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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녹터널 애니멀스(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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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8 13:18:03

명품 패션 디자이너로 여전히 명성이 드높은 톰 포드가 의외의 영화 분야로 진출하여 패션 뿐만 아니라 영화 연출에도 재능이 있다는것을 만방에 알렸던 화제작 [싱글맨]이 벌써 8년이나 지난 작품인지를 이번 [녹터널 애니멀스]를 보면서 새삼 알았다. [녹터널 애니멀스]를 소개하는 지면 곳곳에서 [싱글맨]이후 7년만에 선보이는 톰 포드 영화 연출작이라고 하길래 [싱글맨]이 그렇게 긴 시간을 먹은 작품이었었나, 싶었는데 그렇게 긴 시간을 먹고 있었다. 심지어 2000년대에 제작된 영화였다.

 

톰 포드가 [싱글맨]이후에도 패션 쪽에 종사하면서 7년만에 영화 신작을 내놓은것인데 연출 텀은 그보다 훨씬 짧게 느껴졌다. [싱글맨]이 개봉 이후에도 꾸준히 언급되고 있어서 체감상으론 한 3~4년 밖에 안 지난 작품같다. 그런데 [싱글맨]은 벌써 8년이나 지났고 2009년 제작물이다.

 

영화감독 직함으로 또 하나의 세계를 창조한 톰 포드의 두번째 영화 연출작인 [녹터널 애니멀스]는 톰 포드 감독의 전작과 달리 기대한만큼, 그리고 보기만큼 그렇게 패셔너블한 작품은 아니다. 전작에서 톰 포드는 본인의 전문분야를 완벽히 살려 흔해빠진 싸구려 휴대용 연필깎이마저도 그럴듯한 패션 소품으로 둔갑시켰지만 [녹터널 애니멀스]에선 장면 내리 패션화보와 같은 치장과 인공미, 공허하고 화려한 멋을 죽이고 연출과 극 구성에 힘을 실었다. 이 작품으로 톰 포드는 영화 연출력의 진가를 인정 받아 베니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는데 작품이 심사위원 대상도 못 가져갈것 없는 내공을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전작보다 발전된 시각과 연출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녹터널 애니멀스]는 작품에게 주는 심사위원 대상보단 감독상이 더 적합해 보인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감독상 후보에 올린게 이해가 된다.

 

[녹터널 애니멀스]는 영화 연출도 잘 하는 다재다능한 톰 포드 영화감독의 뚝심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엄청나게 치밀하고 완성도가 빼어난 깊이있는 걸작이란 얘기는 아니다. 원작의 한계 때문인지 액자구성도 심심하고 액자구성으로 나오는 극중극과 현재와 과거, 그리고 극중극의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드는 주인공의 혼란스러워진 심리변화가 중첩되는 지점이 의도한만큼 절묘하진 못하다. 영화의 제목이자 극중극의 제목이기도 한 '녹터널 애니멀스' 이야기의 전환방식도 느닷없고 단편적인 구성을 늘려내느라 부대껴 보인다.

 

그러나 여주인공을 둘러싼 현재와 과거, 그리고 여주인공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변의 여러 인물들, 그 사이사이에 소설은 작가 자신이 직접 겪은 체험의 반영일 뿐이라는 작가로서의 주관을 갖고 있었던 옛 남자친구의 신작이자 미출판 된 원고 '녹터널 애니멀스'의 이야기와 그에 사로잡힌 여주인공의 정신착란 증세, 한동안 잊고 지냈던 과거의 잘못된 행동과 그 때문에 내면 깊숙히 쌓인 죄의식의 그늘까지 2시간도 안 되는 이 작품이 감당해야 할 부분은 상당히 많다. 톰 포드는 이 모든것을 안정적인 구성으로 미끈하게 뽑아냈다. 극의 흐름이 빠른것도 아니고 현재와 과거와 극중극이 연결되는 교차점도 유연하진 않지만 소재의 범위가 폭넓지 못한 선에서 이 정도 구성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연출가로서의 저력이 느껴졌다.   

  

현재의 상황에선 한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고 언급만 될뿐인 에드워드의 말처럼 소설은 경험의 산물이다. 그리고 독자가 해당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는 자연스럽게 글쓴이의 세계관과 모습을 대입하며 받아들이게 된다. 하물며 작가와 직접적인 교류가 닿지 않은 일반 독자들도 그 작가의 전작들이나 기본적으로 알려진 사항만 가지고도 작가의 삶을 유추하고 온갖 다양한 해석을 내리는데 작가와 긴밀한 관계였던 지인들은 어떨까. 가까운 지인일수록 가공된 이야기, 상상으로 뿌리내렸다는 소설의 각 구성에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울것이다.    

 

[녹터널 애니멀스]는 소설을 쓰는 작가가 개인기를 활용하여 복수를 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서늘한 상황을 우아하고도 섬뜩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현재의 시간엔 한번도 등장하지 않고 과거의 모습과 그가 쓴 작품으로만 그려지는 에드워드는 수잔에게 자신들의 과거를 연상하게 만드는 '녹터널 애니멀스'라는 신작을 읽게 함으로써 일종의 최면술을 건것이나 다름없다. 수잔은 표면적으로는 에드워드와의 연애시절과 전혀 상관도 없는 배경과 사건을 그린 '녹터널 애니멀스' 이야기에 교묘하게 깔려 있는 자신의 모습과 에드워드의 조소를 파악하지만 도저히 독서를 멈출 수가 없다.

 

영화가 복수극이라지만 복수극의 짜릿함도, 처절함도, 긴박함도 깔려 있지 않은데 그럼에도 [녹터널 애니멀스]는 오래 전에 시련 당한 남자가 19년을 갈고 닦으며 오뉴얼에 서리를 내리듯 울분과 앙심을 폭발시킨 강력한 복수극이다. 에드워드는 그저 수잔에게 19년 전 그들 사이를 떠올리게 하는 소설을 우편으로 보낸것뿐이고 현재의 상황에서 수잔과의 접점은 일어나지도 않는다. 수잔이 그들 이야기를 다룬 실화소설 형태는 아니지만 과거 자신이 에드워드에게 보여주었던 이중성과 위선을 교묘하게 비튼 '녹터널 애니멀스'를 읽지 않고 버티기만 한다면 그녀는 에드워드의 의도적인 복수를 당할 일도 없고 마찬가지로 19년을 기다린 에드워드의 복수는 너무나도 간단한 방법으로 좌초되고 마는것이다.

 

그러나 에드워드를 버리고 결혼까지 한 남자는 외도에 정신 팔려 있고 자식들도 자신에겐 무관심하다. 가정생활은 서류적으로 묶여 있는것 이상의 의미가 못 되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긴 했지만 내면은 황폐하고 고독하다. 극 중 묘사되고 있진 않지만 계속 작가로서 활동하던 에드워드가 19년만에 뜬금없이 수잔에게 바친다며 미출간된 원고를 보낸것은 분명 계획적인 일이었을것이다. 그는 어딘가에서 수잔의 소식을 지속적으로 접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수잔이 가정에서 버림 받은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그늘진 삶을 겨우겨우 연명해가며 황폐해져 있기만을 기다리다 적기를 발견하고 적어도 수잔 한 사람에게만은 최면술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소설을 보내 그녀의 나약해진 심리상태를 더욱 고립시키고 궁지에 몰아 넣는것이다. 에드워드는 어딘가에서 수잔이 자신의 소설을 놓지 못할것이란걸 알고 흐뭇해할것이다. 그래서 그가 복수의 방법으로 전혀 부산을 떨지 않고 미출간된 소설 한권을 수잔에게 보낸 방법은 복수의 행위로서 가장 효율적인 응징이었다.

 

영화는 현재의 상황에서 한번도 에드워드를 등장시키지 않지만 에드워드가 연애시절 수잔에게 붙여준 애칭이자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이야기인 '녹터널 애니멀스'를 읽는 수잔의 독서행위를 통해 현재에도, 과거에도 에드워드가 수잔을 바라보는 엿보기같은 시선이 느껴진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현재의 수잔과 '녹터널 애니멀스'라는 극중극을 다시 에드워드라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전개시키는 이야기의 이야기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톰 포드는 주인공의 내면탐구에 집중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엔 장르적 장치와 복수극의 형태로 빚어져 명확한 줄거리로 요약될 수 있는 소설을 각색했지만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심리변화에 주력하는것은 여전한 모습이다.

 

극중극으로 나오는 우발적인 사건과 신경질적인 상황들, 그리고 현재의 상황과 맞물리면서 유도되는 대칭점이 이야기로써 그렇게까지 잘 붙지가 않아서 액자구성의 힘은 떨어지지면 인물들의 미묘해지는 심리를 잡아 올리는 솜씨가 좋아서 정서적으로 감싸주는 매력이 크다. 전작처럼 노골적인 패션화보로 대놓고 장기자랑을 하지 않고도 세련된 영상감각을 보여준 연출의 섬세함도 돋보인다.

 

애런 존슨의 연기가 호평을 받고 있는데 흉악한 강간살인마 역으로 연기변신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파격적인 장면설정 하나 때문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것같다. 배우의 연기력이 크게 필요한 장면은 아니었지만 설정자체가 배우로서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았을 때 소화할 수 있는 장면이라 굉장하다고 봤다. 레이 역의 애런 존슨은 야외에 설치한 변기에서 다 벗고 전화를 하면서 똥을 누다가 자신을 연행하려 온 경찰과 피해자 앞에서 거리낌없이 알몸으로 똥 누고 있는 모습도 보여주고 급기야 사람들 보는 앞에서 밑도 닦는데 영화는 밑 닦고 난 다음에 애런 존슨의 손에 들려 있는 휴지에 묻은 똥까지 보여준다. 그 장면에서 인간으로서의 수치심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는 모습의 애런 존슨 연기를 보면서 골든글러브 조연상 수상은 마땅한 댓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슈퍼맨 엄마보다 더 늙어 보였던 에이미 아담스가 [녹터널 애니멀스]에서 대학생으로 나올 땐 화면처리를 어떻게 한건지, 아니면 시술의 도움인건지 영화가 의도한만큼 20년은 젊어 보인다. [배트맨 대 슈퍼맨]제작비의 20분의 1도 안 들었을 [녹터널 애니멀스]에서 [배트맨 대 슈퍼맨]이 하지 못했던 젊고 생기발랄한 에이미 아담스의 외모묘사에 성공한것을 보니 안 그래도 한심한 [배트맨 대 슈퍼맨]이 더 딱하게 느껴졌다. 포스터에 일일이 이름이 새겨지진 않았지만 출연진이 화려하다. 에이미 아담스, 제이크 질렌할 외에도 주연급 배우들이 여럿 등장한다. 아미 해머나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로라 린니 등의 배우들은 톰 포드 신작이라는것에 의미를 두고 출연한것같은데 그나마 분량을 딴 아미 해머와 달리 로라 린니와 안드레아 라이즈보로는 한 장면 나오는 단역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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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01-18 14:05:33

감상기 잘 보았습니다 :) 마이클 섀넌은 언급하지 않으셨내요 ㅜ 이미 킥애스가 나온다는 것을 인지하고 영화를 감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론 테일러 존슨임을 각인하는데는 꽤나 시간을 요했던 제 경험에 비춰보면 그의 연기가 대단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WR
2017-01-18 14:49:35

마이클 섀넌은 기본적으로 잘 하긴 했지만 배역 자체도 그렇고 그렇게 눈에 띄이진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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