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미녀 삼총사 3] (2019) 휴...
감독인 엘리자베스 뱅크스가 영화 외의 발언으로 많이 까였지만, 언급이야 어쨌든 영화자체로 감상하자는 생각으로 봤습니다.
이래저래 총체적 난국이네요. 2000년과 2003년에 나온 [미녀 삼총사]는 당시 거의 만화와도 같은 상상력을 동원한 액션(2편 오프닝때는 절벽에서 떨어진 헬기가 추락하기 전에 시동을 켜서 다시 나르고, 데미 무어는 가운 하나 입고 공중 활강을 하죠)에 당시 [와호장룡], [매트릭스]로 주가가 오르던 원화평을 통해서 쿵후까지도 도입해서 유치하지만 나름 볼거리를 주긴 했습니다. 그렇다해도 이 두 편의 [미녀 삼총사]가 액션 영화의 계보에 뭔가를 남길만한 작품은 아니었죠.
하지만 단언컨대 이 2019년 버전은 거의 20여년전에 나온 선배에게도 훨씬 못미칩니다. 액션 부분만 얘기하자면 사실상 수퍼히어로물 같았던 전편들에 비해 현실적인 아날로그 액션을 사용하지만, 그 분야에서도 나름의 뽕끼를 잘 만들어내는 요즘 액션물에 비해 너무 느리고 둔중합니다. 그리고 삼총사 중 한 명이 사실상 타운젠드 에이전시의 일원이 아닌, 피보호자+해커 정도 포지션이다 보니 액션의 구심점도 한없이 떨어지고요.
천사들 캐스팅은 매력적입니다. 셋 모두 정말 미녀들이고요 (그나저나 엘라 발린스카는 정말로 키가 크더군요. 너무 장신이어서 세 명이 나란히 있는 장면에서 자꾸 눈에 띕니다). 하지만 이들이 주고받는 대사는 그냥 생기가 없습니다. 하긴 각본이 너무나 따분해서 그 누가해도 맛깔나게 살릴 수 있을거 같진 않았어요. 위트있는 걸크러시 대사들을 예상해볼법 한데, 정작 결과물은 너무 설교조고 설명조에요.
독특하게도 이 영화는 국내 제목처럼 정말로 3편입니다. 사실 2000, 2003년에 나온 영화 버전들도 티비 시리즈의 후속처럼 설정하고 있죠. 2019년 버전도 이를 이어갑니다. 그거까진 좋은데, 천사들을 육성하는 타운젠드 에이전시의 설정을 더 확장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보슬리'는 타운젠드 에이전시의 계급같은 존재로 여러 명이 존재하고, 천사들도 수십명입니다. 영화판에 나오는 3명... 아니 2명은 그 중 특출난 멤버일 뿐이고요.
이 부분이 좀 그렇습니다. 약간은 베일에 쌓여있는 찰리 타운젠드와 천사들의 이야기가 이제는 하나의 기관처럼 오픈되는데 과연 이렇게 보여주는게 얼마나 득이 있을까 싶거든요. 게다가 삼총사의 배후가 나름 빵빵한 지원이 가능한 진영이라는 설정때문에 극의 긴장감이 다소 떨어집니다. 특히 클라이막스는 이 때문에 허무하기까지 하고요. 뭔가 극적인 연출을 기대했지만, 그 덕분에 상황의 위기감은 한없이 떨어져요.
이전의 영화나 티비 시리즈에서는 일당백으로 싸우는 소수정예의 처절함과 절박함이 있었습니다. 러닝타임 내내 싱글벙글 말도 안되는 농담 따먹기를 하는 영화였음에도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척하는' 천사들의 겉핥기같은 농담에 결국은 삼총사보다는 타운젠드 에이전시가 해냈다는 분위기로 극적인 긴장감까지 희석시킵니다.
페미니즘은.... 네, 분명히 의도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오프닝에서 영화와 전혀 관련없는 전세계 여성들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준다던가.... 오글거리는 마지막 클라이막스 장면, 그리고 찰리 타운젠드 사후에 (실제로 티비 시리즈와 2000, 2003년 영화에서 찰리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존 포사이드가 2010년 타계했습니다) 목소리 변조를 하며 그의 딸이 뒤를 잇는다는 설정. 크게 거슬리지는 않지만, 은근히 뜬금 없는 경향이 있고 영화가 별로다 보니 그 뜬금포가 좀 크게 다가오긴 합니다.
따분한 플롯의 진행가운데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던 것은 이전 시리즈나 티비물의 연결점이었습니다.
나름 잔재미를 방해할 수 있는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아래 내용은 조심
- 은퇴하는 원년 멤버 보슬리(패트릭 스튜어트)의 사진에 2000년 버전 삼총사의 모습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빌 머레이의 보슬리 자리를 패트릭 스튜어트로 바꾸었습니다. 어짜피 농담따먹기 설정인데 굳이 배우의 공을 지우려는 걸까요?
- 중간에 손바닥 위로 모르스 부호를 치는 장면은 2003년 [미녀 삼총사 2]에서 나왔었죠.
- 역시 [미녀 삼총사 2]에서 드류 베리모어에게 잠간동안 멘토로 등장했던 켈리 개럿(재클린 스미스)이 또 나옵니다. 2003년 등장때는 환갑에 가까운 나이였고, 이번 등장때는 여든살이 다 되셨죠. 무척 정정하십니다.
그냥 좀 좋은 플롯들을 동원해서 새로운 느낌을 줬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보는동안 적잖이 지루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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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의 자스민 역을 한 나오미스콧이 나와서 기대하고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