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일이고 뭐고 아무 것도 손에 안잡히네요.
갑자기 안경 다리의 나사가 풀어져 다리가 빠졌습니다.
나사 두개를 위 아래로 조이는 방식인데 하나는 찾았지만 특이한 모양의 나머지 나사 하나는 자리 주변을 아무리 찾아봐도 안나옵니다.
몇달 전 벽제에서 안경점을 하는 국민학교 동창놈에게서 맞춰온 안경이라 그 친구에게 전화 했습니다.
"야, 안경 다리 나사가 빠졌는데, 하나를 도저히 못찾겠다."
"어, 그거 아무 나사나 낄 수 없는 건데... 자기네 부품 써야 돼."
"내가 내일 택배로 보낼테니까 고쳐서 보내줘."
"그래, 알았다. 내일 보내."
"근데 너 요즘 어떠냐?"
"나? 난 요즘 더 안좋아져서 뇌로 전이가 됐대."
이 친구는 유일하게 연락을 하고 지내는 국민학교 동창입니다.
얼마 전 이 친구와 관련된 얘기를 차한잔에 올린 적 있습니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21798803
이십 몇년 전 느닷없이 '인후암'이라는 것에 걸려 3개월 선고 받았다가 서울대 병원에서 치료 받고 나았습니다.
그 뒤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면서 검진도 하고, 그 때 떨어진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시작한 마라톤을 얼마 전까지 꾸준히 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이었나, 예전에 인후암을 앓았던 그 부분에서 다시 암이 발견되었답니다.
일산의 국립 암센터에서 지난 봄에 수술도 받았고 지금까지 몇차례 항암도 계속 해왔습니다.
이게 처음 발생한 부위에서 아래로 전이가 되다가 계속된 항암과 약물치료로 더 커지지는 않았는데, 지난 주에 새로운 검사 결과가 나왔다더군요.
암이 소뇌로 약간 전이가 되어 있다는 겁니다.
"진짜야?"
"어. 지난 주에 선고 받았어. 그래서 병원을 다른 데로 한번 옮겨 보려고..."
"............"
말이 안나오더군요.
"약도 일단 3개월 정도 중단했어. 강남 성모병원으로 한번 가서 보려고 예약해 놨어."
"약을 중단하면 어떡해? 더 커지면..?"
"그 약을 먹으면 후유증 때문에 몸이 잘 안움직여, 생활이 힘들어. 그래서 이번에 약을 중단하자고 하려고 간 건데 이렇게 됐네. 3개월 정도 약 안먹고 있다가 다시 검사해서 대뇌 쪽까지 번지면 그때 다시 결정하기로 했어."
이 친구의 암 이름은 "육종암"이랍니다.
희귀한 암이라 이 암에 경험이 많은 의사들이 암센터나 서울대 병원에도 별로 없다고 한답니다.
그리고 신경 근처에 있는 놈이어서 항암 주사제가 거기까지 잘 도달이 안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먹는 약을 쓰면 후유증이 심하고...
"너 도대체 왜 이렇게 고약한 놈에게 걸린 거냐..."
"그러게 말이야. 나만 자꾸 걸리는 거 같아. 의사에게 '이 상태라면 얼마나 살 수 있겠냐?'고 하니까 1년 남았다더라. '신변 정리를 해야 될 정도냐?'고 물으니까 그러는 게 좋겠대."
"............"
"그 안에 고칠 거 있으면 다 고쳐.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야~이씨...!"
친구 가게에 손님이 들어온 모양이어서 통화는 거기서 끝났습니다.
몇년 전 사회에서 만난 동생 하나 암으로 보내고, 제 첫직장 사수였던 선배도 지금 전립선암이 골반으로 전이되어 불안한 상태인데, 이 친구놈마저 계속 힘들어지고 있네요.
다음 주에 강남 성모병원에 오기로 했다는데, 그날 그 병원에 나도 가겠다고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이 솟구치면서도 가서 그 친구의 얼굴을 보고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도무지 모르겠어서 아직 말을 못했습니다.
저녁 내내 아무 것도 손에 안잡히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찌 해야 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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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마음이 참 안좋으시겠습니다.
힘드셔도 일부러 일 만드셔서 자주 자주 만나시고 맛난것도 사주시고 그러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