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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2019년 노벨 경제학상 - 개발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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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1-10 22:45:27

2019년 노벨 경제학상(공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스웨덴 국립은행 경제학상"이라고 합니다)은 ”세계 곳곳의 빈곤문제를 완화하는 데에 실험적 방법을 도입한 공로”로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에스테르 뒤플로, 마이클 크레머 등 3명에게 돌아갔습니다. 

기여율은 각각 1/3입니다. 할로윈데이에 호박 겉핧는 수준으로 간단히 리뷰해 보겠습니다. (벌써 11월이네요…)


개발경제학(development economics)이라는 경제학 분야가 있네요. 주로 저소득국가의 경제개발을 돕는 이론과 방법을 제시하는 학문이라고 하는데요, 저도 이런 분야가 있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전 세계의 빈곤국가들의 소득은 지난 20년간 2배가 증가하고, 아동 사망률도 절반으로 줄었다지만, 여전히 7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절대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값싼 예방접종이나 간단한 질병치료도 받지 못해 매년 5백만명의 아이들이 5세가 되기 전에 사망하며, 기본적인 산수나 글도 익히지 못하는 아이들은 전세계 아이들의 절반이나 된다고 합니다.


왜 이런 걸까요? 이런 절대적 빈곤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요?


경제학상 보다는 평화상에 더 어울릴 것 같은 이 주제에,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론적으로 접근하여 성과를 거두어 왔는데, 주로 미시경제학이라는 툴을 사용하여 빈곤(‘가난’이란 말이 더 와닿네요.)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를 분석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통로를 제시하여 왔습니다. 예를 들면, 빈곤퇴치를 위해서는 인적자원의 질이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분석해 내고, 이를 위해 교육투자를 늘리는 것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요? 교구재 구입? 임시교사 채용? 혹은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할까요? 

미소금융(microfinance)을 확대하면 영세한 창업자들을 도와 경제성장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질병예방 프로그램을 어느선까지 지원해야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 건강에 투자를 하게 될까요?

정책을 결정하려면 이런 질문에 구체적으로, 특히 ‘정량적’으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질문에 어떻게 정량적으로 대답할 수 있을까요?


의외로 방법은 간단할지 모릅니다.

“해보면 안다.”


금년도 경제학상을 수상한 한쌍의 부부와 한명의 솔로...가 아닌 유부남이 기여한 공로는, 개발경제학 분야에 자연과학이나 의학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실험적 검증방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훨씬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정책결정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계약직 교사들을 추가로 채용하는 것이 저개발국가 학생들의 학습을 돕는 가장 경제적인 해법이라는 것이 확인되었고, 빈곤계층은 질병예방을 위한 의료서비스의 가격에 매우 민감해서, 실효를 거두려면 대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미소금융 프로그램은 경제성장 기여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도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구체적인 결과들이 바로 개발경제학이 최근 거둔 성과에 의해 얻어진 것이며, 여기서 가장 큰 기여를 한 주역들이 올해의 수상자들이라고 합니다. 노벨상 위원회는 이 세사람이 개발경제학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고 평가합니다.


먼저, 한명의 솔로...아니 유부남인 크레머 교수는 1990년대 중반부터, 케냐의 학교교육을 대상으로 소위 ‘무작위 통제 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s)’이라는 방법을 적용하여 분석합니다. 그가 한 접근방법은 “저소득 국가의 인적 자본(human capital) 부양책”과 같은 큰 질문을, 작지만 훨씬 명확하게 정의되어 연구될 수 있는 질문들로 나누고, (Divide and Conquer!) 정교하게 설계된 현장실험(field experiment)을 통해 연구하는 것입니다. 그가 교육정책 연구에 시도한 이런 방법론은 오래지 않아 보건, 금융, 농업 등으로 확대됩니다.


다음으로, 바네르지와 뒤플로 부부...이자 사제지간...이자 동료인 두 사람은 이런 미시경제학적 연구결과물들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 즉 “왜 국가간에 1인당 소득이 크~게 차이가 나는가”와 같은 질문에 답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그들이 처음 주목한 것은, 저소득국가나 중진국 내에서 같은 생산부문에 대한 수익률의 불균일성은, 국가간 수익률 불균일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크으으으~~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개발도상국가들의 경우 어떤 기업들은 최신 생산기술을 사용하지만, 어떤 기업들은 같은 부문인데도 매우 뒤쳐진 생산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는 것이고, 하지만 고소득 국가의 경우에는 이런 생산성의 격차가 훨씬 적다는 거죠.  


그렇다면 그 다음 질문은, ‘왜 어떤 기업들은 최신기술의 혜택이나 시장의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가’...가 되겠죠?


두 사람은 이런 비효율성이, 다양한 형태의 시장 결함이나 혹은 정부정책 실패에서 기인했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빈곤문제를 이해하고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비효율성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실험적 연구방법을 설계하고, 그 결과를 일반화할 수 있는지 (즉 외부 타당도(external validity)가 있는지) 고심하여, 이들은 마침내 실험에 기반한 개발경제학의 새로운 접근법을 확립하였습니다.


이들이 활용한 ‘무작위 통제시험’이란 게 뭘까요?

이공계에 계신 분들은 대조군 실험이 뭔지 잘 아실 겁니다. 그런데 사회이론이나 경제이론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은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보통은 간접적인 방법, 즉 사례 연구나 설문조사, 인터뷰 등등의 상당히 정성적인 방법을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크레머 박사 등은, 신약을 테스트할 때 double blind test를 하듯이,  테스트하고자 하는 정책을 적용한 그룹과 대조를 위한 제어그룹으로 나누어서 중/장기에 걸친 사회실험을 했습니다. 이를 위해 검증하고자 하는 문제는 매우 잘 정의되어야 하며, 평가지표도 정량적으로 분명하여야 합니다. 실험 대상은 특정 국가 특정 지역의 마을들이 됩니다. 정책 외의 다른 잡음인자를 제거하기 위해 가능한 비슷한 조건을 사용하고 최대한 무작위로 선택하여 bias를 줄이고자 노력합니다.

물론 정책은 사람들에 의해 적용되므로 완벽한 blind test는 되지 않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이런 실험은 교육이나 보건 등의 행정조치가 필요하므로, 실험을 위해서는 행정조직의 협조가 필요하고, 정치적, 혹은 사회적 인자들도 고려하여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개발경제학은 단순한 경제학 뿐만 아니라 정치 및 사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노벨상위원회가 정리한 글에는 이런 실험들을 통해 알게된 사례들이 정리되어 있는데, 원하시면 다음에는 이 사례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교육정책 같은 것들은, 이것이 비단 저소득국가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싶은 사례들이 많더라구요...

 


P.S. 역시.. 잘 모르는 분야를 글만 읽고 정리하는 건 쉽지 않네요

님의 서명
Busy, busy, busy,

is what we Bokononists whisper whenever we think of how complicated and unpredictable the machinery of life really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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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11-10 22:42:38

최근에 에스더 듀플로 교수와 아브히지트 배너지 교수가 쓴 글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20771015

WR
1
2019-11-10 22:47:20

아하.. 제가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았군요 ^^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11-10 22:48:33

비유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흠냘냘님은 진정한 전문가세요. ^^

WR
1
2019-11-10 23:06:40

아이쿠.. 말도 안돼는... 

 

암튼 감사합니다. 

2019-11-10 22:46:16

WR
2019-11-10 23:06:55
2019-11-11 08:55:50

좋은글 감사합니다. 전세계 빈곤문제 해결에 큰 계기가 될 중요한 연구들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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