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자동
ID/PW 찾기 회원가입

[감상기]  미스터 홈즈

 
9
  745
Updated at 2021-01-14 21:11:07

미치 컬린 씨가 쓴 소설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미스터 홈즈'는, 여러 영화에서 멋진 노년의 인물들을 연기하여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이안 맥켈런 경이 홈즈로 분하여 화제가 된 영화입니다. 2015년 7월에 북미에서 개봉하고 같은 해 9월에 원작 소설이 국내에도 번역/소개 되었으며, 올해 7월에 블루레이(이하 BD)가 국내 정식 발매.(오픈 케이스는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blu_ray&wr_id=1828262&sca=&sfl=wr_subject&stx=%ED%99%88%EC%A6%88&sop=and&scrap_mode=  참조)

 

아서 코넌 도일 경이 쓴 추리 소설 '셜록 홈즈 시리즈'의 주인공이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인 (가상 인물)셜록 홈즈는, 경의 의향이야 어쨌거나 영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에서 팬을 끌어들였고 덕택에 최초 등장으로부터 1세기가 넘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캐릭터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이란 (지금 소개하는 영화의)원작 소설 역시, 이 시리즈와 홈즈란 캐릭터를 깊이 이해한 20세기 태생의 저자가 창작한 일종의 헌정 소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맥켈런 경이 93세(란 설정의) 노탐정을 어떻게 연기했는지도 궁금하고 해서 보게 된 이 영화는... 한 마디로 요약하면 예상대로였습니다. 그리고 좋은 방향으로 예상대로였던 이 영화가 국내 정식 발매 BD에는 어떤 모습으로 담겼는지, 그 점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1. 디스크 스펙


BD-ROM 듀얼 레이어(50G), 전체용량 17.7G/ 본편용량 16.8G
영상스펙 1080P24(AVC)/ 화면비 2.40:1/ 비트레이트 20.13Mbps
음성스펙 DTS-HD MA 5.1ch(영어) 16/48 (1종)

자막 한국어, 영어

이 BD는 북미 발매(2015년 11월) 당시 싱글 레이어 디스크에 담겨 나왔는데, 국내 정발 디스크는 일단 케이스에 적힌 스펙 표기에 따르면 듀얼 레이어 디스크입니다. 그렇지만 실제 수록 용량은 북미반과 거의 동일. (평균)비디오 비트레이트는 2015년에 발매된 디스크로선 일반적인 수준이며, 다른 스펙 역시 별로 특기할만한 사항은 없습니다.


수록 서플은 총 3종/ 7분 가량의 짧은 내용으로, 무슨 내용을 담을려 해도 너무 시간이 짧아서... 사실상 트레일러의 확장판(?) 같은 인상. 그러니 따로 간추려 말씀드릴 것도 없이 그냥 한 번 보시길 권합니다.


2. 영상 퀄리티

미스터 홈즈는 Arri Alexa XT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2.8K 소스를 2K DI화 했는데, 전체적인 화면 특성은 디지털보단 아날로그 쪽에 가깝습니다. (인위적으로 부여한)곱고 그윽하게 깔리는 약한 그레인감, 약간 따뜻한 색감이 감도는 화면, 살짝살짝 묻히긴 해도 계조 자체는 깔끔한 암부 등등. 덕택에 대략 1950년 정도를 배경으로 하는 본 영화와 상당히 잘 어울리는 화면이라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전반적인 화면 디테일은 좋은 편. 전술한대로 약간 맛사지를 가한 화면이라 다른 AA XT 촬영작에 비해 쨍한 감은 다소 물러서기는 합니다만, 특별히 선명함에 문제를 제기할 레벨까지 물러나진 않습니다. 실제 나이보다 훨씬 노년의 캐릭터로 분한 맥켈런 경의 분장이 특별히 어색하게 보이지 않는 정도... 까지만 딱 잡은 느낌이랄지.

이런 화면 경향은 특히 회상 시퀀스에서 두드러지는데, 영화 내 현재 시점인 영국과/ 홈즈가 회상하는 일본 체류 중의 화면은 그 경향이 꽤 다른 편이고 후자가 특히 더욱 아날로그틱합니다. 개중에서도 히로시마 촬영분은 이런 화면 효과를 극대화시킨 모양새로, 다른 시퀀스에 비해 명백히 '초현실적인 느낌'을 화면에 부여하려 한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색감은 큰 과장 없이 묵묵하지만 확실하게 사물의 색을 전달하는 타입. 디지털 촬영작 특유의 명암 강조 없이 1950년대 영국의 분위기도 담담하게 전달됩니다. 사물의 질감이나 피부 톤 역시 극적인 왜곡 같은 느낌 없이 잘 전달되는 편. 별다른 밴딩이나 기타 화면 노이즈도 딱히 감지하기 어렵습니다. 아주 가끔 앨리어싱이 눈에 띄는데, 어지간히 대화면이나 근거리 시청이 아니면 보이지도 않는 레벨.

요약하면 어딘가 인상적인 장면은 별로 없지만, 정도를 벗어난 이상함이나 왜곡도 없는 수수하지만 좋은 영상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굳이 시시콜콜 흠을 잡자면 암부가 간혹 묻힌다는 점 정도가 살짝 거슬리는데, 이 품위 있는 (하지만 다소 치매 증상이 있는)노신사의 이야기는 주로 햇빛 아래에서 진행되므로 감상에 별다른 위해를 끼치지는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평범하지만 약점도 별로 없는 화면입니다.


3. 음성 퀄리티

음성 퀄리티도 평범함으로 치면 영상 쪽에 뒤지지 않습니다. 굳이 멀티 채널이 필요했을까 싶을 정도로, 서라운드와 서브 우퍼 둘 다 러닝 타임 내내 좀 졸고 있어서... 조용한 BG와 조근조근한 대화가 주를 이루는 영화다보니 별 수 없다 싶지만, 그럼 LPCM 2.0ch 트랙 같은 것도 하나 넣어주지 덜렁 DTS-HD MA 5.1ch 트랙 하나 뿐이라 다운 믹스 책임을 시청자에게 떠넘기는 것도 좀.(이건 선 발매된 북미반 BD부터 그랬습니다. 정발반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나마 양봉장에서 벌들이 날아다니는 소리, 초반을 비롯 가끔 나오는 기차 사운드에서 리어 스피커가 잠을 깰 때는 그런대로 재미있는 소리가 나지만... 공간감이나 방향성을 논하기엔 너무 짧아서 뭐라 논할 도리가 없습니다. 하기는 영화 내용이 그런 탓이지 사운드 디자이너가 책임질 문제는 아니겠으나.

BG를 통해 S/N이나 다이나믹스 같은 요소를 모두 따져봐도 이 영화의 사운드 퀄리티는 평범함을 벗어나는 건 아닙니다. SE 역시 완벽하게 명료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혼탁한 수준도 아니고. 하여간 두루두루 약점이라 할 만한 부분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뛰어난 부분도 딱히 없습니다. 그냥 BD + DTS-HD MA 사운드로선 평범한 수준... 이라는 말밖에 달리 드릴 말씀이 없네요.


그래도 사물의 좋은 면만 보자면- 대단한 사운드 시스템이나 재생 품위를 추구하지 않더라도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을 많은 시청자들이 비슷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제 품위대로 재생하기 극히 어려운 콧대 높은 영화 사운드만큼 까다로운 존재들도 없으니까요.


4. 총평

유명하고 능력 있던 인물이 남들 보기에 좀 초라해보이는 노년(거기에 병까지 겹친)을 보낸다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어느 정도 동정심을 유발하는 요소가 있고, 원작 소설(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이나 이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나 그 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이 93세의 홈즈는 명민하고 지극히 논리에 충실한(& 사감을 거의 배제하는) 코넌 도일 경의 소설 속 홈즈와는 글쎄... '나의 홈즈는 그렇지 않아!'라고 외칠 정도는 아닌데, '이, 이건 아니야...'고 중얼거릴 정도는 되는 모습이기도 해서...


하지만 그 한편으론 바로 이런 내용과 모양새이기 때문에, 홈즈라는 캐릭터를 전혀 모르는 분들도 별 문제없이 두어 시간 가량 이 노신사를 둘러 싼 과거의 일과 그를 따라가며 일어나는 심경의 변화를 더듬을 수 있습니다. 물론 알고 있는 분들도 충분히 음미한다면, 품위 있고 조용한 이 캐릭터를 지켜볼 수 있고.

이에 더하여 기억이 깜빡깜빡하는 93세 노인으로 분한 맥켈런 경의 연기도 훌륭하며, 전체적으로 조용하지만 느긋한 분위기나 이야기 전개도 좋습니다. 단지... 어떤 의미에선 '로건'이 생각나기도 하는 내용(젊은 시절 날아다니던 양반이 노년에 쇠약해진다는 면에서)이지만, 액션성은 전무하며 조용하고 완만하게 쇠하는 모양새라 글쎄... 이런 전개에 익숙하지 않은 분께는 깊고 충실한 수면 시간을 제공할 위험은 있긴 합니다만, 그 역시 원작부터 그런 분위기이니 영화의 문제는 아니고.


그 특유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기도 했기에 개인적으론 이 영화가 국내에 BD로 정식 발매된 것이 기쁩니다. 서문에 링크한 오픈 케이스에도 보이듯 영화 내용에 어울리는 모양새로 점잖지만 품위 있게 디자인 된 정발 한정판 패키지도 마음에 들고. 다만 시리즈 게시물로 엮어 둔 정오표에서 자세히 말씀드린 것처럼, 본편과 서플에 걸쳐 자막이 이러한 품위들을 좀 저해하는 감은 있는데... 이 게시물을 포함하여, 저는 본 정발 BD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드렸으니 판단은 순전히 보는 분들께 맡길 따름입니다.

님의 서명
無錢生苦 有錢生樂
6
Comments
Updated at 2017-08-02 17:55:54

조지마님의 글을보니 잔잔한 영화인것 같군요^^

글을 쭉 읽어보니 '이 영화는 왜이래?'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영화의 스타일을 인정하고 그에 걸맞는 조지마님의 찬찬한 분석이

제가 블루레이 한 편을 훑어본 느낌입니다.

유익한 정보 얻어갑니다! 감사합니다^^

 

WR
2017-08-02 19:20:15

그렇게 받아들여 주셨다니 고맙습니다.^^

2017-08-02 17:26:06

배송된 날 바로 감상했는데, 셜록 같은 긴장감은 다소 부족하지만 차분하고 분석적인 흐름으로 나름 흥미롭게 감상했답니다.
오늘도 친절한 리뷰 잘 보았습니다.^^

WR
2017-08-02 19:21:05

네, 말씀대로 차분하게 따라갈 수 있는 영화라 저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08-02 21:59:41

신화의 해체라는 행위에 온통 몰입하는 것 같아서, 제 취향에는 썩 맞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해체의 대상이 현재까지 완전무결하고 비할 바 없이 거대하게 여겨져 왔다 해서, 그 부정의 시도가 무조건 옳거나 멋지기만 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WR
2017-08-03 06:47:39

네, 그렇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 전 소설 속 인물의 if에 대해, 이런 가정도 있구나 정도로 긍정하면서 분위기를 즐긴 것이지만요.

다만 사냥 모자나 파이프 같은 소품(을 실은 안 쓴다)은 삽화가 아니었으면 유명해지지 않았을 거라든가, 홈즈가 가진 성격적 결함과 동시에 보여주던 인정 같은 요소는 도일 경이 그린 홈즈 시리즈에도 있는 것들이라... 세부 요소를 보자면, 원작 작가도 강하게 의식적으로 신화의 해체란 것에 매달린 거 같지는 않습니다. '홈즈, 그 완벽함 이면의 모습'을 주제 삼아 이야기를 끌어가다보니 그렇게 비칠 수도 있어졌다- 가 아닐까 싶네요.^^

이 영화 원작 소설 같은 경우엔 홈즈 시리즈 특유의 약간 건조한 따뜻함이 좀 더 도드라지니, 작가의 시선을 생각하시는데 도움이 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긴 주요 흐름과 이야기 뼈대는 동일하니, 영화가 탐탁하지 않으셨다면 과히 권하긴 어렵긴 합니다만.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