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썸머타임 킬러 (Un Verano Para Matar) OST - Luis Enrique Vacalov, Sergio Bardotti
안토니오 아사시 감독의 <썸머타임 킬러> 는 거지발싸개 같은 작품이다.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3국 합작이라는 것에서 몰려오는 불안감 (이 시절에는 몇개국 합작 영화를 어필할수록 불안감이 더했다.) 에 부응하는 무성의한 줄거리와 어이없는 상황전개는 지금 보면 실소가 터지게 만든다.
희한한 것이, 합작했던 국가에서는 극장 개봉했다 철저하게 망해서 묻혀버린 작품인데 유독 한국, 특히 일본에서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판 DVD가 리마스터링 되었다고 하지만 20분 정도 짧은 버전이라 원본 보기가 힘들다.) 아무리 70년대 한국이 박정희 정부의 외화수입규제로 인해 볼 수 있었던 외국영화들이 두자리 수에 불과했더라도 이게 그 시절 추억의 명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점은 굉장히 의문스럽다. 주연배우인 올리비아 허시와 크리스토퍼 미첨의 미모 덕이 크겠지만, 굳이 박박 긁어서라도 장점을 찾아보자면 미첨이 도시와 시골마을의 멋진 풍경 아래 바이크 액션이랍시고 동춘서커스 발끝에도 못 미치는 허겁지겁 몸놀림을 보여주는 것마저 그 시절엔 로망이었을 것이며.. 지금 보면 스톡홀름 증후군 환자인 올리비아 허시는 작품 속 친아버지란 양반이 딸이 아니라 무슨 애인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오죽하면 자길 납치한 크리스토퍼 미첨의 상처입은 고양이같은 모습에 빠져들었을까 이해해보게 된다. 주인공 남녀를 찾는 노형사 칼 말덴이 자신을 희생해 가면서 이들의 행복을 빌어주는 전개는 유일하게 덜 거지발싸개 한데다 은근 감동적이다. 군인이 지배하던 시절, 방황하던 반도의 청춘들에게 <썸머타임 킬러> 속 칼 말덴 선생은 바람직한 아버지상 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당대 청춘들의 감성을 건드렸던 무언가일지도.
<썸머타임 킬러> OST는 루이스 바칼로프와 음악 프로듀서 세르지오 바르도티가 담당했다. 루이스 바칼로프는 한국에서 리즈 오르톨라니와 더불어 ‘엔니오 모리꼬네' 로 묶이는 굴욕을 당하곤 했다. 그럴만도 했던 것이, 두 사람이 이탈리아 웨스턴 영화음악도 간간히 담당했는데 모리꼬네 임팩트가 워낙 컸고, 모리꼬네가 작업한 웨스턴에 출연한 배우들 (리 반 클리프 같은..) 이 다른 감독의 웨스턴에 나오며, 그런 작품들이 개봉 당시 한국에 정보가 충분치 않아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루이스 바칼로프가 한국 사람들에게 영화음악으로 이름 석자를 각인시킨 작품은 90년대에 작업한 <일 포스티노> 에 이르러서였다. 정작 그 작품으로 모리코네보다 음악상은 먼저 타셨지..
<썸머타임 킬러> OST는 작품 전체에서 유일하게 고급진 존재감을 뽐내는데, 역시 전체 사운드트랙은 일본에서만 발매됐다. 루이스 바칼로프는 작품에서 두 개의 곡을 썼다. 모두 파워풀한 록 스코어로 'The Summertime Killer' 와 'Motorcycle Circus' 다. 이 중 후자는 <킬 빌 Vol.2>에서 인상적으로 삽입된 바 있다. 당시 이탈리아 영화들이 장르 구분 없이 서정적인 멜로디를 집어넣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작품도 사랑이야기가 있다보니 정작 유명해진 곡은 'Run And Run' 과 'Like A Play' 다. 비트볼 레코드에서 복각된 이 CD는 개봉 당시 해외에서 발매된 싱글 앨범, 일본판 OST 보다 더 많은 곡들을 수록하고 있다. 앨범을 들으면 작품이 아무리 형편없어도 음악이 좋으면 한 50% 정도는 비호감적인 감정이 줄어들어 새삼 놀라게 된다. 크리스토퍼 미첨과 올리비아 허시가 수영복만 입고 나와줘도 용서가 안 될 판인데.. 음악의 힘은 참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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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때 순전히 올리비아 핫세 때문에 이 영화를 봤는데,
영화 내용은 전혀 모르겠고..
크리스미첨이 용달차(?) 뒷자석을 터서 오토바이를 실고 다니다 윙~ 하고 튀어나오는 장면이 너무 멋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