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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펌) 페북에서 퍼온 글입니다

시네마토그래프
19
  1825
2017-04-21 14:38:32

대선 때 심을 찍게 될 것이다. 아직 찍겠다고 확실히 마음먹은 건 아닌데, 이래봐야 결국 투표장 가면 찍게 될 것이다. 뻔하다. 조선의 좌파가 그럼 누굴 찍겠는가. 이 나라에 멜랑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샌더스가 있는 것도 아닌데. 후보들 줄 세워놓고 개중에 가장 왼쪽에 있는 자를 찍는 것이 이번 대선을 맞아 조선의 좌파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어차피 나는 노동당원이니까 그 외에 다른 짓을 했다가는 해당 행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심이 토론회에서 참여정부를 공격하며 문빠들에게 지독하게도 시달리고 있는 지금 상황이 결국은 자업자득이라는 비관을 떨칠 수가 없다. 현대판 홍위병들을 이해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정의당은 노무현의 뒤를 잇겠다고 했다. 노무현과 전태일이 만났다는 캐치프레이즈를 아직도 기억한다. 통진당의 것이었지만, 곧 정의당의 것이 되었다. 그 때 난 계급이라는 문제의식의 가장 중요한 단위를 버렸다고 얘기했던 것 같다. 진보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애교라는 답을 들었던 것도 같다.

그렇다면 진보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노무현을 지지하는 그 마음은 손쉽게 받아 안았으면서 그 실패의 책임은 상대에게 떠넘기는 게 일관성 있는 정치 행위인가. 그게 정치에서 말하는 책임 윤리인가. 아닌 것 같다. 비난의 기저에는 아마도 이런 심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지 받고 싶을 땐 노무현 팔던 것들이 문재인 까겠다고 이제 와 참여정부를 욕하는가. 민주노동당 때부터 진보 정당을 해왔던 사람들은 이게 부당한 비난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지금 여러분들은 정의당 당원이다. 그렇다면 책임지셔야 한다.

이것은 지금 현존하는 정의당이 결국 자유주의 세력과 분별하여 자립하고자 했던 좌파들의 성과를 온전히 가져갈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건 정의당을 만든 사람들의 선택이었다. 비난하는 게 아니다. 그런 선택을 함으로써 결국 자유주의 세력의 부분 집합으로 여겨져야 하는 기회비용을 치러야 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우리를 잘 몰라줘서 안 찍는다고 말한다. 우리를 찍고 싶지만 사표 심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안 찍는 거라고도 말한다. 아니다. 사람들은 다 안다. 다 아는 데도 우리를 안 찍어주는 것이 우리가 진짜 마주해야 할 엄혹한 현실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기회비용을 치르려 하지 않는 정치적 비겁함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 게 지금의 이 난리라고 생각한다. 진보는 비겁하다. 도통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가오 상하는 일이다. 우리가 비겁함을 참아줄 수 있을 때는 현실에서 당선 가능성이 있을 때뿐이지만, 지금은 가진 게 가오밖에 없는데 가오마저 상한다.

그리고 이 가오가 더욱 상하는 것은, 이 비난을 받으면서도 결국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하려는 사람들인지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론회를 보면서 더욱 열 받았던 것은, 홍준표는 지가 우파라면서 저렇게 설치고 다니는데 이 땅에는 좌파를 자임하는 정치인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홍준표의 말과 달리 문재인과 안철수가 좌파가 아닌 이유는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단순하다. 자기가 좌파라고 한 적이 없잖아. 좌파라고 말해도 좌파가 아닐 순 있는데, 좌파라고 말도 안하면서 좌파일 순 없잖나. 그러니 이건 정치 공세고 낙인찍기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심상정은 좌파인가?

물론 꼭 좌파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럴 거면 가장 왼쪽에 있다고 남들에게 개량, 보수 딱지 붙이면서 가오 잡지 말라는 거다. 지금의 문제는 다른 후보들과 심이 달라서가 아니라 똑같아서 그런 것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지 방향의 차이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 나 좌파다. 우파들 그 동안 고생했다. 바닥에서 빌빌 기던 이 나라 세계 10권의 대국으로 만드는데 너희들 성과가 어느 정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너희 역할 끝났다. 지금은 이 나라가 우리를 필요로 한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전혀 다른 방향의 정치가 필요하다. 그동안 우파들이 해왔던 정치 이제 지겹다. 지겨워서 신물이 난다. 진보 타령하던 개혁 세력들도 지겹긴 마찬가지다. 이제 진짜 좌파들이 제대로 해보겠다.

그러나 심에게는 당선 가능성도 없고 좌파의 가오도 없고 정치적 당당함도 없다. 심이라는 사람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심상정이라는 대선후보의 자산이 그렇다. 하지만 우리는 좌파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면서 이 나라에서 샌더스와 멜랑숑의 바람이 불기를 원할 수 있는가?

이래봐야 결국 투표장 가서 심을 찍을 것이다. 난 좌파니까. 그러나 이제 이딴 정치 지겨워서 전혀 다른 세계를 원하는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무런 비전도 제공해주지 못하는 현 좌파 세력의 책임이 아니라고 그 누가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문재인이 아니라 홍준표를 붙잡고 싸워야했다. 좌파와 우파의 매치를, 상식과 비상식의 매치로 바꿔야했다. 시대에 발맞추지도 못하는 이 덜떨어진 우파들아, 이제 집에 가라. 내가 좌파다 씨발, 이제 우리가 상식이 되고 주류가 될 것이다, 더욱 대담하고 가슴 벅찬 세계를, 이 나라에 한 번도 없었던 그 좌파의 길을 바로 내가 지금부터 보여주겠다, 말 버벅거리는 너희 보수 아류 새끼들도 저리 꺼져라.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남은 건 세탁기 드립과 책임지지 않는 비겁함, 둘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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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에서 퍼온 글입니다. 개인적으로 심상정에 대해 비판한 글 중에서는 가장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네요.

한마디로 심상정은 좌파 후보로서 비겁한 길을 걸었다는 겁니다. 그게 결국 좌파로서의 선명성을 부각시키기 위한게 아니라 사민주의 정당으로서 목숨을 연명하기 위함일지라도.


5
댓글
판단중지
2017-04-21 05:57:19

정확한 출처를 남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WR
시네마토그래프
1
2017-04-21 06:05:59

IMG_2650.PNG

판단중지
2017-04-21 06:18:36

감사합니다.

동상
1
2017-04-21 06:41:05

 저는 제일 어리석은 행동 중에 하나가 사표를 걱정해서 자신이 제일 지지하는 후보가 아닌 차선 또는 차차선의 후보에게 투표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당장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이번 대선의 지지율이 분명 다음 행보에 영향을 미쳐서 그 후보가 더 성장할 수도 있는데 그 싹까지 짜르는 겁니다. 

블루40
2017-04-21 08:31:30

글이 좋네요. 저도 심상정후보에게 가장 아쉬웠던 점이 그점입니다.

좌파의 선명성을 "난 누구든 상관없이 걸리면 깐다"로 시전하지말고, 

문재인 후보가 하지못하는 홍준표 잡이에서 드러냈어야한다고 봅니다. 

이 땅의 꼴통 엉터리 보수의 민낯을 드러내는데 그 힘을 썼어야죠.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는게 다른 3명의 정치인들과 똑같은 전략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다니...

 

누가 진짜 적인지 국민들은 다 알고 있는데, 아직 감못잡은 정치인이 많은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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