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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세븐>(1995)의 다양한 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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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4-23 21:19:53

 해외 블로그에서 데이빗 핀처 감독의 1995년작, <세븐>의 다양한 홈비디오용 판본에 관한 포스팅이 있길래 간단히 간추려 적어봅니다. 전문적인 영화 용어가 너무 많이 나와서 제가 이해되는 수준 내에서 내용을 축약해서 올린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전 영알못이었던 것입니다...)

 

 <세븐>일 경우 컬러 그레이딩 작업(* 영화의 색감을 결정하는 작업)에 있어 블리치 바이패스 기법을 적용한 영화입니다. 

블리치 바이패스 기법이 적용된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영화, <쓰리 킹즈> 

 블리치 바이패스 기법에 대해 잠깐 짚고 넘어가자면, 블리치 바이패스(Bleach-bypass)는 용어 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표백(Bleach) 과정을 건너뛴다(Bypass)는 의미입니다. 필름을 현상할 때 필름에 있는 은입자를 제거하는 표백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블리치 바이패스 기법이 적용된 영상은 색대비는 높아지고, 채도는 감소되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필름 그레인(* 필름 사진/필름 영상에서 볼 수 있는 불규칙적인 입자들을 가리키는 용어)에 있어 그레인 입자가 더 거칠어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블리치 바이패스 기법은 다소 거칠고 투박한 느낌을 내는데 효과적인 기법입니다. 블리치 바이패스가 적용된 대표적인 예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같은 영화들을 들 수 있겠습니다.

 블리치 바이패스 기법은 필름 현상소마다 조금씩 다르게 적용되기도 하는데 <세븐>은 디럭스사(*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헐리웃 필름 현상소 중 하나)에서 색대비 향상(Color Contrast Enhancement, 일명 CCE) 과정을 거쳐 블리치 바이패스 기법을 적용했습니다. 디럭스사에 따르면 색대비 향상(CCE) 과정을 통해 대비 향상, 더 깊은 검은색 표현, 그레인 추가와 함께 그림자 디테일을 보존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핀처 감독은 <세븐>의 홈비디오에서도 디럭스사의 색대비 향상(CCE) 효과를 재현하기를 바랐습니다. 이를 위해 <세븐>의 먼저 핀처 감독은 대비-콘트라스트-가 낮은 필름으로 텔레시네 작업(* 초당 24프레임인 영화 필름 영상을 초당 30프레임인 비디오 신호로 전환시키는 일)용 프린트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이 프린트로 텔레시네 작업을 거친 뒤 직접 장면별로 컬러 그레이딩 작업을 감독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핀처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96년판) 홈비디오용 마스터입니다. 1996년 발매된 VHS, 레이저디스크, DVD는 모두 이 마스터를 기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홈비디오용 마스터는 핀처감독이 직접 감독한 만큼 색상표현은 훌륭했으나 480i로 스캔되었고, 마스터 테이프에 합성되는 과정에서 비디오 노이즈가 생겨서 여러모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파이트클럽> 작업을 마친 2000년, 핀처 감독은 <세븐>의 새로운 DVD용 아나모픽 트랜스퍼 작업을 하게 됩니다. 핀처 감독은 당시 새롭게 찍은 프린트로 작업을 하길 원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자 네거티브 필름(* 영화 촬영이 끝나고 제일 처음 만들어지는 원본 필름. 일반적으로 이 네거티브 필름을 복사해서 마스터 포지티브 필름을 만들고 편집과정에 사용하고, 이 마스터 포지티브 필름을 다시 한번 복사해서 극장 상영본 마스터를 만들게 됩니다. 우리가 극장에서 접했던 극장용 프린트는 이 상영본 마스터를 한 번 더 복사한 필름입니다.)을 직접 스캔한 뒤 디지털 색보정을 통해 극장 상영본의 블리치 바이패스룩을 재현하기로 결정합니다. 새로운 마스터는 1080i로 스캔되어 2000년 플래티넘 에디션 DVD, 2004년 재발매판 DVD뿐만 아니라 2009년 네덜란드판, 캐나다판 블루레이와 iTunes HD버전 다운로드용 영상 제작에도 사용되었습니다. 이 마스터는 이전 마스터와 비교할 때 영상 전반에 녹색조가 강하게 깔려있다는게 특징입니다.

 한편, 2009년 이탈리아에서 발매된 <세븐> 블루레이는 색보정을 거치지 않은 마스터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어 위에 언급했던 판본들과는 사뭇 다른 색감을 보여줍니다. 뉴라인 플래티넘 DVD, 네덜란드판, 캐나다판 블루레이에 짙게 깔려있는 녹색조가 보이지 않는 '날 것' 같은 느낌이 이탈리아 판본의 특징입니다. 캐나다판과 달리 이탈리아판은 1080p로 발매되었습니다.

 2008년 <세븐>을 제작했던 영화사, 뉴 라인 시네마가 워너 브라더스사에 인수합병되면서 워너 브라더스는 <세븐>의 판권을 확보하게 됩니다. 이후 2010년 새롭게 색보정 작업을 다시 한 번 거친 워너 브라더스판 <세븐>이 출시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발매된 <세븐> 역시 이 때 나온 워너판입니다. 워너판일 경우 2000년부터 시작된 틸 앤 오렌지 기법(* 오렌지와 청록색 계열의 색상을 강조하는 컬러 그레이딩 기법. 블리치 앤 바이패스 기법과 달리 사실적이고 선명한 인상을 줍니다.)의 영향을 받은 듯한 색보정이 들어갔습니다. 위 스크린샷을 봐도 이전 플래티넘 에디션 DVD나 네덜란드판 블루레이과 비교시 워너판은 녹색조는 조금 사라진 대신 하늘과 존 도우의 죄수복 색은 좀 더 뚜렷해진 인상입니다. 잔디의 디테일(질감, 그림자)에서도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세븐>은 시간을 거쳐 다양한 홈비디오용 판본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냥 극장 상영용 마스터를 홈비디오용에도 사용하면 그만이지 않나 싶기도한데 저의 지식으로는 알 수가 없어 이 부분에 대해선 저보다 좀 더 영잘알인 회원분의 댓글을 기다리겠습니다...) 1996년판 첫 번째 마스터는 극장판 상영본에서 적용되었던 디럭스사의 CCE 기법까지 충실히 재현했으나 당시 기술적 한계인지 480i로 제작되어 블루레이 제작에는 사용되지 못했고, 2000년 새로운 마스터는 네거티브 필름 스캔본을 이용했으나 디지털 색보정으로 인해 CCE 재현에 힘썼던 1996년 마스터와는 사뭇 다른 색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두 마스터가 비교적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모두 데이빗 핀처 감독의 감독하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핀처 감독이나 다리우스 콘쥐 촬영감독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이었는지 조금은 갸우뚱하게 됩니다. 어찌됐든 국내유저들에겐 선택권이 거의 없기에 딴나라 얘기긴 합니다만, 마스터와 색보정에 따라 이렇게 같은 영화라도 이렇게 다양한 판본이 있을 수 있구나 정도로 알고계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 새로 나오게될 4K UHD 블루레이에선 또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지네요.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어로 된 영화전문용어에 익숙하다 싶으신 분은 글 아래 링크를 타고 직접 원문을 읽어보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필름 현상과정, 칼라 그레이딩, 마스터 제작, DVD/블루레이용 트랜스퍼 등 다양한 과정의 전문용어가 많이 나와서 저도 요약하면서 많이 공부가 되었습니다. 혹시 틀린 정보가 있거나, 더 알면 좋을 정보/지식이 있으시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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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4-23 22:21:22

제 인생영화입니다(타이타닉과 더불어)
좋은 정보네요. 전 워너 블루레이 색감이 제일 맘에 듭니다. 요청하는 건 절대 아니고요, 중간에 밀즈가 존 도를 쫓던 장면의 색감 비교도 궁금하네요.

WR
2020-04-23 22:55:26

제가 찾은 사이트에서 판본별 스크린샷 비교는 글에 업로드한 장면 2개 외에 기네스 펠트로와 모건 프리먼의 클로즈업샷 두 개뿐이라 말씀하신 장면 색감 비교는 힘들것같습니다.ㅠㅠ 언급한 나머지 두 개의 장면은 글 아래 링크 타고 들어가시면 보실 수 있어요.

2020-04-23 23:20:48

이렇게 보니 넷플 판본은 대체 어느 판본 기준일지 궁금하네요 

2020-04-24 00:28:11

처음 쎄븐 개봉전 영화잡지에서 필름에 은입자를 사용해 검은색 부분이 더욱 선명하게 감상한다. 그러나 이건 미국의 극장중에 특수필름 상영관에서나 볼 수 있는 . 국내극장에서는 볼 수 없다.
이런 글을 읽은거 같은데.
국내개봉 피카디리극장에서 개봉날 본 영화인데. 상당히 인상 깊게 관람한 경험이 있습니다. 뉴라인 이라는 dvd 에서 출시되어 미국 사이트에 주문해 받았던 디자인 훌륭한 타이틀중 하나 였는데. 국내에서 폭스판. 나중에 워나판.
초기 비트윈 에서도 나온 좀 특별한 영화 였습니다.

2020-04-24 05:09:52

색보정을 하지 않은 이탈리아 판을 보고 싶네요...

2020-04-24 14:27:35

얼마 전 크라이테리온판 LD를 처분했는데 후회하고 있습니다.

나중에라도 다시 구매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2020-04-24 16:05:32

상세하고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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