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기] 눈과 귀를 사로잡는 짜릿한 질주 <그란 투리스모>
작년 가을에 개봉한 <그란 투리스모 (GRAN TURISMO : BASED ON A TRUE STORY, 2023)>는 극장 관람을 시도했으나 도무지 관람가능한 상영일정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제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은 <천박사 퇴마연구소>에 밀려 극장에 채 2주도 걸리지 않아 관객의 선택권을 존중하지 않는 국내 극장의 횡포에 아쉬움이 컸습니다.
극장 개봉 후 시간이 흘러 해외에서는 블루레이가 출시되었고 국내 '넷플릭스'에도 공개가 되었지만 이 작품은 제대로된 퀄리티의 물리매체로 감상하고 싶었습니다.
<그란 투리스모>의 국내 블루레이 출시정보가 생각보다 늦어져서 해외를 통한 직구를 했습니다.
미국 베스트 바이(Best Buy)판 '그란 투리스모 4K+BD 스틸북 블루레이' 입니다. 이미지는 멋진데 영화 타이틀이 없으니 아무래도 허전한 감이 있습니다.
베스트 바이의 <그란 투리스모> 블루레이는 4K, BD 모두 한글자막 뿐만 아니라 한글더빙까지 지원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제대로된 사운드를 즐기려면 아무래도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4K 디스크의 영어더빙+한글자막을 추천합니다.
영화의 실존 인물 '잔 마르덴보르'
실화를 기반으로한 이 영화는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 <그란 투리스모>를 통해 레이싱을 접한 젊은이가 일본 '닛산(Nissan) 모터스포츠'의 마케팅의 일환으로 진행된 레이서 육성 프로그램 'GT 아카데미'를 통해 실제 레이싱 선수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실제 주인공 '잔 마르덴보르(Jann Mardenborough)'는 이 영화에서 주연배우 '아치 매더퀴(Archie Madekwe)'의 스턴드 운전을 담당함으로써 자신을 다룬 영화에서 주인공의 차량을 운전하는 특별한 매칭이 이루어졌습니다.
정작 주인공 배역의 '아치 매더퀴'는 이 영화를 찍기 전까지 자동차 면허가 없었는데 영화 속 모습은 운전초보 티가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ㅎ
곡선의 기교없이 직사각형 덩어리를 툭툭 자른 듯한 닛산 GT-R(R35)의 순수한 디자인을 좋아합니다.
<그란 투리스모>는 선예도가 빼어난 사진을 보는 듯 깨끗하고 쨍한 화질이 일품입니다. 장면 자체의 예술성이 높다기보다 최고의 영상을 보여주는 촬영장비를 잘 활용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더불어 스크린을 거의 꽉 채우는 화면비는 좋은 화질을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보니 대다수 장면을 CG로 제작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부가영상을 보면 '닐 블롬캠프(Neill Blomkamp)' 감독은 실감나는 레이싱 장면을 위해서 가급적 CG를 줄이고 촬영용 차량의 개조, 드론의 활용, 노면에 닿을 듯이 낮은 카메라 위치 설정 등 실사촬영에 상당한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음질 측면에서는 자동차 엔진의 피스톤 폭발음, 질주할 때의 굉음 등 감상자가 레이싱 영화에서 기대하는 바를 톡톡히 충족시켜줍니다.
메인 볼륨을 평소 듣던 것보다 15% 이상 낮춰야할 정도로 폭발적인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리어 스피커도 적극적으로 활약하면서 머리 뒤에 좌우로 이동하는 차량 사운드의 궤적이 생생하게 들립니다.
특히 서브우퍼가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 구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영화를 감상하다보면 기특한 서브우퍼의 머리를 새삼 쓰다듬어 주고 싶어집니다.^^
<그란 투리스모>는 배우들의 연기 비중이 높진 않지만 전직 레이서이자 냉정한 훈련코치인 '잭 솔터'를 연기하는 '데이빗 하버(David Harbour)'는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를 잘 살린 활기찬 연기를 보여줍니다.
반면 닛산 모터스포츠 마케팅 임원 '대니 무어'를 다소 밋밋하게 연기한 '올랜도 블룸(Orlando Bloom)'은 캐릭터를 보다 입체적으로 표현했다면 영화의 전체적인 퀄리티가 더욱 좋아졌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화면으로 보니 얼굴근육이 예전에 비해 경직되어 표정연기가 다소 답답해 보였습니다.
주인공이 <그란 투리스모> 게임을 통해 레이싱 테크닉을 익혔음을 설명하기 위해 레이싱카 콕핏과 게임기를 오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비록 CG로 구현하긴 했지만 꽤 스타일리쉬한 장면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레이싱카들은 F1, F3 차량이 아니라 FIA 라이센스 경기를 위한 일반 시판용 차량에 내부를 개조한 차들과 르망 24시 레이스를 위해 제작된 서킷용 레이싱카가 등장합니다.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장면을 보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이 연상되는 장면도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특정한 장비를 이용한다는 점, 현실보다 가상의 세계에 더 매료된다는 점, 장비를 잘 다루는 젊은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 등이 유사합니다.
'야마우치 카즈노리'역의 '히라 타케히로'
'그란 투리스모' 게임을 탄생시킨 장본인이자 실제 2009년 독일 내구 레이스 우승경험도 있는 '야마우치 카즈노리(山内一典)'는 일본 배우 '히라 타케히로(ひらたけひろ)'가 연기했습니다. 출연분량이나 대사가 적어서 실존 인물이 그대로 출연해서 연기했어도 좋았을 듯 합니다.
정작 '야마우치 카즈노리'는 영화에서 도쿄의 초밥집 요리사로 깜짝 출연합니다.ㅎ
에필로그 Epilogue
한 때 <그란 투리스모> 게임은 레이싱 시뮬레이션 게임의 최고봉이었지만 '플레이스테이션 3' 출시 후 후속 버젼들이 게이머들의 기대에 못미치게 되면서 그 인기가 사그러들었습니다. 반면 <포르자(FORZA)> 시리즈 등 <그란 투리스모>의 영향을 받은 경쟁 레이싱 게임들은 발빠르게 시대의 흐름에 대응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VR게임 장르에서 <그란 투리스모>가 다시 우위를 점할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닐 블롬캠프' 감독은 지금까지 감상했던 <디스트릭트 9(District 9)>, <엘리시움(Elysium)>, <채피(Chappie)> 등에 대한 선입견 때문인지 자연스러운 CG로 세기말적인 미래를 구현하는데 장기가 있는 감독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란 투리스모>같은 주로 젊은이들이 즐기는 게임 기반의 레이싱 영화를 연출하는 것은 마치 안어울리는 옷을 입는 것 같았지만 결과물은 상당히 깔끔했습니다.
'로튼 토마토'의 평가를 보면 일반 대중들도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보여주고 있는데 '닐 블롬캠프' 감독이 기존 그의 작품과 다른 색채의 작품으로 하나의 필모그래피를 채운 듯 합니다.
자동차는 모든 소년들이 걸음마를 떼기 전부터 가지고 놀았었고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어서도 가장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그란 투리스모>는 소년의 마음을 품었던 모든 이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작품입니다.
조만간 국내에도 블루레이의 정식 발매 소식이 들려올 듯 하니 시청각적으로 만족할만한 경험을 얻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소한 적당한 오락성의 팝콘무비로서의 역할은 톡톡히 할 것 입니다.
다만 영화 자체에 스토리의 굴곡이 적고 배우들의 깊은 연기를 보는 맛도 적은 편이라 시청각적 메리트가 줄어드는 PC나 휴대용기기로 감상하면 이 작품의 매력이 상당히 감소할 수도 있습니다.
BD에 포함된 부가영상은 최근 다른 블루레이들의 경향처럼 짧게 나뉜 제작기 영상들이 제공되는데 주인공 '잔'의 가족과 관련된 몇몇 삭제장면은 스토리 완성도를 위해 편집하지 않았어도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엑스박스 진영의 인기 레이싱 게임 <포르자 모터스포츠(2023)>
엑스박스 진영의 레이싱 게임은 <포르자> 시리즈가 인기있는데 저는 <포르자 호라이즌 4, 5>와 작년에 출시한 <포르자 모터스포츠(2023)>를 즐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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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로 봤는데 영화의 재미적 짜릿함은 정말
최고였습니디. 어서 빨리 블루레이로 빵빵한 사운드를 즐기며 재감상 해보고 싶네요.
정성스러운 감상기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