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적 경험은 인류의 모범이 될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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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전우용씨의 한국과 일본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 비교하는 글이 있었고, 여기에 대한 분도 회원님의 반론이 있었습니다.
제가 댓글로 쓴 의견이 반론으로 인정되지 않고 인신공격으로 받아들려지기에 저는 저의 의견을 별도로 올리고자 합니다.
제가 파악한 분도님의 이슈는 두 가지입니다.
1. 한국과 일본의 민중 항쟁의 경험은 차이가 없는 것인가?
2. 한국의 민주주의를 자랑하는 것이 비교당하는 다른 나라를 깍아내리는 것인가?
첫째, 한국과 일본의 민중 항쟁의 경험은 차이가 없는 것인가? 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죠.
한국의 3.1운동, 4.19의거, 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화항쟁, 촛불집회가 분도님이 예로 든 일본의 에도시대 민중봉기, 전공투 운동이나 오키나와 주민의 미군에 대한 시위정도의 레벨에 해당되는 것 일까요?
분도님은 과거 한국인이 국권회복과 민주주의를 위해 했던 운동과 항쟁을 '민중 봉기'라는 카테고리로 묶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민중 봉기라면 로마의 스파르타쿠스의 노예 반란도 있고 중국 황건적의 난도 있습니다. 그런데 위에 열거한 한국인의 저항 운동들이 단순 민중 봉기로 치부할만 한 사건일까요?
이들 사건은 역사적으로 한국과 주변 국가에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그 정신까지 계승되어 내려오고 있습니다.
3.1운동을 보실까요?
우리나라 헌법전문을 살펴보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이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3.1운동 직후 상하이의 민국일보는 3 20여 차례 보도와 논평을 통해 조선민족의 저항의식을 높게 평가하며 중국인들의 각성을 촉구했다고 합니다. 또 당시 중국 지식인그룹의 선두주자였던 천두슈(陳獨秀), 리다자오(李大釗) 등도 <조선독립운동에 대한 감상(朝鮮獨立運動之感想)> 등의 글을 통해 조선민족의 투쟁정신을 극찬하며 위축되고 굴종적인 삶에 익숙해진 중국인의 모습이 부끄럽다고 개탄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청년학생들의 분발과 궐기를 촉구했습니다. 우리가 배운 것처럼 3.1운동은 중국의 5.4운동에 영향을 주었고 5.4운동을 주도했던 베이징대학의 학생대표 푸쓰녠(傅斯年)은 <조선독립운동의 신교훈> 등의 글을 통해 3.1운동을 중국인도 본받자고 호소했습니다.
6월 민주화 항쟁에서 군사정권으로부터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고 이를 통해 진정한 민주정부가 들어서게 되고 군부 쿠데타 세력을 몰아내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일본의 민주주의에서의 경험이 한국과 차이가 없을려면 그정도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사건이 있어야죠. 1987년 한국은 6월 항쟁을 통해 민주주의에 한걸음 나아갔지만 2년 후 시작한 중국의 청안문 시위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중국의 천안문 시위에 해당하는 운동도 없지 않습니까?
분도님의 댓글중에 이런 내용이 있더군요. "전우용이 예로든 4.19 참여 10만명 사망 200명 남짓입니다. 일본에 이 규모의 대중운동이 없었을까요." 민중 운동의 레벨을 참여인원과 사망자 수로 비교하려는 발상은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저는 이렇게 질문하고 싶습니다. 일본에 일어난 대중운동에 헌법에 까지 그 정신을 계승하는 운동이 있습니까? 일본 역사에 영향을 주고 주변국까지 인정한 민중 운동이 있습니까?
두번 째, 한국의 민주주의를 자랑하는 것이 비교당하는 다른 나라를 깍아내리는 것인가?
분도님이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인류의 모범'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죠.
우리가 배우는 역사에서 현대 민주주의를 언급할 때 반드시 영국과 프랑스 두 나라를 지나치지 않습니다. 두 나라가 어떻게 전제적인 독재권력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이루어냈는지 배웁니다. 이 두나라가 자긴의 민주주의 역사에 대해서 자랑할까요, 자랑하지 않을까요?
프랑스는 '우리는 왕의 목도 땄다'고 자랑하는 나라입니다.
"무기를 들어라 시민들아! 시민군을 조직하라! 행진하라, 행진하라! 적의 더러운 피로 우리 논밭의 고랑을 적시자!" 당시 시민 혁명군이 부르던 노래가 프랑스 정부의 애국가 '라 마르세예즈'로 제정되었습니다.
이들 국가의 민주주의가 그 후 인류의 모범이되었다고 하는 표현이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어떻습니까? 우리가 파시즘에 의해 한국의 민주주의를 자랑하고 있는 것일까요?
결론적으로 우리는 우리보다 앞선 민주주의 체제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부러워하지만 적어도 한국보다 후진적인 정치체제를 가진 국가는 분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데 토니블레어 내각이 의회에서 토론하는 동영상이 DP에 올라왔었습니다. 한쪽 정당이 상대방 정당을 공격하는 발언을 하면 다른 정당이 다시 반격하는 내용이었는데 치열하게 토론하면서도 발언의 수준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당시 503 시절이었고 많은 분들이 수준높은 영국의 의회정치를 부러워하면서 한국은 언제 저런 시절이 올지 안타까와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 민주주의를 세계에 자랑해도 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촛불집회룰 통해 광장 민주주의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 세계에 보여주었습니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결합되는 집단지성 인터넷과 광장을 통해 표현되는 발언의 영향력이 제도권 정치집단을 능가한 의미있는 사건입니다. 이것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국뽕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는 의견이지만 적어도 다른 나라에 자신있게 우리가 잘했다고 말할 수는 있지 않을까요?



"인도인은 민도가 높아서 비폭력 투쟁을 했던 것일까요."
아닙니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항쟁을 민도와 결부시키는 자체가 잘못되었습니다. 인도는 카스트제도와 여성에 대한 인권 유린이 심각한 사회지만 비폭력 투쟁은 잘한 것이죠. 심플하게 접근하면 됩니다. 잘한 것은 잘했다고 하고 못한 것은 못했다고 하면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민도로 접근하고 민족적 우월주의이 아닐까라는 결벽증에 가까운 시각때문에 왜곡되는 것이죠.
분도님은 일본인에 대한 한국인의 우월의식을 지나치게 경계하는데요. 한국의 역사를 자세히 알고 있는 일본인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부러워한다고 말하고 싶네요.
영화 1987에 대한 일본 관객의 평으로 마칠까 합니다.
"이렇게 민주화를 위해 보도도 시위도 목숨을 걸고 하는 '자랑할 수 있는 역사를 갖는 것' 이것이야말로 자존심이고 애국심이다..."
이제 자야 해서 댓글에 대답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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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기에는, ‘조선민족의 민족성’을 뽑아내려고 시도했던 일제의 파시스트적 발상을 전우용씨가 현대의 일본인을 분석하면서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 게 문제 같네요. 그외 개념적 부정확성도 좀 있구요. 이를테면 국가가 개인인권을 침해해도 된다는 생각은 군국주의가 아니라 전체주의의 소치입니다. 일본이 민국이란 표현을 못 쓰는 이유는 영국처럼 왕국이기 때문이구요. 일본국민 다수가 천황을 여전히 숭배한다는주장은 근거가 궁금하군요. 전우용씨 가끔 논리전개에서 무리하거나 오락가락할 때가 있어요. 역사는 좀 아는데 철학이 약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