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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총론형 인간의 한계..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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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2-21 11:21:56 (125.*.*.248)

1. 주말에 그간 화제가 되었던 주요 대선주자들이 나온 TV프로그램을 몰아보았습니다.

최순실 사태가 터진 후에 마음 속에서 완전히 날려버린 모 후보나
탁월하게 유치한 정치관과 정무감각때문에 진즉에 치워버린 모 후보를 빼고
더민주의 3인방 분량만 보았지요.

2. 다 보고 나서 든 생각.

문재인과 이재명은 서로에게 완벽한 보완재이다. 총론과 각론.

사람의 그릇으로나 도량, 지도자로서의 무게감에선 문재인이 압도적이지만
정책적으론 좀 나이브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중국의 전승절 기념식 참가 문제가 그렇습니다. 가야된다 말아야된다 설왕설래 시끄러울 때 문재인이 박근혜에게 찾아가서 참석을 권했었지요. 박근혜의 전승절 기념식 참석이 안그래도 박정부의 친중행보에 신경을 곤두세우던 미국을 자극했고 그것이 예정에 없던 사드배치를 불러왔다는 의견도 있고보면 당시 문재인의 전승절 참석 권유는 외교 안보적 측면에서 정답이었던가 하는 의구심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이런 류의 정교하지 못하고 나이브한 정책적 안목과 단선적이고 협소한 시야에 대한 우려는 문재인에 한한 것만은 아닙니다. 대중 외교트러블을 수습한답시고 중국에 쪼르르 달려간 더민주의원들의 태도도 대처가 기민하다기보다는 가볍게 보일 위험이 있었습니다. 중국의 경제보복 위협도 미국의 사드 우겨넣기 못지 않은 내정간섭인데 좀 더 위엄있게 대처해야하는 거 아닌가? 경제의존도는 우리 못지 않게 중국도 우리에게 의존(중간재 조달)하고 있으니 마냥 바짝 엎드려야 할 관계도 아니고 외교란 가오싸움인데 이게 뭐야..란 생각까지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닙니다. 또 외교안보의 문제만도 아닙니다만 글이 길어지니 넘어가고... 더민주당이라는 정치세력이 그동안 국정 전 분야에서 아주 일관성있게 보여줬던 헛발질의 원인은 그들이 자기들만의 총론적 '선의'만으로 하는 정치 탓이라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재명이 보여준 각론은 감탄이 나오게 정교하더군요. 복지확대 문제에 의례 따라나오기 마련인 재원조달 문제에 GDP 퍼센트, 세목 비중까지 요목조목 따져가며 설명하는데서 손가혁이니 뭐니 불쾌하고 찜찜했던 마음은 상당히 날아가버렸던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그 정책 중 상당부분은 성남시라는 시정을 직접 운영하면서 검증까지 마친 것이었구요(지역화폐 같은 것들). 똑같은 지자체단장이면서 자기만의 정책을 내놓고 검증받아야할 대통령 후보로 나오면서 정책개발을 당에서 해달라고 하는 안희정과는 차원이 다른 디테일이 살아있는 사람이더군요. 이재명이라는 사람의 일생과 욕망이 만들어낸 디테일이겠죠. 디테일은 욕망에서 나온다. 어떠세요? 이재명의 디테일은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는데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남들이 좋을 것 같다고 하는 것, 대선후보 공약으로 그럴 듯해보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현실에서 오류없이 구현하고 싶은 욕망에서 나오는 디테일함.



2. 뉴스를 BGM삼아 딴짓에 몰두하기 일쑤였던 평소와 달리 오늘 뉴스룸 후반부는 정말정말 오랜만에 초집중하면서 봤습니다. (말이 근래 드물게 추상적이고 철학적으로 흘러 그럴 수 밖에 없었...ㅡㅡ;;;) 위에서 좀 비판적으로 쓰긴 했지만 안희정이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평소 생각은 그냥 좋은 사람, 우직한 사람, 철학적인 사람이었고 최근엔 의외로 자기포장에 능한 사람일지도? 했다가 다시 원래 생각으로 돌아와 그냥 좀 답답할 정도로 고집있는, 하지만 '선의'를 이해해줄만한 사람으로 재인식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보통 재미는 없죠. 혹하게 하는 재미는 없지만 좋은 사람.아무튼 철학적이고 선량하고..그리고 순진한 사람.

오늘 인터뷰의 난해함을 모두 안희정 탓으로만 몰아가는데 동의하지 않습니다.
'선의'의 맥락에 대한 정치적 함의 때문에 대중의 이해와 충돌하는 이유를 정작 너는 몰라서 하는 말이냐는 손석희의 집요한 지적이 난해함에 절반쯤 책임이 있구요. 단어의 정치적 맥락을 온전히 자기의 삶의 철학과 태도의 문제로 치환해서 밖에 답을 할 줄 몰랐던 안희정의 유연성 부족이 나머지 절반을 책임졌다고 봅니다. 또 말들이 많지만 TV에서 늘 단박에 알아먹을 즉자적 언설만 난무하는 것도 너무 지루하지 않나 싶어서 오늘같이 단어의 맥락과 철학적 의미를 얘기하는 정치인을 보는 것도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정치인의 언어는 중학생도 알아먹을 만큼 쉬워야 한다고 하지만 솔직히 우리가 중학생은 아니잖아요.ㅡ,.ㅡ 전 정치언어가 쉽게쉽게 짧게짧게를 외치다 못해 품위를 잃은 천박까지 쉽다는 말로 다 용인되는 풍토가 싫습니다 ). 그건 그렇고 모든 문제를 실존적 철학의 문제로 치환해서 해석하는 안희정의 개성에서 나온 문제이고 그런 태도를 한쪽에선 양수겸장의 비열한 태도로 보고 백안시하지만 다른 쪽에선 과격하지 않음, 우아함, 고상한 정치적 태도로 보고 추앙하겠죠.



3. 우아한 사람. 좋습니다.
그런데 오늘 안희정의 어딘지 거슬리는 우아함을 곱씹어보고 든 생각은 '니가 아직 덜 당했구나.' 였습니다.

'선의'로 대했던 상대가 자기 욕심만 채우면서, 점입가경으로 끊임없이 일방적 양보만 요구하면서,내 자존과 욕구를 뭉개면서 밀고들어올 때, 그 때도 너는 상대의 '선의'를 존중하자고 말할 수 있겠느냐?

안희정의 우아함, 더 나아가 어딘지 모르게 공허해보이는 이미지는 어쩌면 그런 총론만, 그것도 설익은 총론만 있기 때문인걸까 싶습니다.
설익은 이상주의자, 당위론자가 위험한 건 자기 일신 뿐 아니라 딸린 식구들까지 함정으로 몰아넣는 일을 너무나 순진한 얼굴로 당당하게 한다는 것.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나 할까요?


똑같이 우아한 문재인은 그렇게 피눈물나게 당해봤기에, 그 총론적 인간의 나이브한 한계를 조금이나마 벗어나서 적폐청산을 말할 수 있게 된 것이겠죠.




4. 이재명의 펄펄 살아 숨쉬는 날 것의 거친 야성이 필요한 시대.

이해충돌이 첨예해지면 눈 시뻘겋게 뜨고 난리칠 수준밖에 안되면서
평소엔 아닌 듯 가식적인 위선과 작위적인 품위를 두르고 젠 체하는 구역질나는 인간들보다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어도 직설적인 솔직함을 가진 이재명이 백배천배 낫다고 생각하지만 큰 수술 뒤에 예쁘게 오무려지지 못한 생채기를 남기지 않으려면 우아한 총론형 인간도 필요한 법이죠.

당위와 총론에만 강하지 이 정책이 실제로 어떤 효과를 불러올까 요모조모 따져보는 주도면밀함, 전문적 안목과 감식안이 떨어지는 것은 문재인이나 안희정이나 더 나아가 더민주라는 정치세력들이 다 고만고만 비슷하다고 봅니다만 (추잡한 욕심으로 나라 거덜낸 저쪽에 비할 순 없지만 안목과 실력과 정략부족으로 의도와 반대로 저쪽이 바라는 일을 손안대고 코풀게 많이 해줬죠.) 호되게 당한 일을 더 강하게 인식하고 그래서 연대가 아니라 적폐청산을 말하는 문재인이 그래도 낫고 문재인이라는 총론형 인간의 나이브한 구멍을, 바닥부터 처절하게 당해봤던 그래서 기득권의 생리에 더 밝고 대처하는 디테일에도 훨씬 유능한 이재명이라는 각론형 인간이 메워줄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러니 앞으론 말썽(?) 좀 부리지 말고 문재인과 둘이 잘 좀 합체(?)했으면 좋겠...쿨럭..ㅡㅡ;;







이상 지난 주말과 오늘 TV프로 시청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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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02-21 01:49:45

아니 이 잘나온 글을 왜 익명으로... 추천 꽝.

2017-02-21 02:46:09

 익명은 보통 무시하는데 처음으로 추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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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2-21 03:46:20 (112.*.*.133)

차기 대통령 문재인, 총리 이재명 

차차기 대통령 이재명, 총리 추천받습니다

 

선천적으로 쑥스러움이 많은 사람들이 적지않게 있습니다.. 

굉장히 내성적이거나 대인공포까지 아니더라도 사회장애가 있는 분들도 의외로 많아요..

가벼운 외출에도 모자라도 쓰고나가야 마음편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떳떳하냐 아니냐의 차원이 아니고요

한 마디 하고싶어도 모자가 없어 주저하다가 결국 포기하는 사람들이 

운영자님과 배려 격려해주시는 여러분들에 힘입어 글 하나 덜 쑥스럽게 긴장 누그리며 올릴 수 있습니다..

악의적 의도의 글만 아니라면야 익명일 게 문제없죠.. 

촛불시위에 나온 시민이 마스크를 쓰고있다고 해서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드무시겠죠..

쑥스럼쟁이와 마음의 장애있는 분들도 따뜻하게 품어주시는 여러분 덕분에 디피에 오는 것이고 고맙습니다.. 

1
2017-02-21 06:06:32

문재인이 대통령 되더라도 이재명은 총리 보다는 칼춤을 자유롭게(물론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출 수 있는 자리로 갔으면 싶습니다.

Updated at 2017-02-21 06:25:41

좋은 글 잘 봤습니다^^

2017-02-21 04:14:33

구독하려고 스크롤 올렸더니 익명 ㅡㅡ;

2017-02-21 11:21:56

공감 가는 좋은 글입니다. 추천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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