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역사] 임진왜란은 생각보다 글로벌 했던 전쟁입니다.
임진왜란 관련 일본측 자료와 서양측 자료를 읽다보니,
우리가 임진왜란을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 형식으로 바라보았는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흔히 임진왜란을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고 나중에 중국이 건너와 원조한 전쟁, 즉 3자 게임으로 인식하는데... 실상은 훨씬 복잡했더군요.
임진왜란에 직간접적으로 참가한 플레이어는 훨씬 많았습니다.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 (스스로의 야심, 그리고 서양에 과시해야 한다고 판단)
- 도요토미 히데요시 본인이 대단한 야심가라서 중국을 정벌하고자 했던 마음
- 임진왜란 발발 얼마 전에 난파한 스페인 선박의 한 선원이 스페인 본국이 일본을 정복할 거라고 위협한 적이 있는데, 이에 위협을 느낀 도요토미가 전면적 무력행사를 통해 스페인에 힘을 과시하고자 함
- 실제로 임진왜란 진행 와중 필리핀 주재 스페인 총독에 3차례 경고를 보냄
일본의 기독교 영주들 (기독교 신앙과 도요토미의 명령 사이에서의 갈등)
- 고니시 유키나가는 임진왜란에는 반대했다고 알려졌으나, 그 전에 스페인 신부에게 스페인 왕이 중원을 정벌하면 자기 휘하 7천명을 지원하겠다고 약조한 바 있습니다
포르투갈/스페인 선교사들 (일본을 통해 중국을 정벌, 기독교화하고자 하는 선교사, 또는 이에 반대하는 선교사)
-코엘료라는 신부는 임진왜란 발발 몇년전부터 도요토미에게 대륙정벌의 필요성을 논했고 세스페데스라는 신부는 명분 없는 전쟁이라며 반대했습니다
필리핀 총독 (선교사들 뻘짓하는 건 모르겠고, 일단 방어태세 강화, 일본동향 예의주시)
- 도요토미가 필리핀 정벌을 공공연하게 위협하니 마닐라 요새화를 한 층 더 진행시키고, 일본전쟁준비 동향을 계속 살핌
네덜란드 (포르투갈/스페인이 뻘짓하는 거 보면서 걔네들 대신 일본과 독점무역계약 체결하고자 함)
- 스페인은 전세계를 정복하려고 하는 무지막지한 악당이기 때문에 이들을 멀리하고 대신 네덜란드와 무역해야 한다고 설득
이렇게 다방면으로 다차원적으로 전개된 진정 국제적 게임이었더군요.
다른 한편 누르하치의 여진족 또한 조선에 원군을 지원하겠다고 했다던데, 만주족이 임진왜란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한편 기독교의 역할이 무척 중요했는데, 임진왜란 당시 실제로 서양인 선교사가 조선 땅을 밟기도 했고, 또 당시 일본에는 20만명이 넘는 기독교가 있었고 선교사들은 신의 가르침에 따라 세상 끝까지 포교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에 위협을 느낀 도요토미 정권 그리고 이어 도쿠가와 정권은 이들은 아예 뿌리 째 뽑으려고 노력했었죠.
그리고 일본의 기독교 대박해 이후 적지 않은 일본인들이 필리핀과 동남아로 망명했습니다.
타카야마 우콘이라는 다이묘는 마닐라에 망명했는데, 스페인 측으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아무튼 보다 글로벌한 관점에서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쓰기 |
예전 시사인에서 본 기사에는
태국이 임진왜란 참전을 명나라에게 건의했는데 명나라에서 거절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