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성당 봉사활동 관련 푸념입니다.
무슨 해결책이나 판정을 바라는 것 아니고 그냥 조금 스트레스 받는 부분이 있어 여기 한탄이나 해보는 것이니 흥미 없으신 분들은 그냥 넘어가 주셔도 되겠습니다.
저와 배우자는 작년 가을쯤부터 성당에서 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성당의 중요 이벤트를 촬영할 홍보분과 신입인원을 모집한다고 하는데 저와 배우자(배우자는 관련 일을 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모두 카메라를 다루고 있어 자원하여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람 일이 다 그렇긴 하지만 봉사활동에도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수반되더군요. 제가 느낀 스트레스 포인트는 주로 아래의 세 가지 입니다.
1. 인원이 적은데 비해 너무 사소한 것까지 촬영을 요구 - 시도 때도 없이 카메라 들고 불려나감
중요 이벤트는 당연히 열심히 촬영을 하는 것이 맞죠. 그런데 진짜 "읭? 이런 것도 다 촬영을 해야 해???" 싶은 행사까지 온갖 다른 분과에서 촬영요청이 들어와요. 무슨 초딩반 애들이 UCC 대회 나가는 거, 봉사자들 친목으로 소풍가는 걸 솔직히 왜 우리가 전문적으로 힘들여 찍어야 하는지. 그게 아니어도 너무 중요한 촬영 이벤트가 많은데요.
무시하고 안가면 그만이라고 하겠지만, 인원이 적다보니 저희 이름을 딱 찍어서 "○○형제자매님 그날 시간 안되시나요?" 라고 하거나 아예 그 전날 밤에 "○○ 형제자매님 그날 촬영 필요합니다"라고 지명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핑계대고 안해도 누가 잡아가진 않지만 이게 은근히 죄책감을 자극하는 부분이라(하느님 일이라는 가스라이팅이 들어갑니다) 이 상황이 불쾌할 때가 좀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큰 성당이고 행사도 워낙 많으니 각 행사들이 중요도 별로 급을 나누어 분과원들이 꼭 신경쓸 것들(A급) / 여유 있으면 협조할 행사들 (B급)/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행사들(C급) 로 분류를 하고 버든을 좀 덜어야 할 필요가 있는데,10여년 이상 특정 개인의 과한 충성도에 의존하여 조직이 주먹구구식으로 굴러온 것입니다.
후술하지만 이런 문제는, 젊고 아직 직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점점 배제하고, 은퇴하여 시간이 많고 소일거리를 찾는 사람들만 봉사활동에 모여드는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2. 봉사는 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구찌를 놓음 - 그야말로 어이없음
배우자는 사진 촬영이 본업은 아니지만 일과 밀접히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젊을 때 알바로 스냅촬영도 가끔 하곤 했습니다. 웨딩이나 돌잔치 스냅 같은 것 해보신분들 아시겠지만 포토들 허리에 카메라 3대 씩 차고 엄청 뛰어다닙니다. 한겨울에도 땀을 뻘뻘 흘립니다.
그런데 이렇게 땀을 뻘뻘 흘리며 촬영을 해서 보정하고 결과물을 보내면 정작 봉사활동에 참여하지도 않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마디씩 말을 보탭니다.
왜 촬영하는 사람이 티 나게 이렇게 돌아다니냐? 사진에 땡땡씨는 왜 안나왔냐?
사진 수가 왜 이렇게 적냐
지난번에는 촬영하는 사람이 신부님한테 너무 가까이 가는 것 아니냐 라는 소리를 들어서, 이번에는 멀찍이 떨어져서 망원으로 주로 찍었더니 누가 또 와서 어깨를 툭툭 치면서 찍을 거면 좀 가까이서 찍지 여기서 뭐 하냐
하이고... 그렇게 잘하시면 본인들이 직접 찍으세요.
3. 성당 관계자나 다른 봉사분과원들도 촬영봉사를 당연시 여기고 배려가 없음
성당을 위해서 하는 모든 봉사는 다 힘들고 본인의 시간과 노력을 수반하는 일이지요. 누구의 봉사가 더 귀하고 값지다는 생각은 저도 안 합니다. 다만 희한하게 다른 봉사 분과 원들이 홍보분과의 촬영을 좀 천대하고 괄시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아무래도 본인들은 중요한 일을 하는 "현업"이고, 우리는 없어도 되는 일을 하는 "지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ㅎㅎㅎㅎ 진짜 어이 털려요.
사실 체력적으로 물리적으로 더 많은 봉사를 하는게 누구냐 치면 이게 더 큽니다. 어마어마한 장비를 옮겨야 합니다(촬영 스케일이 커서 때로는 지미집과 레일, 붐마이크, 조명도 설치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장비만 옮겨도 하루 종일 삭신이 쑤셔요. 본인들은 노래 한 번 부르고 가면 끝이지만요. 자기들이 하는 봉사는 그렇게 중요한 것 같고 우리는 그렇게 없어도 되면 그냥 부르지 마세요.
근데 무슨 행사래서 촬영 요청이 와서 가보면
혼자 오셨어요(위아래 훑어봄)? 카메라 (겨우) 세대에요? 카메라 그걸로 찍으실 거예요?
같은 말로 상처를 줘요. (특히 단촐하게 가는 경우)
그리고 어디 다른 성당에서 전문 업자들 수십명 불러서 수백만원 돈 들여서 찍은 영상과 비교도 서슴지 않아요. 퀄리티가 어쩌구 저쩌구...
업계 분들은 아시겠지만 촬영 일은 주말에 일이 많습니다. 건당 100~200짜리 매출도 신앙심으로 마다하고 봉사 나갔는데 저런 소리 들으면 솔직히 정말 속상합니다. 아니 꼭 매출이 아니라도 경제 활동하는 사람이 주말에 휴일에 휴식을 포기하고 봉사 나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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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성당이 좀 큽니다. 지역적 특성 때문에 젊은 신자도 많습니다. 그런데 처음 홍보분과 봉사자 모임을 나가보니 정말 60대 이상 노년층만 있어서 깜짝 놀라고 이해가 안갔습니다(대부분은 촬영하실 줄 모르는 노년 여성분들이고 성당 팜플렛 홍보물같은 것의 디자인과 편집을 맡는 분들입니다). 촬영 인원만 해도 이 큰 교구에 DSLR 든 젊은 신자가 수천명은 될텐데 저희 동년배가 하나도 없고 저희빼곤 60대가 최연소임에 놀랐습니다.
사실 당시 저희 동년배가 한 명 있었는데 글쎄 저희랑 바톤터치 하고 나가버리더군요. 그리고 그 분이 저희에게 의미심장한 말씀을 했는데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전혀 몰랐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너무 의미심장한 것입니다.
"너무 시키는 대로 열심히 다하려고 하지 마시고 본인 일과 일상을 우선시 해서 쉬엄쉬엄 하세요. 그리고 남의 말을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그때는 그냥 덕담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겪어보니까 무슨 말인지 너무 잘 알겠는 거예요. 젊고 자기 직장 있고 하는 사람들은 도저히 이 버든과 스트레스를 견딜 수도 없고 여기 봉사 사이클에 맞출 수도 없어요.
이런 데다? 익명으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약간 종교적으로 죄책감도 들긴 하는데 한편으로는 이게 하느님 과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푸념 한번 해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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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비슷한 일 때문에 타의에 의해서 완전히 제 인생의 중요 업이 접힐뻔 해서 2년동안 하던거 그만 뒀었는데 올해 하는수 없이 아무도 안하겠다고 뻐대서 윗선의 부탁 아닌 부탁으로 봉사활동의 부장을 맡았는데 그냥 위의 전달사항을 모든 사람에게 공지해야 할거 있어서 그대로 전달했더니 이틀만에 컴플레인이 바로 윗선으로 저를 안거치고 다이렉트로 윗선이 컴플레인 들어왔다고 미안하다고 연락오더군요 자기들 입장을 배려 안한 일방행정이라고!!! 스케쥴에 따른 1주내로 결정해야할 일에 대해 의견 구한다는 공지였음에도 불구하고 독단으로 권력행사 한다고 컴플레인이 들어왔다고 하시더군요. 와 진짜 !! 이제는 그냥 기계적으로 윗선의 공지 전달까지 컴플레인을 받아야하나 라는 생각이.. 이래서 안할려고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