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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김희애 주연의 1992년 MBC 6.25 특집극 2부작 나목 제2부(1992/6/25)

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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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7 01:08:30

1992년 MBC 6.25 특집극 2부작 [나목]


방영일 - 1992년 6월 24일~6월 25일(밤 9시 50분)

연출 - 장수봉

각색 - 박진숙

원작 - 박완서

출연 - 김희애, 박근형, 정혜선, 이동준, 신양희, 김형자, 윤문식, 박종관, 신국, 장인환, 신귀식, 문희원, 이원재, 최한호, 김민석, 이효신, 주신영, 조진, 김민, 팀 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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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목] 제1부에 이어 제2부를 따라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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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 제2부는 원작 전개와 비교했을 때 원작의 3분의 1이 지난 8장에서부터 전개된다고 볼 수 있지만 영상화의 편의상 장면 장면을 재조립했고 뺀 만큼 추가한 구성도 많아서 원작과 같은 흐름을 타진 않는다. 원작은 총 17장으로 구성됐다.(박완서 소설전집으로 기획된 1995년 세계사 판 기준) 원작과 비교했을 때 심리묘사가 직접적인 상황과 직설적인 대사로 표현될 때가 많다 보니 원작이 유지한 냉소의 감정선이 무너지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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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던진 껌, 초콜릿 등을 받기 위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미군 차에 달려드는 처연한 전쟁중의 풍경, 그리고 몸을 팔기 위해 곱게 단장하고 미군 차에 오른 양갈보, 양공주, 양색시의 비극적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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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며칠 째 무단결근하고 있는 옥희도가 걱정돼 태수와 함께 옥희도가 세들어 사는 문칸방을 방문하지만 옥희도는 부재한다.


원작에선 옥희도가 가족을 모두 두고 월남한 설정이 아니기 때문에 이경이 옥희도의 집에 방문했을 때는 다섯 아이와 목이 긴 현모양처와 살고 있다. 이경은 태수와 사과를 사들고 옥희도 집에 문병을 가는데 이때 태수와 시덥잖은 미래 얘기를 하다가 생존 보장조차 장담할 수도 없는 전쟁 중의 이 살벌한 현실에서 5년 뒤, 10년 뒤의 삶을 그리며 2세까지 논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싶어 무기력해진다. 언제 그칠지 모르는 코로나 상황이나 지구온난화에 따른 자연재해의 근거리 경고와 현실로 비혼에 현실성의 무게를 두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고민과도 겹쳐볼 수 있는 무기력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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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보류해야 하는 생계형 삶도 괴롭고 북에 두고 온 가족들 때문에도 고통스러운 옥희도는 이산가족을 찾는 행인에게 공감을 느끼며 방황한다. 사실 집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끼니 때문이다. 옥희도는 국밥을 먹으며 고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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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수는 옥희도의 집에까지 찾아온 이경의 행동에 질투를 보인다. 이경은 옥희도에게 기울어져 있는 마음을 들킨 것이 멋쩍고 눈치도 보여 태수와의 데이트로 태수의 불만을 가라앉히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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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데이트 영화로 선택한 작품은 비비안 리 주연의 [애수]다. 원작에선 1952년 새해 기념으로 만나 클라크 게이블 주연의 [귀향](1948)을 관람하는데 시기적으로는 [귀향]을 보는 게 맞다. [애수]가 6.25 동란 중에 개봉하긴 했지만 1952년 10월 20일에 개봉한 작품이라 [나목]의 배경 시기와 살짝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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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수]는 박완서가 결혼 전 남편과 남편을 만나기 전에 어울렸던 연하의 지섭과 본 영화였다. 박완서는 이미 지섭과 만날 때 장안의 화제작이었던 [애수]를 관람했지만 이후 남편이 된 호영진의 제안으로 안 본 척 하고 재관람했다. 연하의 지섭은 박완서의 마지막 장편인 [그 남자네 집]의 모델이었다. 박완서는 [나목]에서 태수의 모델인 호영진과 1953년 4월 21일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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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선 [애수]가 아닌 [귀향]을 보는 설정이라 이경이 최루성 멜로를 보며 펑펑 우는 장면은 없다. 그리고 이경 자체가 그렇게 감상적인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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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난 뒤 할 일이 없어진 두 사람. 태수는 자신의 자취방으로 이경을 초대한다. 이경은 자신에게 철저히 무심한 어머니가 있는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 태수를 따라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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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이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방을 깨끗이 치워놨다며 음흉한 속내를 비추는 태수. 두 사람은 이미 키스를 한 사이이다. 태수는 이경의 방문을 육체의 허용으로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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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도 적당한 대상을 고를 뿐 혼전순결에 의미를 두진 않는다. 태수는 분위기를 잡고 이경을 눕히지만 이경은 미동 없이 몸을 맡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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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현실도피의 욕망으로 일탈을 하고 싶을 뿐 태수에게 관심이 없다. 그러면서도 태수를, 태수의 젊음과 육체를 갈망한다. 태수는 일방적인 그들의 관계가 비참해 이경과의 잠자리를 포기한다. 그렇지만 그 상황에서도 이경은 여지를 주어 옥희도와의 양다리를 유지하다가 나중엔 미군에게까지 침을 바르며 세 다리를 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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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수의 방을 나온 이경. 자신의 감정 상태에 혼란을 느끼던 이경은 자신이 옥희도를 향한 일방적 구애에서 비롯되는 비참함을 태수에게 대입하며 인간적으로 연민을 느낀다. 태수에게 굴욕을 안겨준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태수를 받아들이기로 결정, 태수의 방으로 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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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태수는 집에 없었다. 이경을 배웅하고 가라앉은 기분을 달래기 위해 외출을 한 것 같다. 태수의 잠긴 방문을 애타게 두드리는 이경의 절박한 모습과 창문에 비쳐진 이경의 얼굴을 교차한 편집은 특집 단막극만이 취할 수 있는 형식미로 애절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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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도의 집까지 찾아가서도 만나지 못한 옥희도가 초상화부에 출근하자 생기가 도는 이경. 옥희도의 잦은 결근이 가능했던 건 건당 수익이 돌아가는 일당제에 졸부 사장의 예술가 후원이란 허영심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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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도의 복귀로 기분이 좋아진 이경은 PX에서 친하게 지내는 미숙이 미군 흑인 상병과의 국제결혼 문제로 고민하자 흑인 미군과 결혼해서 잡종, 혼혈, 튀기를 낳아 멸시를 받을 것이냐며 다그친다. 미숙은 이경의 너무 직설적인 단어 선택에 상처를 받는다. 혼혈과 튀기는 각색에서 추가된 단어다.


원작에선 초상화부 화가들이 습관적으로 잡종 쌍판이나 그리고 산다며 신세한탄을 하고 이경도 그들의 대화에 길들여지면서 무의식적으로 그녀가 상대하는 GI들을 잡종, 쌍판으로 취급해 버린다.


"미스 리가 잡종의 새끼들에게 채여갈까 봐 겁나냐?"


"세상 못 만나서 엽전의 총각놈들은 싸움판에 끌려댕기다가 반반한 색시들을 잡종 새끼들에게 다 빼앗기게 생겼으니."


"네 계집이나마 안 뺏기려면 어서 잡종의 쌍판이나 그려라."

- 원작에서 흑인 GI와의 관계 문제로 이경과 미숙이 대화를 나누기 직전에 그려지는 화가들 자조적 대화


전쟁으로 막막해진 극빈국에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이 나라 젊은 남자들은 군대에 끌려갔고 이 나라 젊은 남자들과 혼담이 오가야 할 젊은 여자들은 생존을 위해 양키들을 상대로 몸을 파는 가족부양의 현실에 직면했다. 희망없는 세상에서 모두가 현실도피 아니면 염세주의로 찌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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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을 하는 어머니는 무너진 행랑채 지붕을 보며 죽은 아들들을 그리워한다. 어머니는 두 아들을 잃고 허(虛)의 상태가 되어 과거의 환영을 족쇄처럼 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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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집 안에서 두 아들의 망령에 사로잡혀 완전한 허의 상태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딸은 지독한 현실도피로 퇴근길의 노점을 습관적으로 찾으며 구슬픈 소리를 내는 태엽 감는 인형의 움직임에 홀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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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이 노점의 인형을 매일 구경한다는 것을 알고 이경을 찾은 옥희도, 자신을 생각해준 옥희도의 모습에 감격한 이경. 옥희도는 이경에게 선물을 해주겠다고 한다.


원작에서 장난감 노점은 둘만의 비밀 접선 장소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퇴근 후 만나는 장소로 정해놓고 매일같이 밀회를 즐긴다. 옥희도는 이경이 태수의 형수를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는 문제로 노점을 찾지 못한 날엔 그 이유를 묻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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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구경만 하던 이경이 물건을 사자 만날 졸고만 있던 노점상이 반색을 한다. 노점상은 서로에게 선물을 해주려는 두 사람에게 물건 하나씩을 판매한다. 이경은 옥희도에게 술 마시는 침팬지 인형으로 보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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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밀애 장소는 성당이 보이는 무너진 건물 앞. 드라마에선 거의 이경 혼자만의 감정으로 묘사되지만 원작에선 안정적인 가정이 있는 유부남의 여유에서인지 나이 차를 극복한 불륜 관계로 발전한다. 원작에서 옥희도와 이경은 노점에서 감정을 확인한 뒤 성당 앞으로 자리를 옮겨 일치된 감정으로 키스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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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PX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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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X는 한산하다. 옥희도는 또 무단결근이고 미숙도 무단결근이다. 미숙의 자리에 미숙과 결혼 얘기가 오간 PFC가 어슬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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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도와 미숙의 결근으로 심란해진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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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퇴근 후 PX 직원들은 대폿집에서 술을 마신다. 원작엔 없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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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가 빠른 다이아나 김은 술에 취해서 이경에게 옥희도를 좋아하는 거 다 알고 있다면서, 그래도 유부남을 가로채는 건 아니라고 조언한다. 원작에서 다이아나 김은 유부남에게 속아서 애 둘을 낳았지만 첩 노릇도, 남의 남편 빼앗는 것도 싫어 깨끗하게 물러났고 이에 도덕적인 만족을 얻는다.


1. "흥 나쁜년,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어떤 파렴치한 짓도 이해받을 수 있다고 믿고 있나 보지. 낯가죽 두꺼운 쌍년 같으니라구."


사람들이, 특히 착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이 어머니라는 이름에 너무 관대한 게 나에겐 견딜 수 없이 화가 났다. 난 그녀가 어머니라고 해서 그녀에 대한 내 모멸의 십분의 일도 상쇄시킬 수는 없었다.


2. 엷은 화장으로 바꾼 다이아나가 딴사람같이 유순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아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제기랄 어머니이기 때문일까? 썅, 저 따위가 어머니라니.'


나는 자애롭고 어떤 기품까지 곁들인 그녀가 낯설어 거북하기 짝이 없었다.


3. 그녀는 여러 벌의 옷을 바꿔입듯이 여러 벌의 자기를 갖고 있어서 수시로 바꿔입고 있다. 구미호처럼 능란하게. 어떤 것이 여벌의 다이아나고 어떤 것이 진짜 다이아나일까? 다이아나란 이름도 실은 여벌일 게다. 진짜는 복순이나 순득이쯤일 게다.


그녀 자신은 아마 어머니인 자기 배역이 가장 마음에 들어 그게 진짜로 보이고 싶은 눈치지만 나는 절대로 그렇게 속아주진 않을걸 하고 부질없이 마음을 도사려 먹었다.


어쩌면 그녀는 온통 가짜투성이고, 어머니고 갈보고 수전노고 다 가짜고 가짜를 빼면 그녀는 마치 빈 동굴 같을 게라고, 완전한 허인 그녀, 나의 어머니 같은 허만 남겨진 그녀를 상상하고 나는 비로소 복수의 쾌감 같은 걸 느꼈다.


4. "얘는 사람을 뭘루 알아, 내가 아무리 그렇게 지독한 화냥년일 줄 아니? 서방을 두구 샛서방을, 그것도 껌둥이 흰둥이 막 붙어먹는......"


"얘는 점점 더 지독한 소리를 하네. 내가 그래 남편을 전쟁터에 내보내놓고 그 새를 못 참아 샛서방을......"


"애 아범이 날 속였지 뭐니? 총각이라구. 멀쩡하게 처자식이 있는 놈이......"


"첩 노릇을 하겠니, 남의 남편을 아주 빼앗겠니? 내가 물러나는 게 제일 깨끗하고 도리에 합당하지."


아니꼽게도 그녀의 체념에는 도덕적인 만족이 있다.


"언닌 화냥년만도 훨씬 못하군요."


4. "쌍년, 갈보년이 구구로 갈보년인 척이나 할 것이지."


나는 한동안 그녀에게 필요 이상 화를 냈다. 그러고 보니 나는 갈보에다 구두쇠고 파렴치한 그녀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녀가 어머니란 것도 아니꼽지만, 생각해 보면 짐승도 어머니는 될 수 있을테니 어머니가 뭐 그리 자랑스러울까 보냐고 깔봐줄 수도 있는데, 도덕적인 체하는 것만은 참을 수 없었다.

- 원작에서 이경이 보는 다이아나 김과 다이아나 기준의 도덕성 묘사 중


이경은 다이아나 김이 마음에 들면서도 자신의 어머니가 더이상 자신에게 주길 거부하는 모정이 질투나 애써 경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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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고뇌로 초상화부를 나오지 않고 집에서 그림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옥희도. 이경에 대한 마음을 이경의 초상화 작업으로 표현한다. 이경의 초상화를 그리는 장면도 원작엔 없다. 원작의 불륜은 비밀 관계라서 아내와 자식들이 있는 집에서 이경의 초상화를 작업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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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도를 생각하는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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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 비를 맞는 행랑채의 무너진 지붕을 보면서도 죽은 두 아들을 생각하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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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의 방에 들어와 자는 척 하는 이경에게 이불을 덮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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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그런 어머니의 행동이 야속하다. 이 장면도 원작엔 없다. 어머니와의 갈등을 전달하기 위해 작가가 추가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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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도가 남몰래 작업한 자신의 초상화를 선물 받고 감격하는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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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들의 밀애 장소인 성당 앞 무너진 공터 앞에서 이경은 옥희도를 향한 감정을 열렬히 고백한다. 옥희도는 북에 남겨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으로 이경의 적극적인 구애를 외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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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황폐해진 도심의 민가. 이경은 미숙의 결근이 걸려 미숙의 집을 방문하는데 이 장면도 원작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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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은 어머니가 쓰러져 살림과 간병를 위해 결근을 한 것이었다. 미숙네 집은 더 처참한 상황이다. 엄마는 과로로 죽기 일보 직전이고 여동생은 폭탄 사고로 귀가 안 들린다. 어딜가도 궁기와 빈곤에 시달리는 지긋지긋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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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태수가 진지해지면 어떻게 상대를 해야할지 몰라 부담스럽다. 이경은 태수가 듬직한 체격으로 능청을 떨 때 더 편하며 매력을 느낀다. 태수는 PX에서 전기용품을 빼돌리다 걸렸지만 다이아나 김의 임기응변으로 간신히 해고 위험을 모면한다. 원작에 있는 장면이지만 다이아나 김의 도움 부분은 각색에서 추가된 것이다.


"여기가 어딘데 한국사람이 달러로 물건을 사요. 무엄하게시리."


한국 사람은 미군 PX에서 돈을 지불하고도 물건을 구입할 수 없다. 이경은 태수를 통해 현실도피를 꿈꿔보지만 태수는 이경과의 결혼이 자신의 꿈이라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경이 원하는 대답을 내놓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작품에서 태수만이 꿈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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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X에 복귀한 미숙. 여전히 흑인 미군과의 혼사 문제를 종결짓지 못한 상태이다. 이경도 태수와 옥희도, 그리고 어머니가 엮인 현실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모반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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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모반을 도와줄 상대는 미군 조. 조는 이경이 양색시가 아니어서, 양갓집 규수로 처녀이기 때문에 이경에게 기갈나 있다. 누가 조금만 건드려도 바로 넘어갈 것 같은 이경의 불안정한 심리도 조를 향해 기울어져 가고 있는 중이다. 원작에서 이경은 첫 만남에서부터 조에게 호감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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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선 초상화부에서 일어나는 상황이지만 드라마는 커피숍으로 장소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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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가 읽고 있는 [죄와 벌]의 에로틱한 삽화에 당황하는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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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관계에 대한 견해 차이에 조는 다시 한번 '동방예의지국'이라며 이경과 한국의 정조관념을 비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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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해진 이경의 대사는 원작에서 그대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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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 이경은 조의 진지한 항변을 듣다가 남의 나라 싸움에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젊은 미군의 상황에 측은함을 느끼고 그러면서 육체적으로도 강하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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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서 미숙이 빈대떡을 같이 사러가자는 부탁에 이경은 자신의 어머니도 빈대떡을 좋아한다며 따라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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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떡이 식을까봐 가슴에 품고 달려 왔지만 어머니는 빈대떡도, 이경도 반가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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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식욕이 없는 어머니의 여전한 허의 상태, 자신의 성의를 외면하는 무관심한 모습이 야속하기만 하고 그런 딸을 보는 어머니는 처연해진다. 정혜선의 연기가 돋보이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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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화가 나 빈대떡을 내동댕이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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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을 집에 데려와서 보란듯이 집 안을 휘젓고 다닐 것이고 같이 자겠다며 엄포를 놓는다. 이경에겐 수시로 껄떡대는 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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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이 빈대떡을 외면하는 어머니와 일으키는 격렬한 갈등은 원작에선 모두 이경의 1인칭 상상으로만 표현되는 모습이다. 이경은 어머니에게 관심을 받고 싶은 반항심으로 조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조금만 더 성숙했고 이해심이 많았더라면 두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은지 1년도 되지 않은 어머니의 숨고르기를 인내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기에 이경은 너무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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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도는 또 결근이다. 이경은 옥희도의 주급을 본인이 갖다주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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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귀가가 늦는 이경을 기다리고 있다. 체념한 상태이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어머니도 서서히 마음을 열어간다. 원작은 1인칭이라 이경 주변의 모습이 드라마처럼 전반적으로 잡히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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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도의 방에 굴러다니는 침팬지 인형. 노점에서 순간의 환희를 안겨줬던 술 마시는 침팬지 인형이 주던 마취력은 깨진지 오래다. 태엽은 감기지 않았고 옥희도는 절망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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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도의 방에서 옥희도의 그림을 보게 된 이경. 여러 형태의 풍성한 빛깔로 나타낸 그림을 좋아하던 이경의 눈에는 하나같이 너무 어둡고 단조롭다.


나는 캔버스 위에서 하나의 나무를 보았다. 섬뜩한 느낌이었다.

거의 무채색의 불투명한 부연 화면에 꽃도 잎도 열매도 없는 참담한 모습의 고목이 서 있었다. 그뿐이었다.

화면 전체가 흑백의 농담으로 마치 모자이크처럼 오톨도톨한 질감을 주는 게 이채로울 뿐 하늘도 땅도 없는 부연 혼돈 속에 고목이 괴물처럼 부유하고 있었다.

한발에 고사한 나무. 그렇다면 잔인한 태양의 광선이라고 있어야 할 게 아닌가? 태양이 없는 한발. 만일 그런 게 있다면, 짙은 안개 속의 한발... 무채색의 오톨도톨한 화면이 마치 짙은 안개 같았다.

왜 그런 잔인한 한발이 고사시킨 고목을 나는 그의 캔버스에서 보았을까?

- 원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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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도의 의도를 몰이해한 이경은 여전히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나 옥희도는 외면한다. 원작에서 이경은 자신을 배웅하는 옥희도의 아내에게 당신은 예술가의 아내로 살 자격이 없다며 비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옥희도와 자신은 사랑하는 관계라고 당당하게 말하기까지 한다. 당황한 아내는 자신의 심미안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 가정까지 파괴하려는 이경의 당돌함에 치를 떤다.


원작이 불륜에 접근하는 방식이나 불륜을 저지르는 이경의 당당한 태도는 드라마로 옮겨지면서 대부분 제거됐다. 옥희도 아내는 처음엔 이경의 무례함에 화를 냈지만 곧 이경의 불륜 감정은 결핍에서 오는 불안증이 낳은 반항심이란 것을 파악하고 이경을 포용한다. 옥희도도 이를 알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불륜 감정으로, 뮤즈로서 이경을 사랑하며 자신의 감정 상태에도 떳떳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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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뒤 미래도 장담할 수 없는 전쟁의 현실, 오빠들의 죽음에 대한 가책, 어머니의 무관심, 옥희도와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에 대한 비관으로 이경은 자포자기한다. 그녀는 한국 여성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에 갇힌 미군 병사의 성적 대상화에 자신을 맡겨버려 자신을 외면하는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다.


새해 들어 자신이 그토록 갈구하던 개성식 만두를 빚지 않음으로써 자신에 대한 냉담함을 모질게 고집하는 어머니, 식지 않게 하려고 가슴에 안고 사왔지만 그 자리에서 열어보지도 않은 빈대떡에 대한 복수,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옥희도에 대한 스무 살 객기는 평범하고 깨끗한 한국 여자의 순결을 가지는 게 한국 여자를 이해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오만한 미군을 유혹하는 것으로 흑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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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으로 잔뜩 멋을 부린 이경은 권태로운 삶을 벗어날 기회를 노리던 중 다른 미군들과 조금 다른 느낌의 조를 유혹한다. 메릴 스트립 느낌의 과장된 연기와 외모가 빛나는 젊은 시절 김희애의 능청스러운 모습. 김희애 특유의 느끼함과 과장된 연기가 코미디로 발휘되지 못한 건 지금도 아쉬운 부분이다. 동방불패 패러디의 세제 광고 등에서 보인 것처럼 김희애의 느글느글한 연기는 코미디와 잘 맞아 보이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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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리즘에 갇힌 조는 타국에서 창부가 아닌 연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요조숙녀를 원한다. 그는 일본식으로 설계된 아담한 규모의 경서 호텔의 약도를 그려준다. 방탕의 욕구로 가득찬 이경은 방종을 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식하고 싶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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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선 조와 경서 호텔 약속을 잡은 이경의 모습 뒤 휴게실 장면에서 다이아나 김의 사생활이 드러난다. 다이아나 김의 진짜 얼굴에는 세파의 고단함과 미군에 빌붙어야 하는 현실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그녀는 유부남에게 속아 아이가 둘이지만 본처를 넘보지 않고 PX의 세일즈 걸로, 양색시로 살아간다. 드라마는 원작이 중간중간 그린 다이아나 김의 사생활과 빵집에서 이경과 우연히 만난 다이아나 김 모자의 모습을 휴게실 장면으로 압축했다.


원작에선 어머니 다이아나 김의 모습은 조와 약속을 잡은 뒤 쓸쓸했던 이경이 혼자 들른 빵집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이경이 우연히 빵집에서 마주친 다이아나 김은 짙은 화장을 지우고 5살, 6살 되는 연년생 아들을 따뜻하게 보살핀다. 이경은 다이아나 김의 모성애를 부정하고 아이들 앞에선 정숙한 어머니 연기를 하고 있는 이중성도 경멸하지만 그런 혐오가 어머니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옹졸한 질투심이란 것도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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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상, 이경은 권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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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도는 여전히 자신을 외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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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유혹했던 조도 PX의 세일즈 걸과 노닥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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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자신만 배제된 것 같은 현실이 못마땅하다. 이경의 옷이 바뀌기도 했지만 드라마 수위에 걸맞는 영상 언어의 접근성을 고려하여 원작을 재구성했기 때문에 시간 흐름이 뒤죽박죽이다.


원작에선 조가 약도를 그려준 경서 호텔에 가서 조와 자려던 순간 6.25 후유증으로 발작이 일어나면서 호텔을 벗어나고 행랑채 폭격으로 사망한 오빠들의 죽음이 회상된다. 태수, 옥희도의 삼자대면은 어머니가 죽고 난 뒤 이루어지지만 드라마는 시간순을 당기기도 하고 뒤로 배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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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와 자기 위해 경서 호텔에 가기 전 이경은 옥희도의 마음을 제대로 확인하고 태수를 정리하기 위해 태수, 옥희도와 각각 약속을 잡고 삼자대면을 시킨다. 원작에선 조와 자려다 발작이 일어나고 어머니까지 죽고 난 뒤에야 일어나는 삼자대면이다. 드라마에선 묘사되지 않지만 이경은 이미 태수의 형수와 만났고 태수 형수가 어머니 장례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면서 양가 어른들의 통성명도 마쳤다. 태수 집에서 이경을 며느리로 대접해주는 상황에서 이경은 남한에서 오 남매와 아내를 두고 멀쩡히 잘 살고 있는 유부남인 옥희도를 끌어들인다.


영상화의 압축성을 고려한 편의적인 재구성일 수도 있지만 그보단 6.25 특집극의 교훈과 시사성을 의식한 수위 조절로 보인다. 이경은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지 않는 수준으로 위태롭게 도덕성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고 양갓집 규수로서의 정조관념도 희박하다. 이미 PX의 닳고 닳은 세일즈 걸의 모습이 익숙한 이경은 불안정한 심리로 PX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온갖 유혹에 자신을 내맡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원작에선 이경의 당돌함이 부각되기 때문에 돌발적인 행동이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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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과 옥희도의 밀회 장소인 성당 앞에 태수를 데리고 와 자신들의 관계를 고백하지만 옥희도는 이경을 끝내 외면한다. 원작에서 옥희도는 예술가의 자아로 포장하여 이경과의 불륜을 합리화한다. 원작에서 이경과 옥희도는 진짜로 불륜 관계이지만 드라마에선 이산가족으로 옥희도의 가정사를 수정하였고 이경의 일방적 구애로 몰아간다.


"오, 어떡하면 자네가 알아줄 수 있을까? 내가 살아온, 미칠 듯이 암담한 몇 년을, 그 회색빛 절망을, 그 숱한 굴욕을, 가정적으로가 아닌 예술가로서 말일세. 나는 곧 질식할 것 같았네. 이 절망적인 회색빛 생활에서 문득 경아라는 풍성한 색채의 신기루에 황홀하게 정신을 팔았대서 나는 과연 파렴치한 치한일까? 이 신기루에 바친 소년 같은 동경이 그렇게도 부도덕한 것일까?"


"자네에게 이런 책망을 듣기 전에 경아와의 사이가 끝나 있어야 하는 건데... 실은 그럴 작정이었는데 내가 우유부단한 탓도 있지만, 이번 경아의 불행이, 어쩌면 그것을 핑계삼아 경아를 잊는 것을 잠시 늦추려 들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이번 경아의 불행으로 내 결심이 흔들렸네. 내가 경아의 외로움을 덜고 있다는 데 기쁨과 보람을 느꼈거든."

- 원작에서


박완서는 애초에 예술가의 삶을 그리려 했기 때문에 불륜에 따른 옥희도의 도덕성을 문제삼진 않는다. 이경은 태수와 옥희도와도 삼각관계이며 옥희도 부인과 옥희도와도 삼각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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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도와 태수의 삼자대면이 실패하고 집에도 가기 싫었던 이경은 갈 곳이 없다. 그때 눈에 보인 것은 조가 약도를 그려준 경서 호텔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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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조에게 몸을 맡기지만 호텔의 야릇한 조명 기운에 6.25 후유증이 도지면서 발작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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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을 지른 이경은 조와 자는 것을 포기하고 호텔을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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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옥희도를 찾는다. 원작에서도 경서 호텔에서 나와 옥희도 집을 찾지만 원작에선 옥희도가 월남한 설정이 아니어서 옥희도의 일곱 식구가 다 같이 자는 단칸방에 몸을 누인다. 옥희도 부인은 이경과 옥희도의 관계, 이경의 옥희도에 대한 갈망을 알고 있음에도 자신들의 방에 재워 주고 다음날 도시락까지 싸준다. 한 방에서 누워 잘 때 이경은 옥희도 부부의 잠자리도 상상할만큼 육체적으로도 달아 있고 감정적으로도 발정이 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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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금 소리에도 귀가하지 않는 딸을 기다리는 어머니. 어머니는 아들들을 가슴에 묻어둘 시간이 필요했을 뿐 딸이 미워서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추모와 별개로 당장 오늘의 시간이 중요했던 딸은 어머니의 숨고르기를 견디질 못했다.


이경의 귀가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쓸쓸한 모습은 원작에선 이경의 상상으로만 묘사되는 부분이다. 원작에서 이경 엄마는 드라마에서처럼 이경을 기다리다 몸살에 걸려 마루에서 죽지는 않는다. 원작에서 이경은 옥희도의 집에서 외박을 하고 옥희도 마누라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출근했다가 퇴근 후 시름시름 앓고 있는 어머니를 보게 된다. 그녀는 양약을 받아오고 왕진을 신청해 어머니를 간병한다. 어머니는 며칠 앓다가 56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옥희도 부부까지 조문한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이경은 장례식 곡성 분위기에 취해 저도 모르게 어머니가 외박한 자신을 기다리다가 병에 걸려 사망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경은 사람들이 자신을 동정할 때 보란 듯이 진실을 토해내지만 어느새 문상객들은 이경이 짜낸 드라마틱한 거짓말을 믿어버리고 이경의 진실은 거짓말로 취급된다. 결국 이경은 자신이 만들어낸 거짓말의 굴레에 갇힌다.


어머니가 외박한 이경을 밤새 기다렸을 수도 있지만 드라마처럼 어머니가 이경의 이불을 덮어주는 것도 아니었고 아들들이 죽은 뒤 산송장 상태로 서서히 죽어갔기 때문에 노환과 신경병에 의한 사망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이경은 모성결핍으로 어머니의 죽음을 미화한 것인데 드라마는 이를 진짜로 포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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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금으로 집에 갈 수 없는 이경은 옥희도와 한 방에 누워 밤을 보낸다. 옥희도의 방에는 실제 박수근의 작품이 가득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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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기침을 하면서도 귀가하지 않는 이경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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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도는 이경의 유혹을 거부한다. 이경은 초반에 태수의 일방적인 격정에 무심으로 일관하다가 비참해진 태수의 거부로 잠자리가 결렬된다. 미군 조와는 전쟁 후유증으로 발작이 일어나면서 이경 본인이 거부한다. 완전한 결합으로 착각한 옥희도와의 관계에선 옥희도의 거부로 잠자리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원작에선 옥희도도 태수에게 실토한 불륜 관계이긴 하나 두 사람이 잠자리까지 가는 장면은 없다. 원작에선 가정이 있었기 때문에 옥희도가 자제한 것이지 드라마에서처럼 혼자 월남한 상황이었다면 이경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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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까지 바래다 준 옥희도의 쓸쓸한 뒷모습에서 예술가의 고뇌, 이루어질 수 없는 그들의 관계를 본 이경은 집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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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는 어머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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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이경을 기다리다 병에 걸렸고 죽어 있었다. 이경은 오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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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흑백으로 전환된 구성에서 김희애의 보이스오버로 후일담이 전해진다. 시적인 압축성으로 여백을 남기는 장면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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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 3일장이니, 5일장이니 고민하며 떠들석하게 치룬 장례식이 드라마에선 산소에서 오열하는 이경의 모습 하나로 요약된다. 드라마에선 이경의 의사와 무관하게 태수와의 혼사가 진행되면서 주책스러운 태수 형수는 이경 엄마 장례식을 발 벗고 도와주나 드라마에선 태수 형수가 생략됐다. 태수 형수는 이경 엄마가 사망한 날에도 이경의 집에 들르게 되는데 생전 고인과 안면 한 번 트지 않았음에도 사돈어른이라며 반죽 좋게 추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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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나 김과 초상화부의 진씨는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함께 살게 되었다. 집성촌 수준으로 좁은 동선에서 짝짓기 의무에 갇힌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으로 원작에 없는 짝짓기 후일담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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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은 미군 흑인 상병을 따라 미국에 갔지만 이민 후 종적이 묘연하다. 아무도 미숙의 소식을 듣지 못한다. 원작에선 이경의 잡종 조언에 순간 각성이 되어 상병과의 국제결혼을 접지만 드라마에선 미숙의 암담한 가정사는 물론이고 후일담까지 부여된다. 그래도 이민 후 미숙의 소식이 두절됐다는 김희애의 보이스오버가 비극의 암시로 쓸쓸함을 남겨 다이아나 김의 해피엔딩과 달리 인상적인 후일담 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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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관계됐던 소중한 사람들을 하나 둘 잃은 가운데 이경의 가슴에 평생 남은 연인 옥희도는 어떻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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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 정반대의 가정사 설정에 의해 옥희도는 무려 38선을 넘다가 총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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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선 비록 생계형 화가로 가난하게 살면서 예술적 고뇌에 빠져 있긴 해도 가족들과 갈등없이 잘 지내지만 드라마는 비극의 이산가족으로 바꿔놔서 결말의 질감이 너무 달라졌다. 드라마는 호국보훈 기념 특집극의 무게와 극적인 마무리를 짓기 위해 옥희도의 가정사를 이산가족으로 처리한 듯 싶다. 그 바람에 옥희도의 예술적 고뇌가 약화됐는데 원작도 작가의 의도와 달리 옥희도로 대변되는 예술가의 삶이 선명히 그려진 건 아니었다.


박수근보다 자신의 스무 살 시절에 더 흥미를 보인 작가는 작품의 중심에 선 옥희도를 표피적으로 그리는데 그쳤고 1인칭 소설의 비좁은 시각까지 겹치면서 옥희도가 처한 예술가의 현실은 일차원적인 불륜 멜로드라마의 통속성에 갇혀 버린다. 박완서가 투영된 이경은 선명한데 반해 박수근을 투영한 옥희도는 대상화에 그칠 뿐이라 애초 기획한 박수근 전기가 실패로 돌아간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옥희도의 예술적 이상에는 전쟁으로 지배된 무기력한 고독과 현실도피적 망상, 예술가의 자아로 에두른 궤변의 합리화가 있을 뿐이다. 후퇴하는 자기모순의 세계에서 예술가의 삶을 짚기란 어려워진다. 이산가족 설정이 아니더라도 옥희도는 각색으로 빠질 때 빼거나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은 배역이었다.


1970년 작품 공개 당시 독자들로 하여금 후반부 전개가 너무 빠르고 옥희도의 심리 묘사가 떨어지며 태수와의 해후도 어색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드라마는 이산가족 설정으로 옥희도 배역이 처한 고난을 보다 분명히 밝혔고 태수와 이경의 어색한 해후는 생략으로 처리했다. 원작에선 어머니 장례식을 마치고 빈대떡을 구입한 대폿집에 갔다가 태수와 우연히 만나는 것으로 두 사람의 관계 회복을 급조했다. 빈대떡 집에서 술을 마신 뒤 이경은 태수를 고가에 들이고 두 사람은 육체관계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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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른 뒤 마련된 옥희도 유작전. 박수근의 작품이 쓰였다. 옥희도의 모델인 박수근은 1914년 2월 21일 출생하여 1965년 5월 6일 사망했다. 실제 박완서도 박수근 유작전을 찾았다. 박완서는 사망 후에 치솟는 그림값과 함께 화가로서 재평가를 받게 된 박수근을 둘러싼 상황에 반감을 가졌고 이에 박수근 삶을 전기로 기획했다가 픽션인 [나목]으로 틀었다. 독학으로 그림을 배워 자신만의 화풍을 일궈냈던 박수근은 생전에 한 번도 개인 전시회를 갖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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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이 된 이경. 원작에선 유작전을 찾게 되는 청량한 가을 아침 일요일의 일상에서 시작된다. 태수와 결혼한 이경은 남매를 낳았고 중산층의 안정적인 삶을 이루지만 전쟁을 겪었을 때의 스무 살 때처럼 여전히 권태로운 일상에 갇혀 있고 비겁한 도피를 꿈꾼다. 그녀는 여전히 꿈꾸지만 현실에 안주하는 망상의 삶으로 꿈을 실행할 용기는 없다.


그러면서도 평범한 중년 중산층으로 열심히 재산을 불리고 자녀를 양육하며 세속적인 삶에 만족하는 남편을 비웃는다. 이경은 과거 다이아나 김에 대한 경멸에서 자신을 발견했듯 적당한 삶에서 얻는 남편의 만족감을 경멸할 때도 자기 자신의 모순된 사고 방식을 체감하며 씁쓸해 한다.


이미 그의 눈엔 10년 전의 앳된 갈망은 없다. 그뿐이랴. 여자를 소유하고 가정을 갖고 싶다는 세속적인 소망 외에는 한번도 야망이나 고뇌가 깃들여 보지 않은 눈. 부수수한 머리가 늘어진 이마에 어느새 굵은 주름이 자리잡기 시작한 중년의 그가 나는 또다시 낯설다.

나는 충동적으로 그의 이마의 주름진 곳에 그런 키스를 퍼붓는다.

그가 낯선 게 견딜 수 없어서였다. 그가 아주 타인처럼 낯선 게 견딜 수 없어서였다.

나무들의 그림자가 길어지고 우수수 바람이 온다.

이미 낙엽을 끝낸 분수가의 어린 나무들이 벌거숭이 몸을 애처롭게 떨며 서로의 가지를 비빈다.

그러나 그뿐, 어린 나무들은 서로의 거리를 조금도 좁히지 못한 채 바람이 간 후에도 마냥 떨고 있었다.

- 원작에서


중산층 여자들의 삶을 신랄하게 해부한 박완서 소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요소가 욕망을 타협하고 억누르는 평범한 여자들의 위선과 속물성이다. 이는 처녀작인 [나목]에서부터 드러난다. 비상하길 꿈꿨지만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며 세속적인 삶을 추구하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세속적인 삶을 취하는 주변을 남몰래 비웃으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의 모순성을 발견한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처럼 이경도 남편의 정직한 노동과 성실을 자신의 허영이 깃든 이상으로 무시하고 현실의 안주로 치부해 버리는 모순성을 갖고 있지만 그 안에서 자신의 속물성을 발견하며 현실의 자조적인 각성으로 깨달음을 얻는다. 이게 자기애에 취한 프란체스카 존슨과 다른 점이며 삶을 대하는 박완서의 통찰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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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이경은 옥희도 유작전에서 나무와 여인을 보며 그때 그 시절, 그 희망없던 절박한 스무 살의 현실에서 바라본 고목이 실은 새 뿌리를 내리기 위해 인내하던 나목이었음을 발견한다.


내가 지난날, 어두운 단칸방에서 본 한발 속의 고목, 그러나 지금의 나에겐 웬일인지 그게 고목이 아니라 나목이었다. 그것은 비슷하면서도 아주 달랐다. 나는 또한 내가 그 나목 곁을 잠깐 스쳐간 여인이었을 뿐임을, 부질없이 피곤한 심신을 달랠 녹음을 기대하며 그 옆을 서성댄 철없는 여인이었을 뿐임을 깨닫는다.

- 원작에서


박완서의 소설 제목으로 나목이란 단어가 널리 퍼지면서 박완서 장녀인 호원숙의 [나목]평가처럼 소설 [나목]을 규정하는 고유명사처럼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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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여인을 보며 상념에 젖은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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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아이들, 그녀의 가족. 원작에서 이경은 유작전을 혼자 가고 싶어했으나 결혼 전 옥희도와 벌인 삼각관계가 찝찝했는지 남편은 휴일 일정을 갑자기 바꾸고 아이들은 맡긴 채 혼자 유작전에 가겠다는 이경을 따라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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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훈의 의무에 얽매인 드라마는 원작보다 밝다. 유작전에서 남편의 부름으로 이경은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현실의 타협을 계속해서 받아들여야 하는 세속적 삶에 쓸쓸해지는 원작의 이경과 달리 드라마의 이경은 유작전에서 밝은 기운을 받으며 희망찬 내일을 기대한다.


"그러나 오늘 나는 봅니다. 저 나목에서 맑고 여린 새잎이 또다시 무수히 피어나는 것을, 그 나목 아래 방황하던 어리고 추운 영혼에게 선생님은 그걸 가르쳐 주셨습니다."

- 드라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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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MBC 6.25 특집극 2부작 [나목] 제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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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조지 클루니
2021-07-06 16:38:48

 나목을 MBC에서 했었군요.   박진숙-장희봉 콤비는 6.25 직후의  혼란기를 반영하는 소설의 극화에

관심이 많았던 듯 합니다.    

김원일  <마당깊은 집> 도 극화했었는데요.    그 드라마는 당시에 참 인상깊게

봤습니다.    

 

주찬옥-황인뢰 콤비와 박진숙-장희봉 콤비가 있을 때가 아마도 MBC의 전성기가 아니었던가 싶네요

WR
머드
2021-07-06 16:43:05

1995년을 기점으로 드라마 왕국이 위태로워졌고 작품 편차도 컸죠. 1994년까진 미니시리즈, 수목 장편, 주말연속극을 평정했죠. 재미도 있었고 신선했는데. 

조지 클루니
2021-07-06 16:53:18

가수 권인하와 이미연 주연의 <창 밖에는 태양이 빛났다 > 는

 

당시에는 획기적 드라마였다고 생각합니다.   나레이션 방식의 드라마 진행이 굉장히 독특했어요

동도
2021-07-06 16:53:44

나목 참 재미있게 봤었네요, 박완서 작품들을 읽게 된 계기가 되었고, 박수근 그림을 좋아해서 더 좋았습니다. 다시보고 싶네요. 1992 방영되었었군요. 저때 본 영화가 클라크 게이블 귀향이라니..ㅎㅎ

고풍
2021-07-06 23:46:24

드라마보다 더 나목을 잘 전달해주는 글입니다. 1부에 이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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