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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스포츠) 스테판 커리, 공 없이도 경기를 지배하다

axl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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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5-26 01:53:05

 

 이산화의 '증명된 사실' 중 

 '우리는 중력 때문에 지구에 발을 붙이고 살지요. 하지만 영혼에는 중력이 작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현대 농구를 이해하는 일에 있어서 'gravity'를 인지하는 건 필수입니다. 그래비티를 알아야 공격과 수비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가를 알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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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gravity를 중력으로 알고 있고, 그걸 발견한 아버지가 위대한 아이작 뉴턴이란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말하는 게 당연하게도 아닙니다. 그 중심 의미는 그대로 가지만 말이죠. ‘끌어당기는 힘.’ 농구판에서 선수에게 쓰는 gravity는 수비수들이 특정 구역으로 끌리는 경향을 말합니다. 다시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오프 볼 상태의 공격수가 자신의 수비수를 얼마나 끌어당기고 있느냐’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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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 삽입한 2014년 자료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클리퍼스의 3번 크리스 폴은 온 볼 상태입니다. 우리가 보고자 하는 선수는 LA 클리퍼스의 22번 맷 반즈입니다. 맷 반즈의 수비수는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의 35번 케빈 듀란트입니다. 맷 반즈는 케빈 듀란트를 74.4(gravity score)만큼 끌어들이고 있고, 다시 케빈 듀란트는 크리스 폴과 56.1(distraction score)만큼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여기서 the distration score는 오프 볼 상태의 공격수를 수비하는 선수가 온 볼 상태의 공격수와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를 수치화한 것입니다. ‘반중력이라 표현해야 하는가’라 잠시 생각을 해봤지만, 원뜻과는 상관이 없는지라 원어로 적어뒀음을 밝힙니다.

 

 슈팅 레인지가 길수록, 슈팅의 정확도가 높을수록 A란 선수의 중력은 더 커지기 마련입니다. 특히나 이런 선수의 오프 볼 무브먼트가 좋다면, 상대 수비진은 그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대열이 완전히 무너질 공산이 큽니다. 공을 잡지 못하게끔 막아야만 하고, 슈팅을 더 어려운 상태에서 쓰게끔 강제해야만 하니 말이죠. 앞서 언급한 gravity score와 distration score를 조합, 선수의 활약상을 수치화한 기법이 바로 'respect ratin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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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방어 도입 이후, 플로어를 넓게 쓸 수 있는 팀이 승리를 가져가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를 적용하면, 에이스가 상대 수비수들을 끌어들이고 그들의 신경을 쓰이게끔 강제하는 만큼, 그 동료들이 활용할 수 있는 코트 공간은 기하급수로 늘어나게 됩니다. 에이스의 gravity로 인해 오픈 찬스를 가질 수 있는 동료들이 늘어난단 얘기. 예를 들겠습니다. 스테판 커리가 인바운드 패스를 준비하는 중 클레이 탐슨이 오프 볼 무브먼트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수비진영은 현 NBA 아니 역대 no.2 3점 슈터 자리를 예약하고 있는 탐슨이 공을 잡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어지러이 움직입니다. 탐슨에게 여러 수비수들이 몰리는 상황이 벌어졌고, 이 순간을 놓치지 않은 커리는 외곽에 유유자적 서있던 23번 드레이먼드 그린에게 패스, 다시 그린은 완전한 오픈 3점슛을 날립니다. 탐슨이 뛰어난 오프 볼 무브먼트 플레이어이자 무엇보다 기계처럼 정확한 3점슛을 날릴 수 있는 선수였기에 가능한 장면이었습니다. 여기서 그의 gravity가 얼마나 위협적인 무기가 됐는지 더 말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공을 잡지 않고서도 팀의 승리에 보탬이 되는 어느 선수의 활약상을 Respect rating보다 더 잘 설명해주는 지표는 아마도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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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3점 슈터 스테판 커리의 gravity, 나아가 respect rating은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한 시즌도 있는 만큼 그 궤를 달리합니다. 흔히 ‘3점 슈터는 원거리 슈팅 감에 따라 경기의 활약상이 크게 갈리는 만큼, 마이클 조던이나 코비 브라이언트와 같은 미드레인지 마스터들이나 샤킬 오닐이나 팀 던컨과 같은 골밑의 파수꾼들보다 한수 아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실제 골든 스테이트에서 특히 수비가 보다 빡빡해지는 플레이오프 기간에 들어설 때면, 아이솔레이션을 통해 보다 득점 볼륨을 높이길 요구받는 케빈 듀란트를 스테판 커리보다 높게 평가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커리의 기괴할 정도로 긴 슈팅 레인지와 가공할 원거리 슈팅 정확도로 인해, 약간 과장하면 그가 하프라인을 넘은 순간부터 수비수 두 명씩 달고 오프 볼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단 사실을 너무 쉽게 잊은 채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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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Mr.한
2019-05-25 16:50:26

재미있는 글 잘 봤습니다. ^^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또 우승을 차지하면 좋겠어요.

WR
axl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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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5 16:58:58

히어로 볼의 핵심이던 케빈 듀란트가 부상으로 빠지고, 

다시 모션 오펜스를 기반으로 한 농구를 선보이더군요. 

오프 볼 무브먼트를 가져가는 외곽 슈터들과 

이들의 오픈 찬스를 내기 위한 동료들의 끝없는 스크린 플레이, 

다시 코트 위 모든 선수들의 손을 빠르게 넘나드는 패스 플레이까지. 

히어로 볼보다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농구를 선호하는 터라 보는 맛이 훨씬 커졌습니다. :-) 

호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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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5 17:15:57

컨파는 15년 골스를 보는 듯 했습니다. KD 빠졌다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변화하는게 너무 놀라웠어요.

WR
axl18
2019-05-26 00:30:03

저도 듀란트 빠진 순간부터 갑자기 스플래시 브라더스 중심으로 돌아가던 15/16시즌까지의 골스 전술이 나와서 당황하면서도 감탄했습니다. 이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닐 텐데, 커 감독 및 이하 코치진도 대단하고, 그 선수들의 고도의 훈련 및 체화에도 감탄했네요. +_+! 

영감_3
2019-05-25 18:22:08

 커리 보다 농구를 더 잘 하는 선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제가 보기에는 농구자체도 커리가 제일 잘한는것 같지만 그건 그렇다치고.

그의 농구가 그의 3점슛 만큼이나 압도적으로 재미가 있습니다.저는 그렇습니다.

WR
axl18
2019-05-26 00:35:54

분명 커리는 과거 3점 슈터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선수라 봅니다. 레지 밀러나 글렌 라이스가 뛰던 시대와는 전체 슛 차트에서 3점이 차지하는 비율 및 실제 볼륨도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까요. 21세기 지역방어와 함께 생각하면 플로어에서 공간을 넓히기 위해 필요한 전술적 가치, 다시 모리볼과 같은 극단적인 철학, 공이 사람보다 빠르다란 철학 아래 등장했으며 그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밀레니엄 킹스의 모션 오펜스 등이 비빔밥처럼 어우러진 후 나온 그 무언가가 스테판 커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따라서 '미래지향적'이란 표현을 어떤 선수에게 붙일 수 있다면, 제 시선에서는 현 세대 커리를 제외한 그 누군가를 꼽긴 어렵다고 봅니다. :-) 

버디홀리
2019-05-25 18:55:23

머니볼처럼 팀 기여도에 맞는 선수 영입이 프런트의 능력이겠군요

WR
axl18
2019-05-26 00:37:20

그렇죠, 예컨대 모리볼 철학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휴스턴 로케츠가 저 통계학에 기반을 두고 있으니까요. :-) 

검성티노
2019-05-25 22:35:37

커리는 참 좋아하지만 올해는 다른 팀이 우승하는 걸 보고 싶네요. 글 잘 보고 갑니다. 축구 관련 글도 잘 보고 있습니다.^^

WR
axl18
2019-05-26 00:40:03

부족한 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단 말씀을 드립니다. :-) 

'특정 팀/선수 응원하는 걸 최대한 꺼리면서 스포츠 자체의 에너지를 즐기자'가 개인적 모토이긴 한데, 그럼에도 특정 대상에게 애정을 주는 건 어쩔 수가 없고, 해서 개인적으로 응원하는 포포비치 사단이 탈락한 뒤부턴 '누가 우승하든 뭐람. 멋진 승부만 보여줘' 모드입니다. 눈치채셨겠지만, 그 녀석의 존재로 인해 토론토 만큼은 응원하지 않습니다. :-D

움훼풰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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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5 23:52:51

커리 그래비티네요

WR
axl18
2019-05-26 00:40:44

앗, 커리 그래비티란 말씀을 듣고 보니 '커리인력의 법칙'이라 본문에 써봤어도 재밌었겠다 싶습니다. 스포츠) 스테판 커리, 공 없이도 경기를 지배하다

움훼풰훼
Updated at 2019-05-26 00:51:50

커리 인력의 법칙이 뭔가 더 맞는 표현 같아요 커리 그래비티는 현지에서 있는 명사입니당. 아시는 바와 같이 워낙 괴랄한 선수가 있어서 수비 전술이 망가진다는 뜻이구요. 커리 그래비티란 표현을 모르시고 이렇게 쓰셨다면 정말 농구를 밀도 있게 보시네요. 저는 남이 말해줘야 아는데... 언제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WR
axl18
Updated at 2019-05-26 01:06:15

아, 커리 그래비티가 현지에서 고유명사화(다시 보니 보통명사화가 됐다는 말씀으로 들리네요)가 돼 쓰이고 있는 줄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비티란 개념을 생각하면 당연히 커리가 떠오르게 되고, 그저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잡은 격이라 하겠네요. ㅋㅋㅋㅋㅋ

 

지루한 장문의 글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늘 글 좋게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스포츠) 스테판 커리, 공 없이도 경기를 지배하다

beowulf
2019-05-26 00:24:42

뉴타입이죠 커리는... 슛 메카니즘이 다른거 같습니다 보통 림을 보고 던지는데 커리는 손끝과 림까지의 궤적중 중간쯤을 보고 던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멀리서도 던질수 있고 확률도 높으니 어마어마한 공간을 창출해내죠

WR
axl18
2019-05-26 00:47:35

말씀처럼 커리는 뉴타입입니다. 정말이지 저런 선수가 나올 거라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모리볼이 세상을 지배할 때 그 극한지점은 무엇일까 상상했던 분들이라면 가능했겠지만, 사실 라이트한 NBA 팬들에게 모리볼 자체가 본격적으로 소개가 된 것은 휴스턴 로케츠가 본 궤도 위에 들어선 다음이기도 해서.. 슈팅 레인지는 하프 코트 넘어가면서부터 시작되고, 40-50% 사이의 3점슛 정확도에, 슛 릴리즈 자체도 NBA 선수들 중에서도 가장 빠른 편에 속하니 플로어를 기하급수로 넓힐 수밖에요. 그 동료들이 그 덕을 가장 많이 보는 산증인이 아닌가, 해서 최근 안드레 이궈달라처럼 '농구 역사상 스테판 커리는 두 번째로 위대하다'와 같은 멘트까지 날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래와 같은 자료에 gravity를 합쳐보면 팀 전체의 오펜스에 있어서 커리란 인물의 무게를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다고 봅니다. 

https://towardsdatascience.com/the-3-point-statistic-to-rule-them-all-12ac018a955a

움훼풰훼
2019-05-26 00:52:58

이런 스탯이 있었군요. 엄청 재밌네요

WR
axl18
2019-05-26 00:59:02

정말이지 미국 스포츠는 스포츠 통계학의 정점이라고 할까요? 

축구판에 통계학이 본격적으로 도입이 된지 이제 20년 넘은 정도라, 종종 '미국에서 축구를 

사랑했고 그렇게 세상 하나의 축에서 축구란 스포츠가 발전을 했다면, 현재 어떤 형태의 모습을 띄고 있을까'란 상상을 하곤 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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