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게] 에반게리온 정발 블루레이 기대됩니다.
에반게리온이라는 작품, 안노라는 감독을 높게 보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90년대 애니메이션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고 저도 정발 리뉴얼 DVD로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튼 간에 정발 블루레이 소식이 나온 이후로 아직까지 더빙 제작 영상도 안 올라오고 해서 심심하던 차에, 넷플릭스 에반게리온 켜보니 얼핏 보기에는 DVD보단 좋긴 하네요.
맘에 안 드는 건 역시 엔딩곡 안 나오는 것 등이고요.
정발 블루레이는 일본판에 수록된 것들을 최대한 많이 가져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해서 우리말 더빙 제작도 잘 좀 되기를 기대하고요.
그리고 뻘글 추가로 글 하나 써봅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에반게리온 덕후들이 온갖 세세한 설정에 상징에 뭐에 해서 참 대단하게 이게 맞네 저게 맞네 토론하고 했었습니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22744678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이런저런 자료가 쌓였고 해서 이제는 다 파악?이 되었죠.
이번 마지막 극장판 앞두고 나온 안노 다큐에서 확실하게 나온 것들도 있고요.
덕후들이 좋아하는 작품의 설정을 파고 그걸 가지고 토론하고 하는 거야 자기가 좋아서 그러는 것이니 다른 사람이 뭐라 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안노 다큐에서 확실하게 된 것들이 있었고, 이걸 보고 지난 안노 인터뷰를 보니, 안노는 솔직했고 이미 그 때 당시에도 다 말했다는 것이 새삼 다가왔습니다.
http://tohomeland.com/index.php?mid=kokyo_tartessos&document_srl=55941
96년 6월호 뉴타입에 실린 안노 인터뷰입니다. 극장판 개봉 1년 전이죠. 이 인터뷰를 보면 tv판 제작시 시나리오 반 정도 쓴 상태에서 이후는 그때그때 라이브로 했다고 합니다.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evangelion&no=208121
에반게리온 TV시리즈 끝난 직후 하야시바라 메구미와 안노 히데야키 라디오라고 합니다.
위 뉴타입 인터뷰와 마찬가지로 라이브 얘기가 나옵니다.
예. 안노는 세세하게 다 따져서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해서 에반게리온을 만든 적이 없습니다.
이건 어떻게 보면 이번 안노 다큐에서도 나오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저때나 최근 나온 안노 다큐에서 안노가 보인 모습이나 일관된 것에서 솔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큐에서도 동료가 솔직한 사람이라고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http://tohomeland.com/index.php?mid=kokyo_tartessos&document_srl=55965
씨네 21 166호 안노 인터뷰입니다. 안노 39세로 적혀있으니 99년 혹은 2000년 때 인터뷰겠네요.
극장판 개봉 후의 인터뷰죠. 여기서도 라이브 얘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안노가 에반게리온을 통해 하고 싶었던 얘기를 분명히 합니다. TV 25~26화, 극장판의 후반부에서 대사로 분명히 얘기한 것들인데 안노가 이걸 다시 직접 얘기합니다.
25~26화, 극장판 마지막 부분이 어떻게 보면 하고 싶은 얘기를 화면 연출이 아닌 대사로 직접 전달하는 것이라 오히려 별로인 연출이기도 합니다. 잘 만들었다고 하는 영화들은 작중 인물이 일일히 대사로 다 전달하지 않고, 배우 표정과 음악, 카메라에 담긴 구도로 해서 관객에게 전해지죠. 뭐 애니메이션은 그렇게 세세하게, 캐릭터 하나 화면 가득차게 그려서 표정을 프레임 단위로 많이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긴 합니다. 더구나 저 때는 수작업이었으니...
뻘글이 길어졌는데 저 인터뷰들을 굳이 소개한 것은 에반게리온 처음 본 분들에게 에반게리온을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음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한창 중2병 도질 때 에반게리온을 접하고 설정 찾아보고 했을 때는 몰랐습니다. 에반게리온은 처음부터 끝까지 상징과 의미가 있고 설정이 어떻고... 근데 아무 의미 없는 짓이었죠. 물론 좋아해서 이쪽을 파는 이들한테 뭐라 할 것도 없고, tv애니와 극장판만 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배경 설정들이 있습니다. 검은 달이 어떻고 인류보완계획이 어떻고 말이죠. 이런 덕후 관련해서는 그래도 나름 괜찮게 정리한 x무위키 보면 되겠습니다. 올바른 정보 전달에는 참고랍시고 x무위키 주소를 던져서는 안 되지만 이건 덕후 관련 얘기니까요.
어쨌거나 에반게리온을 지나놓고 보니 이게 딱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안 보고 손가락, 손톱 때를 지독하게 확대해서 보는 그거더군요. 이미 안노는 저 당시에 인터뷰로 다 밝혔는데 말이죠.
사도가 어디서 왔고 왜 온 건지 등등은 굳이 알아야 할 필요가 없는, 뭣이 중한디?가 딱 맞는 표현입니다.
안노가 교주가 된 기분이다, 싫지만 이라고 한 게 괜한 게 아니겠다 싶습니다.
나는 분명히 이걸 얘기했는데 봤다는 사람들은 이것보다도 저것들을 가져와서 막 얘기를 하니 답답했겠죠.
한편으로는 에반게리온이 망작은 아니지만, 말하고자 하는 것을 대사로 직접 관객에게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그것을 받아들이기보다는, 혼란스러워 하거나 다른 것들에 더 파악하는 것은 그만큼 전달력에 문제가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런 것을 조정하는 것도 감독의 역할일 텐데 그게 안 됐다는 거니까요. 본인 말마따나 라이브로 만들었다고 하는 판이니 처음부터 끝까지 다 놓은 상태에서 조정을 기대할 수도 없었겠죠. 더욱이 tv시리즈였으니까요.
아무쪼록 에반게리온 처음 본 분들은 너무 당황하지 마시고 혼랍스럽다면 의문 드는 것들 다 쳐내고 25~26화, 극장판 마지막 부분 대화 장면에만 집중하시면 됩니다. 너무나 대사로 직접적으로 전달해서 뭐 더 할 얘기도 없겠습니다. 저 씨네 21 인터뷰에서도 다 말 했고요. 그러고도 이후 설정이 더 궁금하다면 그때부터 이제 씹고 뜯고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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