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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기]  푸치니 오페라 마다마 버터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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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10-28 23:40:13

 

 제가 게시글 제목에 나비부인이라 하지 않고 이탈리아와 영어 혼합인 마다마 버터플라이라고 적은 것은 푸치니가 이탈리아어로 나비에 해당하는 단어 Farfalla가 있음에도 굳이 영어 Butterfly로 했다는 점을 고려해 고유명사인 이름에 대해 번역을 하면 안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가 한자로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번역해서 부르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따라서 혼동이 오거나 불편하시더라도 이해바랍니다.

 2004년 베로나 공연 푸치니 오페라 마다마 버터플라이 블루레이입니다.  

마다마 버터플라이 오페라 공연물에 대해 2022년 출시된 베르겐츠 공연물을 포함하여 국내 출시된 거의 모든 물리 매체 공연물을 소장하고 있는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공연물은 디비디로 출시된 소프라노 안나 모포가 마다마 버터플라이 역을 한 1956년 이탈리아 방송용으로 제작된 디비디입니다.

 

 

 오페라 마다마 버터플라이는  단 하루 공연으로 끝나 흥행참패했던 - 이 때문에 푸치니는 그 후 라 스칼라에서 자신의 작품을 공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라 스칼라 1904년 초연에서는 2막이었다가 수 차례 개정되어 3막이 되었고 지금은 3막 형태의 공연이 자주 올려집니다. 가끔 2막 공연도 있는데 영화나 방송용에서 사용되고 무대 공연으로는 2016 라 스칼라에서 올려지기도 했습니다. 제 기준으로  형태가 2막이든 3막이든 의미 없다고 생각합니다. 두 공연의 차이는 1막에서 사용되는 선율형 대사가 2막 형태의 공연에서는 좀 더 많은 그 정도입니다.

 

 제가 이 오페라를 처음 접했을 때 이미 단편으로 알고 있던 주제 사랑과 비극에 맞추어 감상을 했는데,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1막의 그 부산스러움과 어색함 그리고 만담에 가까운 맥락 없는 잡담 여기에 지나쳐 보일 정도의 우스꽝스럽게 표현되는 일본을 통한 아시아 문화 표현 방식에 대한 거부감 등이 겹쳐 끝까지 볼 수 없었죠.  오페라에서 노래 선율이나 기악 선율 등 아름답게 들리지 않는 부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왜! 1막이 이렇게 진행되지 하는 의문과 함께 이어지는 2막(혹은 2막과 3막)과의 연계성도 없어 보였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서 갑자기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등장 인물 중 마다마 버터플라이만 남기고 다른 등장 인물은 모두 지워버리자 였죠  일종의 모노 드라마처럼 말이죠. 그런데 의외로 오페라 공연 전체를 따라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1막의 그 왜 이러지 하는 모든 것들이 이해가 되었죠.  물론 저만의 방법이라 누군가 이 오페라를 제대로 감상하고 있는가 묻는다면 저는 아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모노 드라마처럼 이해하기 위해서 저는 1막과 2막(혹은 3막포함-아래에서는 편의상 2막으로 표현합니다)에서의 마다마 버터플라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을 분리했습니다. 이런 분리에 도움을 준 것은 푸치니가 미국 연극이던 동명 연극이 영국 런던에서 공연될 때 이 공연을 보고 엄청난 감명을 받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즉 푸치니는 공연을 보면서 비극의 삶을 살았던 여인 마다마 버터플라이에 대해 처음에는 연민을 느끼고 그 후에는 비장미에 도달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죠. 이런 비장미를 기준 삼아 저는 1막에서 마다마 버터플라이의 감정은 간절함으로, 2막에서는 절망의 감정으로 분리했습니다.

 

A) 1막에서의 간절함

  마다마 버터플라이는 집안 몰락으로 인해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미천한 상태에 있게 되는데 이런 사회 경제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의지로 미국 해군 장교와의 중매 결혼을 선택하죠.

1막 중반 정도에 등장하는 마다마 버터플라이는 일본명 초초상으로 표현되는데 절대 이 이름을 스스로 부르지 않고, 과거와 관계를 단절시킵니다.  이런 간절함이 매우 아름답게 표현되고 있죠.

어떤 이의 간절함을 표현할 때 그 자체만으로도 가능하겠지만 어떤 이의 그런 감정과는 완전 동떨어진 것들이 주위에 존재한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될 겁니다.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 1막 초반부터 등장하는 핑커톤과 중매쟁이 고로가 주고 받는 집의 형태에 대한 만담, 마다마 버터플라이의 시녀가 될 스즈키의 뜬금없는 미소가 행복을 준다고 노래하는 것 그리고 영사 샤플레스와 핀커톤의 유치한 아메리카 놀이와 결혼에 대한 가벼움, 결혼 적령에 대한 조롱 등등 일겁니다.  이런 장치가 마다마 버터플라이의 간절함과 엮이면 그 간절함이 중심이 되어 바로 내 곁에 다가오는 것이죠.  마치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이나 알폰소 무하의 그림처럼 말이죠.

 이렇게 가정하면 1막 마지막 부분에 존재하는 핀커톤과 마다마 버터플라이가 부르는 듀엣 보통 러브 듀엣이라고 평가되는 Vogliatemi bene 나를 사랑해주세요가 오히려 진심(마음을 다함)과 가벼움이 뒤엉킨 슬픔의 듀엣으로 변화하죠.

A-1)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아스믹 그리고리안이 여주역을 한 공연 중 1막 듀엣

 

 B) 2막에서의 절망

 2막은 절망이 전체를 지배합니다.

이런 절망이 지배하는 2막에서 단 두 부분에서 절망은 잠시 그 자리를 양보합니다. 

절망에 관련된 노래를 소개하기 전에 자리를 양보받은 노래들을 소개합니다.

바로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어느 갠 날 Un bel dì(저는 어느 맑은 날이라고 합니다)과  2막 중반부에 있는 꽃 듀엣입니다.

  2막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어는 갠 날은 시녀 스즈키가 더이상 기다리지 말고 살 길 찾으세요라고 할 때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도 잡고 시녀의 마음을 바꾸어주고 싶은 상테에서 부르는 노래이고, 꽃 듀엣은 마다마 버터플라이와 시녀 스즈키가  희망이 아닌 사실이 된 항구에 도착한 군함에서 핑커톤이 내려 그들을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품으면서 부르는 노래입니다. 저는 어느 갠 날만 소개합니다.

 

 B-1)  어느 갠 날 Un bel dì,

 저는 이 노래를 총 7부분으로 쪼개어 감상합니다.  분리하지 않고 전체로 감상하면 어떤 노래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가사와 함께 제가 7부분으로 나눈 이유도 같이 적어봅니다.

 

1.어느 맑은 날, 우리는 보게 될거야

바다의 끝자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그리고 배가 나타나는 것을.

하얀 배가

항구에 들어오는거야  예포를 크게 울리며  

-----[그녀 자신도 의심이 더 커지기 전에  스스로 속이는 몽환 상태 ]

Un bel dì, vedremo

levarsi un fil di fumo sull'estremo confin del mare.

E poi la nave appare.

Poi la nave bianca

entra nel porto, romba il suo saluto.

 

2.봤지?  왔어!-

 ----[온 것이 배인지 그인지 불분명하지만 흐름 상 배인 듯합니다

환상을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인마냥 하녀에게는 광기를 내 보이는 몽환 상태

하녀에 대한 광기는 단 두 구절 봤지? 그가 왔어!에서 표출되어야 할 겁니다.]

Vedi? È venuto!

 

3.나는 그를 만나러 내려가지 않을거야 그럴거야  

언덕 끝에 서 있기만 할거야

그가 내가 있는 언덕 끝에 올 때까지 긴 시간 기다리고 기다릴거지만 

그 일각이 여삼추 같은 긴 시간 기다리는 것도 괜찮아

-----[늦게 온 남편 핑커톤에 대해 자기 최면 속 작은 투정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Io non gli scendo incontro. Io no. 

Mi metto là sul ciglio del colle e aspetto, e aspetto gran tempo 

e non mi pesa la lunga attesa.


4.그리고 ... 도시의 군중에서

한 남자, 작은 점이

언덕을 향해 걸어 올거야

누구일까? 누구일까?

그리고 그가 도착하면

무슨 말을 할까? 뭐라고 할까?

그는 멀리서 "Butterfly"라고 부를거야.

-----[설렘으로 가득찬 상태일 겁니다.]

E ... uscito dalla folla cittadina

un uomo, un picciol punto

s'avvia per la collina.

Chi sarà? Chi sarà?

E come sarà giunto

che dirà? Che dirà?

Chiamerà "Butterfly" dalla lontana.


5.나는 대답하지 않고

 숨어있을거야

약간은 장난이고 또 어쩌면 첫 재회로 너무 기뻐하다 죽고 싶지 않아서야

숨어 있으면 그가  다소 고통스러워하며

--[약간 고소하다는 감정]--

부를거야 부르겠지

"작은 아내,

버베나향기에 싸인--

 3년 전 함께 있을 때 그가 집에 돌아올 때면 나에게 불러 준 그 호칭.

-----[행복한 작은 복수에 고소하다며 즐거워하는 상태(여기서 작은 아내는 핀커톤이 하는 말이므로 남성의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라고 생각만 합니다. 그리고 버베나의 꽃말을 함께 음미했으면 합니다}

Io senza dar risposta

me ne starò nascosta

un po' per celia... e un po' per non morire

al primo incontro, ed egli alquanto in pena

chiamerà, chiamerà:

"Piccina mogliettina,

olezzo di verbena",

i nomi che mi dava al suo venire.


6.이 모든 것이 이루어질거야

 너에게 나는 약속해

두려움은 잊어버려

-----[시녀 스즈키를 향해 다정하게]

Tutto questo avverrà,

te lo prometto

Tienti la tua paura -


7.나는 확실한 믿음으로 그것을 기다릴거야.

-----[자신에게 다시 확신을 주는 감정 상태]

Io con sicura fede l'aspetto.


B-1-1) 1956년 소프라노 안나 모포의 노래인데 

위대한 소프라노 레나타 테발디가 부른 공연과 함께 제가 분리한 부분에 가장 근접한 공연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공연이 담긴 디비디를 조악한 화질에도 제일 좋아합니다.

 

 

B-1-2) 위대한 소프라노 가수 레나타 테발디가 부른 노래도 추가해봅니다.

 

B-1-3) 우리나라 1986년 생 소프라노 가수 황수미가 부르는 영상입니다.

참고로 가수 황수미는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분 우승 수상자이고 

우리나라에서 개최되었던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도 공연을 했습니다.



B-2) 절망에 관련된 노래

서사가 흐르면서 핑커톤은 마다마 버터플라이를 직접 만나기를 거부하고 비로소 알게 된 자신의 아이만 데리고 가겠다고 통보합니다.  그 통보에 마다마 버터플라이는 명에로운 죽음을 택하죠.

B-2-1) 크리스틴 오포라이스가 MET공연에서 부르는 노래  명에롭게 죽으리라Con Onor Muore


  

 

 푸치니 오페라 마다마 버터플라이에 대한 제 감상 방법이 불편하시거나 억지라는 판단을 가지시더라도

양해를 구하며 모차르트 피아노 콘체르토 20번을 소개합니다.

정말 유명한 콘체르토여서 익숙하실겁니다. 

 이 작품은 3개의 MOVEMENT로 구성되어 있고 당연하게도 각 무브먼트는 완전 독립된 곡입니다.

첫 무브먼트는 거의 모든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심포니와 콘체르토에서 알레그로 즉 템포의 의미가 아닌 소나타라는 다른 의미로 되어 있고 소나타는 총 3부분으로 도입 중간 클로즈 이렇게 구성된 곡 형태입니다. 그리고 소나타는 칸타타 즉 노래와 완전 반대의 위치에 대응하는 형태입니다 따라서 소나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래를 잘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소나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첫 무브먼트와 두 번째 무브먼트 사이에 첫 무브먼트에 대한 헌정 개념으로 다른 예술가가 작곡한 카덴차가 있습니다. 대표되는 곡이 브람스와 베토벤의 카덴차입니다. 그 카덴차가 같이 있는 공연도 있습니다. 

이 영상은 피아니스트 율리아 밀로스라브스카야 공연입니다.

 

 

 글을 마무리한 후 하루 지난 뒤에  27번까지 존재하는 모차르트 피아노 콘체르토를 소개할 여지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제가 제일 좋아하는 피아노 콘체르토 17번을 추가해봅니다.-_-

 


님의 서명
자유로움은 불편을 친구로 삼는다
그리고
오늘의 내가 퇴장하면 그것이 과거이고
오늘의 내가 등장하면 그것이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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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3-10-25 08:05:25

 제가 좋아하는 작품을 소개해주셔서 반갑네요, 말씀하신 대로 버터플라이를 남겨두는 편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핑커톤이 미국인이라서인지 쵸쵸상도 아니고 이태리어 나비도 아니고 그녀를 버터플라이라고 부르죠. 그렇기 때문인지 어감의 차이가 생기지 않나 싶습니다. 푸치니 오페라를 몇 작품 접하다보면 푸치니 스타일이 들리는 듯 합니다, 라보엠에서 마지막에 미미를 부르는 장면하고 마다마 버터플라이에서 버터플라이를 부르는 장면은 볼 때마다 늘 똑같네요 ㅎㅎ 김승옥씨의 소설 무진기행에서 하선생이 어느 개인 날을 부르죠, 어렸을 때는 왜 뜬금없이 하선생이 아리아, 그 중에서도 이 곡을 부르는지 의아했는데 나중에 다시 읽어보니 플롯이 마다마 버터플라이와 같더군요. 물론 이런 '사랑'은 뮈토스인지라 지금 어디에선가도 되풀이되고 있겠죠^^;; 미군이 진주했던 한반도에서도 한국군이 진주했던 베트남에서도 동일한 이야기들이 전해져오고 필리핀에서는 여전히 한국 남자와 결혼했다가 아이와 함께 버려지는 여인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소개해주신 안나 모포의 영상에서 안나 모포의 마다마 버터플라이가 훌륭하다고 풍문으로만 들었는데 아직 접해보지 못했네요. 늘 좋은 작품과 영상물 소개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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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3-10-25 12:08:52

오페라 명을 마다마 버터플라이로 적는데 고심이 깊었습니다.

너무 익숙하여 본질이 틀린 게 되어버린 상태여서 혼란과 불편을 초래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나비부인이라고 할까 했는데 내 글이니  양해를 바라고 그냥 마다마 버터플라이로 적어보자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말씀 주신 소설, 단편소설임에도 아직 읽어보지 않은 무진기행의 등장인물과 비교해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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