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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오페라 라보엠과 뮤지컬 렌트의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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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5 10:24:18

[라 보엠]은 프랑스의 소설가 앙리 뮈르제가 1847년부터 1849년까지 여러편의 독립된 단편으로 발표한 자전적 소설인 [보헤미안들의 인생풍경]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제는 [Sc`enes de la vie de Boh`eme]이고 국내에선 2003년 12월 문학세계사에서 [라 보엠]이란 책명으로 출간되었는데 지금은 절판됐다. 국내에서 원작의 번역제로는 [보헤미안들의 생활전경]으로도 알려져 있다. 같은 소재를 가지고 작가가 직접 체험한 일화들을 하나로 묶은 연작 장편 소설 형태이다. 뮤지컬 [렌트]는 앙리 뮈르제의 소설을 원작으로 각색된 오페라 [라 보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나비부인]을 뮤지컬로 변환시켜 성공한 [미스 사이공]처럼 각색은 자연스럽게 이식된 편이다. 그러나 원작에서 유일하게 이름까지 살아 남은 여주인공 미미 캐릭터의 설정 방향은 원작을 떠올려보면 대책이 안 서고 한심할 따름이다.

 

오페라에서 이 남자 저 남자를 홀리며 마성의 매력을 풍기는 무제타를 양성애자로 설정하고 그녀와 사귀는 마르첼로를 조앤과 마크로 분리시킨건 각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설정이었다. 오페라에서도 무제타는 보기와 달리 의외로 속이 깊고 인정은 많았지만 미모와 타고난 매력을 무기 삼아 여러 남자 후려먹는데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생활이 복잡하고 지저분한 여자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질투하고 의심하여 하루가 멀다하고 싸우며 으르렁대는 마르첼로의 의처증 기질은 뮤지컬에서 괄괄한 조앤의 성깔로 십분 발휘되었다. 로돌포의 예민하고 섬세한 예술가적 감정선도 에이즈 걸려 고뇌하는 로저라는 기타천재로 절묘하게 결합되었다. 그런데 미미를 보라. 오페라 캐릭터에서 이름까지 그대로 옮겨 심은 뮤지컬의 미미 캐릭터가 현대판으로 전환되는 방식은 원작에 대한 모욕이라 할만큼 극단적이고 파괴적이어서 캐릭터로 일대 일 비교하면 고약하고 불편할 따름이다.

 

뮤지컬의 미미는 오페라의 미미에게 감춰진 전생의 업보라도 물려 받은건지 아니면 오페라의 미미에게 무슨 갚당 못할 만큼의 원수라도 졌는지 끊임없이 추락하고 망가진다. 다른 인물들은 19세기 파리 뒷골목의 예술가에서 20세기 후반 뉴욕 빈민가의 가난한 예술가들로 자연스럽게 흡수가 됐지만 미미만은 원작의 인물성격과 대조해 봤을 때 당황스럽게 변모했다. 오페라의 미미는 삯바느질로 겨우겨우 연명하다 궁핍한 생활 환경으로 건강이 악화되어 폐병에 걸린 결백한 순애보 캐릭터이다. 그런데 뮤지컬의 미미는 자기가 좋아 변태 스트립 클럽에서 옷을 벗고 의지가 약해 마약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나약하고 한심한 인물이다. 이 남자 저 남자에게 이용당하다 로저에게까지 버림 받고 마약 중독에선 헤어나오지도 못한 채 에이즈 환자로 망가지다가 극 말미엔 길거리에서 동사 일보 직전까지 간다는 점에서 동정의 여지가 없는건 아니지만 하는 짓들을 보면 자초한 경우가 많아서 오페라의 미미가 처한 절박함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은 못된다.

 

오페라의 미미는 살려는 의지가 있었고 로돌포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리고 무제타처럼 미모를 무기로 하여 남자를 등쳐먹는 비열한 행동도 하지 않는다. 오페라에서 미미는 정말로 불이 필요해 로돌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집 열쇠를 잃어버려 서로 찾는 과정에서 정분이 나는 설정이었다. 뮤지컬의 미미는 불은 어디까지나 핑계고 약기운이 떨어져 오한을 느끼며 어슬렁거리다가 마침 호감이 살짝 가있는 같은 건물 입주자 이웃인 로저를 찾아가 유혹도 하고 뽕맞은 기운도 되찾을 겸 해서 의도적으로 접근한거니 방식 자체가 저질이다.

 

오페라의 미미가 가진 정갈한 몸가짐의 무구한 성격을 봤을 때 현대 뉴욕 빈민가의 약쟁이 스트리퍼로 변신한 미미는 쌍욕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다. 그야말로 우주최강 잡년이 되고 말았다. 이름과 인물이 가진 비극적 모순은 동일하나 처해진 상황은 상반돼 있어서 뮤지컬의 미미는 아무리 좋게 봐줘도 타락천사일 뿐이다. 만약 죽은 푸치니가 이걸 봤다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조나단 라슨의 [렌트]는 걸작이지만 미미에 대해선 너무 나간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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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17-02-25 10:57:15

미미에 대해서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미미와 라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가 앓는 결핵은 정숙하지 못 한 여자들이 걸리는 병으로 흔히 사용되었습니다. 비올레타의 직업이 비록 화려해도 화류계 였듯 미미가 과거 화류계 출신임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래 글은 오래 전 제가 어느 사이트에 올렸던 글입니다.
"미미 - 라 보엠
- 내숭쟁이 입니다. 요즘 말로 선수 같습니다.
로돌포에게 먼저 접근 합니다. 꺼진 촟불도 잊어버린 열쇠도 꾸민 냄새가 많이 납니다. 하지만 로돌포가 물을때는 자신의 이름은 루치아 지만 왜 미미라고 불리는지도 모르겠다고 잡아 뗍니다.
처음 보는 남자와 그 남자의 친구들이 모이는 자리에 나도 같이 따라까면 안돼나 라고 씩씩하게 이야기 합니다.
- 현실적 입니다.
라틴 광장에 가자마자 쇼핑부터 합니다. 모자를 사고 보석을 고르고 물론 로돌포느 기겁을 하죠. 날은 추워지고 병은 점점 더 악화되는 상황을 괴로워 하는 로돌포의 마음을 알면서도 결국은 그 의 곁을 떠나 새로이 귀족을 만납니다. 그 귀족과의 관계가 끝나 거의 죽게되자 다시 로돌포의 곁으로 돌아 옵니다. 그 상황에서도 무제타를 칭찬하여 그 녀의 귀걸이를 빼게 만듭니다.
이러고 보니 미미의 나쁜 면만을 본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속에서 좋은 점을 찿는 노력을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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