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기] 웰메이드 스토리의 성취, HBO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시즌1
2023년 HBO의 화제작 <더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 시즌1이 4K 블루레이로 해외에서 출시되었습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소니(SONY) 산하의 게임 제작사 너티 독(Naughty dog)에서 게임 디렉터 닐 드럭만(Neil Druckmann)의 지휘아래 2013년에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이 원작입니다.
게임 제작의 배경 스토리를 다룬 <피, 땀, 픽셀(제이슨 슈라이어, 한빛미디어, 2018)>을 읽어보면 닐 드럭만은 게임 <언차티드2>의 완성 후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제작에 들어갔는데 <언차티드> 시리즈처럼 신나는 액션을 강조하기 보다 캐릭터간의 관계와 스토리에 집중했고 이 게임은 발매 후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2014년경 실사 영화화를 발표하였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제작에 차질이 생기면서 중단되었습니다.
그 후 HBO <체르노빌(Chernobyl)>의 각본과 제작을 맡은 '크레이그 메이진(Craig Mazin)'과 닐 드럭만은 감정선을 중시하면서 보다 긴 호흡이 가능한 드라마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2020년경 제작에 돌입하였습니다.
2003년에 인턴 프로그래머로 입사하여 현재는 너티 독의 대표를 맡고 있는 닐 드럭만. 스토리 구성에 일가견이 있는 그는 HBO 드라마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2화 'Infected'를 직접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스틸북 하나에 시즌1의 4K 디스크 4장이 수납되어 있습니다.
블루레이는 4K Only로 1시즌 총 9화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전 영국 아마존을 통해 해외직구로 구입하였습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미발매 상태이며 국내 OTT 공개이후 블루레이로 출시될 수 있다고 합니다만 아직까지 정확한 일정이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본편과 부가영상 모두 한국어 자막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첫번째 디스크에는 1-2화, 두번째 디스크에는 3-4화, 세번째 디스크에는 5-7화, 네번째 디스크에는 8-9화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부가영상은 각 회차에 대한 짧은 소개 영상이 디스크마다 들어있고 네번째 디스크에는 1시즌 전체에 대한 추가 부가영상이 수록되었습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곰팡이의 일종인 변종 동충하초(Mutated Cordyceps)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로 인해 멸망한 세상을 배경으로 '조엘'과 '엘리'의 여정을 보여줍니다.
원작인 게임처럼 황폐해진 세상과 무서운 감염자는 배경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뿐 이 작품은 살아남은 자들과 그들의 관계를 묘사하는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바이러스 감염자이외에도 연방 재난대응청 '페드라(FEDRA)'와 이에 대립하는 반군단체 '파이어플라이(Fireflies)', 살아남아서 살인과 폭력을 일삼는 약탈자 집단이 등장합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현실처럼 결국 가장 무서운 것은 힘든 환경이나 감염자들이 아니라 인간 존재 자체임을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줍니다.
5화 후반부의 최상위 감염체 '블로터(Bloater)'를 비롯한 감염자들과 약탈자들 사이의 박진감 넘치는 전투장면은 1시즌 전체에서 가장 폭력 수위가 높습니다.
조엘역의 '페드로 파스칼(Jose Pedro Balmaceda Pascal)'은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는데 캐릭터의 설정은 아무래도 디즈니 플러스의 인기작인 <만달로리안(The Mandalorian)>의 캐릭터와 겹쳐보입니다.
<만달로리안>에서 그로구와 모험을 떠나는 딘자린이 <더 라스트 오브 어스>에서는 엘리와 모험을 떠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캐스팅 후 외모 때문에 원작 게임팬들로부터 시달림을 당한 엘리역의 '벨라 램지(Bella Ramsey)'는 극초반에는 당돌한 밉상처럼 보이긴 했지만 회가 거듭할수록 배역에 잘 어울리게 된 것은 뛰어난 각본이 한 몫을 했을 것 입니다. 한참 클 나이의 아역배우다보니 드라마 초반에 비해 후반은 훌쩍 커버린 모습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페드로 파스칼과 벨라 램지는 유명한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에 모두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4K 블루레이의 퀄리티는 상당히 우수한 편입니다. 컬러감도 우수하지만 캘거리에서 촬영한 눈내린 겨울 풍광은 매우 아름답습니다.
사운드적인 측면에서도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며 대사의 또렷함, 명확한 음분리, 소리의 밸런스 등 딱히 흠잡을 만한 곳은 없습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1시즌에서 최고의 에피소드이자 동성간의 사랑 묘사로 논란도 많았던 3화 'Long Long Time'.
게임에 등장했던 빌과 프랭크의 스토리를 20년의 세월로 확장한 에피소드인데 멸망한 세상 속에서도 변치않는 인생의 가치를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동성애에 관련해서 보수적인 입장이지만 삶의 통찰력이 느껴지는 이 에피소드는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린다 론스테드(Linda Maria Ronstadt)의 70년대 명곡 Long Long Time은 이 에피소드의 백미입니다.
마지막 네번째 디스크에는 보다 풍부한 부가영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페드로 파스칼과 벨라 램지가 드라마 대사로 작품명을 알아맞추는 게임을 하는 장면인데 서로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친구처럼 격없이 대하는군요.^^
드라마 곳곳에 원작 게임팬들을 위한 이스트에그도 숨어있습니다.
8화에 제임스역으로 등장한 '트로이 베이커(Troy Baker)'는 원작 게임에서 주인공 조엘역의 목소리와 모션 캡쳐를 연기했습니다. 4번째 디스크의 부가영상에는 트로이 베이커가 진행하는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드라마의 QnA 코너도 꽤 긴 분량으로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9화에는 원작 게임에서 엘리의 목소리와 모션 캡쳐를 연기한 '애슐리 존슨(Ashley Suzanne Johnson)'이 엘리의 엄마인 안나역으로 깜짝 출연합니다.
이 밖에도 원작게임에서 마를린 배역을 담당한 멀 댄드리지(Merle Dandridge)가 드라마에서도 동일한 역할을 맡았으며 게임에서 조엘의 동생 토미를 담당한 '제프리 피어스(Jeffrey Pierce)'가 시리즈 4, 5화에 약탈자 집단의 전직군인 페리로 출연합니다.
에필로그 Epilogue
게임 초보인데다 엑스박스 유저라서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만 출시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게임은 정작 접해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네요.
2023년 화제를 일으킨 HBO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지금까지 게임을 원작으로 만든 영상물 중 가장 훌륭한 작품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원작 게임을 한번도 접해보지 않은 시청자들도 이 드라마를 즐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액션활극 위주가 아닌 스토리와 캐릭터의 감정에 무게를 실고 제작한 것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뒤집어서 말하면 원작 게임의 액션과 폭력수위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에게는 매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상물에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모든 요소들은 지속력이 길지 않으므로 무엇보다 스토리에 우선순위를 두는 작품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시즌1의 3번째 에피소드인 Long Long Time이 이 부분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처음에 거칠었던 조엘과 엘리의 관계가 회를 거듭하며 조금씩 부녀지간처럼 가까워지고 서로 의지하게 되는 모습도 흥미롭게 진행됩니다.
대부분의 에피소드들의 완성도가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엘리의 페드라 군사학교 시절의 내용을 다룬 7화 'Left Behind'는 스토리가 겉돌면서 몰입도가 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2시즌 제작도 확정되었다고 하는데 이후 원작 게임 내용이 팬들로부터 논란이 많았던만큼 아무쪼록 1시즌의 완성도를 잘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평안한 휴일 마무리되시길 바랍니다.^^
글쓰기 |
글 잘 쓰시네요^^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