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20년동안 연락없는 친구의 카톡청첩장
참으로 오랜만에 친구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20여년 동안 연락 한 번 안 한 대학친구입니다.
심지어 청첩장도 못 받았습니다. 다른 친구가 링크해준 카톡 청첩장 보고 찾아갔습니다.
성당 혼인성사를 통한 결혼식입니다.
그 분위기가 적응 안 되는 다른 비신자 하객들과 달리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엄숙한 미사분위기덕에 명상에도 잠기고, 어릴 적 성당에 다닌 추억도 생각나고 좋았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신랑신부 퇴장할 때 친구의 손을 잡았습니다.
"친구야, 결혼 축하해."
친구는 저를 알아보지 못하고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그래서 침착하게 설명해줬습니다.
"나 jin3이야."
그제서야 기뻐하며 촉촉한 눈으로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고 그럽니다.
이유를 짐작하신 분이 계실지 모르지만, 친구는 눈이 잘 안보입니다.
코 앞에 사람이 있어도 실루엣만 보일 뿐 알아보기 힘듭니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고 급작스런 백혈병 후유증 때문입니다. 졸업과 동시에 삼성전자에 입사하였는데 일년도 안 되어 백혈병에 걸렸습니다. 저는 혹시 언론에 나온 삼성 반도체 제조 관련 산재 아닐까 의심했는데 그건 아니라고하더군요.
그러고 그 친구는 주변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힘든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죽을 생각을 몇 번이고 했다더군요.
그러다 마음을 다 잡고 작년에 장애인전형으로 공무원시험을 봐서 합격하였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아 오로치 소리에 의존해서 공부했답니다.
그러고 직장에서 오늘의 신부를 만났나봅니다.
오늘 미사 중 친구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면 신부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저는 무신론자이지만, 오늘만은 하느님께 이 부부를 축복해주시길 기도하였습니다.
친구야,
행복하게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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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길 왜가요...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멋지신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