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사우나에서 사망 사고가 있었습니다.
자주 가는 동네 대형사우나.
QR 찍고 돈 내고 남탕으로 가서 탈의하고 사우나에 입장.
일요일의 이른 아침이라 그런가 여섯~일곱분 정도 밖에 안계시더군요.
중앙에 위치한 미온탕, 온탕, 열탕 세 개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곳을 지나
앉아서 씻을 수 있는 배열석에 자리를 잡고 머리부터 감았죠.
비누로 간단하게 몸을 닦고 탕으로 들어가려고 몸을 돌리는데
열탕 쪽에서 체구가 자그마한 분이 탕 밖에 서서는 탕 안에 축 늘어져
의식이 없어 보이는 한 노인분의 팔을 잡고 도움을 청하더군요.
사단이 났구나 싶어 얼른 열탕으로 들어가 두 팔로 머리와 다리를 감싸
번쩍 들고 사우나 밖 탈의실로 나와 조심스레 바닥에 눕혔습니다.
그리고 다른 분이 가져오신 수건 더미를 목에 받치고 입을 벌어지게 한 다음
심장 맛사지에 들어갔습니다.
2분 정도 계속 심장맛사지를 하는데 가슴에서 약하게 투둑 투둑 하는 소리가 나길래
혹시 갈비뼈에 이상이 생기는 것 아닌가 싶어 좀 소심하게 했더니
옆에서 경험이 있는듯한 분이 잘 안되면 자기가 하겠다 하셔서 자리를 비켜드리고
그제야 누워계신 분을 자세히 보니 이미 손이며 다리가 돌아가신 분의 그 것 처럼
새하얗게 변해 핏기가 하나도 없는 것이 눈에 들어오면서 이미 늦었겠단 생각이 스치더군요.
직원이 계속 119와 통화하면서 일러주는 대로 호흡도 확인하고 동공 반응도
확인하고 했지만 호흡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 때 119 대원 중에 여성대원 두 분이 있으니 옷 입은 분들 제외하고는 모두
탕 안으로 피해 달라고 하셔서 탕 안으로 들어와 처음 노인의 팔을 붙잡고 계시던
분에게 물어보니, 자기가 열탕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거품기가 틀어진 탕 바닥에
사람이 보이길래 처음엔 잠수 하시는가 보다 했답니다.
그런데 전혀 움직임이 없이 수상한 느낌이 들어 얼른 나오시라고
몸을 툭툭 쳐 보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 얼른 팔을 잡고 밖으로 끌어내다가
힘에 부쳐 할 때 제가 돌아본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아마도 짐작상 심혈관계 질환을 가지고 계신 분이 갑자기 열탕에서 의식을 잃고
물에 빠지셨는데, 사람이 별로 없다 보니 아무도 발견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 경찰과 형사들이 오셔서 처음 발견하신 분과 저에게 상세한 과정을 물으시고
사우나를 나온 이후로도 몇 번 전화가 더 와서 재차 상세하게 설명을 해드렸는데,
형사 쪽에서는 혹시 누군가와 다투다가 발생한 사고는 아닌지도 조사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거 아니고 사우나 안은 몇 사람 없이 조용했다 말씀드리니
이따 요청하면 경찰서로 좀 나와주십사 하시네요.
그래서 그 분은 어찌 되셨느냐 물으니 결국 사망하셨다 하고요.
몇 해 전에도 서울 살 때 사우나 한증막 안에서 돌아가신 노인분을 안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하고 알몸으로 지하에서 1층 밖에 대기하고 있던
구급차까지 올라온 적이 있었는데, 이 번이 사우나에서 겪는 두 번째 변사네요.
왜 자꾸 이런 일을 겪게 되는지.....ㅠㅠ
50대 이상 분들, 특히 심혈관계 수치 나쁘고 질환 있으신 분들은
정말 고온욕이나 고온 사우나는 피하셔야 합니다. 아주 위험해요.
평화롭게 목욕과 휴식으로 보내려던 계획이 다 어그러지고 아직도 좀 쇼크가
남아있어 정신이 멍~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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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고생하셨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