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치] 죽는 건 오히려 미통당이다
박원순 시장이 갑자기 사망했을 때 이 일이 앞으로 한국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감이 안잡혀서 꽤 혼란했었죠. 특히 실체적 진실이 명확하지 않은 죽음이어서 더욱 예측하기 불가능합니다.
이런 거물 정치인의 갑작스런 죽음은 대개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마련이고 심지어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진실이 끝까지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지요.
그렇게 되면 결국 진실 자체는 묻히고 추측과 희망에 기반한 각자의 진영 논리로 귀결되어 극단적인 평가로 갈리기 마련입니다. 노무현에 대해 일베들의 조롱이 공중파까지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동시에 노무현 재단은 우리 나라 최대의 민간 시민단체가 되는 현실처럼 말이지요.
저는 지금도 박원순 시장이 왜 죽었는지 그의 죽음이 직접적으로 어떤 역사적 가치를 가지는지는 이전 글에서 말씀드렸듯 아직 스스로 답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역사적 흐름과 파생효과의 사회공리적 면도 하나하나 들여다 봐야지요. 지금 시점에서 시장의 죽음이 사회적 타살인지, 실제 물리적 타살인지, 연정과 연관된 자살인지, 반대 세력들이 원하는 대로 권력을 이용한 성추행 범죄자의 비극적 말로인지는 무슨 말을 누가 해도 절대 실체적으로 규명되지도 합리적 이성으로 이해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박원순 시장이 사망한 그 시점에서 형사적으로 이미 그의 죽음은 공소권 없음으로 귀결되었고 따라서 진실은 사적인 영역이 되어 버렸습니다. 혹시라도 그의 죽음의 실체적 원인을 규명하고자 한다면 방법은 박시장이 공무원이었으니 피해자가 서울시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앞으로 실제 그런 과정이 진행되는지도 저는 좀 지켜보려고요.
어쨌든 이런 이유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박시장님의 죽음에 대해 아직 어떤 규정도 하지 않습니다. 그게 규정이 되면 그의 죽음의 의미는 그에 맞춰 생각할 거라는 사실 먼저 말씀 드립니다.
다만 그의 죽음의 진실과 별개로 그의 삶에 대한 추도와 슬픔, 안타까움은 분명히 갖고 있고 그 의미 역시 높이 평가합니다. 어떤 회원분이 그분의 죽음이 이제 한국사회가 시민운동 시대에서 다음 시대로 가는게 아닌건가 하는 말씀을 하신 걸 봤는데 굉장히 중요한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박원순 없는 시민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진행될 것인지 그것은 노회찬이 없는 정의당의 현재가 될지, 노무현 없는 민주당의 현재가 될지, 아니면 또 새로운 미래가 기다릴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합니다. 개인적으로 기대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네요. 그만큼 박원순 시장의 삶의 족적은 굵고 뚜렷했으며 긍정적 영향이 부정적 영향보다 훨씬 컸다는 것은 저뿐 아니라 아마 그를 아는 일반 시민들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글을 쓰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의 죽음의 실체적 진실과는 무관한 내용이에요. 그러니 앞으로의 내용과 무관하게 그의 죽음 그 자체의 범죄사실 여부에 대한 주장으로 글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길 바랍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의 죽음의 실체적 진실은 지금 알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하고 그에 관한 어떠한 주장도 저는 당분간 판단을 보류할 것입니다.
이 글은 그의 죽음의 진실이 가려진 현 상태에서 그의 죽음을 둘러싼 현재 상황-특히 정치적 행보들이 앞으로 어떻게 한국사회와 정치에 영향을 끼칠지에 관한 글입니다.
그것은 어제 피해자 변호사의 기자회견에 대한 뉴스를 접하는 순간 확연한 그림으로 한순간 다가왔습니다. 그 순간 시장의 죽음으로 안타까워할 여유도 없이 극우의 협잡과 모욕을 감당하느라 스트레스 받고 계신 민주시민을 위한 좋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박시장님의 마지막 선물일 수도 있고 수많은 고난의 세월 속에서 끝내는 승리해온 대한민국 민주시민의 새로운 미래일 수도 있습니다.
일단 결론은 서울 시장은 민주당이 가져 옵니다.
이것은 철저히 미통당과 언론의 잘못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잘못은 평범한 한국 시민의 정치의식과 판단력에 대한 철저한 무지와 무시입니다. 그것은 박시장 사망 바로 다음날 김종인이 서울시장 선거가 시작되었다고 말한 순간 결정되었고 오늘 기자회견이 확정선고가 되었습니다.
이 두가지가 없었으면 그리고 그 사이 미통당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안나왔으면(특히 주호영의 백선엽에 관한 주장_지지층 결집을 위한 거라는 건 알겠는데 이게 또 백선엽과 박원순 시장을 비교하는 반사효과를 만들었습니다. 다 국민들의 정치의식 따윈 안중에 없다는 마인드 덕택이겠죠) 이번 박시장의 죽음으로 민주당은 서울시장 자리를 잃었을 것입니다. 즉 이 모든 상황을 대처하는 미통당의 미숙함과 과도한 욕심이 그들의 목표를 망치고 우리쪽에 기회를 주고 궁극적으로 그들의 생명을 위험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지난 총선의 역사적 대패에도 뭐하나 배운게 없이 홍준표 무서워 김종인을 대표로 앉히고 고민정에게 진 오세훈을 데려와 연설을 하게 만드는 그당의 전략과 전술, 인력, 능력, 자금등 모든 것의 총체적 부실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의혹은 의혹으로 남아 있을 때 훨씬 위력이 큽니다. 그것은 일반 시민들의 상상력에서 훨씬 부정적인 그림을 그리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의혹을 의혹으로 남겨뒀어야 했습니다.
저는 최순실 국정농단때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손석희가 태블릿을 터뜨린 순간이나 박근혜가 최순실을 인정한 사과문 발표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청와대에서 정체불명의 비아그라 구입 내역이 나왔을 때입니다. 이것이 여자 대통령과 그 옆의 사이비 교주 딸, 전직 호빠와 연결되면서 대중들 사이에 아주 불쾌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이게 청와대에서 그 여자를 빨리 끌어내라는 촛불집회의 직접적인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같은 이유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금까지 살아있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그때 논두렁 시계까지 언론에 터뜨린 뒤 그즈음에서 이명박이 전임 대통령에 대한 예우 운운하면서 검찰수사를 그만두게 해버렸다면 저는 단연코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나 민주당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뭔지 모르지만 뭔가 있다. 그게 가장 위험합니다.
병도 진찰결과가 나오기 직전이 가장 두려운 법입니다.
사람들이 불쾌한 상상을 키울 수 있도록 그래서 이쪽 지지자들이 혼란해하고 방향을 정하지 못하도록 기다렸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럴 자신도 능력도 없었습니다.
분명 미통당은 가장 빨리 박시장의 피고소 사실을 인지했을 것입니다. 청와대보다도 빨랐을 가능성도 있죠.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실 잘못이라기 보다 그 당의 능력이죠. 그 뒤 그들은 쾌재를 불렀을 것이고 그것을 최대한 키워서 박시장을 끌어내리고 서울시장을 접수하면서 국민이 민주당에게 등을 돌렸다라는 프레임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말을 무력화하고 대통령 선거도 유리하게 끌고 간다는 생각이 순식간에 들었을 것입니다(이런 가정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 사건이 그들 입장에서 공작이라기 보다 우발적이라고 보고 박시장의 죽음은 그들의 로드맵에 없었을 거라고 봅니다).
그들은 흥분했고 이거야 말로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믿었겠죠. 이 가설에는 그 이전 피해자가 고소를 결정하기 까지의 과정은 배제했습니다. 여기에서 모종의 정치적 의도가 들어갔다는 주장부터 피해자의 견디기 힘든 고통의 과정이 있었다는 주장까지 수많은 주장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실체적인 진실과 맞닿는 부분이기 때문에 일단 논외로 치겠습니다(이래서 죽음의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기 전까지 그 죽음의 원인과 그 의의를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일단 이런 소스를 가지고 전략을 제대로 짜고 싶었다면 사안을 길게 봐야했습니다. 월척일수록 밀당의 기술이 필수입니다.
박근혜 국정농단때 민주당은 당시 박근혜의 청와대와 새누리를 상대로 온갖 밀당을 하며 시간을 끌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시민들이 먼저 몸에 달아서 거리로 뛰쳐나왔습니다. 미디어는 속보와 특종경쟁으로 앞다퉈 의혹을 키워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이 기자회견을 한 것은 타블렛 피시가 발견된지 무려 20일이 지난 11월 15일이었습니다.
정말 의혹이 있다면 그 의혹이 스스로 무럭무럭 크게 만드는 것도 기술입니다. 시간만 잘 요리하면 이 게임은 분명 미통당이 이기는 게임이었습니다. 언론은 알아서 계속 부풀릴 것이고 청와대나 민주당은 분명 서울시 문제라며 선을 그을 테지요. 대중은 계속 의심할 거고 시장은 똥물속에서 허우적 대야 합니다. 그 와중에 민주당 지지층은 민주당은 왜 박시장을 지키지 않느냐 또는 처리하지 않느냐의 문제로 싸우면서 동시에 당을 욕하겠지요. 자중지란, 적전분열입니다. 그렇게 망한 역사가 민주당에 많았습니다.
그런데 미통당은 하루도 못참고 서울시장선거를 운운해 버렸습니다. 그 순간 이 사건은 그대로 정치적 사건이 되어 버렸고 이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진영간 대결이 되었습니다. 의혹은 사라져버렸고 사람들은 감정적 대응을 마음껏 하게 되었습니다. 이건 정치적 사안이 되어버렸으니까요. 무슨 일이 있었는가와 무관하게 민주당 지지자들이 순식간에 박원순 시장을 공작의 희생자로 여기게 만들었습니다. 즉 민주당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기회를 만든 거지요. 정치공학적으로 이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습니다. 지금까지 선거 무패를 만들었던 중심축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잖아요. 미친 거지요. 그것도 4개 의석을 제외하고 민주당이 싹쓸이한 서울에서 말이지요.
이것은 지금 미통당 주류가 초선 검사출신이기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이게 딱 검사들이 하는 짓이거든요. 일단 피의자를 범인으로 공표하고서 일을 시작합니다. 딱 그렇게 박원순 시장을 범죄자로 공표하고 다음 단계를 시작하겠다는 식으로 일을 만든 거지요.
즉, 지금 미통당에는 능숙한 정치꾼이 없어요. 다들 세상을 피의자로 다루는 방법밖에는 모르는 검사들 천지입니다. 황교안이 뿌려놓은 씨앗들, tk가 아니면 갈데 없는 사생아들입니다. 그들은 밀어붙이고 윽박지르는 것밖에는 몰라요. 정치는 굉장히 시간과 공을 들여 자기 뜻을 만들어가는 작업입니다(그래서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는 예술이다라고 말씀하신 거예요).
이때부터 그당의 온라인 댓글부대 하청조직이 황급하게 달려듭니다. 굉장히 부실한 논리를 갖고 말이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운운하며 빨리 사람들의 감정적 응집을 막으려고 하면서 미통당에서 이런 일이 터지면 민주당 지지자인 너희들은 어떻게 할 거냐 네 딸이 당해도 이럴 거냐 뭐 이런 수준의 논리를 뿌려대는데 그것은 박원순이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로 인식되는지 전혀 모르니까 하는 소리죠.
3선 서울시장입니다. 시민운동의 대부고요.
그의 부동산 정책때문에 이를 가는 분들이 있는 것은 알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그의 삶 전체를 기억합니다. 이럴 경우 시민들은 죽음과 삶, 공과 사의 문제 이런 것들을 합리적으로 구분합니다. 마틴 루터 킹이 7명의 사생아가 있었어도 미국 흑인들은 그를 존경해요. 그것은 마틴 루터 킹의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미통당 지지자들이 박정희의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걸 미통당은 한방에 퉁쳐버립니다. 시민운동가 출신의 거물 정치인이 성추행으로 자살했다.
이말 한마디로 서울 시장 자리가 당장 수중에 들어온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그렇게 순진했다면 그들이 4번이나 선거에서 대패를 하지는 않았겠죠. 순진한 것은 바로 그들입니다.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사람의 마음 역시 그렇게 쉽지가 않습니다.
선수가 먼저일까요, 팀이 먼저일까요?
넓게 보면 박원순 시장 역시 민주당의 선수일 뿐입니다. 지지자들은 그의 위상과 역할이 민주당이라는 팀에 필요하기 때문에 그를 이용하는 것 뿐이에요. 그게 지지도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정치에 관한한 굉장히 주관적이고 이기적입니다. 정치적으로 다른 의견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위협과 같은 수준으로 민감해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지요.
자신들도 박정희와 전두환, 박근혜를 옹호할 때 과는 있어도 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정당화하면서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러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도덕적 흠결 한방이면 한 순간 등을 돌릴 거라고 믿죠. 민주당 지지자들을 냉정하고 사리판단에 합리적이라고 인정해 줘서 좋긴 한데 정치 그렇게 순진하게 하면 안되죠.
민주당 지지자들이 지금 제일 걱정하는 것은 문재인의 퇴임후입니다.
그들은 노무현처럼 문재인도 그렇게 당할까 그걸 가장 두려워하고 이 두려움에 대해서는 이성과 냉정이 통하지 않습니다. 지금 박원순에 대한 추모열기는 사실 노무현 추모의 재판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림을 그려 버린 거죠.
거기다 박원순 시장은 그 자체로 스토리가 풍부한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을 죽는 순간까지 강자에게 더럽혀진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지금 수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가 거의 정치적 타살을 당했다고 믿고 있어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말이죠.
처음부터 말씀드렸지만 이 사건은 애시당초 사실 여부가 묻힌 사안이예요. 다만 그래도 피해자에 대한 인권보호니 고인에 대한 예의니 해서 뭐라고 정치적 입장을 언급하기 꺼려했지요. 그런데 김종인의 한마디가 그런 사람들 마음의 장벽을 무너뜨려 버렸습니다. 그 시점부터 민주당 지지자들은 자신의 감정과 자의적 판단으로 이 사건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걸 누가 욕하겠어요. 지금 미통당 지지자들과 tk 사람들. 박근혜, 박정희, 전두환 모두 자의적으로 탄압당하고 모욕당한다고 믿잖아요.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믿으면 안되죠. 여기도 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지금 문재인으로 이어지는 tk, 태극기 못지 않게 광적으로 지지하는 지지자들 많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화 투쟁의 스토리가 그쪽이 그렇게 열광하는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의 개발신화보다 훨씬 광범위한 팬을 모은다는 이 현실을 인정 안하니까 그런 결과가 나오는 거예요. 민주화 투쟁 기간 동안 어디 처박혀서 사시공부하고 개인의 입신영달만 바라보고 부동산에만 달려들었던 인생들이 모여서 당을 만들었으니 지금 전체 인구의 반이상이 지지하고 그중 최소 3분의 2이상이 죽을 때까지 지지를 바꾸지 않을 이 거대한 민주당 지지층 덩어리를 인식조차 못하죠.
그리고 어제 피해자 변호인의 기자회견.
김종인의 발언이 결정타였다면 이건 사망선고입니다.
저는 오늘 늦게 일어나서 이 뉴스를 기자회견이 끝난뒤에 봤는데요 보는 순간 미통당은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기자회견은 감춰야 할 정보들을 너무 많이 드러냈어요.
그들에게 증거가 없다는 사실, 변호사가 화해재단 출신이라는 사실, 그들이 이 사건을 정치적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 드러났습니다. 1주일 뒤에 공개합니다 같은 말은 정말 하지 말았어야죠.
제가 그쪽 사람이라면 차라리 기자회견을 한다고 발표한 뒤 취소하고서 기자들에게 정치적 압박이 있었다고 말했겠습니다. 그러면 다시 의혹이 일어날 수 있었죠. 그런데 그런 정신도 없었습니다. 급조했고 성급하고 뭔가 쫓기고 무리하고 뭘 어쩌지 못한다는 인상만 남겼습니다.
이러면 턴은 이쪽으로 오게 됩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지금 가장 걱정하는 것은 가장 두려운 사실이 진실의 이름으로 빼도박도 못한 증거와 함께 나오는 것이겠죠. 기자회견은 어차피 이 판을 여론전으로 가겠다는 선전포고였습니다. 이 기자회견을 피해자와 정치적 세력이 전혀 교감없이 했다고 믿는 민주당 지지자는 단 한명도 없을 겁니다. 아까 말했죠? 김종인이 서울 시장 선거 운운한 순간부터 이 건은 정치적 사안이 되버렸다고요.
피해자의 고소에 의해 피고소인이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사건을 피고소인 사후에 피해자가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어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운운하지만 저같은 사람도 피해자의 이름이나 신상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둘 사이의 문제였다면 사실상 박시장이 자살한 시점에서 사회적 처벌이 끝난 것이었어요.
그것이 억울하다고 고인의 발인날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어요.
그들 입장에서는 추모분위기를 뒤집어야 했겠죠. 그런데 내용도 없었고 피해자가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미투기자회견도 아니고 피해자의 2차 가해라는 주장의 근거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피해자의 신원이 드러나지도 않았습니다.
곧바로 발인날 고인을 모독하는 기자회견 프레임이 짜여졌어요. 민주당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논리입니다. 하지만 굉장히 강력해요. 그건 보편 윤리, 평범한 사람들의 합리적 판단에 어필할 수 있습니다. 정치적 문제로 만들고 싶었던 만큼 정치적 후폭풍을 감당해야겠죠.
기자회견을 망치자 마치 AS마냥 전가의 보도 청와대 개입 여부를 들고 나왔습니다. 너무 익숙한 그림이 그들이 한 짓을 정말 공작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무슨 패를 꺼내 와도 사람들은 이제 박시장이 무엇을 했는가보다 미통당 지겹다 라는 생각밖에 안하게 되어 있습니다.
박시장의 죽음과 관련한 이 일련의 흐름이 내년 서울시장 자리를 민주당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다시 서울 시장 선거는 민주당과 미통당의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미통당은 지지난 총선 이후로 민주당을 이긴 적이 없습니다. 부동산 문제, 재개발 이슈 이런 거 미통당이 들고 나오겠죠. 주자는 오세훈이나 나경원, 안철수 뭐 이런 사람들입니다. 급한대로 윤석렬일지도 모르죠.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겨우 이런 주장, 이런 사람들로 선거하려고 박원순을 죽였냐라고 할 겁니다.
민주당쪽 사람 많습니다. 그들이 뭘 주장하겠어요? 미통당이 죽인 박원순의 뜻 제가 이어가겠습니다. 정의당은 이런 걸 못하지만 민주당은 이런 걸 잘합니다. 박원순이 남긴 자리를 지키는 게 문재인을 지키는 거고 민주당을 지키는 거예요.
아파트? 재개발? 그게 그렇게 중요했다면 용산 재개발을 막은 박원순 시장이 3선에 성공하지 못했죠. 박원순 시장이 3선을 했던 이유는 그가 민주당의 간판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민주당 지지자들이 그를 지키려고 했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총선에서 미통당 패망을 예측했던 근거는 별게 아니었습니다.
작년 말에서 올해 초 그들이 내놓은 인물이 황교안이었어요. 그 외에는 없었죠. 즉 인물이 없었습니다.
인물이 없으니 그에 맞는 전략도, 각개전술도 없었고 무엇보다 거긴 감동이 없어요. 즉 스토리 말이죠.
미통당 지금 사람들의 스토리가 뭐가 있을까요? 당장 청와대 참모의 부동산 갖고 덤볐다가 거기 부동산 재벌들만 나왔어요. 마약, 성추행, 부동산, 친일, 은폐, 협잡, 청탁... 끝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게 일상 다반사예요.
박원순 시장에게 성추행 하나면 안희정처럼 끝장낼 수 있다고 생각했겠죠. 박원순의 스토리를 철처히 무시했으니까 일어난 일입니다. 그리고 이 나라의 가장 거대한 정치세력인 민주당 골수 지지자들, 그리고 일반인들의 평범한 보편 윤리, 뭐 이런 걸 깡그리 무시하고 오직 대권에 걸린 이권에만 눈이 멀어있으니 그들에게 기회가 와도 그게 그냥 휘발유처럼 소모되다가 허망하게 사라집니다. 그리고 기회를 놓친 능력없는 정치인에게 남은 것은 죽음이죠.
부산시장이야 미통당이 가져가겠죠. 오거돈이 그 자리에 있었던 이유는 민주당에게 거기서 경쟁력 있는 사람이 그나마 그 사람밖에 없어서입니다. 거기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인데도 3석밖에 얻지 못한 지역입니다(그래도 이번 부울경 7석이 민주당 역사에서 두번째로 많이 배출한 선거라니 미래는 좀 더 기대를 해봅니다).
하지만 서울은 다르죠.
부동산에 박원순 사망 2연타면 시장 자리 거저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본데 가장 근본적인 것을 생각 못하니까 이렇게 되는 겁니다. 미통당엔 사람이 없고 비전이 없고 감동이 없고 대책도 없어요(부동산 문제가 이슈라면 그 이슈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서울에 강남3구+1 국회의원으로 그들이 뭘 하겠어요? 서울 시민들이 그걸 모를까요? 오히려 시장 야당에 만들어줘봐야 국회, 시의회, 구청장, 구의회 모두 민주당 판인데 아무 것도 못하고 쫓겨날 것을 더 잘 알겁니다. 오세훈이 그냥 관둔게 아니에요).
그걸 만들어내지 못하면 tk에서 검사들 가지고 선거치루는 것 외에는 어디서도 못이길 겁니다. 선거법은 21대 국회에서 바뀔 것입니다. 벌써 이름도 잊혀진 이상한 비례제도 따위는 없어집니다. 그러면 그만큼 더 쪼그라듭니다. 물론 tk 25석은 불변이겠죠. pk는 계속 위험할 겁니다. 비례는 뭐 말그대로 지역구 석에 비례해서 가져갈 거고요. 지방 선거는 지금 수준으로 유지되겠죠. 그럼 미통당은 고사되는 겁니다.
이번 경우를 지켜보면서 미통당에게서 보여지는 인상은 늙어죽어간다는 생각입니다.
거긴 이제 돈도 조직도 가오도 실력도 비전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초선검사출신들에게 휘둘리고(초선이 원내대표 쥐고 흔드는 당이라... 이런 근본도 없는ㅎㅎ) 민주당에게 다 뺏기고 포커페이스가 생명인 정치판에서 게임 시작하자마자 자기 패 다 들키고 돈도 없어서 이제는 태극기도 못돌리고 그저 가성비 쩌는 것처럼 보이는 유튜브 코인충들과 댓글부대만 의지하고...
그러면서 화려했던 과거는 잊지 못해서 옛날 방식으로 뭘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데 하는 족족 자기 목만 조르고...
부동산 많은 게 자랑인 사람들이니 개인은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당에 대한 사랑도 충성심도 동지의식도 없고... 이름은 몇번을 바꾸고 나갔다가 기어들어왔다가...
그렇게 죽어가는 거지요.
이번 일로 죽은 건 박원순 시장이 아닙니다.
박원순 시장은 그의 죽음의 실체적 진실과 무관하게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역사 한가운데 영원히 살아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죽는 건 그런 죽음을 이용하려 하는 그 당입니다.
나는 미소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가 피겠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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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