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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일이고 뭐고 아무 것도 손에 안잡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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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4 20:52:02

 

갑자기 안경 다리의 나사가 풀어져 다리가 빠졌습니다.

나사 두개를 위 아래로 조이는 방식인데 하나는 찾았지만 특이한 모양의 나머지 나사 하나는  자리 주변을 아무리 찾아봐도 안나옵니다.

몇달 전 벽제에서 안경점을 하는 국민학교 동창놈에게서 맞춰온 안경이라 그 친구에게  전화 했습니다.

 

"야, 안경 다리 나사가 빠졌는데, 하나를 도저히 못찾겠다."

"어, 그거 아무 나사나 낄 수 없는 건데... 자기네 부품 써야 돼."

"내가 내일 택배로 보낼테니까 고쳐서 보내줘."

"그래, 알았다. 내일 보내."

"근데 너 요즘 어떠냐?"

"나? 난 요즘 더 안좋아져서 뇌로 전이가 됐대."

 

이 친구는 유일하게 연락을 하고 지내는 국민학교 동창입니다.

얼마 전 이 친구와 관련된 얘기를 차한잔에 올린 적 있습니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21798803

 

이십 몇년 전 느닷없이 '인후암'이라는 것에 걸려 3개월 선고 받았다가 서울대 병원에서 치료 받고 나았습니다.

그 뒤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면서 검진도 하고, 그 때 떨어진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시작한 마라톤을 얼마 전까지 꾸준히 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이었나, 예전에 인후암을 앓았던 그 부분에서 다시 암이 발견되었답니다.

일산의 국립 암센터에서 지난 봄에 수술도 받았고 지금까지 몇차례 항암도 계속 해왔습니다.

이게 처음 발생한 부위에서 아래로 전이가 되다가 계속된 항암과 약물치료로 더 커지지는 않았는데, 지난 주에 새로운 검사 결과가 나왔다더군요.

암이 소뇌로 약간 전이가 되어 있다는 겁니다.

 

"진짜야?"

"어. 지난 주에 선고 받았어. 그래서 병원을 다른 데로 한번 옮겨 보려고..."

"............"

말이 안나오더군요.

"약도 일단 3개월 정도 중단했어. 강남 성모병원으로 한번 가서 보려고 예약해 놨어."

"약을 중단하면 어떡해? 더 커지면..?"

"그 약을 먹으면 후유증 때문에 몸이 잘 안움직여, 생활이 힘들어. 그래서 이번에 약을 중단하자고 하려고 간 건데 이렇게 됐네. 3개월 정도 약 안먹고 있다가 다시 검사해서 대뇌 쪽까지 번지면 그때 다시 결정하기로 했어."

 

이 친구의 암 이름은 "육종암"이랍니다.

희귀한 암이라 이 암에 경험이 많은 의사들이 암센터나 서울대 병원에도 별로 없다고 한답니다.

그리고 신경 근처에 있는 놈이어서 항암 주사제가 거기까지 잘 도달이 안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먹는 약을 쓰면 후유증이 심하고...

 

"너 도대체 왜 이렇게 고약한 놈에게 걸린 거냐..."

"그러게 말이야. 나만 자꾸 걸리는 거 같아. 의사에게 '이 상태라면 얼마나 살 수 있겠냐?'고 하니까 1년 남았다더라. '신변 정리를 해야 될 정도냐?'고 물으니까 그러는 게 좋겠대."

"............"

"그 안에 고칠 거 있으면 다 고쳐.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야~이씨...!"

 

친구 가게에 손님이 들어온 모양이어서 통화는 거기서 끝났습니다.

몇년 전 사회에서 만난 동생 하나 암으로 보내고, 제 첫직장 사수였던 선배도 지금 전립선암이 골반으로 전이되어 불안한 상태인데, 이 친구놈마저 계속 힘들어지고 있네요.

다음 주에 강남 성모병원에 오기로 했다는데, 그날 그 병원에 나도 가겠다고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이 솟구치면서도 가서 그 친구의 얼굴을 보고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도무지 모르겠어서 아직 말을 못했습니다.

 

저녁 내내 아무 것도 손에 안잡히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찌 해야 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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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서명 안만들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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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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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4 20:56:57

에휴 마음이 참 안좋으시겠습니다.

힘드셔도 일부러 일 만드셔서 자주 자주 만나시고 맛난것도 사주시고 그러셔요...

WR
2020-10-14 21:52:01

자주 만나기에는 거리도 그렇고 집도 완전 반대 방향으로 멀어서 일부러 제가 안경 맞추러 가서 보는 편입니다.
가도 늦게까지 가게를 비울 수 없고, 음식을 잘 못 먹어서 뭐 먹기도 그렇네요.

1
Updated at 2020-10-14 21:02:17

저도 주변에 그런 일이 잦아지네요.어느 순간 부터는 다음 차례가 나여도 너무 당황하지는 말자..그러고 있습니다.

친구분 치료에 좋은 경과가 있으시길..

ps. 먼저 글 읽으니 나오는 동네들이 익숙한게, 그 국민학교가 제가 낯설지 않은 곳일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WR
2020-10-14 21:57:42

대학교 1학년 때까지 석관동에 살면서 석관 국민학교 나왔습니다.
79년 2월 졸업이죠.
혹시 그쪽에 사셨나요?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19196991&sca=&sfl=wr_subject%7C%7Cwr_content&stx=%EC%BA%90%EC%82%B0&sop=and&spt=-992121&scrap_mode=
예전에 썼던 이 글에서 저는 입원해서 못보는데 자기는 캐산을 본다고 좋아했던 친구들 중 하나가 이 친구입니다.

2020-10-15 00:24:54

아..북아현동,청운동,벽제가 나와서 서울 서북부쪽인가 했더니 동북부쪽이셨군요. 학교이름 들으니 전에 다른 글에서 읽은 기억이 나네요.

그 동네도 근처 이문동쪽 교회를 8년간 다니며 오고가서 잘 아는 곳이긴 합니다^^

Updated at 2020-10-14 21:05:25

진짜 이놈의 암 은 언제 정복될라나요?
정복까지는 아니더라도 당뇨나 고혈압처럼 관리만 가능해도 좋으련만.

WR
2020-10-14 21:58:35

그러게요.
저 친구는 술, 담배도 안하고 마라톤도 꾸준히 하는데도 암은 막을 수가 없네요.

2020-10-14 21:34:12

에휴...뭐라 할말이...

WR
2020-10-14 22:00:04

저도 뭐라 할 말이 없네요...

2020-10-14 21:42:45

가이버님께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말씀대로 많이 먹먹하시겠습니다.

WR
2020-10-14 22:01:25

위로 고맙습니다.
저는 이 친구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2020-10-14 21:49:31

형이 육종암으로 이년 정도 앓다가 재작년에 고인이 되었어요.

아직도 매일 생각나고 마음이 아픕니다.

WR
2020-10-14 22:02:00

형님이라니 더 보고 싶으시겠네요.

2020-10-14 22:09:13

장인어른 되셨을 분이 알고 지낸지 2여년만에 폐암으로 가셨었죠.

폐암 4기가 되어서야 진단이 되어서 처갓집 분위기가 참 말도 아니었습니다...

 

보통 남자친구 데리고 오면 아버지는 눈에 불을 뿜는다고 하는데, 전혀 그런거 없이 잘해주셨던 분이셔서 저도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혹시 모르니 최선을 다하도록 격려해주시고 가능한 한 곁에 계셔주세요... 꼭 나으시길 기원합니다.

2020-10-14 23:19:32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힘내세요.

1
Updated at 2020-10-15 00:39:42

얼마전 택견고수라는 분이 상태가 악화된 손으로 인한 병때문에 세상을 떠낫다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그거보는 순간에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손을 단련하는것 자체가 단어를 바꾸면 손을 학대하는것이죠.  많은 염증이 생겻을겁니다.

무리하여 염증이 발생한 부분을 치료하는것이 중요한데. 

치료보다는 단련에 몰두한것이 결국 사망원인이 되었다 싶더군요,

그래서 무술을 하는 사람이면 단련도 중요하지만 몸에 발생하는 상처나 염증에 대한 치료법을 아는것도 중요하다 싶더군요,

 

얼마전 동네 철물점에 변기부속을 사려고 들럿는데 문이 닫겨져있었습니다,

상중이라고 써있더군요.  5분가까이 멍하니 그 글을 보고 있었습니다.

늘상 보던 양반을 이제는 못본다는것은 말로 표현못할것 같습니다.

그집 사장님이 혈액암 치료를 받고 1년후에 결국 다시 재발하여 세브란스에 입원햇지만 소천하셧습니다,

저는 나중에 만난 아주머니에게 그랬습니다,

처음에 치료되셧을때 몸관리를 잘하고 보이지 않는 병의 인자를 잡아냇었으면 좋앗을텐데요. 

 

암환자들을 여럿본 아는 친구는 저한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암의 원인은 결국 염증이다, 염증단계에서 치료하면 염증으로 끝나지만 염증을 놔두면 결국 그게 암이 된다.   간염->간암, 위염->위암  뭐 이런 단계라고 봐야겟죠.

 글씨만 봐도 쉽게 염이 결국 암이 됩니다..

암도 염이 악화된것이니까 염을 잡으면 암이 줄어들거나 없앨수 있다는게 친구의 이론이었습니다.

 

이번추석이후 동생이 전화가 왓길래 너거 어머니는 어떠신가 물어봣더니 또 뇌의 암이 조금 더 줄어들엇다네요. 시아버지가 옆에서 시어머니 수발을 잘 들고 계시다고 하니 이제 암은 더딘 속도지만 서서히 줄어들겟다는 확신이 들엇네요. 시간이 걸리겟지만 줄어들다보면 몇년내로 치료가 되겟지요.

친구분도 좋은 경과가 있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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