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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사우나에서 사망 사고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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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1-23 14:50:15

 

자주 가는 동네 대형사우나.

QR 찍고 돈 내고 남탕으로 가서 탈의하고 사우나에 입장.

일요일의 이른 아침이라 그런가 여섯~일곱분 정도 밖에 안계시더군요.

중앙에 위치한 미온탕, 온탕, 열탕 세 개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곳을 지나

앉아서 씻을 수 있는 배열석에 자리를 잡고 머리부터 감았죠.

비누로 간단하게 몸을 닦고 탕으로 들어가려고 몸을 돌리는데

열탕 쪽에서 체구가 자그마한 분이 탕 밖에 서서는 탕 안에 축 늘어져

의식이 없어 보이는 한 노인분의 팔을 잡고 도움을 청하더군요.

사단이 났구나 싶어 얼른 열탕으로 들어가 두 팔로 머리와 다리를 감싸

번쩍 들고 사우나 밖 탈의실로 나와 조심스레 바닥에 눕혔습니다.

그리고 다른 분이 가져오신 수건 더미를 목에 받치고 입을 벌어지게 한 다음

심장 맛사지에 들어갔습니다.

2분 정도 계속 심장맛사지를 하는데 가슴에서 약하게 투둑 투둑 하는 소리가 나길래

혹시 갈비뼈에 이상이 생기는 것 아닌가 싶어 좀 소심하게 했더니 

옆에서 경험이 있는듯한 분이 잘 안되면 자기가 하겠다 하셔서 자리를 비켜드리고 

그제야 누워계신 분을 자세히 보니 이미 손이며 다리가 돌아가신 분의 그 것 처럼

새하얗게 변해 핏기가 하나도 없는 것이 눈에 들어오면서 이미 늦었겠단 생각이 스치더군요.

직원이 계속 119와 통화하면서 일러주는 대로 호흡도 확인하고 동공 반응도

확인하고 했지만 호흡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 때 119 대원 중에 여성대원 두 분이 있으니 옷 입은 분들 제외하고는 모두 

탕 안으로 피해 달라고 하셔서 탕 안으로 들어와 처음 노인의 팔을 붙잡고 계시던

분에게 물어보니, 자기가 열탕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거품기가 틀어진 탕 바닥에

사람이 보이길래 처음엔 잠수 하시는가 보다 했답니다.

그런데 전혀 움직임이 없이 수상한 느낌이 들어 얼른 나오시라고 

몸을 툭툭 쳐 보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 얼른 팔을 잡고 밖으로 끌어내다가

힘에 부쳐 할 때 제가 돌아본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아마도 짐작상 심혈관계 질환을 가지고 계신 분이 갑자기 열탕에서 의식을 잃고

물에 빠지셨는데, 사람이 별로 없다 보니 아무도 발견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 경찰과 형사들이 오셔서 처음 발견하신 분과 저에게 상세한 과정을 물으시고

사우나를 나온 이후로도 몇 번 전화가 더 와서 재차 상세하게 설명을 해드렸는데,

형사 쪽에서는 혹시 누군가와 다투다가 발생한 사고는 아닌지도 조사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거 아니고 사우나 안은 몇 사람 없이 조용했다 말씀드리니

이따 요청하면 경찰서로 좀 나와주십사 하시네요.

그래서 그 분은 어찌 되셨느냐 물으니 결국 사망하셨다 하고요.

 

몇 해 전에도 서울 살 때 사우나 한증막 안에서 돌아가신 노인분을 안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하고 알몸으로 지하에서 1층 밖에 대기하고 있던 

구급차까지 올라온 적이 있었는데, 이 번이 사우나에서 겪는 두 번째 변사네요.

왜 자꾸 이런 일을 겪게 되는지.....ㅠㅠ

50대 이상 분들, 특히 심혈관계 수치 나쁘고 질환 있으신 분들은 

정말 고온욕이나 고온 사우나는 피하셔야 합니다.  아주 위험해요.

 

평화롭게 목욕과 휴식으로 보내려던 계획이 다 어그러지고 아직도 좀 쇼크가 

남아있어 정신이 멍~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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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3
2022-01-23 14:55:35

에구 고생하셨네요 ..

1
2022-01-23 14:59:03

40대이상 당뇨/고혈압 있으신 분들은 정말 조심해야합니다. 관리도 잘 해야하구요.

 

돌아가신 분들 가족은 허망하시겠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애 많이쓰셨습니다.

 

2022-01-23 15:03:29

고생하셨네요.

저도 사우나 참 좋아했는데
혈압약 안 먹던 시절에
사우나에서 땀 빼고 나올때
어질어질함을 느끼고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이후엔 사우나 잘 안 합니다.

코로나 이후엔 한 번도 안갔네요.

모두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11
2022-01-23 15:04:29

일요일 아침 고생하셨습니다.

그래도 한 분 가시는 길 잠시라도 옆에 계셨으니 그 또한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같으면 멀찍이 떨어져서 신고 정도나 했을텐데 대단하십니다.

2022-01-23 15:11:44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황망한 일인지요;;

2
2022-01-23 15:12:00

수고하셨습니다. 그런 일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게 듣기처럼 쉽지 않은데...대단하십니다.

사우나 조심해야겠네요.

2022-01-23 15:21:47

젊었을때는 사우나에서 나오다가 눈 앞이 하얗게 되고 넘어질뻔 했어도 개운한 맛에 종종 갔었는데 점점 겁이 나더군요 그냥 뜨신 물에 샤워하고 끝냅니다

그래도 중요한 순간에 침착하게 대응 잘 하셨네요

1
Updated at 2022-01-23 15:23:15

에고. 수고하셨습니다. 

 

친구(목욕탕집 아들) 녀석도 비슷한 경우(술먹고 사우나 들어와 잠자다 변당하신..)를 본 이래 얼굴이 벌개지신 손님오면 긴장하고 5분마다 한번씩 사우나 들어가 본다는.. 경찰서는 참고인 조사인데 그냥 보시던대로 말씀(진술)하시면 됩니다. 경찰 입장에서도 당시 상황을 파악하려는거지 딱히 님을 의심하는 건 아니니 맘편히 가보세요.

10
2022-01-23 15:42:56

애쓰셨습니다 선한 행동에 대한 복이 바로 뒤따라오길..

1
2022-01-23 15:43:35

개인적으로 사우나?를 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한번 들어갔는데

몇초 못버티고.... 나왔는데도 어질어질 하더군요...

2022-01-23 17:05:59

저도 사우나는 체질에 안 맞습니다. 

사람마다 체질과 취향이 다 다르니까요....

3
2022-01-23 15:59:01

어휴... 정말 많이 놀라셨겠네요.
그분의 가족들도 설을 앞두고
너무 황망하실 것 같습니다...
누구라도 피하고 싶었을 상황일텐데
끝까지 그 자리에서 "인간됨"을
지켜주셔서 제가 다 감사합니다.
부디 놀란 마음 잘 가라앉고
마음에 평안과 기쁨이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2022-01-23 16:44:48

 아이고 안타깝네요.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일마무리 잘 되시고 올해 좋은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2022-01-23 18:44:53

고생하셨고, 그래도 좋은일 하셨으니 ^^::

2022-01-23 22:35:52

정신적으로 충격많이 받으셨겠네요.
전 그래서 집에서 반신욕만 합니다 ㅠ

2022-01-24 14:49:25

살면서 한번도 겪기 힘든 일을 두번이나 당하시다니

2022-01-25 07:09:57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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