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조재휘 평론가의 '부산행' 단평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2016)>은 '제 2의 <괴물(2006)>'같은 영화입니다. '괴물의 출현'이란 상황을 던져놓고 한국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현실들을 '들추어 내(her-aus-forden)'던 <괴물>의 사유실험은 '좀비의 발생'으로 일그러지는 <부산행>의 KTX 열차 속 인간군상과 고스란히 대입됩니다. 믿을 수 없는 거짓말을 일삼는 정부와 나만 살자고 타인을 위기로 몰아넣는가 하면, 아이에게 양보를 해선 안된다고 가르치는 부모 등 온통 이기심으로 가득찬 '평범한' 사람들. (즉 한국 사회는 10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아니 더욱 비참하게 실패하고 있다는 징후인 셈이지요.)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생존자들이 주는 메세지는 각별합니다. 이 영화에서 연상호 감독의 초점은 '약자들의 연대'가 없는 사회가 얼마나 비참하게 자기모순으로 무너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한국사회에선 거의 완벽히 소멸해버린 그 '약자들의 연대'야말로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은연중에 비추고 있으니 말입니다.(별 상관은 없겠지만 전 엔딩에서 살짝 <라쇼몽(1950)>의 결말을 떠올렸어요. 순전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대중적 장르영화로서의 완성도는 엄청납니다. 영화의 사건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뒤, 연이어 치고들어오는 위기 상황의 파상공세와 영화의 중심이 되는 열차공간의 구석구석을 철저히 활용하는 공간 연출력, 상황에 처한 인물의 시점에 입각해 몰입을 이끌어내는 건 마치 70~80년대 스필버그 영화의 그것을 은연 중에 떠올리게 할 정도입니다. 118분을 롤러 코스터처럼 질주하듯 완급을 조율하는, 거의 완벽에 가깝게 영화의 페이스를 장악한 연상호 감독의 연출이 사회극적 심도와 맞물리며 2016년 한국 대중영화의 한 정점을 찍어내고 맙니다.
단평이 아니라 리뷰 수준의 글.
대박이 나왔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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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 <아가씨> - <부산행>의 올해의 영화 라인 업이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