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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블루레이 리뷰 | 닥터 슬립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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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2 11:50:26

글 : DP컨텐츠팀 (contents@dvdprime.com)

 

[샤이닝], 그 후 40년

1980년작 [샤이닝]은 스탠리 큐브릭의 필모에 있어서도 대단히 독창적인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잭 니콜슨의 광기 어린 웃음과 신경 쇠약 직전에 몰린 셜리 듀발의 공포스런 표정, 복도에 서 있는 쌍둥이 자매, 자전거를 타고 호텔 복도를 활보하는 소년 등등 영화가 만들어낸 레퍼런스는 한 두 개로 요약할 수가 없을 정도다. 무엇보다 스테디캠의 전면적인 활용, 큐브릭의 편집증적인 화면 구도와 촬영 기법 등 영화의 기술적, 미학적 성취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품이다.

물론 스티븐 킹의 3번째 장편소설인 원작과 큐브릭의 영화판 사이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존재하며, 실제로 스티븐 킹은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큐브릭 버전의 [샤이닝]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큐브릭이 원작의 결말을 비롯해 다양한 소설 속 장면들을 바꾼 것은 물론, 제목에 들어간 ‘샤이닝’, 즉 대니 토렌스의 특수 능력에 대한 묘사에 거의 비중을 두지 않은 점은 원작자인 스티븐 킹이 적극적으로 제작에 참여해 TV 미니시리즈로 다시 만들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샤이닝] 이후 거의 40년만에 개봉한 [닥터 슬립]은 스티븐 킹이 2013년에 쓴 ‘샤이닝’ 속편에 바탕을 둔 작품으로서 오버룩 호텔에서 살아남은 대니 토렌스가 성인이 되고 난 이후의 후일담을 다룬 영화다. 감독은 [힐 하우스의 유령]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마이크 플래너건이 맡았다. 그는 이미 넷플릭스 영화인 [제럴드의 게임]을 통해 스티븐 킹 원작을 한 차례 다룬 바 있다. 

 

 

큐브릭 버전의 [샤이닝]이 원작을 떠나 영화만으로도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그 자체가 하나의 장르처럼 자리잡은 독특한 작품이 되어 버렸기에 팬들의 관심사는 과연 [닥터 슬립]이 큐브릭의 버전을 계승할 것인지, 아니면 스티븐 킹의 원작을 따라갈 것인지에 쏠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닥터 슬립]은 큐브릭 버전 [샤이닝]의 공식적인 속편으로 보는 것이 맞다. 마이크 플래너건은 스티븐 킹에게 –스티븐이 [샤이닝]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 했다. “TV판 보다 큐브릭의 [샤이닝]을 관객들이 더 선호한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말했고, 그렇기 때문에 [닥터 슬립]이 [샤이닝]의 속편이어야 한다는 점을 설득시켰다. 

 

 

△ [닥터 슬립]이 [샤이닝]의 속편임을 알리기 위해 영화에서는 [샤이닝]의 유명한 레퍼런스 장면들을 포함시켰다. 가령 피가 쏟아지는 엘리베이터 신은 오리지널 [샤이닝]의 그 장면을 색감 보정 등을 통해 재활용한 것이며, 자전거 장면이나 욕실 도끼 신 등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장면 등을 리테이크 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닥터 슬립]이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 처럼 원작을 배제하고 완전히 환골탈태 한 수준의 영화라는 건 아니다. 오히려 [닥터 슬립]은 [샤이닝]을 계승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스티븐 킹의 ‘닥터 슬립’과 절묘한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진심으로 와 닿는 작품이다.

 

그렇다면 [닥터 슬립]을 즐기기 위해서 반드시 [샤이닝]을 보아야 하는가? 영화 곳곳에서 [샤이닝]에 대한 오마주가 수없이 등장하지만 정작 영화의 장르는 심리 스릴러에 가까웠던 [샤이닝]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띈다.

 

 

영화 [샤이닝]이 의도적으로 간과했던 샤이닝 능력이 스토리 텔링의 뼈대를 이루는 만큼 [닥터 슬립]은 샤이닝 능력자들의 대결, 좀 더 쉽게 풀이 하자면 요즘 유행하는 슈퍼히어로물의 그것과 매우 닮아 있다. 어쩌면 주제의식과 스토리 면에서는 스티븐 킹의 원작과 더 가깝다는 얘기다. 특히 샤이닝 능력자들의 서로의 존재를 눈치채고, 서서히 대결 국면으로 접어들기까지의 숨막히는 전개는 스티븐 킹 특유의 문체를 영상으로 그대로 옮긴 듯 흡입력 있고 긴장감 있게 묘사된다.

 

따라서 시원시원한 전개와 초능력자들의 배틀물을 즐기는 관객에게는 무리 없이 감상 가능한 작품이며 오락적인 완성도 또한 높다. 전체적으로 큐브릭의 [샤이닝] 세계관을 가져오면서 여기에 스티븐 킹의 ‘닥터 슬립’을 풀어놓은 양상이기 때문에 양 쪽 모두의 입장을 모두 배려했다는 것이 본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이다.

 

 

그럼에도 필자의 사견으로는 전작인 [샤이닝]을 꼭 감상하시길 권한다. 기본적인 세계관은 [샤이닝]에 기초해 있고 특히 주인공 대니가 겪는 내면의 트라우마와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오버룩 호텔의 결전이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사전 지식을 제공하는 [샤이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샤이닝]의 그 무시무시한 호러적 요소들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본 작품이 주는 공포감이 다소 느슨하게 느껴질 순 있다. 원작에서는 개연성 있게 전개되었던 부분들이 각색되면서 조금 매끄럽지 못하게 진행되는 부분도 눈에 띈다. 이 같은 아쉬움을 고려한 때문일까? 이번에 출시된 [닥터 슬립] 블루레이에는 감독판 디스크가 별도로 제공된다.


[닥터 슬립] 감독판

모두가 기대했듯이 [닥터 슬립] 감독판은 극장판에서 다소 아쉬웠던 부분들, 특히 주인공 대니 토렌스와 아브라의 캐릭터를 보다 풍성하게 해주는 면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 중 몇 가지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감독판과 극장판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챕터의 사용 유무다. 극장판 [닥터 슬립]에는 챕터의 구분이 사용되지 않는데, 감독판에서는 챕터로 구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는 큐브릭의 [샤이닝]이 그랬던 것과 동일하다.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이 [닥터 슬립]을 [샤이닝]의 연장선으로 생각하고 만들었다는 걸 보다 분명하게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감독판에서는 아브라의 어린 시절에 대해 추가적인 장면을 제공하는데 이를 통해 아브라가 샤이닝 능력을 소유하고 있었음을 한 번 더 강조해서 보여준다. 참고로 아브라는 원작에서 백인 소녀로 설정되어 있으며 대니와는 친적 관계임이 밝혀진다. 영화에서는 아브라가 흑인 소녀로 바뀌면서 대니와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온다. 왜 아브라와 대니가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부분이 조금 뜬금없어 보이는 건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또한 감독판에서는 잭 토렌스와 대니의 대화 장면이 추가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잭으로 출연한 헨리 토마스의 모습이 [샤이닝]의 잭 니콜슨과 싱크로가 상당히 좋았다고 느껴지는데, 재회한 부자의 대화가 골드룸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해서까지 이어진다.

 


 

블루레이 퀄리티

[닥터 슬립] 블루레이는 아리 알렉사 65로 디지털 촬영한 6.5K 소스 포맷을 4K로 Digital Intermediate한 다음 이를 1080P/AVC 인코딩 해 화면을 가득 채우는 1.85:1 화면비로 담아냈다. [샤이닝]의 후속작을 표방한 작품인 만큼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설계된 세트 디자인을 엿볼 수 있는데, 약 4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각 시대별 특징을 이루는 실내 장식에서부터, 빈티지 풍의 오버룩 호텔을 거의 그대로 재현해 낸 실내 구석구석까지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UBD가 출시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색상 재현력은 블루레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선명하고 풍부한 컬러를 제공한다. 영화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음심한 색조에서부터 때로는 쨍하게 밝은 색조에 이르기까지 블루레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시각적 포만감을 준다.

 

 

 

[닥터 슬립] 블루레이의 돌비 애트모스는 문자 그대로 사운드의 ‘입체감’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이런 초능력자 배틀물에 흔히 사용되는 효과음이 무척 많이 등장하는데, 샤이닝 능력의 발현이나 그로인해 일어나는 대기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장면에서 감상자의 전신을 휘감는 짜릿한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샤이닝]에서처럼 공포영화로서의 본질은 잃지 않으면서 음산하고 조용하게 서스펜스를 형성하는 영화의 특성상 분위기를 으스스하게 젖어가도록 하는 스코어와 함께, 등장인물들의 대사 또한 매우 또렷하게 전달된다..

 

스페셜 피쳐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 서플먼트다. [샤이닝]의 경우 영화 제작 현장을 온전히 수록한 ‘the Making of the Shining'을 비롯해 풍부한 서플먼트를 제공했던 것에 비하면, [닥터 슬립]은 약 30분 분량의 세 부분으로 나뉜 부가영상 만을 담고 있다.

 

먼저 “RETURN TO THE OVERLOOK”은 전작 [샤이닝]의 주 무대일 뿐만 아니라 하나의 캐릭터처럼 다루어졌던 오버룩 호텔을 이번 작품에서 어떻게 재현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사실 오버룩 호텔은 ‘샤이닝’ 원작에서는 보일러실 폭발과 함께 전소되어 버렸기 때문에 소설 ‘닥터 슬립’에서 실제로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샤이닝]과의 연계성을 고려해 [닥터 슬립[의 대미를 장식하는 무대로 사용된다. 큐브릭이 구현했던 오버룩의 특징, 즉 이곳이 어디인지, 어느 시대의 건물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혼란과 단절감을 살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흔적을 살펴 볼 수 있다.

 

 

 

“THE MAKING OF DOCTOR SLEEP: A NEW VISION”은 메인 메이킹 필름에 해당되는 영상으로 마이크 플래너건과 스티븐 킹, 스탭 및 배우들이 나와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말해준다. 조금 흥미로웠던 부분은 [샤이닝] 촬영장과는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 였는데, 스탠리 큐브릭이 결벽증에 가까운 완벽주의로 배우들을 리테이크의 극한까지 몰고가는 폭군형이었다면, 플래너건은 친절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배우들을 독려하는 스타일인 듯 하다. 아브라 역을 맡은 카일리 커란의 환한 웃음을 보면 그 점을 알 수 있다.

 

 

 

끝으로 “FROM SHINING TO SLEEP”은 원작자 스티븐 킹과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이 원작소설과 영화 [샤이닝]에 대해 돌아보고 그들이 속편을 어떻게 구상했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영상이다. 두 사람의 공통된 의견은 세상엔 두 가지 버전의 [샤이닝]이 있는데, 큐브릭의 [샤이닝]은 차갑고 얼음과 함께 끝을 맺지만 킹의 ‘샤이닝’은 불과 함께 끝을 맺는다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으며 그 두 가지를 합칠 수 있었던 것이 이번 작품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이었다고 한다.

 

 


총 평

[샤이닝]의 명성을 생각한다면 다소 평이한 속편이라 생각되지만 큐브릭의 무대 위에 스티븐 킹의 이야기를 녹여낸 시도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만한 작품이다. 영화와 소설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균형을 잘 맞춘 작품으로 흥행성적과는 별개로 인상적인 속편의 반열에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블루레이 또한 만족스런 퀄리티와 함께 극장판, 감독판을 모두 담아낸 구성으로 소장가치를 높혔다.


  • 작품 - ★★★★ 
  • 화질 - ★★★★★ 
  • 사운드 - ★★★★★ 
  • 부가영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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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0-03-02 11:59:53

흥행 실패한 게 안타까울 정도로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2020-03-02 12:14:13 (223.*.*.42)

절묘한 조화!!!!
흥미진진한 영화였습니다

2020-03-02 13:06:17

극장 가서 안 본것이 미안해질 정도의 작품이었습니다.

애트모스 효과도 굉장히 좋았고 대만족인 작품이었네요.
2020-03-02 14:36:38

묵직한 영화입니다.
해외 애서는 4k 출시가 되는것 같던대...
국내는 블루레이만 출시하나 보군요. 아쉽네요.

2020-03-02 15:43:50

국내도 4K출시 됐습니다~

2020-03-02 15:24:33

이래서 또 구입을 하게되는군요.
기대됩니다.

2020-03-02 16:07:51

요즘 들어 '어라, 내 스피커 시스템에 문제 있나?'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오~~ 아직 건재 하구나' 생각하게 해준 영화입니다^^

돈 굳었다 ㅎㅎ

2020-03-02 21:19:08

 재미. 화질. 음질 모두 만족스러운 영화 였습니다~

2020-03-03 08:21:03

더 샤이닝과는 많이 다른 느낌의 영화지만

기존 영화에서 차용한 것이 많아서 흥미있게 관람했습니다.

북미판 4K로 구입해서 봤는데 UHD에 한글 자막이 본편, 부가영상 다 지원되서 좋았고,

감독판 BD는 한글 자막은 없지만, 추가된 장면 정도는 영어자막으로 봐도 무방하더군요.

2020-03-08 09:23:18

리뷰 잘봤습니다 ^^

Updated at 2021-01-09 01:50:55 (182.*.*.117)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supplement가 '서플먼트'라고 표기되는군요.

지금까지 늘 서플리먼트라고 해와서인지 조금 낯선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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