가 아니라 오징어 게임 관리 직원이었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예상을 완전히 뒤집으며 진행되더군요.
6. 하지만 8, 9화는 대체로 예상 가능한 경로를 따라간다고 생각했습니다. 7화까지 관객의 예상을 철저히 배신하는 전개로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몰입하게 했다면 8, 9화는 어느정도 예상이 될 수 있는 흐름을 보여주었습니다. VIP의 존재들도 별로 새롭지 않았습니다. 일남에게 비밀이 있다는 것도 첫 화에서 약간 암시가 와서 하나도 놀랍지 않았습니다. 그가 죽기전 밝힌 "의도"도 악당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사악한 세계관"의 클리셰에 다름 아니던가요. 프론트맨이 경찰의 형이라는 것도 약간 예상하고 있었고, 그리고 바로 다음에 나오는, 경찰이 형의 총에 맞은 후 절벽에서 떨어지는 장면 역시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의 "그 장면"의 패러디라는 느낌만 들었습니다.
7. 2기를 기대하시는 분들도 있었데, 제 개인적으로 볼 때, 만들어져도 별거 없을 것 같습니다. 8, 9화에서 일남과 프론트맨의 정체가 까발려짐과 함께 더 이상의 드라마 진행은 다 예상을 따라갈 것 같아요. 오징어 게임의 장점인 "예상을 벗어남"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듯 합니다. 아마 이정재가 오겜 월드에 침투해서 참가자들 중에 협력자를 찾고 반란을 일으키는데, 그 와중에 죽은 줄로만 알았던 경찰이 부대를 이끌고 다시 나타나서 프론트맨인 형과 대결하고...등등으로 흐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8. 촬영 후기를 보니 코로나 와중에 찍은 것이더군요. 전 <비밀의 숲2>의 약간 실망스러운 진행이 아마도 코로나 중에 찍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배우들과 스탭들이 모두 몸을 좀 사리는 게 느껴졌거든요. 재미있게 본 <모가디슈>도 코로나 중에 만들어졌나 했지만 바로 그 직전에 완료된 작품이더군요. 코로나 걱정이 없이 찍었기 때문에 그렇게 격렬한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으로 탄생되었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코로나 시국에는 좋은 작품이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오징어 게임이라는 걸작이 나와버리네요. <오징어 게임>은 코로나가 돌고 있는 와중에도 충분히 좋은 영상물이 나올 수 있으며 우리도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해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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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남과 성기훈이 부자관계라는 추측이 많던데 ...저도 부자관계에 한표 던지게 되더군요
1
둘의 첫만남에서 오일남이 "자네 어머니는 며느리가 차려주시는 따뜻한 밥 잘 드시고 계신가?"
(아내의 근황이 궁금한 오일남?
뭐.. 이정도 질문정도는 할수는 있지만...)
2
흰우유 못먹는다는 성기훈을 보고 "자네 어릴때 아버지에게 많이 맞았겠구만" "맞아요 어떻게 아세요?" " 내 아들이 그랬거든"
(여기서 살짝 오호라?)
3.
구슬치기 골목씬 "내가 옛날에 이런 골목길에서 살았어~" "어? 영감님 저두요~ 저도 이런데서 살았어요~"
(어어...이거 이거....혹시..)
4
"내 아들 생일이 6월 24일이야~~"
엄마 카드로 돈 찾던 성기훈이 자신의 생일 입력할때 "0426(4월26일을 누름) 0624/0426
성기훈은 딸의 생일도. 엄마의 생일도 정확히 모르고 헷갈리는 인물
즉...오일남도 아들의 생일 0426을 0624로 헷갈림...
(드라마에서 굳이....6월24일이라는 특정한 날짜를 괜히 대사로 칠리가 없음.... 여기서 저는 부자관계 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