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게] 되팔이, 전매 행위에 대한 소고
일단 전제를 달면 1. 전 케이스에 별 관심이 없고 2. 어떤 게 안 구해지면 다른 나라 어느 판본이든, 되도록 우수한 화/음질 + 서플도 많이많이 넣은 디스크만 조달되면 그만인 주의(스페어로 쓸 엘리트 케이스는 창고에 얼마든지 있다!) 라서 3. 물리 매체 수집 마니아 분들의 마음은 잘 모릅니다.
굳이 따지면 제가 무슨 '예판'에 진지하게 참여해 본 건 글쎄... 여긴 DP고 그래서 현 최신 매체인 4K UltraHD Blu-ray(이하 UBD)에 한정해 말하자면, UBD 출범 후 5년간 딱 하나 있네요. 국내 정식 발매된 기생충 UBD가 그것인데, 이건 이 기생충 UBD 디스크가 말그대로 한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최상의 판본이라서.
물론 달리 생각하면 이 디스크를 케이스(라든가 다른 예판상의 유인 요소)로 치환하면 마니아 분들의 마음이 좀 이해가 가기도 하겠는데, 그러기엔 빈도가 너무 떨어져서 역시 그 간절함을 안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1.
다만 어느 종목의 선수를 해보지 않은 사람도 코치나 감독으로서 잘 할 수도 있듯이, 저도 그나름 매체 수집 생활을 다른 분들만큼은 해온 관계로 되팔이 행위가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짚이는 데는 있습니다. 바로 '관심'입니다.
쉽게 말하면 관심 있고 사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으니 미리 사다가 팔려는 사람이 있는 건데, 이 과정에서 프리미엄이 안 붙는 것도 무리이긴 합니다. 2시간 후엔 끝나는 야구 경기 보러 암표를 비싸게 사고파는 행위도 있는 판에, 오래오래 보존할 수 있는 물리 매체 + 케이스 등 멋진 유인 요소가 아른거리는데 그만한 추가 지출을 안 하는 건 더 힘들겠지요.
그 프리미엄이 어느 정도면 적당하며 또 어떤 물건이면 괜찮냐는 건 솔직히 별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저는 딱 기생충의 한국 정발 4K 울트라 블루레이 '디스크'를 원하는데, 이게 정 안 구해지면 저도 웃돈 주고 디스크만이라도 사요~ 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게 케이스가 아니고 디스크 자체를 사려는 거니까, 정당하고 착한 구매 < 라고 할 생각은 딱히 없습니다. 정말 그렇게 샀다면, 얼마에 사든 되팔이에게 양분을 준 건 사실이니.
2.
헌데 되파는 행위가 무엇인지 규정하든 혹은 그 선악에 대해 논하든, 되파는 행위가 사라질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이건 딱히 예언도 아니고 누구나 아실 당연한 현상이고요. 그리고 그걸 규탄하든 규정하든 그것도 사고파는 사람의 자유의지니까, 그게 나쁠 것도 없다고 봅니다.
다만 개인적으론 이런 생각은 듭니다. 길거리에서 공연을 하는 분에게 다가가 구경을 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지나치는 행인도 있는데, 지나치는 행인만 많으면 자연히 공연을 하는 분도 용기가 없어져서 그만두거나 공연 빈도를 줄이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되팔이든 리셀러든 일종의 '공연'이라서, 관심 없는 사람이 많으면 자연히 아무런 다툼도 없이 잠잠해지겠지요.
근데 또 마니아 사이트에서 그걸 기대하는 것도 무리라고는 봅니다. 예를 들면 바로 어제 제가 올린 비교적 최신 UBD 리뷰 안내 게시물, 의 바로 위에 되팔이에 대해 언급하는 게시물이 있는데... 이 두 게시물 사이의 추천과 조회수 차이는 (본 게시물 작성 시점 기준)거의 3배입니다.(댓글수는 비교하기도 민망하고) 그나름 제목에 8K! 까지 써가며- 실제 타이틀 이름도 그랬긴 하지만- 기술적 호기심을 이끌어 보려고도 했는데, 다아 부질없는. 뭐, 그런 것입니다. (하기는 그나마 DP니까, 별 재미없는 리뷰도 저만큼 읽어주시고 추천해주시는 분들도 있는 거지요. 늘 보람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럼 대체 결론이 뭐냐, 고 하시면 전 솔직히 '레세페르' 입니다. 오게 두어라, 서리한이 굶주렸다... 가 아니고, 되팔이 행위도 사이트에서 정한 규약에 반하지 않으면야 + 그걸 규탄하는 것도 사람의 도리에 어긋날 정도만 아니면야 + 프리미엄이 얼마면 사고 아니면 마는 것도 다 각자의 재력과 예산과 욕구에 따르면야 + 그리고 관심 없다고 지나치는 사람도 다 각자 레세페르: 마음대로 하게 두십시다.
단지 이렇게만 쓰고 말면 납득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실 수 있으니까 굳이 더 적으면 a. 케이스 팔이가 나쁘다고 그걸 비난하고 관심을 끊으면, b. 아마 디스크 제작사도 없어지고 그걸 논하는 사람들도 없어질 겁니다. 솔직히 이제 디스크 내용에 신경쓰는 사람들의 시대는 갔지 않습니까? 내용은 OTT로 편하게 보면 그만이고, 디스크의 화/음질이 더이상 만인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오는 시대도 아닙니다. 굳이 좀 멋지게 보고 싶으면 영화관에서 두어 시간 화면 크고 소리 크게 보면 그만이지, 시시콜콜 디스크 비트레이트는 얼마니 사운드 포맷은 뭐니 하며 계속 다시 볼 영화도 시간도 점점 없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전 조회수 0이라도 디스크 리뷰를 쓰겠지만, 예판 땅! 구했어 못 구했어 되팔이야 아니야 좋아 나빠 게시물로 블게가 뒤덮여도 딱히 나쁠 거 없다고도 봅니다. 서로 각자가 좋아하는 걸 하는 것이고, 제가 뭐 쓰나미처럼 리뷰 게시물을 쏟아부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블게에 고상한 리뷰 게시물만 올라온다면, 한 달에 게시판 두어 페이지나 넘어가면 다행이지 않을까요? 그래서야 이 사이트의 존폐가 의심스럽겠지요.
이런 결론이 블게 정서에 맞는지 어떤지는 딱히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다들 너무 과열되지 않고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즐기고 논하시길 바랍니다. 더 추가하면 이 사이트는 운영자님 개인 사이트니까, 운영자님에게 피해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즐겨주시면 좋겠네요. 아무튼 저도 일개 회원으로서 소중한 리뷰 게시의 장을 잃고 싶진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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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도 적당히 붙는다면야 되려 해당 시장에 긍정적 효과(?)가 있긴 한데,
문제는 이 블루레이 시장이란게 태생부터 DVD한테 쨉도 안 되었고
4K 는 사실상 아웃 오브 안중에
이제는 스트리밍한테도 완패하면서 진짜 코딱지만한 수준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점이겠져.
여러 사람이 조금씩 되팔이 하는 걸로는 데미지가 없겠지만,
진짜 맘먹고 한 두 사람이 싹 쓸어담으면 아예 사망선고는 아니더라도 팔다리 한 짝 정도는 제거 가능할 정도로 작으니깐 문제라고 보면 되진 않나 싶네여.
이렇게 팔 한짝 다리 한짝 잘라내다보면 꽤 빨리 사망할지도 모를 겁니다.
그리고 LP시장 떡상과 비교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LP는 아주 특수한 케이스라 블루레이도 그 과정을 밟을 거란 생각은 좀 나이브하기도 하져.
결국 원래도 모래성이었는데 이젠 비도 안 와서 바싹 말라서 맘먹고 발로 차면 그냥 모랫가루가 될 처지에 가깝지 않나, 마 그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